<<카메라 앵글 속의 아버지 ; Tell Them Who You Are>>2004.USA.94min
D  : Mark S. Wexler
W : Robert DeMaio , Mark Wexler
M : Blake Leyh

마크 웩슬러는 전설적인 촬영감독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디지털 카메라 속에서 가감 없이 담아내려고 노력하는데, 사사건건 이어지는 아버지의 충고와 비아냥에 그간 끄집어내지 않았던 부자와의 문제를 폭발시키고 만다.
처음 아들이 잡아낸 아버지는 부고란을 보며 명성어린 지인들의 동정을 살피는 모습이거나, 아들에게 카메라 감독으로서 잦은 충고를 일삼는 고약한 모습이다. (물론 아버지의 충고에 따르지 않은 아들은 2시간의 음향을 날려 버린다) 그렇게 할리우드나 유명인사들이 인터뷰를 따면서 대외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열심히 담는데,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다큐 제작과 관련된 거슬리지 않는 충고들이 대거 등장해 귀담아 들을만 했다.
아들은 <<에어 포스 원>>의 다큐를 제작할 때 조지 부시를 포함한 전직 세 대통령을 만난 경험을 대단히 여기고, 조지 부시와의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아버지에게 갖다 주자, 정작 아버지는 "너 다워, 마크", "거장들의 전화가 오고 그러면 행복한거지. 그렇지만 나는 그런 행복을 느끼기엔 좌익성향이 강한 것 같다"라고 한다. 또 마이크가 에스어포스 다큐를 위해 전용기에 부시와 동승한다고 자랑스레 말하자 아버지 왈 "그럼 넌 테러가 일어나도 안전하겠구나, 국민이 뽑지 않은 대통령이더라도 안전은 보장할 테니까"
이 에피소드만 봐도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것이 틀리다. 정치성향부터 시작해서 일상생활, 신념, 철학이 모두. 아들은 결국 아버지와 반대로 갈려고 노력하던 끝에 정치적 반대노선은 물론, FBI에 대한 친밀감도 굉장했다.
좌익성향이 대단했던 아버지는 영화 대본에 시위장면이 있자, 실제 폭동이 일어나고 있던 장소에 배우들과 감독을 데려가 영화촬영을 했다. 헤스켈은 촬영도중 최루탄을 맞기 까지 하고. 결국 이 때 촬영한 영화는 다큐와 허구가 함께 버무려진 영화가 되고 말았다. 루카스 제작, 헥스터 연출, 각본의 <<라티노>>는 니콰라과에서의 화약고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다.
'아버지는 세상의 부정과 싸워 오셨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성향이 강하지 않은 아버지 친구 콘래드에게 더 따뜻함을 느꼈으며 아버지로 여겼다'라고 아들은 말하는데, 일종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복수의 멘트 같다고 느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래서인지 후반부에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를 찍었던 감독과의 최악의 경험을 비롯해서 아버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부정적인 아버지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춘 듯 느껴졌다.
마이클 더글라스의 '매사에 비판적이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아버지처럼 저를 과소평가 하는 것이 제 아버지와 닮았죠'라는 멘트도 비중있게 다룬 것은 아마 마크 감독의 동감의 이유로 인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정작 나는 헤스켈 렉슬러에 대한 호감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인터뷰나 아들에게 하는 멘트들이 왜 그리 정곡을 찌른다는 느낌인지.
반전 데모장에 가는 도중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건 나엿다는 걸 잊지 마라'라고 아들에게 말해서, 나는 아버지가 돈 쓴 생색 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쉐브론 주유소였다. 아마 부시와 연결시켜 한 뼈있는 조크였던 것 같다.
멕시코의 한 아름다운 교회 앞에서 아들이 이를 찬미하자, 아버지가 이의를 제기하고 아들은 매사에 부정적이냐고 대꾸, 다시 아버지는 아름다운 교회지만 식민지의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의 결과를 묵인하는거야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 가스 로니 길버트를 반전시위장에서 봤다는 사실 하나로 기뻐할 정도지만, 안에서는 촬영을 많이 했으니 밖에서도 찍자는 아들의 요구는 묵살해버리는 일면도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배경보다 내용의 중요성을 충고한다. 아들이 일몰 때문에 고집을 부리자, 일몰 같은 것은 나중에 따로 찍어서 잘라붙이던지 하라 그러면서 결국 언쟁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순조롭던 다큐의 일정에 지장을 가져온다. 다른 작업은 다 하면서 정작 아들과의 촬영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등.
아버지가 쿠바 자금원조 5인과의 다큐를 만드려고 하자 아들은 에어포스 관련 자기의 현재 작업 때문에 말썽 생기는 것을 원치않는다면서 아버지를 말리려고 하고 아버지는 다시 역정을 낸다. 거기다 아들에 대해 한 술 더 떠 일침을 놓는다.
'마크는 나를 이기려고 한다. 부시와 전용기를 타는 것도 그런 이유지. 자신이 나 만큼 유명하단 사실을 알리고 싶은거야, 나도 지금 같으면 좋은 아버지가 됐을텐데, 너를 이처럼 엉망으로 안 만들었을텐데'라고 하다.
아들에게 '멍청하구나', 아들은 아버지에게 '멍청하다 그러셔서 감정을 표현하면 연기하지 말라고 하셨죠'라고 대꾸한다. 이에 아버진 '대부분 사실이잖니'라며 멍청하다고 아들을 놀린다. 빠르게 굳어지는 아들의 얼굴.

여기서도 알 수 있지만 이 다큐의 가장 큰 특징은 감독이 관찰자가 아닌 갈등관계에 정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피사체도 마찬가지로 역작용을 일으켜 오고.
그러나 아버지의 편만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아들의 의도대로 후반부 들어서 속속 펼쳐지는 사실들 때문이다. 차 애호가에, 자상하지 못한 아버지에, 가정적이지 못했던 모습, 많은 여자들,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 등.
또한 아버지는 음모론에 심한 강박이 있는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촬영당시 FBI가 밀로스 감독에게 헥슬러를 해고토록 종용했을 것이라고 하기 까지 한다. 물론 그런 사실은 없다고 밀로스 감독은 말하고, 엘리아 카잔도 헥슬러의 과한 이의 제기와 휘두름에 갈등이 깊었던 감독이기도 하다. 
또한 아버지는 색맹이기도 했는데, 촬영감독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핸디캡이었다. 이에 헥슬러는 색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었지만 떠들고 다니기 싫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마크는 알츠하이머 요양소에서 쓸쓸히 버텨가는 이혼한 어머니를 찾아간 아버지의 눈물을 보여준다. 가정적이지 못했던 아버지의 후회의 눈물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이후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모두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모습이다. 어쩌면 아들에겐 아버지가 커다란 숙제였지만, 정작 아버지에겐 아들보다 아내에 대해 더 많은 마음의 숙제를 가졌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같은 특권 계층에 태어난 것으로 죄책감을 느꼈을 정도로 헥슬러를 잘 이해했던 제인 폰다와의 만남은 부자의 갈등관계를 이해하고 아들에게 드리워지지 않은 부자의 사랑을 나름대로 여과시켜준다.
그렇게 부자는 어색하지만 이 영화를 끝내야 하는 까닭에(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서로의 등을 껴안으며 화해한다. 지인들이 대사건이라고 경악할 만큼 아버지는 그 후 지금껏 아껴왔던 많은 카메라를 판다.
그리고 완성되어진 마크의 다큐 영활 엔딩까지 다 보는 아버지의 뒷 모습, 영화 찍는 내내 아들이 졸라대던 공개요구서에 드디어 사인을 하는 아버지의 앙상한 손가락으로 엔딩을 처리한다. "Good Night Home"

지금껏 가족의 유대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를 보아 왔지만 그것은 언제나 동화라고 생각했다, 미화된 우리들의 현실. 실제로도 가족이 서로를 보는 눈은 언제나 틀리고 절대 이해를 낳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가족이기에 타인보다 조금 더 보듬어주고, 지치지 않게 모른 척 해줄 뿐이라고. 그런 생각을 여실히 확인시켜준 다큐멘터리였고, 인간의 결함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메길 수도 없고, 누가 누구를 서로 탓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가정적이지 않으면 어떤가? 서로 틀리면 어떤가? 그냥 그렇게 살아가자. 상처를 받더라도 그것은 그것 대로 가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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