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얀의 소년, 미르 ; Boy Who Plays on the Buddhas of Bamiyan>>2004.UK, Afganistan.96min
D : Phil Grabsky
M : Dimitri Tchamouroff
텔레반 정권은 우네스코에도 올라있던 지구상 최고(最古)의 바미야 석불을 파괴했다. 그 후 파괴된 마을에서 사람들은 동굴에서 그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배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없는 살림이라, 이웃집의 청년에게 어머니를 달라고 해서 자신의 딸을 내주고 사위, 장인, 아버지, 아들이 되는 우스운 상황도 잘도 일어난다.
플라스틱 물통에 하루에도 몇 번 식이나 물을 지어 나르며 가족의 일을 돕는 소년 미르, 학교에 갔다 온 후 시내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소년의 부모들이 먹고 산다. 그런 미르의 소원은 선생님이 되는 것 인데, 부모의 희망 또한 마찬가지였다.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선 자식들이 잘 되는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한 그들에겐 자식농사가 앞날을 도모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동굴 안에서 짐승 만큼의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 여자들, 아이들. 눈내리는 유리 장난감처럼 하얀 눈 알갱이가 찰랑찰랑 흔들려서 예쁘게 보인다 했는데, 알고보니 동굴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풀썩풀썩 일어나는 먼지들이었다. 못산다, 못산다 해도 비참하게 살지 않은 나의 눈에는 그 석굴도, 먼지도, 소년도, 하늘도 예쁘기만 보이니, 해태눈이라고 면박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
헬기와 탱크가 수시로 다니는 긴장된 연속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이 다큐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전 까지만 해도 황폐한 사막만 있는 줄 알았던 아프가니스탄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들과 산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자연과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한번 시작된 불행은 좀처럼 끝이 없었다. 미르의 맑은 눈동자 안에는 그렇게 바라는 미래가 보였지만, 내게는 그것이 더욱 비극적이게 느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