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평양2005 : 광복60주년기념공연] 류경(정주영)체육관

"태양의눈"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그겨울의 찻집"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꿈"
"그리움의 불꽃"
"모나리자"
"한오백년"
"간양록"
"자존심"
"자장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
"봉선화"
"황성옛터"
"미지의 세계"
"여행을 떠나요"
"생명"
"꿈의 아리랑"
"홀로아리랑"
조용필의 노래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어서 갑갑했던 기억이 있다. 제대로 들어본 것은 "킬리만자로의 표범"뿐이었으니. 처음에 "친구여"를 듣는데, 왠지 그의 노래가 자신의 속으로만 파고 드는 듯 들렸다. 그래서 연로 하셔서 발성이 예전처럼 되지 않는 건 아닌가? 평양에서 하는 공연이라 긴장을 하셨나? 아니면 예전에 성대수술을 한 이력이라도 있나? 것도 아니면 원래 조용필의 노래는 그렇게 부르는 건가? 하는 의문으로 가웃거려 보기 시작한 것이 결국 공연의 마지막까지 내처 보게 되었다. 이건 완전히 예전에 우연히 본 나훈아 서울공연의 감회에 상응하는 그런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나라 노래는 제대로 모르면서 외국 노래 몇 개 듣고는 음악 매니아 운운했으니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왜냐고? 뒤늦게 들은 조용필의 노래에 새삼 대단함을 느꼈버렸다니까. 특히 조용필의 노래와 어우러진 가사의 힘이 더 가슴으로 적셔오는 "간양록"과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가 기억에 남는다. 애니메이션이 노래와 잘 어울렸던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와 "그리움의 불꽃도"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드가 높은 듯한 조용필의 멘트는 경직된 북측 공연장에서 참으로 어색함을 떠올리게 했고, 북측 노래 100여곡 운운할 때는 왠지 내가 부끄러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55세 아닌가? 그렇게 치자면 북측에 선보이는 남한의 간판급 가수로서, 아니 한국의 대표 가수로서 자랑스러움도 아니 느낄 수 없었건만, 잘 모르는 노래 일색이어서 그런지 조용한 청중의 분위기에 자주 흥이 깨졌다. 그러니까 공연을 촬영한 카메라 기사는 왜 그리도 관중의 모습을 담는데 열심이었는지 말야. 그런 모습들이야 뉴스 화면으로만 봐도 될 일을 말이다.
막판에야 기립박수 운운해도 참으로 경직되어 있던 북측의 분위기는 참으로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들은 박수를 칠 때도 류경 체육관 중앙의 고위급 인사쪽를 컨닝하는 모습이었다. 여자들은 한 사람인 듯 고운 한복과 올림머리로 일사분란한 모습을 연출하는 행사용 설정에도 왠지 어지러움을 느꼈다면 내가 조용필의 공연에 감격하지 않았다고 할 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