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한 마리가 있다. 그것도 철로에 울면서 떡 버티고 있다. 실연 때문에 자살한댄다. 여기서 우리는 웃는다.

PIFF 그 두번째 영화.(<<IMMORTEL:WOMAN TRAB>>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들로부터 욕 먹고 있는 영화다.)
과연 2시간 34분이었나 싶을 정도로 길지만 짧은 Emir Kustrica의 축제가 끝날 때 재미와 감동 때문에 절로 박수가 우러났다.
감독의 재기 넘치는 코메디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냈으며, 그의 NO SMOKING ORCHESTRA 음악은 영화의 구석구석, 철로 마다 흥겹게 어우러졌다.  main은 "Moldavian song"
곰사냥 장면은 그들의 콘서트가 아니었던가^^(음악은  Emir Kustrica와 NSO의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Dejan Sparavalo가 맡았으며, 드럼을 맡고 있는 그의 아들과 보컬인 Dr. Nele Karajlic도 영화에 출연한다)


 

 

 

 

 

 

 

 

 

 

 

영화는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발발당시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의 국경 근처에 조그만 역사를 꾸리고 철도 건설을 꿈꾸는 한 남자의 주변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군인으로 죽은 아버지의 흉상을 모시고 사는 루까는 오페라 가수였으나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을 상습적으로 드나드는 그의 아내 야드란카와 축구에 미쳐서 프로팀에 소속되기를 꿈꾸는 아들 밀로스와 함께 살고 있다.

Emir Kustrica식의 소박하지만 흥겨운 일상이  진행되고,  아들의 집념어린 축구경기가 있던 어느날 내전이 발발한다. 그러나 루까는 철도 건설 밖에 관심이 없다.
전쟁 발발 소식에 아들의 징집이 걱정되는 야드란카의 걱정을 그저 평소의 히스테리 증세로 취급할 뿐이며, 아들을 축구 프로팀이 아니라 군대로 보내야 한다는 소시민적 애국심이 전부일뿐이다.
아들의 입영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울면서 춤을 추던 야드란카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온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의 얼굴이 그위로 투영되기 때문이었다.
무력하지만 아들의 안위만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그 후 루까에게는 철도와 가족만의 평온한 세계는 모두 사라진다.
아내 야드란까는 떠나버리고, 아들 밀로스는 포로로 행방불명이며, 그가 전력을 쏟았던 철도에는 군인들만 가득찼을 뿐이다.
그러나 운좋게 이슬람 간호사 사바하가 포로교환용(?)으로 그의 품에 날아들면서 루까는 사랑에 전력질주하게 된다.
날아오르는 그들의 침대 장면은 현대에 있어서 일상의 판타지로 남아있는 사랑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매력적인 장면이다.



 

 

 

 

 

 

 

 

 

 

 

 

 

 

 

 

 

 

 

아들 밀로스를 살리기 위해 사바하를 개쫓듯 쫓는 철로에서의 루까,
사랑의 도피를 하던 중 총에 맞은 사바하를 살리기 위해 다리는 눈 속의 루까,
사바하를 따라갔지만, 밀로스를 맞을 수 밖에 없던 교환대에서의 루까.
나를 웃게하고 나를 찔끔찔끔 울렸던 루까는 실연의 아픔으로 자신의 철로 위에서 인생의 의미없음을 증명하려한다.
그러나 인생은 기적이다.

당나귀 한 마리가 있다. 그것도 철로에 울면서 떡하니 버티고 있다. 실연 때문에 자살한댄다. 여기서 우리는 웃는다.
그러나 결코 우스운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 때문에 번민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고, 혹은 잊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힘들면 죽고만 싶다. 왜 여기선 웃지 않는 거냐?
주위의 참견 때문에 자살미수에 그친 한 당나귀를 생각하며 웃어보자. 왜 살수 밖에 없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물어 가면서.
그러면 언제나 기적은 일어난다.

<<언더그라운드>>이후 책임 없는 감독의 행보 때문에 <<인생은 기적처럼>>은 꽤 욕을 먹고 있다.
전쟁의 포화속에서는 사랑도 없는건가? 설사 사랑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진부한 결론 맺기인가?  그렇더라도 Emir Kustrica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
혹자들은 빈말로 듣는다. 그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건 언제나 발칸반도의 비극적인 우화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해서 그의 영화가 절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책임은 영화를 보고 단순히 웃는 것에만 그친 사람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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