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당신만 빼고는 참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의 그만그만한 추석이었다.
큰 어른 생색은 다 내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오기 전 여유가 있었음에도
당신은 당신 방에, 우리는 우리 방에서
그닥 할 일 없이 배를 채우며, TV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예년과 똑같은 하루가 지났다.
술 좀 자제 하세요 란 말과 함께 슬며시 건네드린 봉투를
어머니께 틀킬새라 슬쩍 감추시는 것도 마찬가지고,
뭐, 나는 그 정도로 자식도리 다 한듯이 관심을 끊어버린 것도 예년과 마찬가지고...
연신 쿨럭거리는 당신의 기침이 방 저편에서 쉴새없이 들리는 것이 변화라면 변활까.
최근에는 시위하듯이 당신의 건강을 망치고 있다 싶을 정도로 술을 자제하지 않으신다.
양껏 마시고, 토하고.다시 마시고.
그럼에도 꽤 행복해 보이는 우리들은 그런 당신을 방관하고 있다.
그런 우리를 탓하듯이 더욱 빈번해지는 야단은 냉수를 찾는 말로 대신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