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째 나라 높새바람 30
김혜진 글.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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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완전한 세계 이야기는 아진의 이야기로 끝이 났던 게 아니었던 건가-

  처음 발간 소식을 접하고 당황했었다. 꽤나 완성도 있던 '아무도 모르는 색깔'을 떠올리자 전작을 넘어서는 이야기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우려에서였다. 받아들었을 때에는 '역시나'라는 생각이었다. 아로 3남매의 이야기에서 확장된 다음 이야기가 아니라, 외전격인, 그네들이 완전한 세계에 가기 전의 이야기란다.

  전작들에서 읽었듯이 '완전한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가 없으면 '완전'해질 수 없는 세계이다.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완전함'도 사실은 '불완전함'이었는데 그처럼 안정되기 전의 완전한 세계는 얼마나 '불완전' 했겠는가.

  책 뒷 표지에 있는 책 소개 문구가 말해준다. '완전한 세계가 그리 완전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전 이야기' 라고.

 

  새 책을 받은 기념으로 앞의 책들을 살펴보고 싶었으나- 이삿짐을 쌓아놓은 현재, 어디쯤에 책들이 들어가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와중에 사전 서평단 모집 메일이 날아왔다고 덥썩 응해버린 나도 참 나 답다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이런 때에 꼭 이래야 하나 싶었는데- 안 했으면 책 볼 때마다 두고두고 생각났겠지. 어차피 읽을 거였고, 어차피 쓸 리뷰, 이왕이면 작가님의 귀여운 사인과 함께 받아보는 일은,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다.

 

  애정을 가지고 읽는 책에게 객관적이 되기란 참, 힘든 일이다. '아로와 완전한 세계'를 읽고 환호했으나 '지팡이 경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다시 만난 '아무도 모르는 색깔'에 무릎을 쳤던 걸 떠올려보면- 아무래도 나는 완전한 세계 시리즈를 퐁당퐁당 건너뛰며 감동 받는 유형의 독자인 모양이다.

  읽기 힘들었던 건 아니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읽으면 아마 내가 왜 그랬을까,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부분들과 좋은 부분들의 밸런스 문제인듯 하다. 좋은 장면이나 구절이 와닿는 정도가 크면 다소 아쉬웠던 장면들을 홀랑 잊어버리는데, 감동이나 공감의 정도가 약하면 아쉬운 부분을 자꾸 곱씹게 되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렇게 사족이 길어지고 있다.

 

  자신의 나라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 참. 각 나라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는 세계에서 다른 나라에서 자란다는 것은 곧 정체성과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꿈의 사막'에서 참은 자랐고 그랬기에,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완전한 세계의 그 누구보다 열려 있을 수 있었다. 마치,  불완전한 세계의 인간들처럼.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잃고 최초존재를 잃고 있던 공중도시를 구할 수 있었고, 아무도 모르던 불의 나라를 완전한 세계 안으로 끌고 나올 수 있었으며, 잘못되어 있던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 이름이 '참'인 것처럼.

  세계의 발견은 '일탈'에서 온다.

  공중도시의 아이지만 꿈의 사막에서 자랐기에 날지 못하는 '참'과 꿈잣는 이면서 스스로 타인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꿈의 사막을 나온 '명'의 소망과 의지가 있었기에 두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가장 높은 공중도시와 가장 깊은 꿈의 사막, 가장 낮은 불의 나라까지, '참'의 행적으로 완전한 세계가 연결되었다.

  다만 '참'과 '명' 두 아이의 여행이 다른 이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좀 불편하다. 심지어 알라딘에 있는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읽다보면 '숭고한 동기'라고 쓰여있다. 진정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다른 사람의 희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일의 부당함 같은 것들은 자신의 욕구와 소망에 충실한 어린이들이 한번쯤 꼭 생각해봐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란다. 나는 동화에 '희생'에 대해 강요하듯 쓰여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다. 남을 위해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나쁜 편'에 서있게 만들어 버리는 구조 때문이다. 자신의 소망에 충실한 것에 죄책감을 갖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망에 충실한 올바른 방식을 제시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의 욕구나 소망에 충실한 모든 사람이 악인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처럼 '꿈'을 강요받는 시대가 있었을까.

  '꿈 꾸는 일' 그러니까 '소망하는 일'이 이렇듯 '당연한 일'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을까.

  하지만 누구나 꿈의 사막 어딘가에 '소망상자'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에 의지를 갖고 꿈 밖으로 가지고 나와 '희망'하기가 고단하고 힘겨울 따름이다. '소망'이 '희망'이 되기란 의지 없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소망을 짓누르다간 '부폐'하고 만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니, '꿈'이란, '소망'이란 얼마나 어렵고, 쉽게 버려지는 단어일까.

 

  완전한 세계에 대해 작가는 아직도 알려주고 싶은게 많은 모양이다. 자꾸 설명하고 싶어한다. 물론, 시리즈 중간부터 읽어도 괜찮기 위해서는 필요한 장치겠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서술방식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말미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완전한 세계 시리즈는 다음 권으로 끝이 날 듯하다. 시리즈는 끝날테지만 그래도 '끝없는 이야기'마냥 세계는 여전히 이어져 있을 것이다. 참의 소망과 희망이 현재 진행형이듯, 여정을 함께한 독자들도, 그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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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했을 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이긴 하다. 다만 자꾸 구입을 미루게 된 건, 이보나의 그림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글이 좋고, 그림도 글과 잘 어울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마지막 장이 인상적이다.

 

'마음에 집에는 창문이 두 개 있어. / 한쪽에서는 매일 비가 내리고 / 다른 쪽에서는 매일 해가 쨍쨍해.'

 

 

 

 

 

 

 

  2차 대전, 독일군이 바르샤바를 점령하고 유대인을 강제거주지역에 감금했을 당시의 상황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짧은 논픽션 같은 픽션이다.

  강제거주지역을 탈출한 유대인이 그 곳에 남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넣어주기 위해 고양이의 도움을 받았다,라는 골지의 이야기인데 특별히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해학적이지도 않다. 그저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으며 그림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톤으로 간결하게 나타내고 있다.

 

 

 

 ....찰스 산토레가 좋아요.....

 

 

 

 

 

 

 

 

 

 

 

 

  쓰다 보니, 이경혜 님 번역물을 연달아 구입했었네.

  읽은 것은 몇 년 전이었는데 이제서야 구입.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모형 꼴라쥬, 라고 해야하나.

  엄마의 부재 후 아빠와 아들이 함께 정원을 가꾸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의 소재를 묻는 아들에게 아빠가 '엄마는 늘 우리 곁에 있지'라고 답해주는 이야기. 전반부 화면 안에 계속 등장하던 나비는 후반부에서 사실은 엄마 였다는 걸 장면의 반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좀 늦은 구입.

  천, 실, 단추 등을 이용한 꼴라주로 아프리카 민속 느낌을 살렸다. 영국 화가이긴 한데, 무엇보다도 색채에서 아프리카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여덟 개 나라에 대한 간결한 설명과 그 나라에 구전되어오는 옛 이야기 한 편씩을 실었으며, 마지막에는 참고문헌을 소개하고 있으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내용도, 그림도 꽤 충실한 책이다.

 

 

 

 

 

 

  책 껍질이 재미있어서 일단 집고 봤는데, 내용도 기존 공식과는 좀 다른 것을 피력하고 있는 동화.

  화려하지 않은 그림과 기차 안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착한 아이가 스스로 착한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신사의 이야기는 묘하게 잔잔하면서 묘하게 우습다.

헌데, 정말, 진심으로, 책 말미에 평론가나 역자가 이러쿵 저러쿵 억지로 교훈 끄집어내는 듯한 글은 좀 싣지 말아줬으면 한다.

 

 

  4년 전, 그러니까 2008년 독일 여행에서 발견하고 홀랑 집어온 책. 번역본이 나와 있었네.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거위, 죽음 그리고 튤립'인데 '내가 함께 있을게'라니.

  참 덤덤하게 표현해 놓은 독일 동화를 뭔가 되게 애틋한 제목으로 바꿔 놓았다.

  내용은, 죽음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림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려우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고 하겠다.

 

 

 

 

  알라딘 반값 세일에서 홀랑 질러버린 아이들.

 

 

 

 

 

 

 

  고전적인 편집과 그림체. 밤은 무섭지 않은 것이며, 밤 스위치를 켜야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어둠'이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가르쳐준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 '나는 어떻게 투명인간이 되었나?'라는 부제에 걸맞게 내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투명인간이 되었는지 까지'만' 나와있다. 무슨무슨 수상작이라고 엄청 광고를 해댔지만 사실, 그것에 비해 좀 어이 없던 작품.

  그림이 재미있으므로 갖고 있긴 할테지만 으음.

 

 

 

 

 

 

 

 

 


  죽음에 대해, 이별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동화. 담담한 어조와 흑백의 그림이 오히려 애틋하다.

  이별은 반드시 잊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별의 과정이 슬픔을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별을 받아들일 때의 긍정적인 자세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기 좋은 동화.

 

 

  파스텔, 색연필 그림.

  귀....귀업다! 사랑스럽다!

  번역본을 살까 하다, 인쇄본 색이 어떻게 나왔을지 엄두가 안 나서- 뭐 무슨 상관임, 이럼서 원서 구입.

  영어권 책은 참, 구하기 쉽구나....ㅠ

 

 

 

 

 

   제대로 표지 그림을 안 보고 덥석 질러버렸더니...팝업 북이 오셨습니다(__)

  말도 안 되는 팝업북 소장품이 늘어버렸...다....ㅠ

 

 

 

 

 

 

 

 

  구입처는 진짜 웃기게도 종종 이용하는 퀼트 샵.

  이제, 시슬리의 꽃과 요정을 갖췄으니 남은 건 폴리나의 요정인건가.

  이럴 땐 진심으로, 일본이 부럽다.

 

 

 

 

 

 

 

 

 

 

<다음은 프랑스에서 데려온 아이들>

 

Les lettres à toucher de Balthazar

Marie-Hélène Place, Caroline Fontain-Riquier / Hatier jeunesse


   불어 알파벳 공부용. 숫자도 있었는데 알파벳 쪽이 팝업이라; 이걸 택했음. 팝업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소소하게 그림이 숨었다 나오는 정도.

  알파벳은 손으로 그 위를 따라 쓸 수 있게 조직이 성긴 천으로 만들어져 붙어 있다.

  그림은 펜과 수채. 깔끔하고 귀엽다.

 


LE LUTIN DES ARTS

Chiara Carrer / LA JOIE DE LIRE

 

   리옹 뮤지엄 샵에서 발견.

  그림체는 간결한데, 콜라주 기법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다.

  예술의 꼬마 요정, 즈음 되는 건가. 예술 작품을 따라 여행하는 꼬마 이야기이다.

 


Le Mouton qui ne croyait pas au Grand Méchant Loup

Myriam Ouyessad, Aurélie Blanz / l'elan vert / 2012. 05


  한역 하자면, '양은 커다란 늑대를 믿지 않았어요' 정도가 되려나.

  양 그림이 귀여워서 데려왔다. 숲이나 늑대나 양의 무리나 이마이 이치코 같은 귀여운 그림체는 아닌데 묘하게 귀엽다. 채도가 높아서일지도.

  무리에 어울리지 않고 혼자 여행하는 양에게 다른 동물들이 아마도 늑대가 무섭지 않느냐, 묻는 것 같다. 뭐, 번역기 돌린 건 아니라 정확하진 않을..테지만

  여하튼 마지막 장에 바람을 한껏 맞으며 양이 '자유다!' 라고 외치고 있음ㅋ

 


UNE PRINCESSE AU PALAIS

Cécile Roumiguière, Carole Chaix / EDITIONS THIERRY MAGNIER / 2012


  서점에 메인에 나와있던 걸 보니 아마도 추천 도서인듯?

  메인은 펜. 다양한 드로잉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드로잉이 무겁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지저분하지 않다.

  그나저나, 정말 불어든 독어든 배워야 하나;

 


LE CHAT PHILOSOPHE

kwong kuen shan


  니스에 예술서적을 파는 곳에서 건진 책. 홍콩 작가의 고양이 그림 모음집.

 


Les mots doux

Carl Norac, Clude K. Dubois / lutin poche / 2009. 03


  우리말로 하면, 상냥한 말들, 정도 되려나.

  어디에 있던 부록인듯한 아니면 전집 부스러기 정도 되는 것 같은 책들을 완전 싸게 팔고 있기에 건져온 것 중 하나.

  꼬마 다람쥐의 하루,였는데 살 땐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상냥한 말'이라니- 그림체만 몽글몽글 귀여운 게 아니었구나.

 


TU NE CORS PAS, PETIE OURS?

Martin Waddell, Barbara Firth / lutin poche / 2011. 04


  잠이 안 오니 아기곰아? 가 제목. 풋.

  아놔 진짜 얘네들은 뭐이리 동물을 사랑스럽게 그리지?

  잠 안 오는 아기 곰을 아빠 곰이 재우는 이야기.(본문에는 petie ours와 grand ours라고만 나오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아빠곰인걸; 작은 곰과 큰 곰, 이건 좀;)

 


-Rebecca Dautremer
ALICE AU PAYS DES MERVEILLES /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Hardcover)

초판 2010 / 2011. 04


  작년 알라딘에서 까인 앨리스. 아마 알라딘 쪽에서 걸어 놓은 건 스페인 판본이었을 거다. 프랑스 작가인 걸 후후후훗. 역시 있을 줄 알았어! 라고 하기엔-

  꽤나 아동 서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파리의 서점을 운 좋게 찾아서 거기서 발견하고 환호한 것 뿐이라; 구입 의도가 없었으나,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

  더럽게 크고, 더럽게 두껍고, 더럽게 무거웠지만-

  말해 무엇하랴, 앨리스이고, 레베카 도트르메인 것을!

 

Cyrano

초판 2005 / 2011. 08


  이번 여행에서 가장 최우선 구입 목록이었던 책.

  아마존에서도 중고로밖에 발견할 수 없던 책!

  레베카의 동양적인 그림체와 음울한 색채가 가장 잘 표현된 책이라 하겠다!

  서점에 주문을 넣어놓고, 사흘을 기다려 받았으니, 집념이랄까. 그 전에 작가 이름과 제목을 들이밀며 있냐고 물어본 서점이 어디 한 두 군데여야지.

  발음하기도 힘든 작가 이름...이라니ㅠ

  여하튼!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으흐흐흣.


요건 작가 홈페이지 -> http://www.rebeccadautremer.com/biblio/article/id/6/im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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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나무

이마 이치코 예의 단편 시리즈의 연속. 나는 이쪽을 계속 그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작할 때 중점이 되었던 하백의 이야기에서 좀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다시 그 길로 돌아온 느낌이다....라기에는 예전에 그렸던 걸 수정해서 다시 내놓은 듯 하지만.

 

 

 

나의 다정한 형 4

........어..언제쯤 끝날까 이건; 계속 꼬기만 하고 도무지 풀어줄 생각은 않는 작가.

 

 

 

 

 

 

B급 미식가 클럽 4

여전히 엉망진창인 커플. 뭐이리 다사다난한지. 그래도 굳건히 사랑을 지키고 있다. 뭐, 에피소드들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듯 하지만- 다음 권 즈음에는 동거 이야기가 확실히 메인으로 올라올 듯?

 

 

 

 

 

 

오오쿠 1-7

완결 때까지 안 살 거라고 벼르고 있었는데, 결국은 도중에 구입. 30% 할인의 유혹은 크다.

남자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희귀한 돌림병에 걸려 죽는다는 설정 하에, 쇼군에 여성이 등극한다,는 그야말로 가상 판타지.

확실히 재미있긴 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슈퍼 러버즈 1-3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구입. 뭐,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다 들어오긴 하겠지.

처음, 변역본을 접했을 때부터 완전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이전 아베 미유키 작품보다 격하게 예뻐진 얼굴들에 일단 박수를. 그런데, 작가의 인체 드로잉은 언제쯤 고퀄이 되려나. 뭐, 일단 캐릭터가 좋으니, 됐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1, 2

어쩐일로 박희정이! 두 권이나! 아무리 손이 느리다지만 스토리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는 좀 더 그리기 쉬운 건가? 영화가 개봉했을 때 보러가야지, 마음만 먹다 어찌어찌 지나가버렸다.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이 게이와 위장결혼을 해서 이웃에 산다,는 설정. 스토리를 쓴 감독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무겁지 않은 결말이었는데, 제목에 붙은 '한 번의 장례식'이 걸린다. 어쨌든, 박희정씨 전에도 영화로 한 권 그려놓고 뒷 권 안 내준 전적이 있어 좀, 걱정이 되지만- 이건 정말 좀, 끝내주기를.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25-27

간만에 25권에서 미캉과 나츠메의 애정씬을 보여주나 했더니, 결국 또 애들을 전투의 한 가운데로 밀어넣는 작가. 이번 전투는 몇 권으로 끝나려나. 슬슬 완결을 향해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누가 죽고 누가 남을지, 알 수 없음이다. 뭐 드디어 페르소나를 겟,한 미캉이니 볼만한 싸움이 되겠지.

 

 

 

 

 

오늘부터 신령님 10-13

일 년에 네 권...바람직한 속도일세. 텐구산 에피소드는 10권으로 마무리. 11권에서는 모처럼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초반의 분위기를 내주었고, 12, 13 두 권에 걸쳐 늪공주와 코타로의 애정 다지기를 풀어냈다. 말미에 과거를 떠올린 토모에- 부디, 15권에서 쌈박하게 끝내주길.

 

 

 

 

언제나 상쾌한 기분 4, 5

어라, 이거 연재 해주는거야?;;;; 3권에서 연재 중단이라고 생각했던 건데- 연달아 두 권이 나와주었다.

아카우마와 이노마타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3권으로 마무리 지은 모양이다. 더 이상 갈등은 없음,이랄까. 5권에서 레이코와도 산뜻하게 정리되었다. 메인 에피소드는 수학여행과 문화제.

 

 

 

 

마르스 애장판 6, 7, 8(완)

완결까지 나와주었다. 진심으로 감사를.

깔끔한 표지는 좋은데, 제발 애장판들 위에 애장판이라고 써붙이는 거 안 하면 안 되나. 책꽂이에 꽂아두었을 때 예쁘지 않다고ㅠ 게다가 색색으로...ㅠ 매 권 앞 표지는 레이, 뒷 표지는 키라로 통일. 들어 있는 엽서는 모조리 앞 표지 그림. 커플샷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여하튼, 뭐- 애장판이 나와줬다는 것만으로도 무한 감사다.

 

 

 

 

나츠메 우인장 12-14, 팬북

무슨 이벤트 때문에 팬북을 샀었는데 결국 귀찮아서 응모 안 했더랬지, 아마;

확실히 성장하고 있는 나츠메. 힘이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이 강해지고 있는 중.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기를 선택하고, 행동하고 있다.

 

 

 

 

비밀 10

여전히 사건은 미궁 속. 제대로 된 단서조차 없다. 마키는 점점 더 뒤틀리고 있고. 시미즈 레이코 답게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죽고 싶은 사람은 제대로 죽게 해주면 참, 좋을텐데.

 

 

 

 

 

 

 

서점 숲의 아카리 10, 11

이쪽 역시 성장 중. 서점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한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뜻하지 않게 미도리에게 고백을 받았지만, 말미에 거절, 성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테라야마에게 달려간다.

그나저나, 서점 내 일상이 꽤 여기저기 에피소드로 만들어지고 그게 메인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걸 보고 있자니-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매니악한 일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아, 출장지에서 실연한 미도리가 집에 돌아가 씻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웃기는 소설 읽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아아- 책 덕후들은 다들 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웃었다.

 

 

 

 

월흔 1, 2

유시진 신작.

.....대사 많다; 이것 참, 이계의 존재,라기엔 대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데 이걸 어떤 힘이라고 정의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는 힘을 구사.

갈수록 어려워지는구나. 완결이 나와 봐야 뭘 정리해도 할 수 있을 듯.

무게가 많이 나가는 종이로 인쇄해서 책이 좀 무겁다는 게 흠.

여러모로, 독자 단련시키는 작가다.

 

 

 

 

최유기 1-9

최유기 리로드 1-10

크리스마스에는 만화책을, 이라는 게 내 지론. 구입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 이번에 구입. 리로드까지 완결 시켜준 건 좋은데, 그래서, 그 이후는...? 내 과연 이거 완결은 볼 수 있을런지 어흙.

 

 

 

 

항구마을 고양이마을 1, 2

외로운 여자는 '마녀'라 불리며 그네들에게 고양이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뭔가, 진심 여성향 쇼타콤으로 범벅된 작품인데 또 묘하게 따뜻한 이야기들이란 말이지.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1, 2

네이버 웹툰.

웹툰을 그것도, 일상 웹툰을 구입한 건 이게 처음인 듯.

그냥, 반려동물이랑 같이 살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찡한 이야기가 많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작가의 말이 다소 격해지는 건 뭐,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만(어려서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했다면 나도 저랬을까, 싶긴 하다.) 좀 심하다 싶을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생물에 대한 연민은,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나.

 

 

 

 

심령카툰

내 동생은 선몽을 자주 꾼다. 나는 악몽을 주로 꾸고 자주 가위에 눌린다. 유체이탈 경험도 딱 한 번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형의 존재, 그러니까 귀신이라고 부르는 존재를 본 적은 없다.

내용대로라면 사는 게 참, 피곤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가 본인의 체험담을 엮은 책인데, 이 정도로 시달리다 보니 스스로 찾아 본 지식도 방대하고, 기 수련까지; 하는 지경이라니. 준전문가 수준이다.

귀신 따위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재미 없겠지만, 때때로 별 희한한 경험을 하는 우리 집안으로선 읽고 나니 좀, 씁쓸해졌다.

아, 이 책 읽고 격일로 진심 심각한 악몽을 꿨다. 나 자신이 완전 싫어질 정도로 잔인해졌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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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인이라고는 없는, 로마네스크 장식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교회 뒷켠의 공원에서, 혼자 어찌나 낄낄대며 읽었던지.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닷 바람이 시원한 어느 전망대에서도, 식사를 기다리는 레스토랑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참 많이 위로가 되어주었던 책이다.

뜻하지 않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 때처럼 걷고, 뛰려면 앞으로 몇 달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내가 해오던 유일한 운동은 달리기,였고- 작가처럼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지만- 읽는 동안 진심으로, 충실한 마음이 들었었다.

발목이 다 나으면, 이제 정말, 다시 운동장을 뛰어야지.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 37쪽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그날의 날씨를 최대한 즐기는,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은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한 것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리고, 쉽게 상처받고, 금방 지치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원래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다. -42쪽

 

 

그 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160쪽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 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161쪽

 

 

나는 한 번도 트레드밀을 밟은 적이 없다. 내게 달리기는 언제나 이해와 경험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트레드밀을 이해하거나 경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더구나 이렇게 낯선 고장까지 와서 말이다. -273쪽

 

때로 내게는 전혀 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핑계를 대라면 수많은 핑계를 댈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하지만 나는 설사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런 핑계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다만 달리고 싶지 ㅇ낳은 것이다. 내 몸이 달리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왜냐하면 내가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나는 가끔씩 그렇게 흔들린다. 흔들리면 나는 그 흔들림을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거기까지도 나는 달리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275-276쪽

 

 

심장이 뛰는 한, 삶에서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293쪽

 

 

 

여행 시작, 비행기에서 읽기 시작해, 파리 입성 전날 마지막 장을 닫았다.

이번 내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또,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삶을, 생명을,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도에서 내가 땅을 밟고 서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사막을 가고 싶어했던 나를, 떠올린다.

 

이 년 전에도 나는 이 곳을 통과했다. 내가 지각할 수 있는 모든 것... 그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이 년 전과 똑같았다. 나는 조금씩 이 년 전 나 자신으로 유착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때, 풍경은 내가 소유한 시간과 씩씩한 진보를 파괴하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이 년 전과 똑같은 존재여서는 안 된다고...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굴욕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기차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내 과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 87쪽

 

 

 

에세이북 형식의 가이드북,이라고 해야할까. 이 책 만으로 파리를 여행할 수 있던 건 내 파리 방문이 네 번째였고, 내가 파리에서 좋아하는 곳이 명확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책이지만, 작가의 감성을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그냥, 넘길 것. 심각하게 읽을 책은 아니니까.

작가가 생각하는 파리의 '낭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에세이집이라는 걸 염두해 둘 것.

계획을 세울 때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디종과 리옹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읽고 리옹으로 결정했었다. 프로방스와 코트 다쥐르 지방에 대한 정보와 감상이 충실하다.


 

 

 

 

 

프로방스 지방 여행을 계획하면서 구입한 책. 한 번 읽기에는 괜찮았으나, 활자가 너무 작고(이전에 '일본의 작은 마을'도 편집의 이유로 짜증을 냈었는데, 출판사가 달라 안심했더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의 감성이 나와 맞닿는 지점이 별로 없었다. 에세이집이라기엔 매력적이지 않은 문장이었고, 가이드북이라기엔 담고 있는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결국, 여행지에 복사물 한 장 가져가지 않았다.

 

 

 

 

파리에 있는 상점 및 레스토랑 총 망라; 관심 있는 가게들 정보만 얻어도 충분했다. 앞으로도 요긴하게 사용할 듯. 물론, 책 전권을 들고 다니진 않겠지만.

 

 

 

 

 

 

 

생각보다 길냥이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책.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클로즈업 홍콩이 꽤 괜찮았어서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다. 챕터가 깔끔하게 나눠져 있어 짧은 여행에서 루트 짜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교토 버스 노선과 오사카 지하철 노선. 따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두꺼운 코팅지여서 쉽게 상하지 않아 진심으로 유용했다.

 

 

 

 

 

 

출판된지 꽤 오래된 책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먹을 거리 리스트 작성에 꽤 도움을 받았다.

다만, 지도가 부정확한 편이니 꼭 현지 지도나 다른 가이드북의 도움을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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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나구"가 나쁘지 않았어서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는데, 응, 이제 다른 거 안 읽어봐도 괜찮을 듯.

  일본 전래동요와 사건의 기묘한 결합, 캐릭터들의 묘사가 좋았다. 다만, 사건 초반에 이미- 범인도, 상황도 눈치채버렸다는 건 너무 단순한 구성이었다는 거겠지. 그럼에도, 읽는 내내 재미있었으니 상관 없다.

 

  아마,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좋아해서 울리고 싶지 않은 존재가 필요하대. 네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함부로 내던지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불행해지지 마."

 

 

 

 

많은 상징과 사유가 담겼지만 구성과 인물은 명쾌하게 읽힌다.

'과학적 사유를 시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독창적인 재능'이란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SF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다만, 모든 것이 파괴된 후에야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다는 세계관은 역시 좀, 불편하다.

 

 

 

 

"고독한 시월의 밤"만 읽었을 때는 이 작가 SF 작가라는 거, 안 믿었는데 확실히 SF 작가 맞는 듯.

하지만, 인용구는 죄다 그리스 신화.

문명, 고향, 읽어버린 것, 지켜야할 것,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간만에 읽은 장르문학 수작!

 

 

 

 

 

내가 읽은 시마다 소지의 세 번째 작품.

"점성술 살인사건"은 김전일에서 이미 본 트릭이라 반쯤 심드렁한 기분으로 읽었더랬고,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추리소설과 사회소설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진 작품이라 별로 즐겁지 않았다.

헌데, 이 작품은 확실히 '추리소설의 정석'을 읽은 기분이어서 독서 후 만족감 면에서는 가장 좋았다고 해야할까.

 

원작이 쓰여진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요즘 나오는 추리물이나 형사물처럼 자극적인 문장 배치라던가, 날아갈듯한 가독력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탄탄한 구성과 문장, 공들인 캐릭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덧붙이자면, 2년 전 다녀온 훗카이도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들도 즐거웠고.

 

 큰 인형도 있고 작은 인형도 있지만, 한결같이 때를 타 젊은 얼굴인 채로 나이를 먹어 지금은 이미 빈사 상태로 보인다, 얼굴이 더러워지고 도료가 벗겨진 인형은, 어딘가 광기를 숨기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서거나 혹은 각각의 의자에 앉아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상하게 평온해서 마치 악몽에 나오는 정신과 병동 대합실 같다.

오랜 시간 동안 군살이 빠져, 그들 내면의 광기를 지금은 이미 확실하게 노출시키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광기가 무엇보다 좀먹고 있는 것은 연지가 지워진 입술에 뜬 미소와 비슷한 것이다. 지금 그것은 이미 미소 따위가 아니라, 인형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본질 혹은 생래의 업이 배어 나온 증거로 변했다. 미소의 본질이란 이런것인가 하고 보는 자를 일순 꼼짝 못하게 한다. 부식腐食, 그렇다, 그것은 실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그들 애완용의 존재가 띄우는 미소의 변질만큼 그런 단어가 어울리는 것은 없다.

구원하기 어려운 원념으로 충만해 있다. 그들은 인간의 변덕으로 태어나 천 년이 지나도 죽음이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분명 우리의 입술도 저런 광기를 띨 것이 틀림없다. 언제나 복수의 때를 노리는 원념이 깊어진 광기를. - 252-253쪽

 

 

 

이로써 '말로센 말로센'을 제외한 말로센 시리즈 완독.

"기병총 요정"이 말로센 시리즈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구성과 캐릭터를 비교했을 때, 이쪽이 좀 더 취향이다. 아마도 '노화'보다는 '정체성'에 좀 더 공감이 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페낙이 뱅자맹의 입을 빌어 풀어내는 입담은 여전히 유쾌하다. 번역은 나중에 나오는 작품일 수록 질이 높아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고(심지어 주석다는 것들까지 마음에 들다니!) 덕분에 가독성이 좋았다.

사람 많은 곳에서 읽다 어찌나 웃어댔는지 민망할 지경.

서로가 서로를 대신하게 되는 결과를 보며, 다시 한 번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가이다.

 

 

 

마이너한 책은 퀄리티에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국내에 드물게 번역된 세르비아 작가라는 것, 나쁘지 않은 출판사 작품이라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소재에 동유럽권에서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너무 기대치가 높았던 모양이다.

다만, 간과하고 있었던 거다. 세르비아 어를 직접 번역해줄 리 없다는 것과 메이저 번역가가 붙을리 없다는 것을.

뭐, 번역은 논외로 치고-(취향의 문제도 있을테니.) 작품만 놓고 보자면, 동유럽 감성이 묻어나는 환상문학 단편집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이 작품집 만으로 보르헤스 계승자,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상징과 은유는 무겁지 않고 유쾌하다. 총 일곱 종류의 도서관이 나오는데, 마지막 장에서 앞의 여섯 장을 묶으려는 의도는 너무 눈에 보여서 아쉬웠다. 스스로 선택한 도서관은 마지막 하나라는 의미심장함까지 가려질 정도로. 책을 먹는 것 역시, 유명한 동화마저 있으니 새롭지 않은 소화 방식이다.

표지와 함께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는 꽤 작품과 잘 어울리고 있으며, 흥미로웠다. 일러스트는 국내 작가던데- 북폴리오에서 꽤나 공들인 건 맞는 모양이다.

 

머리 좋고 말발 좋은 작가가 쓴 소설, 표제작을 읽자마자 든 생각이다.

재미있다. 유쾌하다. 이 작가의 비틀기나, 고전에서 가져다 쓴 소재들은 잘 버무려져 있다.

편편이 모두 짜임새가 있고, 인물에 생동감이 있다. 전개에 흡입력도 있다.

뭐, 머리로 읽는 소설과 가슴으로 읽는 소설이 있다고 친다면, 이 책은 전자겠지. 그래도 일단, 재미 있고 완성도 높으니 된 거다.

작가의 장편을 읽어야 겠다.

 

 

인간들의 배신은 큰 충격이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왜 그들이 현세의 삶을 죄악시 하며 천국 아파트 분양권 한 장에 목을 매는지 신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모델하우스도 본 적 없으면서(이 부분에서 디오니소스는 인간들은 전부 마조히스트가 틀림없다며 자신이 사디즘과 마조히즘 경험담을 장시간에 걸쳐 들려줬으나, 논점에서 벗어나는 관계로 생략한다). - 176쪽

 

인간들이 사냥한 것은 마녀가 아니라 '마녀라는 환상'이었다는 메데이아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사태를 냉정히 파악할 혜안이 있었다면 이미 신들의 구조 조정 사태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결과였다. 디오니소스의 말처럼 타고난 마조히즘적 성향 때문인지, 인간들은 작은 일에도 신경과민에 가까운 죄책감을 느꼈고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서는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책감을 대신 짊어질, 마조히즘의 억압을 극단의 사디즘으로 해소시켜줄 희생양이 필요했다. 어느 모로 보나 자신들이 울타리 밖으로 몰아낸 마녀라는 존재가 제격이었다. - 183쪽

 

이름은 정체성의 표식인 동시에 타인과의 경계선이다. 익명의 존재, 경계선이 불투명한 존재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에 다가가 만져보고 냄새 맡고 귀를 기울여보는 게 싫다면, 이름을 붙여 창고에 던져버리면 그만이다. - 242-243쪽

 

 

 

 

 

지인에게 책을 넘기면서 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후다닥 읽어내린 책. 역시, 받은 책은 자꾸 잊고 지내게 된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단편집.

순간순간, 찌르고 들어오는 문장들에 호흡을 멈추며 읽어내렸다.

 

 

울지 마. 사는 거? 그건 견디는 거야...... 언젠가 그 여자가 울고 있을 때 깊은 밤, 가게문을 닫고 포장마차에 앉아 섬 언니는 말했었다. 견디는 거라구, 그냥 오늘을 사는 거야. 그렇게 오늘을 살고 그렇게 내일이 오면, 오늘이 된 내일을 살고...... - 100쪽


아마 그도 서울 어디선가 그를 만나면 그녀를 떠올려야 예의라고 믿고 있는 친구들에게 진땀을 흘리며 혹은 아주 귀찮은 어투로 이 별리를 설명하고 있으리라. 이별보다 이별 후의 이 긴 예식이 더 힘든 법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녀를 봐도 아무도 그의 이름을 꺼내지 않게 되면 그때 긴 이별은 완성되어질 것이었다.
(...)
기억은 있는데 감정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기억만 남고 박제된 채 기억만 남고, 끝내는 그 기억도 사라지면 그땐 다른 이들에게 자기의 생의 시원을 물어보러 이렇게 먼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생은 자신의 것일까? -170쪽

 

한국 엄마들의 전형, 먹을 것을 먹임으로써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랜 시간 결핍이 그들의 슬픔이었던 민족의 유전자에 새겨진 사랑법이리라. -224쪽

 

 

 

 

초여름부터 붙잡고 있던 소설을 가을이 끝날 무렵에야 다 읽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페이지가 쉬이 넘어가질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판 '앵무새 죽이기'라고 해야할까. 곳곳에 작가의 오마주가 보인다.
근친 강간으로 정점을 찍는 유색 인종에 대한 배타의식. 배경은 1960년대지만 현대라고 뭐가 다를까.

작가가 하고 싶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용기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가 걷는 걸음걸이에 얼마큼의 무게가 실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용기란 그런 것이다. 브루스 웨인도 여전히 두려워하지만 문제를 해결한다. 왜냐하면 그는 밀어먹을 배트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란 결국 정직함이다. 그것만이 비결이다. -452쪽

 

 

 

'금이 간 거울'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없다. 단편이 아닌 장편인 것도 이유겠지만 판타지로 넘어가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아 힘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단편이 갖고 있는 쫀쫀한 힘을 잃은 건 아쉽지만, 확실히 작품 분위기는 동화보다는 청소년 소설에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다만, 2등이 사라진다는 것, 더 미워하는 쪽이 실패하는 것에 담긴 상징을 읽어내는 것에 작가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으며 논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조금, 김빠지는 장편이 되었다.

인물을 꽤 섬세하게 그려냈으나, 가끔 뜬금없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뭐, 그래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정도인가.

 

 

 

중반까지 꽤나 흥미진진했던 이야기. 절반 가까이 되는 분량을 앨리스가 현재 처한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꼬아가는지 꽤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아주 엉망이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지만 삶이 꽤나 퍽퍽한 10대 여자아이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앨리스가 7년 전 과거로 가게 되는데, 일곱살의 몸으로 고군분투하고 제대로된 현실과 마주하게 만드는 것까지도 좋았으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현실이 이전과는 다른 현실이 되었다는 것, 이전 현실이 아예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것, 결국은 '착하게 군 앨리스' 여야지만 좀 더 괜찮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교훈적인 결말에 힘이 빠졌다.
물론, 가족을 반드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결말이 아니라는 점은 좋았으나, 결말에서 작가가 역량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읽은 청소년 소설 중, 가장 입말이 자연스러웠던 작품, 그러면서도 작가의 어휘는 요즘스럽지 않지만 어색하지도 않다. 인물, 구성, 문장이 고르게 힘이 있다.

다만, 이야기의 마무리가 급히 달린 듯해 아쉽다. 계속 궁금증을 일으키는 전개에는 박수를.

좀 더 찬찬히, 깊이 들어가도 좋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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