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의 비밀 - 3단계 문지아이들 82
오진원 지음, 박해남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판타지를 쓰는 작가들을 대단하다 느끼게 되는 이유는- 그네들이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파피시'라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종족이 어우러져 사는 또 다른 행성이었다. 각 종족에게 이름을 주고, 그네들의 습성을 정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그리고, 내가 만들어낸 그 세계에서 인물들이 움직여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그렇게 읽는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 이 두 가지가 만나, 일상이 아닌 곳에서 일상으로 일어나는 모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하지 못했던 모험을 그렇게,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독특한 그림체와 이야기 설정에 기대가 컸다. 김혜진 작가의 아로 삼남매 시리즈를 주목하고 있었으니, 그 계보를 잇는 신나는 판타지 모험 동화가 나와준다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즐거운 일이리라 생각했다. 결과는-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있는 세 아이가, 자신들의 세계를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해야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동화에서는 보기 힘든 결말이되,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모험 과정에서 완전한 사랑과, 완전한 신뢰를 배우고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험을 통해, 아이들은 '올바른' 어른이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 보통은, 평생이 걸려도 얻지 못하는 것들을, 이 아이들은 백일간의 여행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래서, 아쉽다. 이 많은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진행되고,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존재들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하게 되는데, 이 감정의 변화들이 조금 더 촘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열 셋의 나이인 아이들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고, 희생을 배워버린다. '아이의 아이다움'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판타지를 읽으며 기대하게 되는 '마음의 해방'은 사실, 장황한 교훈이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은 마치, 교훈동화를 읽었을 때와 같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든다. 물론, 판타지로 에둘러서 교훈으로 가게 만드는 건 작가의 역량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달리 말해도, 순식간에 읽히는 글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문장 때문인지, 내용 전개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이유이든, 읽으면서 '오오' 하는 감탄사는 분명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햇살 2007-11-26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로보다 이게 더 좋던데요. 아로는 미하엘 엔데 작품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는 내내 비슷한 것들을 많이 발견한 터라 조금 실망스런 감이 있었지요. 반면에 이 작품은 완전 다른 우주공간을 창조했다는 것에 대해 감탄을! 진짜 가독성이 뛰어난 플로라. 읽고 난 뒤 내내 가슴이 알싸해지는...... 아로작가는 79년생 플로라작가는 81년생인데 둘다 젊은 아동문학작가들로 앞으로의 기대가 크죠.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이고요.

망상 2007-11-27 02:02   좋아요 0 | URL
완전한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선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모험과정에 있어선 조금 아쉬운 감을 버릴 수가 없어요. 아이들의 감정변화가 조금 더 촘촘했다면, 하는-
아로를 읽으며 미하엘 엔데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정도로 주인공의 여정을 촘촘히 그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아로도, 이 책도 딱히 우선순위를 가리기는 무리지, 싶습니다. 아로는 정말 판타지 종함세트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역시, 젊은 작가들이 많이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