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클럽 반올림 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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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이 책을 놓친 건 순전히 내 불찰이었다. 그렇게밖에 이야기할 수가 없다. '바람의아이들'에서 출판한 책 중 처음으로 읽은 책이, 이 작가의 판타지 동화였다. 그러니- 이 작가가 이런 가슴 아린 성장 소설을 썼을 줄, 내가 상상이나 했었겠냔 말이다. 어쨌든, 난, 이제서야 이 책을 읽고, 잠들 수 없을만큼 가슴이 먹먹해지고, 또 이 글을 어찌 시작해야할지 첫 문장을 수없이 바꾸어야 했다.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금이씨의 '유진과 유진'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꽁꽁 싸매서 곪는지도 모르고 내버려두는 그 상처들을 안고 자라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피가 흐르는데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찌 견뎌내고 있는 걸까. 그저 도망쳐도 좋을 때지만, 오데뜨의 말처럼 그래, 언젠가는 그 아픔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이겨냈을 때 우리는 '성장'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미 성장한 후에도, 문득 그 기억이 떠돌랐을 때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절대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 깨진 퍼즐의 파편으로 어딘가에 박혀있고, 우리는 그것을 때때로 마주하고 아직 아물지 않은 아주 미세한 상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될 테니까.

 

  아픔을 가진 세 아이들이 발견해 낸 낙원과도 같은 장소는 허물어진 벽을, 상처로부터의 도망을, 그저 사람다운 온기를,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이들이 선택한 그 하나하나는 어찌되었든, 멈춰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세상으로의 외침이었다. 죽음마저도.

  벽 안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지 못해, 언제고 터져버릴지 모를 화를 삭히고 있는 윤오도,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나원이도, 아픔을 아프다고 외치지 못하는 효은이도- '이상한' 아이들이 아니라'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이, 내가, 우리가, 깨달으면 좋을텐데.

 

  작가는 힘껏 감정을 누르고 썼을텐데, 정작 나는 감정 과잉이 되어서 이 글을 제대로 써내려가질 못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어쩜 이리도 정리가 되질 않는건지. 아니, 오데뜨의 말처럼 평온을 가장하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 카오스가 나을 것이다. 그래야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

  작가가 이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가쁜 숨을 누르고 누르며 얼마나 아파했을까,를 생각했다. 툭툭 던져내는 문장들이 깨진 조각들처럼 심장에 쿡쿡 박히는 기분이었다.(마음에 드는 부분을 타이핑하면서, 내 화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살짝 민망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제 7년 쯤 지난 지금, 그 때는 무어 그리 상처받을 일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사람에게서, 시에게서, 가족에게서, 일상에게서, 끊임없이 다치고 아파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였기 때문에 그렇게 아파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픔을 봉인하지 않고 그 아픔으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더라면.

  그래서, 그 때 함께 아파했던 '우리'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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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8-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도 이런 아지트가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