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이라고는 없는, 로마네스크 장식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교회 뒷켠의 공원에서, 혼자 어찌나 낄낄대며 읽었던지.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닷 바람이 시원한 어느 전망대에서도, 식사를 기다리는 레스토랑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참 많이 위로가 되어주었던 책이다.

뜻하지 않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 때처럼 걷고, 뛰려면 앞으로 몇 달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내가 해오던 유일한 운동은 달리기,였고- 작가처럼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지만- 읽는 동안 진심으로, 충실한 마음이 들었었다.

발목이 다 나으면, 이제 정말, 다시 운동장을 뛰어야지.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 37쪽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그날의 날씨를 최대한 즐기는,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은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한 것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리고, 쉽게 상처받고, 금방 지치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원래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다. -42쪽

 

 

그 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160쪽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 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161쪽

 

 

나는 한 번도 트레드밀을 밟은 적이 없다. 내게 달리기는 언제나 이해와 경험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트레드밀을 이해하거나 경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더구나 이렇게 낯선 고장까지 와서 말이다. -273쪽

 

때로 내게는 전혀 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핑계를 대라면 수많은 핑계를 댈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하지만 나는 설사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런 핑계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다만 달리고 싶지 ㅇ낳은 것이다. 내 몸이 달리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왜냐하면 내가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나는 가끔씩 그렇게 흔들린다. 흔들리면 나는 그 흔들림을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거기까지도 나는 달리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275-276쪽

 

 

심장이 뛰는 한, 삶에서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293쪽

 

 

 

여행 시작, 비행기에서 읽기 시작해, 파리 입성 전날 마지막 장을 닫았다.

이번 내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또,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삶을, 생명을,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도에서 내가 땅을 밟고 서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사막을 가고 싶어했던 나를, 떠올린다.

 

이 년 전에도 나는 이 곳을 통과했다. 내가 지각할 수 있는 모든 것... 그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이 년 전과 똑같았다. 나는 조금씩 이 년 전 나 자신으로 유착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때, 풍경은 내가 소유한 시간과 씩씩한 진보를 파괴하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이 년 전과 똑같은 존재여서는 안 된다고...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굴욕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기차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내 과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 87쪽

 

 

 

에세이북 형식의 가이드북,이라고 해야할까. 이 책 만으로 파리를 여행할 수 있던 건 내 파리 방문이 네 번째였고, 내가 파리에서 좋아하는 곳이 명확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책이지만, 작가의 감성을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그냥, 넘길 것. 심각하게 읽을 책은 아니니까.

작가가 생각하는 파리의 '낭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에세이집이라는 걸 염두해 둘 것.

계획을 세울 때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디종과 리옹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읽고 리옹으로 결정했었다. 프로방스와 코트 다쥐르 지방에 대한 정보와 감상이 충실하다.


 

 

 

 

 

프로방스 지방 여행을 계획하면서 구입한 책. 한 번 읽기에는 괜찮았으나, 활자가 너무 작고(이전에 '일본의 작은 마을'도 편집의 이유로 짜증을 냈었는데, 출판사가 달라 안심했더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의 감성이 나와 맞닿는 지점이 별로 없었다. 에세이집이라기엔 매력적이지 않은 문장이었고, 가이드북이라기엔 담고 있는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결국, 여행지에 복사물 한 장 가져가지 않았다.

 

 

 

 

파리에 있는 상점 및 레스토랑 총 망라; 관심 있는 가게들 정보만 얻어도 충분했다. 앞으로도 요긴하게 사용할 듯. 물론, 책 전권을 들고 다니진 않겠지만.

 

 

 

 

 

 

 

생각보다 길냥이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책.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클로즈업 홍콩이 꽤 괜찮았어서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다. 챕터가 깔끔하게 나눠져 있어 짧은 여행에서 루트 짜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교토 버스 노선과 오사카 지하철 노선. 따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두꺼운 코팅지여서 쉽게 상하지 않아 진심으로 유용했다.

 

 

 

 

 

 

출판된지 꽤 오래된 책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먹을 거리 리스트 작성에 꽤 도움을 받았다.

다만, 지도가 부정확한 편이니 꼭 현지 지도나 다른 가이드북의 도움을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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