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내 생각을 감추고 그저 이렇게만 대답했다. "그래요, 아빠, 좋은 생각이에요." 대개의 경우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가장 편했다. -10-11쪽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고, 대체 무슨 생각들로 이러는 거냐고, 나는 앞으로 어쩌라고, 내 생각들은 하지도 않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나 자신을 절반으로 쪼개 두 사람을 돌보느라 정작 나를 위한 내 몫은 남아 있지도 않다고.-13쪽
여덟 달 전 일이 생각났다. 그날도 마츠가 아빠를 밀어내고 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리는 바람에 아빠와 나는 밤을 꼴딱 새워야 했었다. 그 모든 사건들이 아득히 먼 옜날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 식구 이야기가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져 불쌍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다른 아이, 다른 아빠, 다른 동생 이야기 같았다. -45쪽
엄마는 내가 기분 나빠 하는 것을,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쀼루퉁'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내가 한결같이 즐거워하기만을 바랐다. 나는 엄마의 기대가 지긋지긋하다는 것을, 더 이상 가족이란 멍에에 속박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엄마에게 설명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82-83쪽
"......이런 식으로 떠내려 올 때부터 난 그게 빙빙 돌 줄 알았어. 형도 소용돌이를 봤어야 하는데! 잠깐이긴 했지만 난 나무 때문에 다리가 정말 무너지는 줄 알었어! 나무는 지금 여행을 하고 있어. 물 위를 떠내려가는 한은 살아 있다고 봐야지." -108쪽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츠는 그 좁은 데서 나와 나란히 달리겠다고 부득부득 고집을 부렸다. 그러면서 나더러 자기 목덜미에 손을 얹으라고 했다. 마츠는 그런 떼를 종종 썼다. 내가 손을 얹지 않으면 자기는 길을 잃을 거라 했지만, 그게 꼭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곳 지리야 나보다 마츠가 더 훤했으니까. 마츠의 목덜미에 손을 얹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것이 내 일이 아니라 아빠의 일이라고 느꼈다.-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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