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 낭기열라 / 2008년 5월
품절


"틀림없이 넌 결혼할 거야, 결혼을 안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니까. 결혼을 안 하면 가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아니까." 권리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나는 몰랐지만, 마리아 엄마는 만일 결혼을 안 한다면 그건 카를라 언니가 아니라 상처를 많이 받지 않은 내가 결혼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25쪽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몇 가지 특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함을 뜻한다. 하나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말하는 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이고, 또 하나는 결혼할 권리다. 세계인권선언에서는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성년이 된 남자와 여자는 결혼할 권리를 갖는다고.

누군가 말한다. 실제로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사는 것은 어떤 권리를 얻지 못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몇몇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에 만들어졌으니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37쪽

토니는 우선 그런 이야기는 어릴수록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사회 환경에 지나치게 제약받기 전이라서 더 자연스럽게 여길 거라고. 그렇게 간단한 것을 몰랐을까? 게다가 토니는 아이들은 보통 훌륭한 공범이 되어주고, 비밀을 지킬 줄 알며, 책임감도 있다고 말했다.-1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 낭기열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삼아 대화를 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떠올려보면, 나는 내 지인들 중 아주 소수의 사람들과만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내가 더 개방적이어서도 아니고, 그네들이 더 폐쇄적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분위기와 타이밍을 만들기 어려운 지금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합의법을 발의하였지만 금지법 또한 발의되었고, 그것이 통과되었다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논쟁 자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트랜스젠더의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주는 일조차도 얼마나 시끄러웠는가. 그네가 결혼을 한다고 할 때도 시끄러웠고, 입양 이야기가 나오자 또 시끄러워졌더랬다.

  작가가 자란 시대는 아마, 동성애는 병이고, 동성애자들이 이룬 가정은 불행하다고 믿고 있는 사회였을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 여기는 그때 그 곳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래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 창작물에서 '동성애'를 다룬 것이 내가 읽은 것만해도 벌써 장편 하나, 단편 하나이다. 이경화님의 '나'가 성 정체성에 고민하는 청소년 이야기를 다뤘다면, 창비에서 내놓은 단편집 '라일락 피면'에 수록되어 있는 오진원님의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에서는 게이인 아버지와 그의 애인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에서 그려진 '가족'과 '사랑'과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소년기에 열린 시야를 갖는다는 것, 열린 마음을 배운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동성애자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입양하고,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우리는, 이 이야기가 '거의 행복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읽는다. 내용도 시간을 역행한다. 가장 기다리던 두 엄마의 결혼식부터, 두 엄마가 서로 만나서 남은 평생을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까지. 추보식 구성이 익숙한 사람은 거꾸로 읽어도 좋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으니- 읽는 순서와 방법에 너무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좋다. 그만큼 내용도, 문장도, 구성도 빡빡하지 않고 촘촘하지 않으니 느긋하게 마음을 열고 읽자.
  그리고, 일기장처럼 펼쳐진 어느 날, 어느 순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저, 이 가족의 행복하고 따뜻한 기운을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장바구니담기


하루 종일 구덩이를 판 스탠리에게는 제로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칠 만한 힘이 없었다. 스탠리는 다른 일을 위해 힘을 아껴야 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스탠리는 근육과 손만 딱딱해진 게 아니었다. 심장 역시 딱딱해졌다.-118쪽

스탠리의 수학 선생님인 벨 선생님은 스탠리의 체중이 몇 프로나 빠졌는지 궁금하겠지만, 여러분은 스탠리의 성격과 자신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가 더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은 미묘하고 측정하기가 어렵다.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323쪽

만약에, 만약에.... / 달은 아무 대답이 없네. / 해와 사라진 모든 것을 그저 말없이 되비출 뿐.
지친 내 늑대야, 힘을 내렴. / 용감하게 돌아서렴. / 높이 날거라, 내 아기 새, / 나의 천사, 나만의 천사.-327-32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5월 국제도서전 당시, 으레 당연히 들르던 창비에서 에디터가 '추천'을 연발하였던 작품. 뭐, 그럼에도 그때는 다른 책을 선택하였더랬는데, 올 여름, 정기구독하고 있는 창비어린이의 구독 기간을 연장하면서 선물로 받았고, 그리고 8월이 다 가버린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었다. 
  결론은- 그 때 그 추천 안 받아들여서 미안해요,랄까. 어우- 간만에 해피엔딩인 소설 읽으면서 코끝이 찌잉-했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미묘하게 맞물리면서, 지금 일어나는 이 일의 이유를 과거의 사건이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리멸렬한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그저 사건을 툭 던져놓고 독자들 입에서 탄성이 나오도록 한다. 그만큼 이 사건들은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사건은 치밀하고, 문체는 건조하지만 가독성도 최고, 흡입력도 최고인 수작이다.

  요즘 계속 번역물만 읽고 있는데, 장르가 장르다보니 듣보잡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좀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교열 엉망이라 읽으면서 비명 지르는 일이 비일비재인데, 이 책, 그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줘도 좋을 듯하다. 게다가, 해설에서 보자니 작가의 문체가 '건조하지만 유머러스한'이라고 하던데-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그 두 가지만 놓고 본다면, 번역자가 작가 문체를 고스란히 살렸다고 말해도 모자라지 않다. 짧고 툭툭 내뱉는듯한 이 건조한 문체에서 터지는 웃음을 잇새에 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는 주인공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최악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동정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운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아무짝에도-쓸모없고-지저분하고-냄새-풀풀-나는-돼지도둑-고조할아버지 때문'이라고 툴툴대는 주인공에게 오히려 피식대도록 만든다. 이 힘이 5대를 내려오던 '저주'를 끝내도록 만드는 힘이 아닐까.

  소년원에서 부당한 노동을 하면서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최악의 상황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괴로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결국 '행동력'이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하는 문제이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인권'의 문제는 비단 '소년원의 문제아'뿐 아니라, 인종에 대해서도, 권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라니, 그것만으로도 마땅히 '추천' 받을만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문에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내 사랑 하멜른이 배경이라니 사야지,하다 잊어버리고 국제도서전에 가서야 구입했는데-(덕분에 엽서도 받았지만;) 읽은 건 8월이라니 좀, 안습이다. 그래도, 하멜른 가기 전에 반드시 다 읽고 가리라, 마음 먹었던 건 실행하였으니 다행이랄까.

  '15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뤼네부르크 사본에 처음 등장한다. 그 내용은 "서기 1284년 6월 26일, 세례 요한과 사도 바울의 축일인 이 날, 다색 옷을 입은 한 피리 연주자가 하멜른에서 태어난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쾨펜 지역의 칼바리로 떠났다"는 것이다. ...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뼈대가 만들어지고 살이 붙으면서 이 사건은 전설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19세기 초반에 마침내 그림 형제에 의해 구체적인 윤곽이 만들어진다.' 

  해설에 있는 이 내용을 읽고, 이 책 리뷰를 쓰기 전에 원본이나 다시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그림형제 동화전집을 꺼내들었는데- 좌절해버렸다. 그림형제가 출판한 '동화전집'에 수록된 210편의 이야기 중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없다. '독일 신화'에서 찾아야 하는 건지 대체 어디에 수록이 되어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여러 문헌과 정황상, 그림 형제가 수집하여 정리해놓은 건 사실인 것 같으므로 그냥 '그림 동화'에 포함시켜 버릴란다;

  줄거리는 사실, 민담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큰 뼈대는 다르지 않다. '다색 옷을 입은 피리 연주자'가 하멜른에 와서 취를 퇴치하고 그 후의 상황까지의 이야기인데, 그 피리 연주자가 왜 피리 연주자가 되었는지가 1장에 나오고, 그 후부터는 1284년 8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의 사건이 치밀하고 촘촘하게 서술되고 있다. 피리 연주자가 왜 하멜른에 오게 되었는지, 하멜른 사람들이 피리 연주자를 왜 배신하였는지, 어째서 저주를 내리게 되었는지, 배후에는 누가 있었는지- 끝까지 읽어내야만 아아-하는 탄성을 쏟아낼 수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픽션,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우리나라로 치면 '퓨전 사극'쯤 되는 걸까-) 추리소설, 내지는 마법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꽤 재미있었다.(오타는 그냥 좀 눈 감아주기로 했다. 한 두 개도 아니고 이건 뭐..;)
  '피리를 분다'는 행위로 동물을 조종할 수도 있고, 상대의 독을 내 몸으로 옮겨올 수도 있고,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다. 사람의 감정을 조종할 수도 있고(이건 음악이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행동 역시 조종할 수가 있다. 이런 중세 특유의 마법과도 같은 부분에서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떠올린 건 조금 억지일까. (물론, 유리알 연주가 어떤 마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서 '유리알 유희' 자체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마법과도 같았으니 뭐, 나에게만 그렇다고 치자.)
  요하네스가 입은 다색 의상의 색, 빨강과 노랑은 각각 '정의'와 '자비'를 의미한다. 얼핏 보면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신념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요하네스는 목숨을 걸어가며 피리를 분다.(그림 동화 중 '충신 요하네스'의 이름과 같은 건 그냥 우연일까-)
  이 소설 이면의 이야기는 아마, 요하네스, 클라라, 안셀름 모두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이 싸움을 시작하고 또 키우게 된 것일 게다. 농노이면서 무력하지만 인정하려들지 않아 가족을 고생시킨 아버지, 시장이면서 무력하여 시의회에게 속고 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아버지, 농노에게 자신의 아들을 낳았지만 인정하지 않았으며 폭압으로 농노를 괴롭히고 있는 아버지. 이들을 용서하기 위해 혹은 벗어나기 위해 세 아이들은 피리를 불고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이다.

  이야기는, 해피엔드일까. 쥐떼로부터 하멜른을 구했고, 요하네스는 스승악사가 되었고, 사랑도 일도 탄탄대로일테지만, 아이들은 사라졌다. 법 앞에 심판 받아야 할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도망쳤다. 해피엔드일까. 

  두께나 크기에 비해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좀 저어되지만,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는 어두침침한 삽화도 마음에 들었고, 내용도 썩 불편하지 않았다.

덧, 별 세 개 반을 주고 싶은데, 알라딘은 반 개는 정할 수 없다. 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