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의 인간들은 구원을 위해 신을 믿었다.   현대인들은 자본에 목숨을 걸고.  과연 미래의 인간들은 어떨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가진, 건방지고 냉정한 10대 소녀는 어떻게 할까?  정답은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구하고 싶은 것들을 구원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리고 A.I 이든.

이 책은 구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때는 2026년, 전주에서 시작된 배터리를 기점으로, 한국 곳곳에 초능력자들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초능력이 쎄지면서 영웅놀이를 하고 싶어하지만, 글쎄, 그 정도의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조종하는 정신감응능력자, 육체를 조종하는 염동력자, 그리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들... 혹은 이 모두를 합친 복합 능력자들. 이들은 LK 라는 거대기업에 들어가 다음 세대를 이끌 엘리트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미 교사들의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10대들이 통제와 억압을 받아가면서 틀에 갇힌 채 교육을 받고 싶을까?  이들은 나름대로 리더를 정하여 팩을 구성한다.  그리고는 능력을 더욱 더 고취시키기위한 만행을 서슴치 않으며 팩끼리의 전투도 불사한다.  대표적인 예가 오스만 팩이다.  그들은 한담 로보틱스라는 곳에서 발명한 소위 [ 에너지 벌레 ] - 이 벌레를 삼키면 능력이 최대한 발휘됨 - 를 훔쳐가면서 다른 팩들과의 전투와 승리에 집착한다.

그런 여러 팩들 중에서 민트 팩을 이끌었던 닉네임 민트, 류수현은 현재  LK 기업이 소유한 연구소에서 불타버린 시체로 남았다.  그녀를 살해한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인력 관리국의 직원들인 한상우와 최유경이 동원되고 그들은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살인자를 추적한다. 

이 책은 한상우와 최유경이 민트의 살인범을 추적하는 현재와 민트가 팩들을 구성하기 위해서 최고의 초능력자들을 모으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녀는 능력을 높이려는 생각 밖에 없는 다른 팩들과는 달리 " 뚜렷한 목표 " 를 가지고 팩을 모은다.  그녀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최고의 초능력자를 모으는 이유는 뭘까?

인류에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듯한 이 책. [ 민트의 세계 ] 는 LK 라는 거대 기업의 음모에 맞서는 민트 갱의 활약을 그린다.  익숙치 않은 여러 개념들 - 정신 감응 능력 이나 염동력 등등 - 때문에 가독성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몇몇 영화나 영드의 내용과 겹쳐지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 인간들은 인공 지능을 위한 배터리로 사용된다.  이 책에서도 몇몇 인간들은 배터리로 사용되면서 착취당한다.   얼터드 카본이라는 영국 드라마에서는, 부유한 인간들이 자신의 의식을 건강한 육체에 주입하면서 영원히 살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죽은 누군가의 의식, 즉, 유령이 다른 이들의 의식에 복제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또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이 가능해질지도.


마치 RPG ( Role Playing Game ) 을 틀어놓은 듯한 이 소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읽을 수록 이 듀나라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글솜씨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임을 좋아하거나 Sci-fi 영화 혹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운명을 듣고 절망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럼 듣고 절망하되 다시 일어서라 " 라고 말하는 듯 한 이 책.  점선의 영역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들은 운명에 휘둘리는 존재였다.  불사신으로 묘사되는 신들은 신전에 모여 인간들에게 신탁을 내리고, 무력한 인간은 불길한 운명을 애써 부정하며 피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신탁이 내린 운명의 저주에 붙들린다.

이 책의 주인공도 신이 내린 불길한 신탁에 맞닥뜨린다.  그의 할아버지는 신이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불리는  신.  살아계실 때 그는 몇 번이고 가족들에게 불길한 신탁들을 내렸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몸서리쳐지는 운명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을 만날 것이다.  소중한 걸 잃어버릴 것이야.  용기를 잃지 말아. 도망치면 안돼 "

정신줄을 살짝 놓은 할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내린 신탁.  지금까지 할아버지의 예언이 틀린 적이 없었기에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점선의 영역이라는 이 책에서, 저자 최민우는 그리스 신화 코드를 차용하여 책 속에 살짝  심어놓는다.   오이디푸스가 그랬던 것처럼, 일찌기 신탁으로 정해진 절망적인 운명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주인공.  의연한 듯 대처하지만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예언을 잊고 살던 주인공은 여자친구인 서진의 그림자 분실사건을 계기로 그것을 떠올린다.  서진은 모멸적인 취업활동 이후 자신의 그림자를 분실하고 만다.  

그림자는 도시 곳곳을 떠돌며, 자신이 가진 파괴적인 힘으로 정전사태를 일으킨다.  서진의 분신이기도 한 그림자는, 그녀의 분노와 증오의 에너지를 품은 채 자신을 절망으로 이끄는 도시를 파괴하고자 하고,  어둠의 에너지를 없애버린 서진은 점점 빛처럼 투명해지는데....

저자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살면서 느끼는 혼란스러움  (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부당함? 교과서와 일치하지 않는 사회?  매우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 ) 과 삼포세대로써 느끼는 절망감 등을 판타지적 요소를 이용하여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도시의 정전사태와 지하철 경로이탈 사태와 같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할 것 같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사고와 상황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주인공 젊은이가 살면서 느끼는 불안함을 나타내는 듯 하다..

주인공은 이미 신탁을 받아 운명이 정해진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는 마치 벼랑 끝에 놓인 것처럼 팍팍한 삶속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만다.  ( 현실을 나타내는 빛과 그림자 중에서 그림자를 놓아버림 )  그러나 저자가 결국 말한다.  우리의 삶은 선이 아니라고.  정해져 있는 운명 같은 것은 없다고...   비록 힘겨워도 운명이라는 점을 찍어나갈 수 있고 방향 설정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 새옹지마 ] 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 점선의 영역.   엄청 재미있는 동시에 많은 토론 거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미국 주류 사회에 뿌리내린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은 생각보다 꽤 깊고 넓을 수가 있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특히 백인과 흑인의 관계는, 과거 노예와 주인이었던 조상들의 관계가 그들의 무의식에 남아서인지,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라는 역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책 속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이 글의 여주인공 스타는 백인 학교인 윌리엄슨 고등학교에서 몇 안되는 흑인 소녀이다.  그녀는 마약과 폭력이 넘쳐나는 흑인 공동체에 휩쓸리지 않도록 부모님이 특별히 보내주신 백인 위주의 학교에 다니면서 흑인으로써의 정체성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타는 그녀와 파티에서 함께 돌아오던  동네 친구 칼릴이 백인 경찰에 의해서 사살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멍청한 한 백인 경찰이 칼릴이 가지고 있던 검은 머리빗을 권총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  참... 흑인에 대한 분별력없는 두려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그 이후로 스타는 아무런 죄가 없는 친구가 죽어야만 했던 상황에 슬퍼하고 분노한다. 

슬픔에 젖어있는 스타에게 드러나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은, 무감각하게 그리고 다소 폭력적인 모습으로,  헤일리라는 백인 친구의 입을 통해서 묘사된다.  ( 백인 주류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인가? )

"
어차피 죽을 아이였잖아 "

마약을 팔았거나, 갱단에 속했다는 소문이 돈다는 이유만으로,  바퀴벌레 한 마리 죽은 것 마냥 가볍게 여기는 그녀의 모습에 스타는 결국 헤일리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고, 동시에 자신이 칼릴의 죽음과 관련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세상의 눈이 두려웠지만 그녀는 결국 결심한다.  그날 있었던 진실을 말하기로.

각종 인터뷰와 법정에서 증인을 선 스타와 스타를 도운 변호사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백인 경찰은 살인혐의에 대해서 무죄선고를 받고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시위를 벌이는데........

THUG Life.  THUG를 번역하면 폭력배이니까, 마약을 취급하거나 폭력을 쓰는 사람들. 혹은 책에 따르면,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입고 주변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가리키는 말이다.  웬지 흑인 공동체가 생각나는 단어.  그런데 이것을 풀어서 설명하면, The Hate U Give, 즉, 이 책의 제목인 당신이 남긴 증오가 된다.

" 당신이 어린 아이들에게 준 분노가 모두를 망친다 ." 

스타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미국 사회가 흑인 공동체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 사실,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마약을 팔아야 하고 그것은 곧바로 흑인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 사회가 증오를 주는 한 모두가 계속 그걸 받아치려고 하지 않을까요?"

" 스타, 말을 가려서 하렴.  하지만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는 바뀌기 전까지는 그런 행동을 멈추지 않을거야.  그게 핵심이지. 그러니 바뀌어야 해."

한 사회에서 자유를 억압받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특정 집단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상황을 16세 흑인 소녀의 섬세한 감성을 통해서 잘 담아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 죽음 " 을 맞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스타,  그녀는 흑인 문화에 대해 무지하거나 편견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백인 주류 사회가 소수 인종에게 가질 수 있는 "혐오" 와 "차별"에 서서히 눈뜨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엄연히 잘못된 일이고 바꿔나가야 할 악습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운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는 하나, " 증오를 일으키는 사회를 바꾸자 " 라는 것이며 이것은  생전에  사람들에게 그런 메세지를 전달하려 했던 비운의 천재래퍼 투팍의 묘비명을 통해 잘 드러난다.

"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생각에 불을 붙일 수는 있다고 장담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여성의 위치는 어디에 와 있을까?  최근, 페미니즘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입을 다물고 있기를, 그리고 희생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리고 사회, 정확히는 주류 집단인 남성이 그리는 여성의 모습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리디 여린 여인 이미지일 때가 많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현재도 이럴진데, 과거에는 어땠을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억압은 지금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그러한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우뚝선 여성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걸크러쉬에 나오는 " 쎈 언니야들 " 이다.  웬지 모 연예인의 " 쑥 크러쉬 "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여성들은,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본인의 지혜와 정신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이 책을 쓴 혹은 그린, 페넬로프 바지외라는 저자는 다소 낯설다그녀는 누구일까?  1982년 파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1년 수학 후,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그 후 2007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중 자신의 블로그에 일상을 담은 웹툰을 연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웹툰은 프랑스 르몽드지의 블로그 실렸던 것인데 이번에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역사 속의 용감한 여성의 활약상은, 저자의 아름다운 웹툰으로 그려지며 생명력이 생겼다그녀의 그림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트와 해학이 넘친다원래 있던 이야기에 그녀 자신만의 유머러스하고도 생기넘치는 색깔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여인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자유롭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그리고 부당한 일에 당당히 맞섰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마거릿 해밀턴이라는 여배우의 이야기였다.   이 배우가 내가 예전에 봣던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한 서쪽 마녀라니....... 그녀는 천편 일률 적인 아름다운 여배우들 가운데서 자신의 개성적인 외모를 100% 활용하여, 아주 영리하게도 이런 개성이 넘치는 역할들을 맡아 할리우드 캐스팅 1순위가 되었다.

 


    
그녀 외에도, 무민 시리즈를 창조하고 그 당시만해도 편견이 있었던 동성과의 동거생활을 행복하게 누렸던 토베 얀손과 여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던 고대 아테네의 여자들에게 신뢰할만한 여성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한 아그노디스도 인상 깊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제일 인상 깊었던 사람은 사실. 무측천 황제였다.  난 이전까지만 해도 무측천 황제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린 희대의 악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웹툰에 나와 있는 그녀는, 전혀 달랐다.  물론 피를 좀 보긴 봤지만, 무력하고 부패한 관리들을 정리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 노력함과 동시에 농민을 위한 세금을 감면하는 등 여러 면에서 존경받을 만한 여인이었다.  남성들의 역사서에 단지 희대의 악녀의 모습만 그려졌을뿐.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아주 단순하게, 소장 가치가 있는 책과 아닌 책으로 나눈다면, 이 책은 100% 아니 200%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에, 작가의 독특한 유머가 담긴 스토리 라인, 그리고 각 에피소드와 관련있는 예쁜 엽서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몇번이나 읽게 되고 지인에게 추천하게 되는 책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이 가을에 까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읽어볼 만한 아름다운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 푸른숲 어린이 문학 22
백혜영 지음, 신민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그림이 귀엽지만 어딘가 마음 속 한구석이 뜨끈해지면서 눈가를 촉촉해지게 만드는 책을 읽었다.   일제 강점기 속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특히 일본인의 감시에 의해서 우리말을 한동안 빼앗겼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가까운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은 알차고 재미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한솔이다.  그는 아직 초등학교 ( 그 당시에는 소학교 ) 에 다니는 어린이지만,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지극한 착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다.  정의감이 강하나 다소 까칠한 성격의 한솔이는 살림을 어머니에게만 맡겨놓고 밖으로 나도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책만 싸들고 다니며 도대체 뭐하는 건지....

한솔이에 반해, 한솔이의 절친인 민식이는 성격이 둥글둥글한 편이다. 서로 반대 성격이라 잘 붙어다니는 두 친구들.  그런데 학교에는 눈엣가시가 있었으니, 그 녀석 이름은 강정태.  한솔이나 민식이가  우리말을 쓰는 것을 일본인 선생님에게 일러바쳐서 벌을 받게 만드는 얄미운 녀석이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친구인 수현이라는 형이 이상한 제안을 한다.  바로 우리말을 모으자는 것.  왜 그래야 할까?  어리둥절한 한솔이와 민식이에게 그는 우리말을 모아서 사전을 만들거라면서 이런 말을 건넨다.

그건 말에 곧 그 민족의 얼이 담겨 있기 때문이야. 우리말에는 곧 우리 조선인의 얼이 담겨 있어. 일본이 우리말을 못 쓰게 하는 것도 우리 조선인을 뼛속까지 자기네 신민으로만들기 위해서야.. 그래서 주시경 선생님도 ‘ 나라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이 망한다 고 일찍부터 걱정하셨던 거지."

말을 잃어버린 민족은 국가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현재 한글 대신, 일본어를 쓰고 살았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현실 속에서 식민지 국가의 국민으로 차별받으며 살지 않았을까?  현재 일본에서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에 시달리는 교포들처럼 말이다.  

여하튼 책 속으로 다시 가자면,   눈엣가시였던 강정태도,  순사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조선인을 탄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러워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에 나선다.  그들이 모으는 우리말들 중엔, 이제는 많이 잃어버리고 쓰지 않는 예쁜 우리말들이 등장했다.
    
* 앵돌아지다 : 성이나서 토라지다
* 앙감질 : 한 발을 들고 다른 한발로 뛰는 것
* 소드락질 : 남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뺏는 것
* 살붙이 : 엄마, 아버지와 아들, 딸처럼 피로 맺어진 사람

그런데, 사전을 만들기 위해서 펼쳤던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이 일본인들에게 발각이 되면서, 그와 동시에 한솔이의 아버지가 순사에 의해 끌려간다... 제발 나쁜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은  일본에 의해서 반 벙어리처럼 지내야 했던 우리 민족들의 슬픈 사연을 들려준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말에는 민족의 얼이 담겨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말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관심을 갖고 보호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이들에게 우리말의 소중함에 대해서 일깨워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봐도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