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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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도시공간에서 살고 있는가?

공간을 통해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세계의 행복한 도시공간과 그것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이야기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특정 나라와 도시에 가게 되면 건축물을 유심히 보게 된다. 몇 년 전 1주일 밖에 머물지 않았었던 이탈리아 여행이 너무 좋았던 이유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닌 건축물이 유달리 많았었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웅장하면서도 예스러움을 간직한 성당이 눈에 띄었고 예쁜 야외 카페에서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책 [공간 읽어주는 여자]를 쓴 저자 이다교씨는 공간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더 각 나라의 건축물과 공간의 디자인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도시,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공간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인 [공간 읽어주는 여자]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젊은 시절, 저자는 서울이라는, 전쟁통 같은 도시를 뒤로하고 무작정 세계 여행에 뛰어든다. 그녀는 각 나라의 도시를 넘나들면서 도시 공간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가끔은 평범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공간 디자이너라는 전문가가 가진 날카로운 눈으로 여행 내내 그녀가 바라본 도시와 건축 그리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 3년이나 이어진 긴 시간의 여행 동안 그녀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방문한다. 유럽의 유명한 도시 - 런던,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 에서부터 인도의 도시 - 뉴델리, 올드델리...- 와 뉴욕까지, 15개국 45개의 도시를 넘나들며 체험한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는 그녀.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단연코 유명한 건축물에 대한 언급이다. 다양한 건축물 중에서도 나는 런던의 미술관 "테이트 모던"에 대한 언급이 눈에 들어왔다. 런던에 있는 "테이트 모던" 은 공간 업사이클링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20년간 도시에 버려져 방치되어 있던 뱅크 사이드 화력 발전소가 멋진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되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유와 휴식을 주고, 여행자들에게는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한다. 기존의 지루한 박물관과는 다르게 경쾌하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하니, 혹시나 런던을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에서 경험한 내용도 눈에 들어왔다. 특히 유대인 학살이라는, 슬프고도 끔찍한 과거와 연계하여 들려주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일본과는 다르게 독일은 과거에 조상이 저지른 만행에 여전히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 중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테마로 한 건축물이 이 책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 관처럼 생긴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상자 2711개가 다양한 크기로 놓여 있는 유대인 추모 공원, 날카로운 선을 주로 보여주는 해체주의 외관이 뚜렷한 유대인 박물관 등은 유대인이 가진 상처를 표현하고 위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과거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과 참회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베를린 건축물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머물렀다는 파리에 대한 감상도 인상적이었다. 파리의 한 건축사 사무소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반년 동안 파리에 머물게 되는 저자.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유로운 도시의 분위기나 개인주의적인 파리지앵들의 삶에 대한 태도 등을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주말에는 반드시 문을 닫는 상점들이나 관공서에 내야 할 서류를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는데 걸리는 오랜 시간, 건배할 때는 반드시 상대편의 눈을 맞춰야 한다던가 잔디에 앉을 땐 강아지의 배설물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등등의 소소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차갑고 도도하고 쌀쌀맞다고 알려진 파리지앵들이 알고 보면 인간적이고 정이 많다는 사실로 깨알같이 알려주는 저자.

" 평생의 시간을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간다. 도시는, 공간은, 건축은 그리고 그 안에서 행해지는 우리의 삶은 모든 것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름다운 도시와 공간이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 또한 우리가 행복할 때 도시와 공간이 아름다워진다 "

층고가 높은 집에 사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으며 살고 있다. 예전에는 건축물과 공간의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는데, 아름다운 구조물로 유명한 나라와 도시를 여행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날 비슷비슷하게 생긴 콘크리트 숲을 보고 우울하다는 느낌마저 받게 되었다. 이제는 건물을 지을 때 실용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영역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팍팍한 삶이라는 현실이지만 미적인 공간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러 나라와 도시들에 흩어져 있는 예술적 공간들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하게 해준 책 [공간 읽어주는 여자]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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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읽어주는여자 2023-04-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공간 읽어주는 여자>저자 이다교입니다. 소중한 서평 감사드립니다~~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