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백 억만장자 - 성공의 방식을 바꾼 파타고니아 창업자의 삶과 경영
데이비드 겔러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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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은 단순하게, 목적은 숭고하게"


나는 괴짜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괴짜이면서도 천재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나 그들이 일구어내는 성과들을 읽으면 재미도 있고 영감을 부여받기도 한다. 따라서 <더트백 억만장자>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제목만을 보고 “아, 이건 괴짜 이야기다”라는 것을 금방 캐치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이본 쉬나드의 독특한 이야기로 금방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원래 등반과 서핑에 미쳐살던 청년이었다. 직접 등반을 해보면서 느꼈던 장비의 문제점을 개선한 고품질의 등반 장비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최고의 장비였던 그의 제품은 당연히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말하자면 이 사람은 자유로운 자연인이었다가 사업가가 된 케이스이다. 첫 회사인 ‘쉬나드 이큅먼트’도 헛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본 쉬나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노스페이스 창립자인 더그 톰킨스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이들이 함께한 여러 모험 이야기는 한마디로 어드벤처 영화를 방불케한다. 남미를 여행하며 군인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험난한 자연 속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이런 모험을 함께 한 두 남자가 동의한 부분이 바로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 는 것. 쉬나드는 바위 틈새에 끼워 넣는 방식의 새로운 촉을 만든다.

이렇듯 책 <더트백 억만장자>는 돈이나 명예보다는 등반과 자연에 미쳐 지냈던 한 청년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을 일구어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자본주의와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할수록 쉬나드는 어쩔 수 없는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그는 실제로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에세이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만드는 옷 한 벌 한 벌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성공할수록 탄소 발자국이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 쉬나드는 끝없는 성장도, 시장 점유율을 더 차지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덜 파는 것을 원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행복의 기준을 바꾸고 소비를 줄이라고 역설한 기업 CEO라니 진짜 예상을 깨는 신선함이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좋은 면만 부각하지는 않는다. 쉬나드 가문은 환경과 직원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직원들이 주주가 되는 것은 금지했다. 전 재산을 신탁에 기부하여 수익이 환경 단체로 가게 만든 것은 감동적이지만 오랜 세월 회사를 함께 일궈온 직원들이 그 결실을 나누어 가질 기회는 철저하게 차단된 것이다.

쉬나드는 지구를 위하는 낭만주의자였지만, 동시에 직원들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완벽주의적 경영자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군 산악전 훈련 센터에 군용 의류를 납품했던 어두운 과거나 2020년에 있었던 노조 결성으로 인한 갈등 문제도 이 기업의 다소 불완전한 모습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본 쉬나드에게는 ‘무언가를 살 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서 평생토록 써야 한다"라는 확고한 장인 정신이 있다. 소비자들이 다 지갑을 닫은 불황기에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 책 <더트백 억만장자>는 한 CEO를 향한 찬양의 노래가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하고 다소 모순적이었던 어떤 기업의 시작과 경영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이다. 그 안에는 이본 쉬나드라는 자유롭고도 모순적인 인물이 있었다. 자본주의와 환경 보호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 하면서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나간 창업자의 이야기 <더트백 억만장자>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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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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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른 단어 하나가 내 호감도를 결정한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표현이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서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느낌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재료가 풍성해야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듯, 구사할 수 있는 단어가 많아야 표현의 폭도 넓어진다고. 이 책 <단어의 쓸모>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아무 말' 대신 좀 더 상황에 맞고 명확한 표현을 쓸 것을 권유한다. 말하자면 보통은 "짜증 난다"라는 말로 퉁치는 상황이 생각해 보면 좀 더 다양한 표현들 - 화가 난다, 지루하다, 힘들다 등등 -으로 바꿔쓸 수 있듯이.

이 책은 총 5단계에 걸쳐서 우리의 표현을 다듬을 수 있게 도와준다. 1단계는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들을 좀 더 단정하게 바꾸기 2단계는 관계 속에서 호감 가는 표현 쓰기 3단계는 직장에서 쓸만한 비즈니스 언어 4단계는 시사 어휘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우고 5단계는 좀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말과 글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프로 직장인 뿐만 아니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에게도, 또는 지금 쓰는 표현들보다는 좀 더 우아하고 고상한 표현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다고 느껴진 부분은 1단계였다. 제목은 <어려 보이는 말투, 다르게 쓸 순 없을까>인데, 나이가 먹을 대로 먹은 어른들이 쓸만한 표현이 아닌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어휘들이 제시된다. 예를 들어서 15쪽에는 '개존맛'이라는 표현이 제시된다. 나는 잘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어떤 음식을 먹고 아주 맛있다고 느낄 때 비명처럼 외치는 표현이 아닌가? 저자는 이 대신 각각의 맛에 따른 여러 고급스러운 표현을 제시한다. 국물 맛이 깊고 풍성할 때는 '국물 맛이 진진하다' 평소와 다른 깊은 풍미를 느꼈다면 '별맛' 그리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법한 진귀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면 '용미봉탕' 혹은 '일미'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서 식사를 할 때 이 다채로운 어휘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 아주 도움이 되겠다고 느껴진 부분은 3단계 <왜 그 사람과 말하면 유독 기분이 좋을까>였다. 사람과의 만남, 마음과 마음이 마주하는 자리에서 쓰면 호감도가 올라갈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이 제시된다. 예를 들어서 '예쁘다'는 말이 너무 흔해서 지겨울 때는 '해사하다'라는 말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표정이나 자태가 맑고 깨끗해 얼굴까지 환해 보인다는 뜻'이다. 어정쩡한 사이를 다정하게 표현하는 단어로 '풋낯'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는데 상당히 귀여운 표현이라는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서른'을 의미하는 '이립'이나 사망을 나타내는 다정한 표현도 의미 있었다.

이외에도 직장 생활 어휘와 시사 언어를 가르치는 부분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직장 안에서 흔히 쓰이는 어려운 표현을 모른다거나 시사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점수가 좀 깎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그동안 썼던 어휘들이 얼마나 빈약하고 천박했던가!를 느끼며 반성하게 되었다. 5단계 <내 말과 글에 무게를 더하는 법>을 좀 더 꼼꼼하게 읽으면서 나의 표현에 격조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우아하고 명료한 표현을 쓰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실용적인 책 <단어의 쓸모>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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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 텍스트T 21
김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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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를 읽었다. 처음에는 다소 코믹하고 귀여운 느낌이었던 책은 뒤로 갈수록 미스터리로 변한다. 그러더니 결말에서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나는 거의 오열하면서 독서를 끝냈다. 너무 재미있지만 동시에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였던 소설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



주인공 고등학생 동찬이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동찬이는 화재 사건으로 거의 폐가 수준이 된 영미 프라자 건물에 여학생 귀신이 있고 그녀를 반드시 승천시켜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게 된다. 귀신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만나면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적에 들어가는 동찬.



알고 보니 그 여학생 귀신의 이름은 진원이었고 계상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안타까운 화재 사건으로 당시에 영미프라자에 있었던 진원이도 그만 목숨을 잃게 된 것. 그때부터 그녀의 과거를 추적해 들어가는 동찬은 미용실에서 일하는 그녀의 언니 진경을 만나게 되지만 이미 언니는 귀신을 마주친 적이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녀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이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 드라마 <고스트 위스퍼러>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사연이 있어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귀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떠나보내는 젊은 여자 영매 이야기이다. 주인공 동찬이가 하게 된 일이 바로 이 일 아닌가? 그 어떤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진원이가 사랑했던 누군가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던 실타래가 풀려나는 상황에서 진원이의 과거가 때로는 안타깝게 그리고 때로는 매우 순수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외로웠지만 똑똑하고 자존심 강했던 진원, 부모님을 잃고 언니와 둘이 힘들게 살았지만 언제나 당당했던 진원 그리고 진정한 우정을 추구했던 진원이의 모습이 드러난다.


과연 동찬이는 미션에 성공해서 진원이를 성공적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인가?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퍼즐의 한 조각을 찾아낸 순간! 결말은 아주 절묘하기도 했으나 동시에 눈물바다를 일으키는 것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결국 보낼 수밖에 없는 동찬이의 마음도, 오랫동안 사랑하는 친구를 기다렸던 진원이의 애타는 마음도, 그리고 결국 만나게 된 이들의 진정한 우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결말이었다.



10대 시절이 그렇지 않은가? 우정에 의해서 쉽게 상처받고 또 반면에 쉽게 위로받는 그런 상황. 쉽게 흔들리고 불안해지고 그랬다가도 운이 좋으면 평생 가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는 그런 시절. 이 책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아름다운 안녕은 있어도,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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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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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를 읽는 동안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제목이 생각났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말.  

이처럼 마음속 불안과 수치심을 글과 그림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두 사람,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고 풍성하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라는 

두 예술가를 나란히 세워 놓고 그들의 삶과 작품을 차례로 보여주며 

마치 서로 거울을 보는 듯한 유사성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왜 이들이 ‘만나지 않은 쌍둥이’ 라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삶과 작품에는 ‘아버지의 그림자’와 ‘소속되지 못함’이라는 

공통적인 핵심 키워드가 있는 것 같았다. 평생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아버지라는 감옥에 갇혀 살았던 사람 카프카. 그리고 매독을 유산처럼 

남겼고 가족의 전 재산을 불태워버린 아버지, 그래서 마음속에 그의 무덤을 

만들어 살았던 에곤 실레.



몇몇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당시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사회가 정해놓은 어떤 정상 기준과

선을 훨씬 넘어버린 작품들. 카프카의 글과 에곤 실레의 

그림은 다소 뒤틀려있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평생 베란다에 갇혀버린 소년의 마음을 지닌 채

그 어디에서도 소속될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표현했던

카프카 그리고 죽음과 성적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유독 몸에 집착함으로써 외설 화가라 낙인찍혔던 에곤 실레.



책에는 카프카의 소설 몇 편이 실려있는데

<변신>이라는 작품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 그는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 

속에서도 현실에 적응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처음에 그의 변화에 충격과 경악을 느낀 가족들은 일단 

그를 여전히 구성원으로 인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를 역겹고 귀찮은 덩어리로 여기게 된다.



따라서 그의 비극은 단지 그가 벌레가 되었다는 데

있다기보다는 그의 가치가 오직 “돈을 벌 수 있음”으로 

매겨진 현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100년이 지난 현대인도 느끼는 

존재의 무가치, 그것이 카프카가 느낀 공포였을지도 모르겠다.



100년이 지난 후를 이야기해서 말인데, 책 뒷부분에는

저자 홍선기 작가의 미발표 단편 <청진>이 실려있다.

부제는 ‘100년 후, 반복되는 질문’이고 나는 이 이야기에서

2가지를 떠올렸다.



우선 주인공의 대학 친구 반 고흐. 그는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하여 소속감을 느낄만한 공동체를 찾아 내려왔으나

결국 남한도 그에게 비빌 언덕이 제대로 되어주지 못한

느낌이다.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나는 이 단편의 주인공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죄책감과 과거의 기억이랄까?

그의 시계는 10시 28분에 멈춰져 있고, 그의 차는 강원도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영원히 어떤 기억 속에 갇혀버린

뒤틀린 심리를 보여주는 듯.....



평생 애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이 있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그림자에, 에곤 실레는 상처 입은 육체에

그리고 <청진>의 인물은 죄책감이라는 기억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결국 100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의해 점령당한

영토인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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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도서관
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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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기 전에는 모른다.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나는 무엇을 보게 될지."

제목만 보고 작은 동네에 있는 따뜻한 도서관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장대한 서사가 펼쳐졌던 이야기 <우리 동네 도서관>

소위 액자식 구성이라 불리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책 속의 책이 아니라 책 속의 책 속의 책이다. 아주 독특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두 세계를 늘

드나드는 작가의 삶? 혹은 보이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세계를

좇느라 늘 힘겨운 작가의 일? 이 둘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이 책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미친 듯이 빠져드는 몰입감이 대단하다. 작가로서의 차인표 씨의 재발견

이랄까?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왔다.


주인공은 몇 권의 소설을 낸 작가인데 아마 본인을 그대로 투영한 듯.

그는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작고 조용한

도서관은 글을 쓰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사실 그는 밤새도록 다소 이상한 꿈을 꾼 상황이다. 아마도 용에 관한

꿈이었던 것 같다. 죽음을 택하기 위해서 산을 오르던 사람들은 용을 보고

마치 살았다는 듯 절을 하고 난리가 나는 꿈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의 글쓰기는 그다지 순조롭지 않다. 작가인 주인공을

알아보는 초라한 행색의 젊은 여자,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게임을

하는 중학생과 매우 어려워 보이는 철학 책을 들고 씨름하시는 노신사..

그의 정신은 자꾸만 산만해지는 상황... 마음이 산란해진 그는 결국

도서관에서의 글쓰기를 포기하고 마는데....


용에 대한 꿈을 꾸고, 환각 속 용과 대화를 하면서 작가는 매우

신비롭고 장대하고 아름다운 서사를 직조해나간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고 펼쳐지는 세상은 한편으로는 처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살리려는 그 애절한 마음, 하늘마저 감복할 마음으로 가득하다.


배경은 고구려. 길게 이어진 가뭄과 퍼져나가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백성들. 왕은 그저 애가 타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왕은 진대인을

통해 서역에 있다는, 비를 불러오는 용을 잡아올 것을 명령하게 되고

을탄 장군은 오직 살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포룡대를 이끌고

황량한 사막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그려내는 도서관 주위의 우리네 삶과

가뭄으로 인해서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던 고구려의 상황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번각이라는

묘실화가 이다.


그는 진대인으로부터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고 한 번도 자신이

보지 못했던 용을 자신의 묘실 안에 그려내라는 명령을 받은 참이다.

그리고 난 후 번각은 자신에게 제공된, 을탄 장군이 남긴 목판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마치 번각이 작가의 전생처럼 다가왔다. 진실이 아닌 것은

그려내기 싫은 화공의 마음. 그러나 권세 높은 이들의 위협은

매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결국 그는 용을 꾸며내야 하는 걸까?


다음 소설을 내놓으라는 독자의 아우성에 부담을 느끼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야 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용을 찾아떠나는 여정과 번각의 그림 이야기도

좋았지만 나는 작가가 자신의 상상 속 세계에 몰입을 하다가도

동시에 주위 이웃을 돌아본다는 설정도 상당히 좋았다.

어차피 우리는 현실의 삶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사는 존재들이니까...

작가가 결국 ‘출렁이’에게 든든한 임팔라 떼가 되어주었을지 궁금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대하고 아름다운

서사를 만나게 되었다. 과거 번각이 흘렸던 땀방울과 고통이 마치 작가

자신의 것으로 느껴진다.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우리 동네 도서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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