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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3월
평점 :
한 시대를 풍미한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인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었다. 이해하기 많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난해하다기 보다는 매우 수준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강하다. 그녀의 문장은 지적이고 선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과 문학을 매우 세심하게 관찰한다.
내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좋아해서인지 특히 그녀에 대한 에세이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가 기억에 남는다. 이 에세이에서는 제인 오스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제인 오스틴이 인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절제된 문장력을 가진 작가라는 점을 보여주는 글인데, 읽다보니 마치 그녀의 작품들을 다시 읽는 느낌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제인 오스틴의 천재적인 문학성을 매우 잘 보여주는 글이다.
에세이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은 쿠츠라는 한 인물의 삶을 전기처럼 풀어낸다. 큰 부자였던 쿠츠를 너무 과장하거나 미화한 전기들과는 다르게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진솔하게 한 인물의 삶을 보여준다. 막대한 부를 누리면서도 여러 비극을 겪을 수 밖에 없던 삶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서도 로맨틱한 사랑의 꽃을 피우는 부분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에세이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추락하는 자”는 1차 세계대전, 전후 세대의 작가들을 가리키는 듯 했다. 상류층이라는 배경과 값비싼 교육으로 쌓아올린 탑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 그러나 그 탑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시선 역시 불안해진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작가들이 사회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는 공격을 해도 큰 위험이 없는 대상을 선택해서 비판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기울어진 탑을 떠나지 못한 채 글을 썼기 때문에 그들의 시와 소설에는 불협화음과 혼란 그리고 타협이 스며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프는 자신에 대해 달콤한 진실 뿐 아니라 불쾌한 진실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고 높이 평가한다.
그녀의 비평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 시대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프가 말한 그 기울어진 탑 위의 정신 상태가 실제 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가 궁금하다. 그녀의 에세이는 인물을 분석하며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포착하고 문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삶의 관점을 넓혀준다. 지적인 글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다시 말해, 제인은 그 어린 나이에도 이미 '작가'였다. 그녀의 문장에는 리듬이 있고 형태가 있으며, 절제된 힘이 있다" - 29쪽 -
"노은행가와 젊은 여인의 관계가 얼마나 부도덕했는지는 남들이 판단하게 두고, 우리는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진심 때문에 쿠츠를 더 인간적으로 느끼게 된다." -63쪽-
"인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내내, 그들은 강제로 자각의 고통 속에 내몰려야 했다.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계급을 의식하고, 세상이 변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의식하며, 어쩌면 곧 닥쳐올 죽음까지도 의식해야 했다." - 108쪽-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