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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평점 :
"(...) 이런 아침에는 세상이 마냥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시냇물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시냇물이 얼마나 명랑하게 웃는지 아세요?
시냇물은 언제나 웃고 있어요. (...)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바쁘고, 언니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나랑 놀아줄 수 없었기에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항상 외로웠다. 나는 그 외로움을 책을 읽거나 TV로 만화 영화를 보는 것으로 달랬는데, 역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만화는 "빨간 머리 앤"이었다. 앤에게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주근깨투성이에 빼빼 마르고 볼품없는 빨간 머리를 가졌던 앤. 그러나 그녀의 상상력만은 백만 불짜리였다. 고아 출신에다, 낯선 가정으로 입양되지만, 그녀는 매사에 감사할 줄 알았고,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마법 같은 세상을 창조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는 문학 치료사이자, 그림책 칼럼니스트, 작가이자 강연자인 김은아 저자의 작품이다. 스스로 인간친화지능, 언어 지능 등이 높고 도전 정신이 강하여 앤을 닮았다고 자처하는 저자. 우선 "앤"과 닮았다는 사람들 대열에 나도 끼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꿈 많고, 정 많고, 머리도 똑똑한 앤... 옛날 그 시절, 이 땅 모든 소녀들은 아마 자기가 제일 앤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는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다. 이 책은 빨간 머리 앤의 원서 8권을 다 읽은 저자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원서 어구를 인용하고 그 문구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담이나 생각을 담은 글이다. 각각의 계절은 앤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결혼 이후의 삶을 담은 이야기로 나뉜다. 나는 어릴 적에 즐겨보던 만화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봄" 편에 실린 앤의 어린 시절을 담은 에피소드 "그린 게이블스의 앤" 편이 재미있었다. 특히 실수투성이에 덜렁대는 앤의 면모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그때 그 시절 만화 영화 장면이 떠올라 혼자서 울컥하고 말았다.
41쪽 " 앤은 마릴라로부터 다이애나를 집에 초대해서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가 외출하면서 알려준 거실 찬장에서 라즈베리 주스를 꺼내 다이애나에게 권한다. 그런데 이 빨간색 음료가 비극의 서막이 될 줄이야! 다이애나가 세 잔을 연거푸 마신 이 주스는 3년 전 마릴라가 집에서 담근 과실주였다."
42쪽 " 집에 찾아온 행상인의 말에 속아 불량 염색약을 사서 바르다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낸 일은 마릴라와 앤만이 아는 비밀이다. 크면서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적갈색으로 변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앤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부분이 재미있기는 하나, 나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가을" 즉, 앤과 길버트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앤의 꿈의 집" 부분이었다. 206쪽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길버트가 속삭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꿈의 집' 문턱을 넘었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투닥거리더니 결국 길버트와 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항구 마을인 포윈즈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앤과 길버트 부부. 주인집 할머니가 쓰던 가구를 헐값에 사서 그대로 쓰는 장면에서 신혼부부만이 경험하는 소박한 낭만이 느껴졌다. 동시에 별로 낭만적이진 않았던 나의 신혼 생활도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특정 소설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 등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우리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에서 저자 김은아 씨는 원서 "빨간 머리 앤"에서 그녀가 찾은 귀하고 보석 같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그 문장들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담이나 생각 등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한다. 어떤 콘텐츠를 통해서였건, 앤과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해 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빨간 머리 앤을 쓴 원작자 루시 몽고메리가 삶에서 얻은 귀한 가치를 담은 문장들은 저자 김은아 씨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빨간 머리 앤을 영원히 사랑할 모든 독자들을 위해 추천하는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