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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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한 유인원이 뼈를 무기로 사용하여 

다른 부족을 몰아내고 다음 장면에서는 우주 비행선을 탄 인간들이 

미지의 행성을 향해 날아간다.



영화 전체의 내용이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며 발전해 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책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특히 인간은 ‘도구’를 바깥에 있는 외부 물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신체의 연장 혹은 일부라고 인식한다던가 자아의 확장으로 물건을 바라본다는 

주장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나는 자동차를 마치 자신의 또 다른 자아처럼 

애지중지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는 박물관에서 인류학 수석 큐레이터를

담당했던 칩 콜웰에 의해서 쓰였다. 저자는 선사시대 인류가 처음 도구를 

만든 순간부터 현재 물건들이 넘쳐나는 소비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물건이 함께 해온 긴 역사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특히 그가 물건을 바라보는 그 독특한 관점이 재미있었다.

보통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진화하였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낸다고 보고 있지만 저자는 반대로 물건들이

있었기에 인류의 신체적 변화,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과거 원시 시대에 돌칼과 돌망치 사용 덕분에

새로운 음식 개발 등으로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든 아니면 우주왕복선이든

모든 발명품은 그전에 생겨난 물건을 토대로 만들어진다는

“발명의 사슬” 이론이 물건을 통한 인류 발전을 시사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물건이

그저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물건은 종교와 예술,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을 뿐 아니라 권력과 부를 드러내며 사회 계층

구조를 만드는 역할도 하게 되었다는 사실.



약 50만 년 전 한 호모에렉투스는 자신의 미적 표현을 위해

조개껍질에 지그재그의 무늬를 남겼고 1864년 프랑스에서

발견된 조각상 ‘베누스 임푸디크’는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홍콩의 관음보살상은 사람들에게 종교에 대한

믿음을 다시 상기시키고 미국 정부는 인디언 아이들의 복장을

통제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억압했다.



그러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광고가 등장하면서

인간은 '필요한 것'보다 '갖고 싶은 것'을 소비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물건들을 만드는 기술만큼이나 욕망을 만드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어마어마한 시간의 파도를 타고 현재까지 흘러온 기분이다.

시공간을 거치면서 물건에 대한 아주 흥미진진한 강연을 들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아주 재미있을 뿐 아니라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 이 세상의 저 많은 물건은 왜,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 왜 우리는 물건을 아름다워하고 사랑하고 숭배하게 되었을까?

✔️어째서 우리는 끝없이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할까?

✔️우리는 과연 물건 없이 살 수 있을까?



결국 이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유도한다. 미니멀리즘과 순환 경제 그리고 진정한 

러다이트 운동을 통해서 물건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생산되고 소비될 것을

 말하고 있는 책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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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도깨비집으로 출근합니다 - 무너지고, 아파하고, 그럼에도 다시 뛰어드는 이야기
Nami(김나미) 지음 / 웨이블로 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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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나답게 살겠다'고 다시

뛰어드는 사람의 이야기



삶을 멋지게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쿵’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거대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있다. 질병이든 실직이든

혹은 실연이든 뭐든지 간에, 스스로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일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도깨비 집으로 출근합니다>

를 읽으니 거칠 것 없이, 모든 면에서 리더처럼 삶을 이끌던

저자의 갑작스러운 우울증과 공황발작이 남의 일처럼 느껴

지지 않았다. 누구나 조금씩 끌어안고 사는 흑역사 혹은

실패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스타벅스 본사에서 일하던 저자 김나미 씨는 어느 날

눈물이 나고, 숨을 쉴 수 없고, 머리가 어지러운 등

회사만 생각하면 우울증과 공황발작 증세가 닥쳐오면서

그만 오랫동안 일하기를 꿈꿨던 회사를 퇴사하게 된다.



이후로 명상에 몰두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등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러나 더욱더 공황발작 증상이 심해지면서 결국

10년 만난 파트너와도 이별하게 되는데.....



책에서 저자가 ‘가장 두려운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저자가 그동안 타국 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얼마나 심했을지 짚을 수 있었다.

내적 결핍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겉으로만 완벽을 추구하는 한국인들.. 

의외로 이런 증세가 많지 않을까?



그러나 저자는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고 뭐든지 쟁취해온

강한 여자. 심리 치료와 명상 등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버클리 MBA에 지원을 하게 되고 거기서 만난 멋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죠셉 캠벨 박사의 책들이 생각났다.

‘영웅’을 주제로 한 여러 책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 모두 영웅이다’

라고 했다. 말하자면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시련’은 모두 이유가 있고 

그때마다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



내가 보기엔 그때그때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여러 모험을 해온 저자가 

지금은 진정한 영웅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조금 해보았다.



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좀

좋아하는 편인데, 저자의 삶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 문제로 아파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명상에 깊이 빠져들게 되고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이니까.



여러 다양한 모험과 장애물을 거치고 결국

도깨비 집이라는 자신의 자리로 들어오게 된 저자의

인생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행복해할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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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식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3
조혜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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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같이 수제비를 먹은 후,

내게 미지의 것들을 남겨 두고서.



겉으로는 퉁명스럽고 싸가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고등학생 채윤은 

누구보다도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채윤은 할머니와 살면서 불행을 견디는 것에, 슬픔을 묵묵히 다스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생활비에 보탬을 하기 위해 시작한 식당

배달 알바는 채윤에게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불러온다,

수요일마다 야식을 주문하는 최경식 할아버지는 채윤에게

들어와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권하고 회복탄력성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매주 함께 하는 와중에 채윤과

할아버지는 둘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게 되고

어느덧 서로의 깊은 외로움과 상처를 이해하게 되는데....



중학교 때 있었던 도난 사건의 주동자로 몰린 것 때문에

세상과의 벽을 쌓으며 그렇게 친구도 없이 살아온 채윤

그리고 돈만 바라는 자식들과 거리를 둔 채 홀로 살아온

최경식 할아버지. 인간이기에 이들이 느낄 깊은 고독감을

알 수 있었고 한동안 계속 마음이 먹먹했다.



키만 크지 아직은 청소년인 채윤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고

가족들에게 등을 진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유난히 구부정해

보였다. 특히 자식들에게 외면당하며 살아온 할아버지의

깊게 드리운 외로움의 그림자가 너무나 크게 보였다.



세대 갈등이라는 말이 요즘 흔하게 보인다. 가족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비난하는 게 더 쉬워졌고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살짝 

제안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오늘 하루. 멀어졌던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 하면서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키만 껑충하고 삐쩍 마른 채 일하는 채윤을 집 안으로

들여서 저녁을 먹였던 할아버지의 마음과 바쁜 배달 와중에도

그 요청을 마다하지 않았던 채윤의 다정함은 아마도 비슷한

색깔을 가진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그 순간의 선택들이 쌓여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열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나는 느끼게 되었다.

결국 사람은 타인의 온기를 통해 치유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남다른 식구>를 읽는 내내 마음이 짠하고 먹먹했다. 

스스로 왕따를 자처한 듯한 채윤의 마음과 자식들에게 거리 두기를 한 

할아버지의 상처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함께 밥을 나누는 

동안 조금씩 상처가 치유되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밥 한 끼의 힘이 

이렇게 크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마음의 힘은 더 크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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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타퍼블 - 삶을 지키고 운명을 바꾸는 지혜와 통찰의 말
서병헌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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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다른 내일과 운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우리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일까? 마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는 듯한 책 <언스타퍼블>을 만났다. 인간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 마련이지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좌초하는 배처럼 살게 된다.



<언스타퍼블>은 운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스스로 개척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처음엔 특정 역사 사건이나 철학 이론을 중심으로 쓰인 인문학 서적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까 철학, 역사, 문학 그리고 예술을 넘나들면서 인간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것 같다. 핵심 주제는 바로 ‘고통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성장하자’라는 것이다.



읽으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영화, 노래 그리고 소설 등이 소개된 대목이었다. 철학자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는 문장은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앤디 듀프레인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으나 희망의 아이콘이 되는 주인공. 나도 그렇게 삶을 살고 싶다.



대인 기피증 때문에 앞머리로 머리를 가린 채 노래를 부르는 호주의 유명 가수 시아. 이 책 제목인 <언스타퍼블>은 그녀의 노래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뜻은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의미이고 힘들 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노래라고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불렀었는데 이렇게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니....



이 책에는 실로 다양한 격언이나 명언이 나오지만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나이아가라 증후군’이라는 이론이었다. 마치 폭포수에 떠내려가듯, 아무런 계획 없이 삶에 떠밀려 살다 보면 위기가 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요즘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인생을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진정으로 고귀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는 것이다.”



이 책은 철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다. 철학, 인문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 책, 노래 가사와 같은 대중문화도 인용이 된다. 위의 문장은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은 젊은이들이 읽으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나이가 있는 분들이 읽으면 지금의 삶을 점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 동기부여를 넘어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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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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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현재가 가장 혼란스럽다고 느낀다. 경제는 불안하고 환율은 치솟는다. 정치적 갈등은 기본값이고 언제 또 전염병이 닥칠지 모른다. 먼 나라들 일이기는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난민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느껴진다. 말하자면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 그런데 만약 600여년 전 유럽 사람들에게 우리의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그들은 아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 "그 정도는 견딜만 하다"라 말할 지 모른다. 바바라 터크먼 저자의 <먼 거울>은 바로 그런 생각을 품게 만든다.



이 책은 유럽의 14세기를 뒤흔든 흑사병과 백년전쟁, 종교 분열과 기근 등등 한마디로 유럽을 집어삼켰던 거대한 혼란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만 하는게 아니다. 저자는 프랑스의 귀족이자 뛰어난 기사였던 "앙게랑 드 쿠시"라는 어떤 인물의 삶을 중심으로 14세기 유럽이라는 거대한 미로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왕과 귀족들의 권력 다툼은 물론, 외교와 전쟁 그리고 기사도와 현실 그리고 평범한 백성들이 살아가던 일상까지 골고루 경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이 책이 당시 사회를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화려한 궁정 문화와 사치스러운 연회가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흑사병이 도시를 휩쓴다. 용병들은 마을을 약탈하고 농민들은 무거운 세금과 기근에 신음한다.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던 교회는 부패와 분열로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기사도는 이상을 외치면서도 현실에서는 탐욕과 폭력 앞에 그만 무너진다. 저자는 이 시대의 이러한 모순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동시에 중세를 구성한 정치, 경제, 종교, 생활상 등을 아주 꼼꼼하게 짚어낸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중세가 '마녀사냥' 등으로 상징되는 단순한 '암흑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거대한 혼란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은 꽃을 피웠고 기존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사상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두운 시대였다고 해서 사람들이 마냥 절망만 한 게 아니라 그들은 일상을 성실히 해나갔다. 사랑을 하고, 음악을 즐기고, 아이를 키우며 내일을 준비한 사람들. 말하자면 역사를 움직인 것은 결국엔 재난과 혼란 속에서도 삶을 꾸준하게 이어나간 이들의 힘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600쪽이 훌쩍 넘는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흡인력과 몰입감이 뛰어나다. 이 책은 전쟁사만을 다루는 딱딱한 전문 역사책도 아니고 쿠시 단 한 사람에게만 집중한 전기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14세기 유럽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휴먼 드라마, 정치소설 혹은 전쟁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압도적이고 거대한 서사가 이 책의 중심에서 마치 파도치듯 펼쳐진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대하드라마 혹은 재미있는 역사소설처럼 생생하게 시대를 살려낸다.



우리는 과거를 보면서 현재를 생각하고 미래를 기대한다. 14세기는 한마디로 혼란과 어둠 그 자체였다. 제도는 무너지고 지도자는 무능했으며 질병과 전쟁은 사람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그 모든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일상을 꿋꿋이 살아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도약을 준비했다. 이 책 <먼 거울>은 중세를 들여다보면서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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