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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평점 :
“인류여, 희망 없는 공포 속에 절망하라!”
인류의 문명과 언어, 그리고 생존을 조종해온
‘보이지 않는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때 ‘링 시리즈’로 전 세계 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즈키 고지의 신작 <유비쿼터스>를 읽었다, 전작인 링 시리즈
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은 우리의 선입견과 상식을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말하자면 “지구의 주인이 과연 인간이 맞나?”
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임도 없고 수동적으로 보이는 식물이
사실은 더 집요하고 탐욕스러운 생명체일 수 있고
모든 생명체를 쥐고 흔드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그리고 이 설정은 작가 특유의 치밀한
서사와 논리 위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이야기는 기자였다가 탐정으로 직업을 바꾼 주인공
게이코에게서 시작된다. 불륜으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후
딸을 홀로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거액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것은 불륜남의 친구였던 죽은 도시히로의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도시히로 부모님의 부탁!
초보 탐정이긴 하나 프로의식이 강하고 집요한 게이코의
추적이 시작된다.
그녀의 추적이 이어지면서 석연치 않은 죽음들이 하나둘
드러난다. 우선 15년 전 신흥 종교 집단에서 발생했던 의문의
집단 사망. 마치 꿀에 꼬여드는 개미처럼 정원에 몰린 상태로
죽어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끔찍하다 못해 소름 끼쳤다.
한편 최근에는 의문의 연쇄 사망이 이어져 일본을 발칵 뒤
집는다. 저녁을 먹던 와중에서 죽어버린 사람과
자위대 관사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죽음... 그리고 저수지 근처에서
집단 사망한 사람까지.. 그런데 이 사건들을 잇는 것은 바로
“남극에서 공수한 얼음”
우리가 깊은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어떤 치명적인 존재를
깨워버린 것인가?
이 와중에 등장하는 든든한 게이코의 조력자는 바로
물리학 교수 츠유키 신야. 학계에서 이단으로 취급받는
그는 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던
이 사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내면서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남성적이고
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츠유키와 게이코의
뭔가 핑크빛 로맨스가 기대된다.
이 부분은 여러 재미 중 하나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 중심에 이미 죽은 인물
도시히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과거에 연구했던
‘보이니치 필사본’에 대한 기록이 사건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마치 유령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어 이끌어가는 미스터리한 느낌도 준다.
신흥 종교 집단에서 발생했던 비극적인 죽음과
남극의 얼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연쇄 사망 사건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추방 이야기와
그리고 도시히로가 남긴 기록과 보이니치 필사본까지...
소설 <유비쿼터스>는 이렇게 종교와 과학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신화로만 치부하던 내용에 묘한
개연성을 부여한다. 놀라운 점은 거대한 세계관 다소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설득되게 만든다는 점. 스즈키 고지 작가만의 능력인
매우 논리적이고 치밀한 서사 쌓기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놀라운 반전 포인트가 있다는 사실!
인간사의 아이러니와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폭발적인 순간이 후반부쯤에 나타난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
그리고 서서히 나에게도 다가오는 그 어떤 손길.
거대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것들이
인간을 멸망으로 몰아넣는 상황.. 그러나 인간은 지금까지
그 어떤 공포에서도 맞서면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다.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의연히 대처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비추며 앞으로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책 <유비쿼터스>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