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나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0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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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너무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투명한 나선>을 읽었다.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인상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경찰 추적극에 출생의 비밀이라는 휴먼 드라마를 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젊은 여성과 그녀를 데리고 도주 중인 한 중년 여성을 경찰이 집요하게 뒤쫓는다.

도시에서 떨어진 바닷가에서 타살을 당한 듯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검사 끝에 사망자의 신원이 우에쓰지 료타라는 젊은 남성으로 밝혀진다. 그는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시마우치 소노카의 연인이었고 소노카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던 낡은 빌라에서 함께 동거한 것으로 보였다.

경찰이 소노카를 조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그녀는 이미 자신이 일하던 꽃집에 휴가를 신청한 뒤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소노카가 혼자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평소 소노카와 그녀의 엄마를 보살펴주던 중년 여성, 마쓰나가 나에가 소나카와 동행 중이었던 것.... 그렇게 경찰은 두 여성의 흔적을 좇게 되는데....

사실 <투명한 나선>은 빠른 호흡으로 독자들의 몰입을 이끄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다만 사소한 단서들을 흩뿌려놓고 천천히 사건 전체를 파악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단서는 찔끔찔끔 주어지지만 경찰은 그 가느다란 실 같은 단서이라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집요하게 수사를 이어간다. 화려한 미스터리의 느낌보다는 아주 정직한 경찰 수사물에 가깝다는 느낌이랄까?


소노카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껏 기대감을 품고 우에쓰지와 동거를 하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아주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판명된다. 분노조절장애를 가졌는지 소노카에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폭력과 학대를 일삼은 남자. 그의 죽음이 오히려 자연사처럼 느껴지는 상황??

따라서 이 작품에서 아마 독자들의 호기심을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 것은 ‘누가 범인인가?’라는 질문보다 아마도 소설 속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관계도”일 것이라 본다. 친인척 관계가 아닌 마쓰나가 나에는 왜 평소에 소노카와 그녀의 엄마를 그토록 살뜰하게 챙겼고 자신의 삶을 위기에 빠뜨려가면서까지 소노카의 도주를 도운 걸까? 그리고 소노카가 일했던 꽃집을 찾아온 화려한 외모의 또 다른 중년 여성은 과연 누구?

그리고 이 책에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 나오는데 그 사람은 바로 물리학자인 유카와 마나부이다. 수사 중 발견된 어떤 단서 때문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경찰의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갑자기 참여하겠다고 나선 상황. 그런데 이 사람의 이후 행동이 아주 묘하다. 과연 그가 수사에 참여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제목 <투명한 나선>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사건에 숨은 미스터리를 좇는 재미도 있었으나 피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운명, 그리고 출생의 비밀 등과 같은 아주 풍부한 휴먼 드라마의 재미도 있다. 사실 갈릴레오 시리즈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유카와 마나부의 활약을 직관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천천히, 아주 깊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 <투명한 나선>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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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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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중병에 걸린 아내 앞에서 무력함, 고통, 슬픔, 

분노 등등 온갖 종류의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 시찬의 이야기 <서성이다> 

이 책이 어느 정도는 작가인 장강명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층 더 몰입이 되었다.



살다 보면 여러 위기가 찾아오지만 진짜 예상도 못한 시점에 덜컥 내려앉는다. 행복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행이 교통사고처럼 발생한다. 그럴 때 한낱 인간에 불과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서성이다>에서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아가는 배경을 뒤에 두고 혼이 나간 채 

서 있는 주인공 시찬의 모습이 바로 우리 모습이 아닐까?



시찬의 아내 지수는 잠을 자다가 갑자기 심한 구토를 하고 거의 의식을 잃게 

된다. 깜짝 놀란 시찬은 119에 전화를 했고 응급실에 실려간 지수는 여러 

검사 끝에 뇌출혈 진단을 받게 된다. 뇌에 종양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이때 그동안 무서우리만치 냉철하고 효율적인 인간이었던 시찬은 그만 무너진다. 그리고 마치 폭발하듯 울음을 토해내는데, 평소의 그였다면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모든 일들은 금, 토, 일 이렇게 주말이라는 다소 짧은 시간에 벌어진 것들이고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 시찬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와중에도 현실의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이사를 가기 위해 은행과 진행하고 있던 대출 문제는 지수만 알고 있는 

통장 비밀번호가 꼭 필요하고 시찬의 라디오 방송과 강연 스케줄은 당연히 

펑크 수순을 밟는다. 그리고 시찬은 앞으로 발생될 돈 문제가 너무 두렵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기보다, 시찬과 함께 그의 비극적인 현실에 동행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청 몰입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페이지는 100쪽을 넘어 있고 

내 눈앞에는 활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떠다녔다. 내가 지금까지 독서를 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냥 시찬과 지수의 현실에 가닿았다는 느낌이 더 컸다.



아마도 오랫동안 성당을 나가지 않은 듯한 시찬. 솔직히 그가 신을 그동안 믿지 않았던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이 세상은 신이 있다고 믿기에는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이제 신을 이야기한단 말이다.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라도 매달릴 수밖에 없는 그 심정 너무 잘 안다. 나도 예전에 많이 아팠을 때 기도할 곳을 찾다가 성당을 다니게 된 경험이 있다. 어디에라도 간절히 매달리고 싶었다.



이 책을 어떻게 리뷰해야 할지 좀 막막했다. 시찬이 겪는 고통은 어쩌면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주저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 <서성이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야말로 진정한 몰입을 부르는 소설이다.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아니면 작가의 뛰어난 필력 덕분인지 뭔지는 알 수 없다.



남의 고통에는 예쁘게 치장한 위로를 할 수 있지만 내가 직접 겪는 고통에는 그저 욕만 나올 뿐이다. 그런, 굉장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점도 너무 좋았다.



<서성이다>라는 제목에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인간의 무기력함, 고통, 번뇌.. 이런 것들이 정말 많이 느껴진다.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리저리 서성이는 주인공의 짙고 무거운 그림자가 느껴진 소설 <서성이다>





#서성이다 #장강명 #핀시리즈_059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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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 모호한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전달되는 말로 바꾸는 힘
오가와 사토시 지음, 박대겸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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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론이나 소설 작법을 읽는다고 헤서 그날 당장

소설 하나를 뚝딱 써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그런 책들을 읽고 나면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소설 쓰기'에 한 발짝 성큼 다가간 듯한 느낌은 들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오가와 사토시 작가의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는 내게 상당히 의미있게 다가왔다. 우선 작법서에 대한 내가 가졌던 

편견이 와장창 깨졌고, 막연하게만 느꼈던 소설 쓰기 조금 명확하게 

보이는 듯했다.



뭔가 소설 쓰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라기보다는 일상의 경험을

동원하여 아주 쉽고 재미있게 "소설과 소설 쓰기의 본질을 짚어주는 

책" 이라는 느낌을 뚜렷하게 받았다고 할까?



우선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저자가 '문체'라든가 '복선'등의

어떤 틀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좀 자유롭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글을 쓰되, 방향성을 잘 잡아서 글을 쓰라는 쪽으로

읽혔다. (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



반면 저자는 '독자와의 소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작가는 독자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독자는 그것을 읽으면서 작가가 전하려는 바를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독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문제는 독자가 바로 '생판 남'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독자라는 타인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중학생 시절 겪었던 축구의

강렬한 패배와 곧바로 이어진 한 친구의 처절하리만큼 매웠던 한마디를 

떠올린다. 동창들과 그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배꼽을 잡고 웃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작가는 처음 만났기에 공통 기억과 맥락이 전혀 쌓이지 

않은 타인도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대화, 등등을 통해 독자와의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내가 가진 편견조차 마치 기적처럼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용실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다듬어주던 미용사를 보며 과묵한 

장인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저자.



그러나 그녀가 다른 손님과 거의 신변잡기와 다를 바 없는

아주 사소한 주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저자는 그만 현타를 받는다. 그러면서 현타를 받은 스스로의 

모습에 또다시 현타를 느끼는 저자.



나는 이 대목이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소설의 본질’을

잘 짚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소설이란 별다를 것 없는

세상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어긋남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본 순간 

아무것도 아니었던 경험 하나가 소설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도 들렸다.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는 저자 자신의 경험이 글 안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에 재미있다. 거창한 이론을 늘어놓는 것보다 

축구나 친구, 미용실 같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훨씬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사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지만 누구에게나 통하는 

단 하나의 소설 쓰기 비법이란 게 있을 리 없다. 직접 써가면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100%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적어도 내가 어떤 소설을 읽고 싶은지,

나라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을 독자층이 

어떤 사람들일지를 미리 염두에 두고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한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얇지만 내용은 매우 알차고 

본질을 명확하게 짚어주면서,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책이다.

작가 지망생 뿐 아니라 소설이란 게 뭔지 알고 싶은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한 책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언어화를위한소설사고 #오가와사토시 #소설작법서 #르온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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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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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믿었던 사랑은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과거에는 귀신과 전염병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존재였다면 

현대에는 나의 눈과 판단력을 가리고 마음을 홀린 후

돈을 빼앗아가는 사기꾼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뉴스에서 로맨스 스캠 사건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생각한다.

‘아니, 저렇게 허술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외로움과 욕망에 너무나 취약한 존재이다.



누군가가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건네고, 가장 외로운 

순간에 다정하게 손을 내민다면 어떨까? 사람의 심리를 학습하고 

꿰뚫은 상태로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에게 과연 이길 자 누구인가?



그런 면에서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범죄인, 

로맨스 스캠, 즉 애정을 이용한 금융 사기를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뉴스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소재이나 단편소설로 만나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돈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그러나 요즘은 SNS 너머로 들려오는 

달콤한 속삭임과 끈적한 언어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으니...



단편 <사랑에는 돈이 들어>에서는 캄보디아 보이스 피싱 범죄 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전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프놈펜까지 직접 날아간 

남자가 등장한다. 처참한 현실에서 연인을 구했다는 영웅심도 잠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진실이었는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는 과거 동창생이었다는

남자의 연락을 받은 후 연애를 시작한 엄마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외로웠던 엄마의 볼이 연분홍빛으로 

물든 것과는 반대로 집에는 옥장판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할머니 수사단>의 박영자 여사는 평생 남편 대신 가정을

책임진 억척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러다 SNS에서 만난 백인 남자

제임스에게 마음과 돈을 바치지만 한국으로 오겠다는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총 네 편의 단편들과 마지막에 있는 르포르타주 <사랑의 매뉴얼> 까지. 

단편집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소위 ‘돼지 도살 사기’라는 이름이 

붙은 사기꾼들의 시나리오를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잘 보여준다.



적당한 돼지를 찾아내고 키워서 도살하듯, 낯선 이에게 살살

접근하여 애정 공세를 퍼붓고 사랑에 빠지게 만든 다음

그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내는 방식.... 이제는 ‘사랑’마저

시나리오에 근거한 연기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에 맞았던 작품은 바로 <봐라니 연가>

라는 제목의 단편이었다. “봐라, 니!"라는 경상도 사투리가 

마치 귀에 쨍쨍하니 들리는 듯한 환청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반전의 묘미가 확실하다. 마치 서술 트릭처럼 

어느 순간 이야기 전개가 확 뒤집어지면서 등골이 서늘해지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공포심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사기꾼도 다른 사기꾼에게 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인 답변을 해준 듯한 작품인데, 장르적 쾌감이

좀 뛰어난 단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로맨스 스캠에서 진짜로 무서운 것은 어쩌면 통장 잔액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했다고 말했던 사람과의 시간이 통째로 삭제되는 

듯한 그 순간이 아닐까? 피해자들은 어쩌면 배신감에 무너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랑에는 돈이 들어>를 읽은 독자들은 주먹을 꼭 쥐고

단단히 결심을 해야 한다. 내가 가장 외로운 순간,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자를 조심하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기꾼의 

거짓말이 아니라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굶주린 마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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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돈이들어 #나비클럽 #잔혹동화미스터리 #한국장르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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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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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지금으로부터 천 년 후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는 소설 <천 년의 후더닛>.

밖에서는 열 수 없는 문으로 봉쇄된 셸터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자연스럽게 완벽한 밀실 구도가 조성되었다.


방금 냉동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캡슐 테그미네 안에서 미라처럼 바싹 말라죽어 있는

동료 ‘시몬’의 시신. 범인은 누구이고, 도대체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천 년의 후더닛>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보여주는 SF 소설

특유의 매력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소설의 긴장감과 스릴을

독자들에게 동시에 전달한다. 한마디로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해서

한번 펼치면 도무지 손에서 떼어놓기 힘든, ‘페이지 터너’라고 할까?


아내와의 사별로 삶에 대한 희망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쿠란.

그는 2038년 다른 여섯 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인류 최초의 냉동 수면

실험에 참가한다. 사실 쿠란에게는 천 년 후에 다시 깨어날 거라는

기대보다 이대로 손쉽게 죽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말로 천 년 후에 깨어난 쿠란은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기 시작한다. 죽은 아내의 미소를 닮은 여인

시나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지만, 기묘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

시몬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과 천 년이 흐른 지구에 대한 호기심도

그에게 삶의 의지를 되찾아 준 듯하다.


사실 이들은 이제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막막한 상황이었다.

영화 <마션>에 나오는 맷 데이먼처럼 극단적인 고립감은 아니더라도

이미 자신들이 익숙했던 세상은 사라진 상태이고, 그나마 안전한

셸터 밖의 지구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뿐 아니라 함께 잠들었던 시몬은 아주 기묘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몇 명이 힘을 합쳐야 동면 기계의 튜브를 연결하고 해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미라처럼 되어버렸고, 더군다나 등에는 칼까지 꽂힌 상태??!!!


이것은 명백한 살인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깨어난 여섯 명 중 하나?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쿠란과 동료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천 년의 후더닛>의 큰 줄기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치 낯선 행성처럼 변해버린

천 년 후의 지구 탐험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허물어진

건물들과 점점이 흩어져 있는 백골들, 그리고 야수처럼 공격적인

거대한 까마귀들!!


특히 까마귀 떼의 공격은 마치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행성에 선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SF 소설이 가진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아내를 잃은 후 쿠란에게 있어서 삶은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속 빈 강정이었다. 그래서 죽음이나 다름없는 긴 잠을

선택했다. 그런데 천 년 후 깨어보니 미래는 또다시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상황.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든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와 같은 호기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의 진짜 백미는 후반부에 있다. 시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의 베일이 벗겨지는데, 그 진실이 실로 경악할 만하다!!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히는 것을 넘어서서 앞에서 읽은

장면들을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말하자면 제목 <천 년의 후더닛>에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듯,

이 사건의 진실은 ‘천 년’이라는 아주 길고 두꺼운 시간의 흐름 속에

숨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야기 곳곳에 사건의 진실을 암시하는

힌트와 복선이 숨어 있었다.


천 년 후의 지구라는 SF 적 상상력과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밀실 속의 살인,

낯선 세상을 탐험하는 스릴과 마지막에 빵 하고 터지는 반전까지….

SF와 추리소설의 매력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작품

<천 년의 후더닛>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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