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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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하게 밀어붙이다가 아이처럼 허물어뜨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휘젓는, 발터 벤야민의 유일한 문학작품집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였던 발터 벤야민은 그 누구보다도 섬세한 감각으로 세상을 관찰했던 사상가였다. 유물론적 사유, 유대 신학의 사유 등 여러 사유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며 아방가르드적 실험 정신을 구현했던 그는 좌파 아웃사이더라 불리기도 했다. 이 책 <고독의 이야기들>은 이 사람이 남긴 글들 중에서도 유독 조용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글들을 모았다. 도시의 고독과 꿈속 신비 그리고 여행자의 외로움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언어 놀이를 담은 책 <고독의 이야기들>로 들어가 본다.

1부 <꿈과 몽상>은 저자가 꾼 실제 꿈일 수도 있고 상상의 나래를 따라간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일정한 플롯을 따르기보다는 일상과 비일상 그리고 이성과 환상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며 자유롭게 풀어놓은 글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주로 자신의 내면을 배회하며 이미지에 가까운 문장으로 독자들을 이끄는데, 하나의 풍경이 또 다른 풍경으로 스며드는 듯한 여운을 준다. 함께 수록된 파울 클레의 삽화가 있어서 꿈처럼 흩어지는 이미지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2부 <여행>에서 벤야민은 크고 작은 도시를 통과하기도 하고 지상과 바다를 오가며 사유해낸 글을 써낸다. 그가 쓰는 여행기는 특정 장소를 언급하며 나열한다기보다는 오고 가는 와중에 그가 느낀 상념을 써낸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의 거리에서, 배의 난간에서, 혹은 역의 대합실에서 언뜻 스쳐가는 순간들을 붙잡아서 사유의 언어로 바꾼다. 거기서 그는 외로워하는 여행자를 만나기도 하고 낯선 만남에서 한 경험들을 모아서 나중에

누군가에게 다시 들려주고자 하는 여행자도 만난다. 여기서도 현대 도시인의 삶의 성애적 긴장 상태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3부 < 놀이와 교육론 >은 주로 어린이들의 세계, 즉 놀이와 교육에 관한 글로 이루어진다. 그는 놀이 속에서 교육을 보고, 따라서 교육 체계 안에서 놀이를 보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 둘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있다 할 수 있다. 말장난이란 단순한 유희가 아니며 언어 그 자체의 물성과 리듬을 실험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단어들이 마치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단어들이 서로를 부르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감각이 태어난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벤야민에게 유희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인데, 놀이 공간이 펼쳐지는 순간 상상력은 확장된다고 보는 듯.

<고독의 이야기들>은 사유를 가지고 노는 듯한 한 철학자의 고독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내면과 언어를 가장 자유롭게 탐색한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말로 붙잡을 수 없는 생각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책 속 이야기들과 나란히 놓인 파울 클레의 그림들은 벤야민의 언어가 미처 닿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글과 그림은 서로 보완하고 채워주면서 완벽한 세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눈으로 보는 글이라는 섬세한 경험으로 이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뭔가 낯설게 다가올 때 이 책 <고독의 이야기들>은 조용히 대화를 건네오는 것 같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친구, 고독을 아는 친구라는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 뭔가 낯설고도 새로운 경험이었던 <고독의 이야기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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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자동차 여행
강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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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평화 전망대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3000km 해안 드라이브 완벽 가이드

나는 여름휴가를 맞이할 때면 고민 없이 남해 쪽으로 여행을 택한다. 신랑과 처음 휴가를 갔을 때 경험했던 바닷가의 아름다움과 맛있는 음식에 반해서 자꾸만 그쪽으로 발길이 향하게 된다. 독일 마을에서 아기자기한 기념품 둘러보기도 재미있고 특산품인 유자 카스텔라는 정말 꿀맛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남해 외에 다른 바닷가는 없을까? 이 책을 쓴 강구 씨는 하나은행 지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 여행에 몰입하게 되어 지금까지 제주 올레길, 해파랑길, 전남 신안 12사도 섬 티아고를 완주했다고 한다. 도보여행을 하며 우리나라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그 감동을 나누고자 차량으로 한반도 해안선 전 구간을 완주했다고 하는데, 그가 들려줄 해안선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이 책은 일종의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세계를 여행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해안선 여행지를 다루고 있을 뿐. 여는 글에서 저자는 45년을 함께 한 친구들과 여행을 같이 했다고 하는데, 일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얼마나 신이 났을지 상상만 해도 내가 더 즐겁다. 차로 해안선을 여행하며 거기서 맛있게 먹은 음식들의 정보도 담았다고 하니 여행자들을 위한 알짜배기만 골라 담은 셈이다. 시간은 있지만 어디로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 오랜 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자유롭게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하는 저자.

이 책은 크게 3 part로 나뉘는데, 각각 서해, 남해, 동해를 돌아보고 있다. 우선 첫 파트는 "서해 해안권"이다. 강화평화 전망대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진도로 향하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진도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각 파트는 요일별로 나뉘는데, 1일차 코스가 다녀야 할 장소에서부터 주행거리 그리고 3인 기준으로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가 먼저 제시된다. 여행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요일별 코스에 따라서 여행 준비를 딱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자면 우선 가는 길을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지도가 소개가 되고 주요 명소에 대한 짧은 소개와 사진이 실려있다. 말하자면 특정 지역을 갔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제시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주제가 "해안선을 따라서 한 자동차 여행"이라서 그런지 책에 나와 있는 관광명소들은 대개가 항구 혹은 해수욕장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항구와 해수욕장이 있었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나 같은 경우 학생 때는 동해 쪽으로 많이 여행을 갔고 어른이 되어서는 주로 남해 쪽으로 여행을 갔던 터라 서해 쪽에 있는 지역들에 관심이 많이 갔다. 특히 가고 싶은 곳은 바로 섬마을이다. 섬이라고 하면 제주도 혹은 일본의 오키나와 밖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섬은 육지와 조금 다른 풍경과 정취를 가지고 있다. 충남 서산에 있는 벌천포해수욕장에는 솔숲에서 하는 야영과 피크닉이 인기라고 하고 해안 도로를 따라가면 웅도라는 작은 섬이 나타나는데,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연결되는 독특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벌천포해수욕장이나 태안 최북단에 속한 만대항 그리고 태안군에 있는 태안 별빛 캠핑장 등등 주요 관광명소에는 좀 더 자세한 세부사항이 적혀있다. 시간이 많이 없을 땐 정보가 많은 쪽을 둘러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혹은 저자처럼 세세하게 모든 항구와 명소를 들러볼 수 없는 독자들은 서해면 서해, 남해면 남해, 혹은 동해면 동해, 이렇게 딱 지정을 하고 코스별로 ( 1코스, 2코스, 3코스 .... 8코스까지 있음 ) 여행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여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절이나 휴가를 받으면 부리나케 세계로 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다는 것은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 만큼은 국내 여행지, 특히 해안 쪽으로 돌아봄은 어떨지.... 여행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해안선 자동차 여행>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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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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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금 죽어도 좋아. 이 순간이 행복해.

다만 죽을 때까지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우리는 평생 젊음이 지속될 거라고 착각하며 산다. 그러나 노년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직도 노년의 질병과 죽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그런 문제는 고스란히 자식들이 떠안게 된다.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의 저자 유미 씨도 아픈 엄마를 돌보는 일을 혼자서 해야 했다. 낯설고 힘든 간병을 하는 동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시달려야 했던 저자. 그러나 가정이 있고 어린 아기까지 돌봐야 했던 그녀는 결국 아픈 엄마를 요양원에 맡기게 되는데.....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에서 저자의 엄마 오미실 씨는 유방암, 신우암, 폐암 등 각종 암 치료를 꿋꿋이 해낸다. 평소에도 대단히 활동적이고 사교적이었던 엄마는 병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자꾸 헛소리를 하고 휘청거리며 걷다가 넘어지는 엄마를 본 유미 씨는 그것이 전형적인 뇌줄중 증상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가까운 병원에서 알아본 결과, 엄마의 뇌에 뇌종양이 발생했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유미 씨. 결국 대학병원으로 가게 된 엄마는 뇌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위급한 순간은 넘겼다는 위안을 한 것도 잠시, 엄마에게서 섬망 증세를 발견하는 저자. 극단적인 기분 변화, 공격적으로 변한 성격,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것까지... 저자는 의사에게 엄마의 상태를 물어보지만 수술 후에는 그럴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믿고 퇴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 혼자 계시던 엄마가 두통에 시달리다가 그만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고 생각한 이모가 교회 권사님과 의논 끝에 권사님이 잘 아는 요양원으로 가게 된 엄마.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서는 꺼내달라고 하소연하는 엄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딸 유미 씨는 이런 상황을 "마치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이라고 표현하면서 완전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를 읽으면서 나는 울다가 웃다가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하고 활발했던 엄마가 갑자기 치매에 걸린 것처럼 난폭해지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마도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낄 것 같다. 그러다가도 간병 파산이라는 부담을 지게 한 엄마를 또 원망하겠지? 그러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법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다가도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혐오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 유미 씨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엄마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24시간 붙어서 간병을 하고 싶지만 아직 어린 아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사정. 그렇다고 간병인을 편안히 쓸 정도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도 할 수 없고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저자의 무력감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마치 돈 뽑는 기계 같았던 대학병원과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갈수록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던 요양원 원장님 모습까지.. 아픈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저자가 느낀 한국 사회의 비참한 현실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심각한 글은 아니다. 환자에게 반말하는 의사를 유미 씨의 남자친구로 착각하는 엄마, 요양원에서 남자친구를 만드는 엄마, 그리고 답답한 요양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는 엄마 등등 군데군데 가볍고 희극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어쨌든 유미 씨의 어머니, 오미실 씨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는 다시 건강해져서 예전의 삶을 누리며 행복해하고 있다는 오미실 씨. 결국 우리는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에세이임에도 굉장히 드라마틱 해서 소설처럼 읽였던 대단히 재미있는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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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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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대단히 강렬하고 대담하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책 <그녀를 지키다>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는 조각품처럼, 이 책도 엄청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시대를 앞서간 여인 비올라와 악마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 미모.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둘은 자신들을 우주적 쌍둥이라 정하고 평생 우정을 지속해 가게 된다. 이 책 <그녀를 지키다>는 한 천재적인 조각가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걸작품 "피에타 조각상"에 얽힌 논란과 평생 이어간 비올라와의 우정 그리고 파시즘의 광풍이 휩쓸었던 1900년대 이탈리아의 모습을 현장감있게 보여준다. 너무나 예술적이고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책 <그녀를 지키다>로 들어가본다.

주인공 미모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삼촌이라는 석조공 알베르토에게 보내진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후 어머니가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색하고 옹졸한 알베르토에게서 푸대접을 받으며 일하던 미모는 어느날 무덤가에서 우연히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엄청난 독서광인 비올라는 매우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고 언젠가는 날개를 달고 날거라는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러던 어느날 오르시니 가문에서 밀어부친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지붕 위에서 날개를 달고 뛰어내린 비올라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마침 미모는 알베르토에 의해 피렌체에 있는 공방으로 팔려가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은?

이 소설은 사실 수도원에서 죽어가는 노년의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즉 미모의 상황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죽어가는 비탈리아니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에트라달바라는 마을에서 인색한 알베르토와 지내야했던 소년 시절과 서커스단에서 숙식하며 밑바닥 생활을 했던 청년 시절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만든 작품이 빛을 보게 되면서 세속의 성공과 명예를 누리는 이후 까지 이야기가 죽 이어진다. 왜소증으로 태어났기에 무시당하며 자랐지만 결코 꺾이지 않은 재능과 불굴의 의지로 걸작품을 만들어내는 미모를 볼 때마다 그야말로 감탄이 나온다. 이와중에 펼쳐지는 비올라와의 우정도 아름답다. 마녀, 주술사 등으로 불리면서 이웃의 쑥덕거림을 일으켰던 비올라. 그러나 사실은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마도 자유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관습과 명예를 중시했고 매우 속물적인 오르시니 가문으로부터의 탈출을 원했을지도.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그 "피에타상"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소 도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미모는 그전에도 조각상을 만들때 자신만의 새롭고도 다소 선을 넘는 해석을 담아서 만들었기에 그의 조각상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피에타상은 사람들 사이에서 악마들린 조각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조각상을 본 사람들을 감정적인 동요와 큰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큰 논란이 인 탓에 수도원의 지하에 갇혀있다는 이 피에타상을 상상하면서 나와 같은 독자들은 이런 의문점을 품게 된다. " 미모가 피에타상을 어떤 계기로 조각하게 된 것일까?" "이 피에타상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 혹시나 비올라와 피에타상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일이지만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정말 특별하다. 두 주인공이 나아가는 인생 여정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삶은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돌 속에 숨은 영혼을 발굴하는 미모의 모습과 관습을 거부하며 본인만의 고고한 자유를 누리던 비올라의 모습이 떠오른다. 야생 동물인 곰을 길들이고 죽은 이와 대화를 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라 믿었던 비올라. 그녀가 지금 살아있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행위예술가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전쟁과 파시즘 그리고 지진... 온갖 불행으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미모와 비올라는 이제 본인들만의 세상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정말 짧지만 예술은 길고 영원하다... 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해준 엄청나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 <그녀를 지키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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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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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건강하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고양이들이 내는 골골송은 실제로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니 대단하다. 나는 현재 코난이라는 이름의 6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가끔은 키우는 게 아니라 모시고 있다 (?)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까다로운 녀석이다. 그런데 고양이가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코난이는 내가 우울한지, 화가 났는지 금방 파악하는 것 같다.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옆에 앉아서 물어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가끔은 까칠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매력덩어리 고양이들. 이 책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는 무려 22마리라는 엄청난 고양이들을 모시고 사는 베베 집사의 제주도 라이프를 보여준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마일로라는 고양이를 보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생긴 것도 너무 잘생겼고 무엇보다도 집사를 너무 사랑해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고양이라니! 우리 코난이는 꾹꾹이나 골골송을 잘 하지 않고 잠을 잘 때만 옆에 오는 다소 차가운 고양이이다. 마일로를 보는 순간 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고 심장은 그야말로 콩닥콩닥 뛰었다. 그런데 그 마일로의 집사가 바로 베베 집사님이었다니!!! 책이 나오고 나서야 그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었다. 베베 집사가 게임계의 고인물이었고 ( 대학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직장도 게임회사로 선택했다니 ) 여자라는 사실 (이게 왜? ㅋㅋ) 서울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제주도에 내려가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다.

책의 구성을 좀 살펴보자면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는 고양이를 기르게 된 계기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결국 직장을 떠난 이유 등이 자세하게 실려있다. 23쪽에 보면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집사님의 팔에 매달려있는 마일로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애교쟁이 고양이를 처음 봐서 너무 놀랐다. 31쪽에는 제주도에 마련한 파란 지붕의 주택이 나오는데, 넓은 마당을 보니 고양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는 느낌이었다. 33쪽에는 블로그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올린 막장 동화들이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이름을 딴 "베리스토퍼 놀란"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는 글이다. 고친자, 즉 "고양이에 미친 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 사진 찍기, 영상 올리기, 그리고 이야기 만들기 -에 푹 젖은 저자를 볼 수 있었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집사가 함께 하고 있는 고양이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펼쳐진다. 첫 고양이였던 길고양이 빠빠. 빠빠는 가족을 거느린 아빠 고양이였고 어쩌다 알게 된 빠빠에게 저자가 음식을 주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이후 비 오는 날 처량하게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냥줍하게 되는 저자. 알고 보니 새끼 고양이는 빠빠의 새끼였다는 사실.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디올이를 필두로 해서 입양 문의 글을 보고 데려온 샤넬, 수의사 선생님의 연기에 속아 데려온 포우, 고양이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데려온 노랑둥이 고양이 푸딩 등등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역시 내 마음을 빼앗은 것은 애교쟁이 마일로 이야기였다. 마일로는 특이하게도 성묘인 채로 길 생활을 하던 아이를 데려온 케이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의 껌딱지라 불릴 만큼 집사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이다.

3부에는 고양이들이 고양이 별로 떠나는 내용이 나오는데 눈물이 너무 나서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봐야 할 듯. 4부에서는 직장 생활과 유튜버라는 직업을 동반하는 것에 지쳐버린 저자가 제주도로 이사 와서 본격적으로 생활하는 내용이 나온다. 원래 데리고 있던 녀석들 외에도 제주도에서 만나게 된 새로운 고양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가롭게 늦잠을 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삶을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삶이란 게 도대체 뭔가? 우리가 경쟁하면서 힘들게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골 생활이 주는 여유로움, 귀여운 아이들과의 즐거운 동반 생활, 카페처럼 지어진 주택에서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향기로울지... 너무나 부러웠다. 저자가 글도 너무 잘 쓰고 고양이들을 담은 사진들도 너무 귀여워서 정말 100% 만족하게 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에세이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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