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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100쇄 기념 특별 한정판)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평점 :
판타지 소설일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다르게
매우 현실적인 생활 밀착형 소설로 다가온 책 <시간을 파는 상점>
속 깊고 생각도 많은 십 대 청소년 온조가 자신의 시간을 팔아서
돈도 벌고 동시에 다른 이들의 고충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소설.
붙들어 놓을 수 없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소방대원이었던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엄마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느낀 온조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리라 마음먹고 여러 알바를 전전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모두 실패!
엄마의 말 "시간이 금이다"라는 표현에서 힌트를 얻은
온조는 시간을 물질로, 즉 돈으로 바꿀 수 없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카페를 차리고는 자신의 시간을 써서 다른 이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부터 온조에게는 실로 다양한 의뢰가 들어온다
도난당했던 PMP를 본인에게 몰래 돌려주라는
다소 심장이 쫄깃해지는 의뢰부터
자기 대신에 자신의 할아버지와 식사를 함께 해달라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의문의 의뢰까지...
그러나 겉으로만 보면 다들 이상하고 기이한 의뢰이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사연들이 구구절절하다.
다소 불온하게 느껴졌던 PMP 의뢰는, 혹시나 상처를 받을 수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는 기특한 마음이, 할아버지와의 식사 데이트에는
가족으로부터 깊이 상처받은 할아버지에 대한 배려와
용서를 비는 마음이 들어 있었던 것.
"할아버지 얼굴 위로 불현듯 불곰의 얼굴이 겹쳐 왔다.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배반, 불곰이 슬프다고 했던
말이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늘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반란. 그것들은 등을 돌리는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부메랑이 되는 것은 아닐까"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약간 추리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기에 결말에 이르면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말하자면 서로의 관계를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어, 네가 바로 그 애였어?" 뭐 이런 반전..."
풀리지 않던 이야기의 퍼즐이 짜 맞추어지면서
인생이라는 묘한 아이러니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열심히 시간을 팔면서 다른 이의 부탁을 들어주던
온조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아빠의 부재에 슬퍼하던
작은 아이가 남을 돕고 사람과 사람 간의 의미 있는 관계에
눈을 뜨게 되면서 훌쩍 더 성장하는 모습..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온조라는 밭에
풍부한 영양을 주는 거름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은 영원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중에"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보다는
지금, 여기서, 나와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가족들 모두가 읽고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정말 좋을 만한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