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다카야마 간 지음, 이정미 옮김 / 허밍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라고 묻는 듯한

책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자신의 여명을

알아버린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청소년 소설 특유의

상큼함과 죽음을 기다리는 우울함이 섞여 묘한 세기말 감성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사야는 트럭에 깔릴 뻔한 고양이의 존엄성을 지켜준 후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의 남은 살날을 알게 된다.

(과연 이게 보답인가, 저주인가) 갑자기 나타난 사무라이 사신은

그에게 여명뿐 아니라 그와 비슷하게 짧은 생을 살게 될 어떤

여학생을 소개해 주는데, 그녀의 이름은 가에데.



이상한 방식으로 서로를 알게 되었으나 그때부터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의지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삶의 시간이

흘러내려 가는 것을 보는 두 사람의 외로움과 고독은

얼마나 크고 깊을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그들의 애틋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가는데....



책을 읽는 동안, 만약 내가 나의 여명을 알게 되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혼자 상상하게 되었다. 평소에 갈망하던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평소에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쓸데없는 일을 하면서 즐거워할 것 같다.



일단 이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가에데는 소중한 그림이 담긴 서류 봉투를 훔쳐 간

도둑을 알아내고 되돌려 받는 일. 그리고 사야는 평소에

동경하던 소설가인 가쓰타를 만나서 그가 자신의 여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이 장면에서 가쓰타가 사야에게 하는 말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짧든 길든, 인간은 그저 열심히, 가능한 빈틈없이 사는

수밖에는 없어. 너는 소설을 쓰렴. 너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어.”



자신의 남은 나날을 알 건 모르건,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소설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는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크게 외친다. 천재적인 소설가 사야는 다시 펜을 들어야 하고, 비록 완벽한

그림은 아닐지라도 가에데는 소중한 그림을 되찾아야 한다.



죽음을 앞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오늘 가장 찬란한 삶을 살아라인 것 같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 더욱더 소중한 것이다.

청춘 특유의 풋풋함과 애틋한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질문이 마음속에 남는 소설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믹스테이프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6년 7월
평점 :
예약주문


세상에는 도무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로 몸을 떨지만 동시에

도파민 충족 혹은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호러 요정 전건우 작가님의 신작 <믹스테이프>는

머리가 쭈뼛 서는 공포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바로 그런 책이다.

밤에 보면 절대로 안 되고 낮에 읽어도 악몽으로 이어질 듯한

그럼 음산함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믹스테이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전직 형사 나승우는 현재는 민간조사원으로 일한다.

사라진 사람이나 물건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서 이제는

업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칭 타칭

오컬트 마니아인 천부국 회장을 만나게 되고, 그가 모은

온갖 물건들 – UFO 영상, 염매 저주술의 대나무 통 등 -

을 구경한다.



신기하고 으스스한 물건들을 자랑하던 천부국 회장은

본격적으로 나승우에게 찾고 싶은 물건에 대한 의뢰를 한다.

그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믹스 테이프’

그는 1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의뢰비를 제시하면서

나승우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데....



도대체 천부국 회장은 왜 억대의 돈까지 제시하면서 이

테이프의 행방을 찾으려는 걸까? 그리고 나승우는 테이프의

존재를 기어코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사람들이 ‘흉가’나 ‘폐가’ 탐험에 열광하는

이유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죽음에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지도 모른다. ‘흉가’에 있다는 귀신의 존재를 느끼며 그런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것은 아닐지... ‘망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테이프는 당연히 그런 금기를 넘어서는 듯한 공포를 안겨준다.



<믹스테이프>는 얼마 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 <열람 엄금>을

떠올리게 했다. 소설이지만 일종의 페이크 다큐 형태로 만들어진

소설이라,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관련 잡지 기사들이

책 속에 소개되고 이것이 ‘실화’라는 느낌을 주면서

독자가 '혹시 실제 사건이 아닐까?'라고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현실감을 만들어낸다.



이 책 <믹스테이프>도 페이크 다큐 느낌이 있다.

우선 미스터리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PD 이동경의 존재

그리고 1999년 세워졌다는 ‘대한오컬트협회’라는 곳과

거기서 만들어진 잡지 ‘월간 오컬트’에 실린 믹스테이프에

관한 게시물까지.... 이들은 이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일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금씩 조여드는 공포와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속으로의 탐험.... 이대로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홀린 듯 믹스테이프의 행방을

좇는 나승우와 지미소의 뒷모습이 위험해 보인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호기심인지도 모르겠다. <믹스테이프>는 독자를

금기의 경계까지 끌고 가는 오컬트 미스터리다. 정식 출간본에서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갔던 2020년을 떠올리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살던 도시는 진원지와 가까워 사실상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리는 텅 비었고 버스에는 승객이 없었으며, 마스크 한 장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두려움 속에서 집 안에 머물던 시간이었다.


<14 Days>는 미국에서도 코로나 피해가 가장 심했던 뉴욕의 한 오래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봉쇄로 건물 안에 갇힌 세입자들은 의료진과 필수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매일 옥상에 모이고, 그곳에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건물 관리인이다. 그녀는 이전 관리인이 남긴 '펀스비 성경'이라는 바인더 책자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세입자들의 별명과 성격, 특징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상당히 날카롭고 철저한 내용에 관리인은 깜짝 놀라게 되지만 이를 토대로 독자들은 인물들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게 된 상황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좀 더 개방적이고 소탈해진다. 누군가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깊이 묻어둔 삶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 나는 이를 보면서 흑사병을 피해서 피신한 사람들이 열흘간 이야기를 나누는 고전 <데카메론>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전염병이라는 비극 속에서 이야기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옥상이라는 공간은 어느새 초현실적인 장소가 되고 사람들은 현실의 짐을 내려놓고 과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이 책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Day 1부터 Day 14까지 서로 다른 작가들이 하루씩 맡아 집필한 구성 덕분에 매일 새로운 분위기와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둘째 날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내가 좋아하는 당당한 여성 캐릭터와 유령 이야기가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첫날이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과정이라면, 둘째 날부터는 각자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비니거(식초)’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제니퍼는 스스로를 와인처럼 숙성된 사람에 비유한다. 와인이나 식초가 오랜 시간을 거쳐 숙성이 되듯, 그녀 역시 예술가의 품격과 성숙함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이 신랄하게 느껴진다면, 주위에 저질스러운 사람이 있기에 그렇다는 그녀의 언변이 유독 날카롭게 다가왔다.


이어 휘트니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서는 알라모 선교 시설 유적에서 유령을 보았던 경험을 들려준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나눈 대화는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결국 사람은 삶에 대한 미련이 클수록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남긴다.


실로 ‘이야기의 향연’ 혹은 ‘옥상에서의 천일야화’라고 느껴질 만큼 다양한 사연들이 독자들의 눈앞에서 펼쳐진다. 사람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9.11 사태를 겨우 피하고 자신의 목숨은 구했으나 비행기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여인, 미운 사람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서 냉동고에 얼리는 방식으로 저주술을 행했던 어떤 할머니 그리고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친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어떤 여인의 이야기까지...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코로나라는 재난이 몰아친 상황, 극한의 두려움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에너지와 기억 속 이야기로 결국 버텨낸다. 서로의 삶을 듣고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는 행위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또 한 번 이 책을 통해 느꼈다. 책 <14days>는 코로나 시간을 함께 견뎌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담아내는 특별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의 세계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 상상 속의 삼국 시대 신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백의 세계> 힘이 약하고 실제적 권위가 없는 어린 임금과

그 임금을 손안에 넣고 마구 주물러대는 실세 중 실세인

상대등 그리고 “바둑”의 지혜와 기술을 이용하여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공주 연화의

이야기이다.



“바둑”이라는, 다양한 기술이 혼재하는 세계와

임금과 공주 연화가 처한 사면초가의 난감한 세상이

동시에 펼쳐진다.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는 연화의 목숨은

바람 앞의 촛불 같고 기세 등등한 상대등 앞에서

무력한 임금은 점점 쪼잔하고 비겁해지는데...



임금은 부인 윤이를 매우 사랑했지만 그녀는 아이를 

낳다가 그만 갑작스러운 사망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대등은 자신의 딸을 새로운 왕비로 

추대할 계략을 꾸미게 되고, 얼마 못 가서 죽을 것으로 예상된 약한 체력의 

공주 연화는 별궁으로 쫓겨가게 된다.



그렇게 연화는 아버지 임금의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외롭게 자라지만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마치 딸처럼 여동생

처럼 알뜰살뜰 보필하는 궁녀 옥이와 연지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의 바둑 스승인 정균이 별궁으로 찾아와서 

연화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활로”를 찾는다 하던가 “포석”을 깐다는 

문장이 바둑의 세계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 <백의 세계>의 각 장은 이런 바둑의 용어가 제목으로 쓰이면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은근 단서를 준다.



예를 들어서 ‘축’이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상대 돌의

활로를 연속으로 차단하면서 숨통을 조인다는 축의 의미처럼

임금과 연화가 상대등의 간교한 계략에 동시에 당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임금은 곁에 두고 아꼈던, 아랫것이자 바둑 친구 한호를

상대등의 손에 잃게 된다. 상대등의 약점을 캐낼 첩자로 보냈다가 들켰던 것.

 그리고 연화에 대한 입에 담지도 못할 음담패설이 온 나라에 퍼지게 되면서 

연화는 처벌을 모면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는데... 과연 이 둘은 결국 독 안에 

갇힌 쥐의 신세가 되고 말 것인가?



소설을 읽다 보니 흑돌을 쥐고 있는 연화와 백돌을 쥔 상대등과의 목숨을 건 

바둑 한판 승부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활로’를 찾는 이쪽과 ‘축’을 두는 저쪽... 

그러나 임금과 연화가 꾀를 내어 가까스로 '활로’를 찾아도 바로 ‘축’을 걸며 

숨통을 조여오는 상대등.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첨예한 권력 다툼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말하려는 것은 눈앞의 돌 몇 개 를 따는 게 아니라 전체 판을 읽는 자가 

누군가?라는 것이다. 결국 임금이 정균을 시켜서 연화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한 것은 적보다 몇 수를 더 내다보는 시야를 기르게 하려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세상을 모르는 아직 무력한 공주 연화. 그러나 이 책은 충직한 무관이 되어 

연화를 지킬 다호와 웬만한 남자는 밟아버리는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여자 라진을 등장시키며 앞으로 그녀가 판을 뒤집을 것을 예고한다.



상상 속의 신라 궁중의 권력 암투와 더불어 어리고 약했던  공주가 바둑의 기술을

통해 권력자의 자질을 갖춰 가는성장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소설 <백의 세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백의세계 #고혜원 #다이브 #역사판타지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최해린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 뒤가 켕기는 짓을 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영원히 젊겠어,"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소설이라 처음에는

마치 럭비공처럼 느껴졌던 소설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외계인과 음모론, 언론 취재와 액션이 뒤섞인 한 편의

흥미진진한 SF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러나 끝까지 읽어본

결과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바로 "왜 여성은 늘 착한 

영웅이어야 했을까? 가 아닐까 싶었다.



인턴 기자 강결은 정식 기자가 되기 위해 신문사에 취재 계획서를 

제출한다. 그것은 바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나타나 사람들을 구하는 정체불명의 존재 '사임당'의 실체를 까발리는 것.  

1973년에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인 그녀가 지금까지 늙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겠다는 게 그녀의 계획이다.



그러나 선배 기자인 구보라는 터무니없는 계획이라면서

이를 단칼에 쳐내고 만다.



포기하지 않는 강결은 결국 직접 사임당을 찾아 나선다.

취재를 위해 주택에 불을 지르고, 사임당에 매달려 날아가는 등

위험한 선택을 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에까지 휘말리는 강결.

결국 엄마까지 함께 비밀 군사기지로 날아가게 되면서

강결은 외계인이 중심이 된 어떤 거대한 프로젝트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SF 적 상상력과 액션이 더해진 이 작품은 이야기 자체만

보면 아주 흥미진진해 보이지만 결국 핵심은 타인을 구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자신을 공격한 이에게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하는, 착해빠진

 '사임당'이라는 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왜 하필 여자 영웅은 늘 착하고 희생적이고 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존재여야 했을까?



조선 시대에는 지아비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열녀문의 

주인공이 된 착한 여성들이 있었고. 산업화가 한창일 때는 오빠와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 논문을 송두리째 도둑맞아도 티끌만 한 분노조차 드러내지 못했던 

이 땅의 여성들.



그들이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가

그녀들을 "착한 영웅"의 틀에 가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임당이 무시무시한 외계인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희생하는 여성" 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 지점에서 제목인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라는 것도 

아주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언제나 젊고 아름다워야만 제대로 

된 여성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땅의 여성들은 머리칼이 백발이 되어서도 안되고 주름이 져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표면적으로는 SF 장르의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한 스토리" 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와 부담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소설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온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듯한 이 소설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

#노인이된영웅은없다 #최해린 #슬로우리드 #sf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