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평점 :
신과 인간 사이를 잇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불러오는 것들
오래된 신앙, 한국무속을 재해석한 네 가지 목소리
나는 오컬트 장르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고, 특히 한국 무속을 다룬 이야기에 강하게 끌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고, 신을 몸에 모신 채 사람들 앞에서 호령하는 무당의 카리스마가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귀신이나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정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분명 존재하듯이 말이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 는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개성으로 한국 무속을 풀어낸 오컬트 앤솔러지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무속 연구를 위해 시골 마을을 찾은 대학원생이 겪는 기이한 체험에서부터, 돼지머리 대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것이 고사상에 올라가는 섬뜩한 이야기까지. 작품들은 무속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바탕으로 저마다 다른 공포와 미스터리를 펼쳐 보인다.
〈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의 화자는 전국의 수귀 설화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그는 자료 조사를 위해 찾은 연목리에서 우연히 도당굿에 참여하게 된다. 외지인의 눈으로 귀신들을 맞이하던 그는 수많은 영혼들 사이에서 유독 거대하고 흉측한 존재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을 제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수도 검침원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무속 신앙을 다루는 글에 추리적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글이 좀 더 쫄깃쫄깃 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치 못했던 감동적인 반전이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금단의 술법〉의 주인공 강성찬은 학예사로 일하며 무속 문화에 관한 강연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무속 전문 잡지를 만드는 유이나를 만나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다. 유명한 만신 박금주가 소환 굿을 치르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후, 이후 특정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차례차례로 의문의 사건을 당하며 목숨을 잃고 있다 하는데... - 인과응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만신이 세워놓은 치밀한 계획을 무너뜨릴 순 없었으니...
〈대운의 기운을 내리소서〉는 매년 '대운굿'을 받아야만 인생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믿는 주수정의 이야기다. 그런데 올해 굿을 맡기로 한 무당들이 굿을 하던 도중에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도무지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굿판에 스며든 사특한 귀신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과연 이들은 대운굿을 성공적으로 거행할 수 있을까? --- 굿이 과연 운명을 뒤집어놓을 수가 있는 것일까? 우주의 질서, 대 원리 등 보이지 않는 어떤 규칙과 질서가 느껴진 이야기.
〈한밤중의 고사상〉은 범죄심리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우연히 참여한 사당 투어에서 고사상 위에 놓인 충격적인 물건을 발견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무시당한 채 홀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 인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하는 이야기였다. 흑마술 (?)이라고 하면 될까? 사악한 능력과 탐욕이 만나면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역시 우리 민족은 예부터 보이지 않는 힘을 인정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짓고도 멀쩡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이라던가, 우주의 질서마저 망쳐가면 욕심대로 살아가겠다는 인간들을 단죄하는 무속 신앙.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나오는 무속 이야기는 공포스럽긴 해도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결국 착한 이에게 보상을 하고 사악한 이들에겐 그에 마땅한 벌이 주어지니... 그리고 이야기 대부분이 범죄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연상하게 하는 진행 덕분에 긴장감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골고루 먹고 가시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