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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위스키봉봉
고민실 지음 / 비채 / 2026년 3월
평점 :
소설집 《챗 위스키 봉봉》을 관통하는 정서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자각이다. 고민실 저자는 AI가 일상이 되고 안락사
캡슐로 죽음이 좀 더 편리해진 세상 등을 보여주면서도
기술의 발전으로는 우리의 문제 – 계층, 가난, 인간 소외와 고독
그리고 소통 불능 등 – 은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 단편 〈챗 위스키 봉봉〉에서 인간관계가 피곤했던
선우는 혼자 일할 수 있는 상담직에 만족한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관리자의 미사여구와 데이트 신청 등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던 선우. 그러나 AI는 그녀에게 선을 지키라고
충고하는데..
🖋 잠깐 드라마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했던 선우...
그러나 삶은 역시 판타지가 아니다. 백마 탄 왕자는 없다.
📚 단편 <아빠는 비엘을 읽지 않는다>에서 사업이 망한 후
혼자 사는 아빠의 집으로 들어가는 윤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아빠, 부녀간의 대화는 없고 서로 각자의 취향에 맞는
텍스트에 빠져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서는 웹 소설 플랫폼을 통해
아빠의 취향 혹은 미묘한 내면의 변화를 읽게 되는데
🖋 부모도 타인일 뿐,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은 결국
불가능한 게 아닐까?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타협하며 사는
삶이 정답일수도 있다.
📚 단편 <룸■룸>에서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해고에
종종걸음을 치다가 우연히 주거 공간에서 일하는 직장을
구하게 된다. CCTV를 통해 사람들의 동선을 대충 파악한 후
주인공은 난방비와 출퇴근비를 아낄 묘책으로 직장에서
몰래 밤을 보내게 되는데....
🖋 사랑과 가난은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팍팍한 도시 생활은
사람을 일단 생존에 집중하게 만든다. 사생활까지
침범한 노동을 보여주는 단편.
📚 단편 〈그만한 하루〉에서는 이제 할머니가 되고
치매까지 온 주인공이 장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안락사 캡슐’인
‘에그’를 구하기 위해 돈을 훔치러 길을 나선다. 그러나
이미 중증 치매에 걸려버린 그녀는 자신이 ‘달걀’을 사러
시장에 나왔는지 아니면 그 ‘에그’를 살 돈을 훔치는지
조차도 가물가물하다.
🖋 모두를 위한 기술 발전은 없다. 돈이 없으면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한다. 현실과 환상, 나와 타인도 구분 못하며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은 공포를 유발한다.
고민실 작가의 단편소설집은 겉으로는 AI, 안락사 캡슐
그리고 웹 소설 등 우리 시대의 관심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가볍게 시작한 듯한 글은
인간 존재의 아주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 인간은 근본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 기술 발전은 과연 인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 도시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나만의 공간은 왜 줄어들까?
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해줄 순 있어도 결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 – 치매, 죽음, 감정, 소통 – 은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이해 불가능한 상황도 이해하려 애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가볍게 시작한 듯 보였지만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집 <챗 위스키 봉봉>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