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유어 달링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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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똑같은 악몽을 가진 부부가 있을까?”

부부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어떤 부부는 남들은 절대로 몰라야 할 어두운 비밀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바로 톰과 웬디 커플이 그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밀봉된 비밀 상자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면? 하찮은(?) 죄의식 때문에 커플 중 한쪽이 조금씩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그 입을 영원히 막아버릴 방법을 떠올리지 않을까? 인간 내면 심리의 미묘한 지점을 매우 잘 포착해 내는 피터 스완슨 작가의 신작 <킬 유어 달링> 속으로 들어가 본다.

톰과 웬디 부부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정된 직장과 풍족한 재산 그리고 똘똘한 아들까지.... 그러나 언젠가부터 웬디의 레이더망에 위험신호가 포착되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망칠 정도로 술에 절여진 채 살고 있는 톰.. 그리고 멈추지 않는 다른 여성들과의 불륜... 하지만 결정적으로 톰이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 얼마 전 부부가 참석했던 디너파티에서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쓰고 있다고 톰은 자랑하듯 떠들었고, 이후 몰래 톰의 컴퓨터 속 소설을 엿본 웬디는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책 <킬 유어 달링>은 특이하게도 시간을 과거로 역추적하는 설정이다. 독자들은 이미 일어난 한 범죄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고 이 커플이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범죄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을 짐작게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사랑과 범죄.. 그 모든 것의 싹을 틔웠던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기묘한 "노스탤지어"의 감정을 일으킨다. 마치 결코 드러나선 안될 비밀들이 쌓여있는 다락방을 뒤지는 느낌과 오래된 사진첩을 거꾸로 넘겨보며 알아선 안될, 금지된 추억에 젖어드는 느낌이랄까? 현재 톰을 바라보는 웬디의 차갑다 못해 살벌한 눈빛과 그들이 서로를 영원한 커플로 느끼게 된 과거의 지점이 교차하면서 범죄 추리소설이지만 이상하게 아련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먹잇감을 단번에 제압하는 육식동물의 눈빛을 가진 웬디 그러나 술에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연약한 톰.. 책을 읽는 동안 이 부부를 지금까지 지탱하게 만든 힘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궁금했다. 혹시 가스라이팅과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들이 서로를 운명 공동체 그리고 운명적 쌍둥이라고 여길 수 있는 지점이 있긴 했지만 ( 둘이 생일이 같음 )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웬디라는 여왕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톰이라는 파리가 점점 걸려들어가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애초에 "힘의 불균형" 혹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것.

지킬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어두운 비밀을 만들지 말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소설 <킬 유어 달링> 과거를 완벽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까라고 묻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범죄조직은 공통점이 있는데, 내부 기밀을 누설한 자는 처단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조직의 수장인 웬디가 톰에게 하고 싶은 말인 듯. 독자들에게 상당한 몰입감과 스릴감을 주는 소설 <킬 유어 달링> 피터 스완슨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독자들의 관심을 붙들어놓는 전략을 잘 짜는 것 같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과 기존의 추리소설 형식을 약간 벗어나는 구조까지... 아주 흥미진진한 소설 <킬 유어 달링>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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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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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분위기를 조성해나간다는 점에서 커피와 괴담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책 [커피 괴담]은 독자들의 흥미를 꽤 불러일으킬만한 적절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나는 괴담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스스로 왜 이럴까? 궁금해지던 찰나, 책 속에서 답이 될만한 문장을 찾았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다몬의 발언인데, 내가 괴담에 대해서 느끼는 바를 아주 콕 집어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책 <커피 괴담>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커피를 마시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공유하는 컨셉이다. 이제 중년에 접어드는 이 4명의 친구들은 음악 프로듀서, 작곡가, 외과의사 그리고 검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인데, 이들은 교토, 요코하마, 고베 그리고 오사카 등의 유명한 찻집을 찾아다니며 커피와 괴담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우연히 시작된 친구들의 괴담을 위한 이 만남은 무려 6회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괴담들의 주제는 상당히 다양하다. 미국 원주민 부족이 만든 곰 장식물이 사고를 미리 예언하다?! 아들과 함께 꽃 사마귀라는 곤충을 잡았을 뿐인데 갑자기 아들의 다리에 낫으로 베인 상처가 생기다?! 돌아가신 숙부의 스마트폰에 깔린 만보기 앱이 갑자기 작동하기 시작했다?! 머리끝이 쭈뼛 서게 만드는 무서운 심령 사건에서부터 여러 차원을 넘나드는 이세계 이야기까지... 어디서 들어본 듯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서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주인공 ' 쓰카자키 다몬'이라는 사림이었다. 그는 속세에서는 무척 가벼워 보이는 사람이지만 ( 뭔가 헐렁해 보이는 성격...) 왠지 영적 세계에 이미 발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서 친구의 할머니가 아마도 세상을 떠났을 시점에 그녀를 목격한다던가, 매우 기괴한 악몽을 꾸고 나서 검사 친구 구로다가 애타게 찾고 있던 사건 단서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묘한 경험을 한다. 분실해도 자꾸만 그에게 돌아오는 낡은 우산은 또 어떤가? 다몬은 특별하다. 어쩌면 평범한 인간들 틈에서 살고 있는 다른 차원의 인간일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 가끔 만나서 안부를 묻는 친구들과 이런 괴담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좀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 뭔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즈넉한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둔 채 너무도 익숙한 이 세상 말고 좀 더 신기하고 기묘한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신이 난다. 몸은 현실에 두고 있지만 잠시 이세계로 다녀온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소설 [커피 괴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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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의 최후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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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은 혼란 그 자체였다.

X세대의 특유의 자유로움과 반항심 그리고 높은 이상은 

당시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시그니처이자 사회를 이끄는 에너지가 되어 주었으나

 IMF가 터지면서 그들은 무력하게 눈앞에서 무너져내리는 현실을 맞닥뜨려야만 했다.


만화책 <오렌지족의 최후>는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세기말 감성을 아주 풍부하게 담아낸다. 절망과 좌절 그리고 방황과 외로움마저도 

어쩌면 젊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 <오렌지족의 최후>

누군가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오하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살고 있지만

현실은 지루하고 공부는 재미없다. 겉으론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늘 일탈을 꿈꾸는 오하나.

그런 그녀 앞에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난 사람은 바로

미국 유학생 최준혁. 오하나는 그에게 반해버리고 곧 둘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불같은 첫사랑도 거리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만다.


이제 오하나의 꿈이 되어버린 최준혁...

사랑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오하나는 무작정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


꿈은 꿀 때까지만 달콤하다. 현실로 만나는 꿈은 가끔 상당히 아프다. 

공립학교에서 영어 때문에 고군분투하던 오하나는

사촌인 로사의 도움을 받아서 부유층들이 돈 내고 간다는

사립 고등학교로 옮기게 된다. 거기서 오하나는 한국 유학생들

무리와 친해지게 되지만 그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지옥문이 열리게 되는데...


<오렌지족의 최후>에서 재미있던 요소를 말하자면 우선

매우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미지 표현! 

저자는 머리 스타일이나 복장 만으로도 90년대 세기말의 분위기를 깨알같이 

잘 담아낸다. 그리고 미묘한 얼굴 표정 등으로 유학생들

특유의 높은 불안이나 긴장감 생존 스트레스를 잘 담아냈다는 느낌...


등장인물들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개성 있다는 느낌.

이민 1.5세대인 사촌 로사의 경우, 고생하는 부모를 위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케이스이고 ( 교민 중 분명 이런 사람 있다 )

오하나의 일본인 친구 타케야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백인 주류 사회에 잘 적응하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고통을 겪던 오하나를 잘 감싸준다. 나이와 국경에 관계없이 이렇게 속 깊은 사람들은 어디나 있다.


파랑새를 쫓아서 멀리 날아갔던 오하나.. 재벌은 아니었지만

안정된 가정에서 돈 걱정없이 공주처럼 자란 오하나.

뚜렷한 목표 없이 시작했던 그녀의 유학 생활은 결국 좌초하게 된다. 

오하나가 위기를 맞았던 순간에 떠올린 구절은

바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속 “Nobody. Me, myself and I” 인데 

그녀가 겪은 지독한 외로움과 좌절을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또 다르게 다가온 문구이다.


말하자면 현실로부터 아무리 도피하고 도망 다녀도

그리고 아무리 멀리 떠나와도 결국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다.


“오하나, 너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이 멀리까지

대체 왜 온 거야? ” - 366쪽 -


생각만 해도 이불 킥 하게 되는 누군가의 흑역사를

담고 있는 만화책 <오렌지족의 최후> 그러나 한때 우리는

그렇게 젊었고 대담했고 절망했고 외로웠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한때 오하나였다고 말하면... 조금 오버인가?


오하나의 고통스러운 성장통을 담고 있는 책인데 부디

이 이야기의 그다음 버전이 나오기를 바라본다.

상당히 재미있어서 읽다가 밤새게 되는 책 <오렌지족의 최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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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인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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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기 군, 이건 굉장한 사건이야.

범인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일으킨

계획 살인이란 말이야."


기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겹겹이 숨겨져 있는 트릭을 깨부수고

결국 범인을 잡아내는데 성공하다........

이 소설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은 본격 추리소설이자 정통 미스터리라 할 수 있다.

천재적 추리 실력을 가진 탐정유리 린타로와 함께 범인의 속임수를 간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책 속의 책" 즉, 일종의 메타픽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리 린타로와 친한 신문 기자 미쓰기가 실제로 겪은 범죄 사건을 

책으로 쓴다는 설정인데, 그래서인지 뭔가 더 생생하고 실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는 2명의 화자에 의해서 이어진다. 한 명은 사쿠라의 매니저인 쓰치야 교조, 

나머지는 기자이자 소설가인 미쓰기.   꼼꼼한 성격의 매니저 쓰치야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건 중간중간을 기록으로 남긴 상태였고, 

유리와 미쓰기 그리고 경찰들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사쿠라의 매니저인 쓰치야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밤 기차로 도쿄에서 출발해 

공연이 있을 오사카에 도착하여 D호텔에 묵을 예정이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역으로 사쿠라를 데리러 가진 못한 매니저 쓰치야.. 그러나 호텔에 갔을 때 

사쿠라는 이미 외출을 한 상황이었고 이후 공연 시간 임박했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발을 동동 구르던 매니저와 다른 스텝들 앞에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케이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은 케이스 속에 들어있는 사쿠라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그만 경악하고 마는데....


상당히 몰입감 있는 소설 <나비부인 살인사건> 

원래 화려한 등장을 즐기던 한 여인은 참으로 기묘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매우 오랜 시간을 들인, 

정교하고 복잡한 퍼즐과 같은 사건!  그러나 추리 천재 유리 린타로는 

언제나 한발 앞서있다!


범인을 밝히기 위한 증거 수집과 단서를 찾기 위한 사건 역추적이 시작되면서 

의외로 증거들은 쉽게 수집된다. 그러나 범인 파악은 쉽지 않다. 

우리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가 "진실을 말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가끔은 "증거도 거짓말을 한다"라고도 말하는 소설.  

말하자면 범인은 의도적으로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현장에 남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역시 아무나 탐정이 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탐정의 조건은 날카로운 관찰력, 즉, 증거와 증거 사이 미묘하게 어긋한 

지점을 알아차려야 하고 두 번째는 인간 심리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 

말하자면 범죄를 저지를만한 요소를 갖춘 자를 골라낼 필요가 있다는 사실!  

유리 린타로처럼 ^^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자면 악보를 이용한 암호라던가 사람들의 대화와 기록에서 단서 찾기 

그리고 미묘하게 어긋나는 지점 찾기 등등등.. 오랜만에 머리를 굴려가며 

매우 복잡한 퍼즐을 풀어내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도 좋았다.  호텔에 남겨진 지문과 쌩뚱맞은 무대 의상 

그리고 이미 죽은 가수의 어릴적 사진과 장소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모래들 

등등은 독자들의 추리를 충분히 헷갈리게 할 만한 재미있는 요소였다.


증거의 손가락들은 다른 방향과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으나 

유리 린타로는 숨어있던, 다른 쪽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결국 간파해낸다. 

1940년대 쯤 쓰인 소설이라고 알고 있는데 당시치고는 상당히 논리적으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을 정통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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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픽셀로 그린 심장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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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SF 장르가 그다지 인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비티 북스> 출판사는 꾸준하게 매우 수준 높은

SF 소설들을 출간하는 것 같다. 글을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이 책 <픽셀로 그린 심장>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픽셀로 그린 심장>은 재미도 있지만 작가 본인의 철학을

담은 깊이 있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오랫동안 인간의 본질

- 쉽게 분열하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성향 –에 대해 생각하고 

이런 우리가 어떻게 화합할 수 있을지를 오랫동안 고민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layer 1,2,3,4로 나뉜다. 처음에는 다소

희미하게 점점이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 즉, 개인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layer가 겹치면서 조금씩 세계관이 확장되고

중심 서사가 분명하게 잡힌다. 앞부분의 개인들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나 싶었는데, 결국 거대한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


2040년에서 시작되는 책의 앞부분에는 유전자 변형 등으로

인한 초자연적인 능력 - 기억 조작, 염력, 발화 등 - 을 가진

이능력자들의 개인적 서사 - 성장과 갈등 - 가 등장한다.

이들은 일반인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차별, 억압, 혐오라는 3종 세트를 겪으면서 살아간다. 

당연히 내면에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고 이것은 곧 사회적 분열로 이어진다.


그러나 layer3 정도에 가면 한 정치인이 이야기했던 상황,

적들끼리도 뭉쳐야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들의 지구 침공'! 

인간을 말 그대로 씹어 먹는 바르크인들의 침공으로 세상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능력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되면서 

이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는데... 그렇다면 결국 세상은 이능력자들이 

주도하는 세상, 일반인이 차별받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인가?


끝까지 읽는다는 조건 하에, 이 책 <픽셀로 만든 심장>은

대중성, 오락성을 분명히 갖추고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픽셀로 그린 심장>은 영국 SF 시리즈인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로 쓰여도 될 만큼 완성도 있다. 

태오와 지아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인데... 진짜 말 그대로

픽셀 하나하나로 혈액과 심장 박동이 타고 흐르는 느낌..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과연 서로 이렇게 다른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능력치나 사회적 지위 등등 개인은 너무나 다르고 

이는 곧 사회적 분열이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인들이나 종교 지도자들은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해 먹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사회 제도는 이러한 인간의 한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노릇...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은 있다. 

이상적인 사회,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갈 방법은 있다. 라고 

독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듯하다. 상당히 깊이 있는 사유의 끝에 

빚어진 수준 높은 SF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 <픽셀로 만든 심장>을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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