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헤드 대드
성하성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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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살인마의 의식을 탑재하고 부활한

한 가장의 처절한 복수극

죽음으로부터, 그것도 도저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죽음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남자.. 그러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치 빈 껍데기 같은 초라한 인생을 포기하려고 하던 순간, 그는 불타오르는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지옥에서 막 돌아온 야차 같은 현의 활약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책 <데드 헤드 대드>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내 최고의 방산 기업인 ZIG 엑스원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일했던 주인공 이현. 어느 날 황 장군이라는 권력자를 접대하기 위해서 갔던 유흥시설 "아락실"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나체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무리가 한꺼번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을 멍하게 지켜보던 현은 그중 한 아이의 얼굴이 굉장히 낯익다고 느끼게 되는데....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설정과 폭발적인 액션을 동시에 보여주는 SF 소설 <데드 헤드 대드> 주인공 현이 활약하고 있는 이 시기는 2059년. 죽은 자의 DNA 정보로 의체를 만들고, 기억을 담은 시냅스 칩을 뇌에 심어서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말하자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 인간들.

한 범죄조직이 다시 살아난 사람들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현. 딸의 죽은 친구를 위해서 범죄 조직 소탕에 도움이 되려 했으나 오히려 현과 그의 가족은 범죄 조직에 의해서 아주 잔인하고 끔찍하게 살해된다. 그러나 의체 제작 업체인 "오르비사"의 직원인 친구 주완의 도움으로 되살아나게 된 현... 그러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와 마치 살인 병기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2059년의 서울은 겉으로만 보면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 날아다니는 교통수단, 집 안에 탑재된 AI 그리고 의체로 갈아탈 수만 있다면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부유한 윗 서울과는 다르게 높은 범죄율 등으로 방치되어 있는, 디스토피아 같은 아랫 서울. 그리고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랄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바로 다시 살아난 주인공 이현! 그리고 그의 의식 속으로 숨어들어간 천재 살인마 두억시니. 괴물 같은 신체적 능력을 가진 이현과 천재적 살인마 두억시니는 "환상적인 콤비"가 되어서 범죄 조직의 소탕에 나선다. 굉장히 화려한 액션과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SF 장르적 설정 덕분에 상당히 몰입감이 있는 소설이다. 그뿐 아니라 한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라는 점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는 점....

그러나 도대체 천재 살인마인 두억시니가 이현의 의식으로 스며든 이유와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그도 이현처럼 단지 사적 복수를 위해서 이현의 몸을 빌린 걸까?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해답은 책 속에....

소설 <데드 헤드 대드>는 당장 내일 영상화를 해도 대박이 날 듯한, 화려한 영상미를 갖춘 소설이다. 또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몸을 바꾸고 기억을 업로드했다고 그가 원래 그 사람이 맞을까? 다시 살아난 인간이 가짜라고 하지만, 원래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먹고 느낀다면 그도 진짜라고 봐줘야 하지 않을까?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SF 소설 <데드 헤드 대드>를 이 장르에 진심인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이현으로 다시 살아난 게 아니라는 생각. 진짜 나는 그때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그저 예전의 내 기억을 양식 삼아 따라 하는 가짜..."

"가짜인지 진짜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 너에게는 이뤄야 할 목표도, 싸워야 할 적도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살아 있다는 증거는."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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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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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라는 나의 정체

저 먼 우주의 고향 별,

학폭 사건과 외계 생명의 위협…


학창 시절, 사고방식이 다르다거나 상상력이 유난히 풍부한 아이를 보면 

'혹시 외계인 아닐까?’ 하고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책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 의 주인공, 이란성 쌍둥이 초율과 선율 

남매는 정말로 그런 상상 속 존재였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청소년이지만 사실 미라클 스타라는 별에서 온 외계 생명체, 

그리고 그 정체를 숨긴 채 수백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존재들인 초율과 선율.


이 ‘다소 황당하지만 매력적인 설정’은 오히려 현실의 청소년 문제—친구와의 갈등, 이성 문제, 학교 폭력— 을 이야기하는 데 탁월한 장치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은 판타지와 일상의 고민이 잘 어우러진,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초율은 상상만 했을 뿐인데, 어느새 금붕어가 되어 수족관 안을 헤엄치고 있다. 그런 초율에게 반려 물고기 ‘파란 별’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초율과 선율, 그리고 자신도 모두 미라클 스타에서 온 외계 생명체이며, 이미 지구에서 수백 년을 살아왔다는 이야기.


한편 인기 많고 집안도 좋은 남학생 서강이 초율에게 유난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강이 왠지 싫었던 초율은 그를 본능적으로 밀어내지만 서강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서강이 초율과 선율의 집에 찾아오고, 그는 이상할 정도로 수족관 속 파란 별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 순간 파란 별이 느꼈던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은 곧 밝혀진다. 사실 서강 역시 외계 생명체이자, 다른 생명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범죄자였던 것...


과연 초율과 선율은 범죄자의 위협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될 것인가?


감수성이 예민하게 자라나는 청소년 시기, 아이들은 이성 문제나 학폭 문제에 쉽게 휘말리곤 한다. 또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초율과 선율이 겪는 갈등과 위기들은 '남의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그 위협이 외계인의 능력을 노리는 악한 존재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우리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상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율과 선율은 겉보기엔 평범한 아이들이다. 성적, 이성 문제, 학교폭력, 낮은 자존감 등 누구나 겪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특별한 힘과 정체성이 숨어 있다. 그 특별함을 빼앗고 이용하려는 세력의 위협 속에서도, 결국 이들을 지켜주는 건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가족의 힘이었던 것. 위기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가족애는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주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유심히 지켜보길 바란다. 알고보면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힘을 숨긴채 조용히 살아가는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도와줘도 지금보다 백배는 빛날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랄까? 무한한 상상력이 빚어낸 설정! 그래서 더욱더 재미있었던 SF장르의 청소년 성장 소설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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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해양강국을 위한 바다의 인문학
김석균 지음 / 예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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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해 인류를 성찰한

지적 항해의 결정판

나에게 있어서 바다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사는 곳이자 휴가를 맞아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바다의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바다를 차지하는 자가 세계를 거머쥔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고, 여러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사건 등을 통해 그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과거에 바다의 패권을 차지했던 유럽 국가들의 휘황찬란했던 역사를 이야기한다. 교실 안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강렬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가 몰랐던 다양한 사례가 나와서 좋았는데, 우선 자원이 별로 없었던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십자권 원정으로 동방 무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후 엄청난 경제적 부를 이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방 무역을 통한 향신료 거래 덕분이었고, 엘리자베스 1세 당시 영국은 사략선 제도를 만들어서 해적질을 국가가 공인해 주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여러 사례들 중에서는 역시 "블랙 레전드"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 원주민들에 자행한 잔혹 행위인데 이때의 수탈이 계속 이어져 지금의 남미 상황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어쨌든 이 책은 이렇게 과거 유럽 국가들이 바다에서 이룬 성취들을 열거하며 어떻게 역사의 주역이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론은 바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문명은 부를 손에 쥐고 세계 질서를 이끌었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다를 활용하여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

이 책은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무역 의존도가 89%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 교통로는 곧 국가의 생명줄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저자. 이 대목에서 내가 줄곧 궁금하게 여겼던 "북극항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이 "북극항로"는 과연 무엇일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북극항로이다. 이 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미주나 유럽에 도달하는 항해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에 무역 비용이 절감되고 이것은 바로 무역 경쟁력 향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 외에도 이 책은 안보나 분쟁과 같은 측면에서도 바다를 다루고 있다. 특히 혹시나 3차 세계 대전이 발생한다면 그곳은 바로 동아시아의 해양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소름이 돋는 한편, 고개도 끄덕여졌다. 안 그래도 요즘 일본과 중국이 서로 으르렁대는 가운데,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나라의 바다가 어쩌면 전략적 요충지이자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에서는 살짝 방향을 틀어서, 경제나 안보 등을 넘어서는 더 큰 메시지를 제시하는 저자. 바다랑 모름지기 큰 물과 작은 물, 맑은 물과 탁한 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막아내는 힘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힘이 강력한 바다. 요즘처럼 분열과 갈등이 팽배한 시대에 "해불양수" 즉 '바다가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바다를 이룰 수 있었다'는 포용성과 관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바다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궁금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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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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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꼼짝없이 오래 응시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또 나를 하필 지금 이곳에 있게 한 모든 확률을.”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 과거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과거의 상처를 비로소 극복하고 평안을 찾는 주인공 뤽셀레와 스스로를 가두었던 세계를 박차고 나와 자유를 얻는 주인공 소카의 아름다운 여정을 그리는 소설 <빛의 조각들>

뤽셀레는 4층까지 있는 대저택의 청소부로 고용된다. 한때는 행성과 행성을 다니는 여객기의 파일럿으로 일했으나 불운한 사고가 겹치면서 흑백증을 얻어 색채를 잃고 아내까지 잃은 후 이곳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인공강화 수술을 받아서 인핸서가 되는 것.

저택의 중심에는 호흡기 문제와 폐 질환을 가진 천재 화가 소카가 있고, 저택의 모든 요소는 그에게 맞춰 돌아간다. 단 하나의 오염물질도 소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에 청소부인 뤽 셀레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렇다면, 소카는 왜 인공 강화 수술을 받지 않았나? 그 이유는 인핸서가 되는 순간, 그에게 주어진 예술가의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

몸의 컨디션이 나빠서인지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고 예민한 소카... 채용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뤽 셀레가 보기에 자신이 언제 해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저택 분위기는 마치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한데....

SF 소설이지만 소설 <빛의 조각들>은 상당히 풍부한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고 인물 사이의 갈등, 오해 그리고 용서 등을 그려내는 휴먼 드라마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SF를 읽다 보면 느끼는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보다는 고전 문학을 읽을 때 받는 깊이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폭발적인 색감으로 표현되는 그림을 그려내지만 저택 안에 갇혀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소카와 회색빛 절망으로 과거를 곱씹는 뤽은 어쩐지 다른 듯 닮아있는 모습... 하지만 어느 새벽, 물 빠진 수영장에 소카가 놓아둔 선베드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 순간, 뤽 셀레는 앞으로의 그의 시간은 지나온 시간과 같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하게 되는데...

“나는 손바닥으로 두 귀를 덮고, 본래의 색채와 나의 시야 간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그 풍경을 꼼짝없이 오래 응시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또 나를 하필 이곳에 있게 한 모든 확률을.”

사람 백 명이 있다면, 아마도 백 개의 절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 개의 희망도 있다는 점!! <빛의 조각들>이 빚어내는 휴먼 드라마는 상처와 좌절 속에서도 우리가 얼마든지 빛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소중하게 간직한 것, 예를 들자면, 예술을 향한 사랑과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 등등이 오히려 우리가 미래를 나아감에 있어서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뤽 셀레와 소카는 후회와 좌절보다는 미래와 가능성을 택하게 되고 독자들은 그 지점에서 커다란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 쇠사슬을 끊어낸 서커스단의 코끼리처럼, 새장의 문을 연 새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게 된 두 주인공들의 이야기 <빛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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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김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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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삶과 전쟁을 겪은 삶

소설 <기쁨의 황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노년의 그라지나와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젊은이 “하이”가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두 손을 모은 채 지켜보게 된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짓누르게 되면

가끔 우리는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 주인공 “하이”도

소중한 이의 죽음 이후로 그저 자신의 삶이

곤두박질치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자퇴와 약물 중독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

그러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하이”는

삶을 끝내기 좋을 만한 장소를 찾게 되지만

거기서 만난 노년의 그라지나가 그에게 2번째

삶을 선물하게 되는데...


비극적인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그리고 슬픔을 견디게 해주는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울컥함을 몇 번이나 느꼈다. 전쟁의 기억에 붙들린

그라지나와 그녀를 세심하게 돌보는 하이..


그들은 서로의 절망을 알아보고 단단히 붙들고

끝내는 서로를 구원한다. 마치 투명 인간처럼 잊혀가는

노년과 이미 내면이 죽어버렸던 청년... 이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와 우정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소설 <기쁨의 황제>는 삶의 무게와 고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내지만, 등장인물들이 고통 때문에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대신에 이들은 그저 슬픔을 안고

서로 연대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을 택한다. 패배자일지는 몰라도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아름다운 패배자들의

이야기 <기쁨의 황제>


이 책의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상관없이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문장에 깃들어 있는

철학적 메시지도 상당히 깊이 있다는 느낌...


삶의 무게와 고통을 묵묵히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같은 이야기 <기쁨의 황제>


“우리는 기억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죽이는 것이구나”

-157쪽 -


“아이의 슬픔이 어른의 슬픔이 되는 시점은 정확히 언제일ᄁᆞ?”

-291쪽 -


“우리는 키 작은 패배자야. 아름답고 키 작은 패배자들.”

-313쪽-


“9월에 그토록 아름다운 강을 그런 식으로, 내내 고개 숙인 채

건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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