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철학하기 - 재미, 예술성, 장르 등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
주자안 지음, 정세경 옮김 / 현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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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의 세계에는 낭만과 모험... 그리고 철학이 가득하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RPG나 전략 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으로 간단한 퍼즐 게임을 하거나 블록을 없애는 게임을 즐기는 정도다. 그런데도 게임을 하다 보면 현실에서는 쉽게 얻기 어려운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시간 낭비로 여긴다. 게임에 중독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삶 속에 게임이 깊숙이 들어온 만큼 고정관념을 가지고 게임을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게임 산업은 수많은 직업을 만들어내고 있고 영화나 책 못지않게 어떤 문화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이 책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게임을 철학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인 주자안은 타이완 국립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철학자”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래서 더욱 철학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편견 없이 여러 시도를 통해서 철학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책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등장한다. “비디오 게임은 가짜일까?”, “규칙이 있는 게임에 자유가 존재할 수 있을까?”, “게임은 시간 낭비일까?” 같은 질문들이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답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저자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과 철학적 사고를 결합해 하나씩 답을 찾아간다. 특히 소울라이크 게임인 <블러드 본>을 비롯해 오픈월드 게임, 게임 속 죽음, 게임의 예술성, 폭력성과 윤리 문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게임은 시간 낭비일까?”라는 질문이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특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생산성을 높이고 돈을 벌 수 있는 활동에 시간을 투자해야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사회가 우리를 몰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삶의 모든 시간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철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23개의 질문을 5개의 스테이지로 나누어 게임이 무엇인지, 자유란 무엇인지,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지, 장르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게임 속 폭력과 성차별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으며, 오히려 게임이라는 친숙한 소재 덕분에 철학적 사고가 훨씬 쉽게 다가온다.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렵다기보다는 두뇌에 자극이 될만한 지적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비디오 게임이 가짜가 아닌 이유는? 사람들 끼지 교류가 있으니까. 게임이란? 어떤 마법 결계 안에 들어선 거나 마찬가지. 비디오 게임도 예술이라 할 수 있나? 예술의 정의는 점차적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게임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 <게임으로 철학 하기>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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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인간
심현희 지음 / 이든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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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다재다능하고 팔방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 사람.

나는 책 <연결하는 인간>을 읽으면서 저자 심현희 씨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 조직에 소속된 기자이기 전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사람에 가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도 전에 이런 사람은 조직에서

오래 버티기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역시 그랬다.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조직의 틀은 답답하기 마련이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 <단절과 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조직의 한계를 경험하는 저자 이야기가 나온다.

좋아하는 분야를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의 저자는 대학 시절부터

관심을 가진 맥주를 바탕으로 주류, 식음료 전문 기자가 된다.



이후 책 출간과 강연, 칼럼 연재를 통해서 부지런히 개인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저자.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원치 않는 

부서 이동을 겪고 결국 날개 꺾인 새처럼 돼버린다. 

그런 식으로 조직은 부품이길 거부하는 사람을 단죄하나? 싶기도 했다.



사실 머리보다는 가슴의 목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안정된 틀보다는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바로 저자 같은 사람들은 조직에 잘 맞지 않다. 순수와 감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조직은 너무 좁은 틀이다.



2장 <칼럼, 노래가 되다>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노래까지 부른 사실이 놀라웠다.

게다가 가사는 기자인 저자가 쓴 칼럼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니

뭐랄까? 최재천 박사님의 그 통섭 이론이 떠오르는 지점이었다.



날카로운 이성과 논리가 풍부한 감성과 예술성을 만나서

노래로 만들어지다! 책에는 QR코드를 통해 유튜브로 노래를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다. <칡소>는 신나고

<최애에게>는 달콤하고 <우유 빛깔 막걸리>는 상큼하다.

혹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는 분들에게 노래를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란 어떤 틀에 갇혀 사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틀을 깨부수고 발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사실.

특히 요즘은 어디에 소속되기보다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



무엇보다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저자가 끊임없이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기 때문인 것 같다. 논리와 감성

기자와 음악가 그리고 칼럼과 노래..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향을 이끌어가는 저자가 매우

멋져 보인다.



책의 끝부분에 <직업의 확장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본업을 두고 다른 여러 분야를 통합해서 커리어의

범위와 가능성을 넓혀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멋지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



좀 더 성장하고 싶고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연결하는 인간>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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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구름은 서쪽으로 흐르니
김형원 지음 / 마음연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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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오빠의 복수를 위해 장악원으로 향하다


<밤구름은 서쪽으로 흐르니>는 사극 소설이지만 전혀 고루하지 않다.

오히려 잘 만든 사극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비극적인 사랑과 권력 다툼, 음모와 복수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아름답고도 애절한 정서가 흐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주인공들이 가야금을 연주하는 장면마다

마치 귓가에 음악이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장악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섬세한 묘사 덕분에 음악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궁에 소속된 가야금 연주자 윤호가 한 권력자의 음모에 휘말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오빠를 잃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여동생 설은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러나 천재적인 가야금

재능을 지닌 설은 남장을 한 채 장악원에 들어가고, 오빠의 억울함을 갚겠다는

복수심을 품은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진짜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가족과 연인밖에 모르던

어질고 선량한 인물이 한 권력자의 탐욕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특히 윤호의 죽음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설이 장악원에 입성하게 되는 것과 과연 복수를

할 수 있을지에 내내 긴장하며 읽었다.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인연이다.

설과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병판 유상흔과 임금 정조까지

이어지는 관계는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숨겨진 사연들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몰입을 부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병판댁 잔치에서 설이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부분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분노와 결의를 음악으로

쏟아내는 장면은 상당히 드라마틱했고, 마치 극적인 영화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개성있는 캐릭터도 매력 만점이었다. 특히 만덕이라는 캐릭터는

음악의 천재이면서도 구수하고 코믹하며 인간미까지 넘쳐서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 내내 감초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성인 남자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줄이야....


물론 남자 주인공 승하와 준을 뺴놓을 수 없다.

특히 승하의 경우... 철저한 신분제였던 조선 시대에

서자로 태어나서 제대로 능력 발휘를 못하는 그 억울함과 슬픔

분노 이런 감정들이 잘 표현된다. 그리고 늘 설을 지키기 위해

예의주시하는 모습.. 너무 멋졌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이야기가 단순 복수극에 머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 방향은 그쪽으로 흐르긴 하지만 정조와 사도세자를

둘러싼 역사적인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이야기의 깊이는

깊어지고 개인의 복수를 넘어선, 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제시한다.


<밤구름은 서쪽으로 흐르니>는 아름다운 문장과 음악적 정서,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사랑과 복수를 모두 담아낸 작품이다.

애절한 로맨스와 복수 서사, 그리고 한 편의 잘 만든 사극 드라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소설인

<밤구름은 서쪽으로 흐르니>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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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라진 세계
모리타 아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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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동시에 슬픔을 가득 안고 있는 소설이라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 책은 슬픔보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쪽이다. 책 <네가 사라진 세계>는 사랑했던 이를 떠나보내며 

상실감을 견디는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아야카는 학창 시절을 함께 수놓았던

가장 친했던 친구 하루나를 병으로 떠나보낸다.

이후 하루나의 남자 친구였던 하야사카를 좋아

했지만 그도 또한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마치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상실감과 공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들을 잊지 못해서 회색빛 하루를 살아가던

아야카는 우연히 ‘그리프 카페 오노데라’라는

곳을 알게 되고 이곳이 상실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모여서 상처를 치유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에서 마치

운명처럼 아내를 잃은 가시와기 료를 만나게

되는데....



인생을 채 다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일찍 떠나버린

하루나와 하야사카의 이야기는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이 책은 ‘남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사랑했고 모든 것을 줄 수

있었던 이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외로움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 상처 속에서 절망하고

고독에 갇힌 채 살아갈 수는 없다. 카페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상처는 다양했다. 가족과의 사별부터

반려동물의 죽음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까지..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픔을 고백한 후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아야카도 친구들을 잃은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미묘하게 하야사카의 차분함을 닮은 가시와기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듯한 그의 모습과 외조부모가

현재 딸인 린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는 가시와기.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마음의 장벽 앞에서

가시와기와 아야카 둘 다 머뭇거리게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방식으로

타인을 배려한다. 학창 시절, 아야카는 무신경한

남학생 때문에 하루나가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전전긍긍

했고 가시와기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아야카가

힘들어할까 봐 감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배려의 주인공은 바로

가시와기의 전 부인이었다. 그녀는 죽기 전에 모든 사람을

위해서 편지를 남겼고 앞으로 혼자가 될 남편이 만날

사람을 위한 편지도 남기게 된다. 아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을 느껴 주춤했던 아야카는 그녀가

남긴 편지를 읽고는 깊은 감동을 받는데....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시간을 함께 끌어안는 일이다.”



현실은 소설처럼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아야카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가시와기의 마음엔 평생 전 부인을

향한 그리움이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면서도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



슬픔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함께 어떻게

살아나갈지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던 카페 사장이자

상담가인 오노데라 씨의 말이 크게 마음에 남았던 소설

<네가 사라진 세계>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이 소설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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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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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위화의 에세이 모음집 <산곡미풍>을

읽었다. 2024년 2월 중국 하이난의 한 아파트에서 그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린다. 바람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 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많다.

형과 위화 본인은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였던 것 같다.

병원 수술실에서 쓰던 노트를 훔쳐서 땅에 파묻어버리고

사람들이 모이던 초가집을 다 태워버려서 부모님을 곤란하게 만든 형제들.



그런데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면이 있다. 비록 그 당시에 부모님들은 힘드셨고 스트레스를

받으셨겠으나 독자의 마음은 추억의 아련함으로 가득하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고 아름답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던 소년 위화의 이야기. 바다의 색에 이끌려서

멀리까지 헤엄쳐버린 고등학생 위화. 해류에 휘말렸다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긴 후

바다에서 하늘을 감상한다.



이때 그가 바라본 하늘은 매우 아름답다.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구름들과 은은하게 빛나는 빛무리에 둘러싸인 달. 잠시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가 탈출한 그의 눈에 포착된 자연의 아름다움은 실로

놀라웠고 그는 경이로움에 가득 찬다.



그의 에세이에서 유독 ‘죽음’을 관조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병원 근처

사택으로 이사한 후 소년 위화는 자신의 방 맞은편에 영안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밤낮으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지 않을까? 죽음을 상상하고 죽음에

대한 사색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작가는 어린 시절 우물에 빠졌던

악몽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죽음은 넓은 곳이 아니라

좁은 곳을 골랐다' '죽음에 대한 상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늘 우리 곁을 따라다니는 죽음의 그림자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서늘한 감상이 느껴졌다.



위대한 작가의 글이긴 하나 뭔가 대단한 성공담이나 교훈적인

내용이 있는 글이 아니라, 부모님의 칭찬에 호박씨를 열심히 볶은 것이라던가

너무 긴장하고 떨려서 발표를 망쳤던 이야기 그리고 게걸스러운 한

어린이의 캐러멜을 향한 탐심 등등 우리 못지않은 평범한 일상 그려내는

책이다.



"삶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줄 때 그것은 대부분 뚜렷하지 않아서,

우리는 받고 나서야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위화는 인생이란 마치 산들바람 같다고 말을 하는 듯하다.

그때 당시는 잘 모르지만 지나가고 나면 시원했음을 알 듯이 말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 부모와 보낸 시간이나 실패 실수 등도

훗날 돌아보면 삶이 준 선물이라고 말하는 듯한 저자.



어른이 되면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치여서

그저 그렇게 삶의 의미도 모른 채 살아가게 되지만

가끔 어떤 냄새나 소리 혹은 풍경을 계기로 문득 떠오른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은 또 다른 삶의 에너지를 준다.



위화 작가도 그랬던 게 아닐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이 어떤 묻혀있던 기억의 흔적을 찾아내어서

호기심 많고 식탐 많고 실수도 잦았던 어린 위화를 현실로

다시 불러내어 우리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으나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스쳐 지나간 기억들이라고 말하는 듯한 책 <산곡미풍>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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