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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평점 :
책 <호스트 : 환영의 집 >은 죽음을 끌어당기는 어떤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협하지도, 노골적으로 공포를 유발하지도 않으나
마치 고여있는 물처럼 조용히 불길함을 품고 있는 적산가옥.
이 집은 죽음을 이기려 애쓰는 인간들을 지켜보며
겹겹이 쌓인 고독과 불안으로 그들을 압박한다.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로 독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책 <호스트 : 환영의 집>
으로 들어가보자.
1945년 배경의 나오.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엄마의 나라 조선으로 건너와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조선인들을 위해 일한다. 자신을 연모하는 일본인 공장장과 결혼해서
적산가옥에 정착하고 딸 나츠를 낳는다. 그러나 나츠가 영아돌연사로
보이는 죽음을 맞이한 후 나오의 마음 속엔 우울과 허무함이 뿌리를 내린다.
1995년의 청소년 규호. 큰 아버지 집이 있는 청림에서 잠시 머물게 되는 규호.
그는 사촌들 그리고 한 친구와 폐가와 다름 없는 적산가옥을 몰래 방문하게 된다.
그러다 비극적인 인명 사고를 겪게 되고... 이후 엄마까지 병으로 잃은 규호의
마음에는 두려움이라는 검은 구멍이 생긴다.
2025년의 수현. 그녀는 쌍둥이 딸 실리와 실비의 엄마이다.
실비는 현재 불치병을 앓고 있다. 남편 규호의 이직으로 청림에 있는
적산가옥에 와서 살게 된 그녀.
그러나 조용히 머물러있는 듯 보이던 집은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고,
실비와 실리는 정원에서 어떤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곳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나오, 규호 그리고 수현. 이들은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모두 어머니를 일찍 잃었다는 점.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
외면했던 기억, 평생 도망쳐야 했던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장소로 응축한다면 그곳이 바로 청림에 있는 적산가옥이 아닐지...
적산가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것보다는 이 집이 죽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되풀이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죽음이 단순히 재현되는 것만이 아니라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처럼
죽음을 실제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
나오와 수현을 움직인 것은 인간에 대한, 정확히는 핏줄에 대한
맹목적 이면서도 위험한 사랑이 아닐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서 죽음을 반복하는 집 적산가옥.
책 <호스트>는 독자들에게 서늘한 공포심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호러장르이지만 서늘함과 쓸쓸함이라는 깊이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 <호스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