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쓰, 웁쓰 - 비움을 시작합니다
미깡 외 지음 / 에피케 / 2025년 8월
평점 :
일반적으로는 요리를 하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일에
집중을 하는 편이지 남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는가?”
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 <음쓰, 웁쓰-비움을
시작합니다>를 읽고 나니 “요리”와 “음식”의 진정한 마무리는
바로 “잘 버리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잘 버리는 일은 단순히 요리와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 책은 5명의 저자들에 의해 쓰인 “음쓰”에 대한 이야기이자
“어떻게 하면 잘 버리는가?”에 대한 짧은 글 모음집이다.
소설과 에세이가 모여있는데, 소설은 소설대로 통통 튀는 맛이
있고 에세이들은 각자만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어서인지
때로는 깊이 있게, 때로는 뼈 때리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미깡의 엽편소설 <지금, 분쇄 중입니다> 신혼 시절에 흔히
겪는 집안일 배분 싸움... 태오의 요리는 계속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생각만 해도 울렁증이 나는 음쓰 처리를 피하기 위한
신혼부부의 묘책은? --- 갈등 그러나 현명한 봉합의 정석!
손현 에세이 <네가 변해야 모든 게 변한다>모터사이클 하나로
세계를 돌았던 자유로움은 이제 아내와 아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에너지가 된다. --- “나”라는 에고를 버리니 찾아오는 또 다른 자유
임수민 에세이 <정서적 비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움과 채움의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야기하는 글. -- 비울 때와 채울 때를 제대로 알아야 인생이 즐겁다.
정도현 에세이 <버리는 마음> 시절 인연이라고 할까?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그때그때 열성을 다하고 마지막에는 예쁘게 버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글.
이민경 에세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 일본에 살다오고 나서
직접 해먹는 요리에 푹 빠진 저자. 식재료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결국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지름길임을 알려준다.
얇고 작은 책이지만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을 생각하는 큰
마음이 담긴 <음쓰, 웁쓰-비움을 시작합니다> 읽으면서 결국
개인의 성찰은 공간과 공동체의 성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삶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버려야 할 것을 그때그때 잘 버리는 행위야말로 우리의 현재의 삶을 과거보다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되는 게 아닐지. 모든 버리는 행위 – 음쓰 처리, 사람들과의 작별, 과거 내 인생과의 단절 등등 –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던 독서 시간 <음쓰, 웁쓰 – 비움을 시작합니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