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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도서관
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5월
평점 :
"다 읽기 전에는 모른다.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나는 무엇을 보게 될지."
제목만 보고 작은 동네에 있는 따뜻한 도서관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장대한 서사가 펼쳐졌던 이야기 <우리 동네 도서관>
소위 액자식 구성이라 불리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책 속의 책이 아니라 책 속의 책 속의 책이다. 아주 독특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두 세계를 늘
드나드는 작가의 삶? 혹은 보이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세계를
좇느라 늘 힘겨운 작가의 일? 이 둘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이 책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미친 듯이 빠져드는 몰입감이 대단하다. 작가로서의 차인표 씨의 재발견
이랄까?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왔다.
주인공은 몇 권의 소설을 낸 작가인데 아마 본인을 그대로 투영한 듯.
그는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작고 조용한
도서관은 글을 쓰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사실 그는 밤새도록 다소 이상한 꿈을 꾼 상황이다. 아마도 용에 관한
꿈이었던 것 같다. 죽음을 택하기 위해서 산을 오르던 사람들은 용을 보고
마치 살았다는 듯 절을 하고 난리가 나는 꿈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의 글쓰기는 그다지 순조롭지 않다. 작가인 주인공을
알아보는 초라한 행색의 젊은 여자,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게임을
하는 중학생과 매우 어려워 보이는 철학 책을 들고 씨름하시는 노신사..
그의 정신은 자꾸만 산만해지는 상황... 마음이 산란해진 그는 결국
도서관에서의 글쓰기를 포기하고 마는데....
용에 대한 꿈을 꾸고, 환각 속 용과 대화를 하면서 작가는 매우
신비롭고 장대하고 아름다운 서사를 직조해나간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고 펼쳐지는 세상은 한편으로는 처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살리려는 그 애절한 마음, 하늘마저 감복할 마음으로 가득하다.
배경은 고구려. 길게 이어진 가뭄과 퍼져나가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백성들. 왕은 그저 애가 타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왕은 진대인을
통해 서역에 있다는, 비를 불러오는 용을 잡아올 것을 명령하게 되고
을탄 장군은 오직 살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포룡대를 이끌고
황량한 사막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그려내는 도서관 주위의 우리네 삶과
가뭄으로 인해서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던 고구려의 상황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번각이라는
묘실화가 이다.
그는 진대인으로부터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고 한 번도 자신이
보지 못했던 용을 자신의 묘실 안에 그려내라는 명령을 받은 참이다.
그리고 난 후 번각은 자신에게 제공된, 을탄 장군이 남긴 목판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마치 번각이 작가의 전생처럼 다가왔다. 진실이 아닌 것은
그려내기 싫은 화공의 마음. 그러나 권세 높은 이들의 위협은
매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결국 그는 용을 꾸며내야 하는 걸까?
다음 소설을 내놓으라는 독자의 아우성에 부담을 느끼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야 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용을 찾아떠나는 여정과 번각의 그림 이야기도
좋았지만 나는 작가가 자신의 상상 속 세계에 몰입을 하다가도
동시에 주위 이웃을 돌아본다는 설정도 상당히 좋았다.
어차피 우리는 현실의 삶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사는 존재들이니까...
작가가 결국 ‘출렁이’에게 든든한 임팔라 떼가 되어주었을지 궁금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대하고 아름다운
서사를 만나게 되었다. 과거 번각이 흘렸던 땀방울과 고통이 마치 작가
자신의 것으로 느껴진다.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우리 동네 도서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