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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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대한 감정을 한껏 고양시키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

사라진 것들을 불러들이는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역작

"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뉴욕 타임스, NPR, 가디언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인 [호라이즌]을 만나게 되었다. 베리 로페즈라는 작가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실로 경이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주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책을 써왔다는 저자는 1986년 [북극을 꿈꾸다]로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책 [호라이즌]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논픽션으로써,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구라는 장소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살았던 옛 인간들의 삶을 반추하기도 하고 자연을 망가뜨리고 있는 문명에 대한 비판도 가한다.

여러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쓴 글이라 언뜻 보면 그냥 여행기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자연, 역사, 예술, 철학, 음악 등등 실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저자가 매우 박식한데, 그냥 그때그때 저자가 떠올리는 주제로 의식이 흘러간다는 느낌도 있다. 자연을 망쳐놓은 인간의 욕심과 자본주의의 타락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의 역사와 관계있는 과거 인물들의 삶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해설이 따라붙는 느낌이라 책을 읽는 내내 자연사 박물관 혹은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느낌도 있다.

책 [호라이즌]에는 여러 다양한 여행지가 등장한다. 우선 저자 베리 로페즈는 자신의 집 근처인 파울웨더곶이라는 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은 태평양으로 약 3킬로미터 정도 뻗어나간 해안 능선이다. 여기서 저자는 18세기 위대한 해양 지도 제작자이자 탐험가인 제임스 쿡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지구의 대양과 해안을 알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열망에 대한 이야기에서 또 자연스럽게 바다의 여러 생물들에 대한 관찰로 넘어가는 저자. 저자는 수천 마리의 바다오리, 쇠가마우지, 아메리카 바다쇠오리 등등이 한가롭게 물속으로 다이빙하고 먹이를 낚아채는 장면을 묘사하다가도 현대의 삶에 도사리고 있는 윤리적 부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자연을 감상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추하는 철학자라고 해야 할까? 의식의 흐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파울웨더곶에서 시작된 여행은 이제 북극점에서 660해리 떨어진 스크랠링이라고 불리는 섬으로 이어진다. 한 무리의 고고학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저자는 이곳에 살았던 과거 개척자들의 유적지를 탐구한다. 고대 툴레 사람들은 알래스카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개척자들이었고 극단적 환경에 맞서서 싸운 투사와 같았다고 한다. 이후 생물종의 다양성으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제도로 이동하게 되는 저자는 푸에르토아요라라는 지역에서 어안이 벙벙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 389쪽 "1986년 처음 갈라파고스에 왔을 때 나는 새들과 동물들의 다양함과 광범위함에, (...) 기적 같은 그 모든 생명에 너무나 놀라 어리벙벙해진 나머지, 처음에는 이곳에 삶과 죽음이 얼마나 철두철미 긴밀하게 뒤섞여 있는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감탄하는 저자의 모습도 있으나 인간에 의해서 황폐해진 갈라파고스의 이곳저곳이 보이기도 한다.

저자 베리 로페즈는 마치 음유시인이 된 것처럼 노래하듯이 글을 쓴다. 비교적 외딴곳으로 다니면서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적, 인류학적인 함의를 매우 의미 있게 담아낸다. 아주 조용하지만 예리한 눈길로 자연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만끽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망쳐놓은 부분에 대해서 분노하기도 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장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지구와 자연"이라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순례하는 한 성인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는 세상을 여행하는 자신의 눈으로 독자들을 직접 초대하여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도와준다. 역사 속 인물들의 업적과 정신을 알려주고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반성하자고 설득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여러 다양한 문화까지 포함하는 장대하면서도 치밀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에 대한 영감과 통찰력으로 가득한 여행기 혹은 철학서를 읽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호라이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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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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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아침에는 세상이 마냥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시냇물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시냇물이 얼마나 명랑하게 웃는지 아세요?

시냇물은 언제나 웃고 있어요. (...)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바쁘고, 언니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나랑 놀아줄 수 없었기에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항상 외로웠다. 나는 그 외로움을 책을 읽거나 TV로 만화 영화를 보는 것으로 달랬는데, 역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만화는 "빨간 머리 앤"이었다. 앤에게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주근깨투성이에 빼빼 마르고 볼품없는 빨간 머리를 가졌던 앤. 그러나 그녀의 상상력만은 백만 불짜리였다. 고아 출신에다, 낯선 가정으로 입양되지만, 그녀는 매사에 감사할 줄 알았고,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마법 같은 세상을 창조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는 문학 치료사이자, 그림책 칼럼니스트, 작가이자 강연자인 김은아 저자의 작품이다. 스스로 인간친화지능, 언어 지능 등이 높고 도전 정신이 강하여 앤을 닮았다고 자처하는 저자. 우선 "앤"과 닮았다는 사람들 대열에 나도 끼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꿈 많고, 정 많고, 머리도 똑똑한 앤... 옛날 그 시절, 이 땅 모든 소녀들은 아마 자기가 제일 앤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는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다. 이 책은 빨간 머리 앤의 원서 8권을 다 읽은 저자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원서 어구를 인용하고 그 문구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담이나 생각을 담은 글이다. 각각의 계절은 앤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결혼 이후의 삶을 담은 이야기로 나뉜다. 나는 어릴 적에 즐겨보던 만화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봄" 편에 실린 앤의 어린 시절을 담은 에피소드 "그린 게이블스의 앤" 편이 재미있었다. 특히 실수투성이에 덜렁대는 앤의 면모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그때 그 시절 만화 영화 장면이 떠올라 혼자서 울컥하고 말았다.

41쪽 " 앤은 마릴라로부터 다이애나를 집에 초대해서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가 외출하면서 알려준 거실 찬장에서 라즈베리 주스를 꺼내 다이애나에게 권한다. 그런데 이 빨간색 음료가 비극의 서막이 될 줄이야! 다이애나가 세 잔을 연거푸 마신 이 주스는 3년 전 마릴라가 집에서 담근 과실주였다."

42쪽 " 집에 찾아온 행상인의 말에 속아 불량 염색약을 사서 바르다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낸 일은 마릴라와 앤만이 아는 비밀이다. 크면서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적갈색으로 변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앤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부분이 재미있기는 하나, 나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가을" 즉, 앤과 길버트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앤의 꿈의 집" 부분이었다. 206쪽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길버트가 속삭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꿈의 집' 문턱을 넘었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투닥거리더니 결국 길버트와 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항구 마을인 포윈즈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앤과 길버트 부부. 주인집 할머니가 쓰던 가구를 헐값에 사서 그대로 쓰는 장면에서 신혼부부만이 경험하는 소박한 낭만이 느껴졌다. 동시에 별로 낭만적이진 않았던 나의 신혼 생활도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특정 소설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 등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우리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에서 저자 김은아 씨는 원서 "빨간 머리 앤"에서 그녀가 찾은 귀하고 보석 같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그 문장들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담이나 생각 등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한다. 어떤 콘텐츠를 통해서였건, 앤과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해 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빨간 머리 앤을 쓴 원작자 루시 몽고메리가 삶에서 얻은 귀한 가치를 담은 문장들은 저자 김은아 씨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빨간 머리 앤을 영원히 사랑할 모든 독자들을 위해 추천하는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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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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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옛 속담도 있듯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는 사람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 바로 이 책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기적]이다. 지은이 황준연씨는 현재 잘나가는 작가에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한때는 N 포 세대를 대표하는 청년이었다고 한다. 희망 없는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책을 썼고 작가가 된 후 인생이 180도로 바뀌었다고 하는 저자. 그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누구나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 작가가 되면 인생이 바뀐다 편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실려있다. 36쪽 "기억했으면 한다. 전문가가 책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책을 쓰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책을 읽고 일종의 서평을 쓰는 것이다 보니 언젠가는 이와 관련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추리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용기가 생겼다. 저자 황준연씨는 책을 1권 쓴 것을 계기로 강의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책을 쓰면서 경력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도전정신과 실천의 의지는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뛰어들고 볼 일!!

2장 : 출간 기획서가 원고보다 중요하다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책을 내는 방법 중 첫 번째 단계가 소개된다. 말하자면 출판사가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출간 기획서를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이다. 원고보다도 더 중요한 게 출간 기획이라고 하니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5쪽 "책은 독자들에게 읽힐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 수많은 책 중에 내 책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제목이기 때문이다." 108쪽 "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아야 한다. (...) 독자를 위해서 좋은 목차를 구성하면, 놀랍게도 작가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사실 건물을 지을 때도 재료도 중요하지만 설계도가 완벽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건축이 이루어질 리 없다. 단순하지만 아주 명료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3장 : 실전 책쓰기 노하우에서 인상 깊게 본 대목은 바로 "현재 잘 팔리는 책을 연구하라"였다. 책을 쓰는 것은 저자 마음이지만 열심히 쓴 책이 팔리지 않으면 얼마나 속상할 것인가? 그리고 일단 책이 팔려야 다음 책을 기획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 황준연씨는 우선 독자층을 명확히 잡은 다음에 여러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보면서 연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특정 주제에 대해 책이 많이 나와있더라도, 즉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도 그 주제에 대해 책을 써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이유는 레드오션이라는 것은 그 주제가 이미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 이미 검증된 시장이므로 거기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실 우리가 책을 선택할 때도 비슷한 주제 가운데에서도 좀 더 저자의 개성과 참신함이 담긴 책을 고르게 되지 않는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167쪽 "이 작가는 요약과 발췌의 달인으로 소문난 작가였다. 단 며칠 만에 전문가가 쓴 책을 읽고 그 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읽고 충격을 받은 대목이다. 외국의 한 작가가 강의 주제를 전혀 몰랐지만 며칠 만에 그 책을 소화시켜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강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즉, 말하자면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자료조사"가 필수라는 것! 흥미로운 정보나 아이더를 접할 때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상에 책은 많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은 한 권도 없다?! 사실 스스로를 평범한 독자로만 규정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저자 황준연씨는 스스로를 갈고닦아서 평범한 직장인에서 실력 있는 작가와 강의자로 변모할 수 있었다. 이 책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기적]은 두께가 그리 두껍진 않지만 대단히 알찬 지식과 정보로 가득하다. 언젠가는 꼭 작가로 거듭나고 싶다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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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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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의 경계에 섰을 때 운명에 갇힌 것처럼 느껴질 때

세상이 규정하는 나를 다시 정의하고 싶을 때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녀의 사상이 역사 속에서 되살아나

우리의 고민에 답하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나는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단지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시절 우아함과 귀족미 넘치는 태도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는 것 정도. 이 책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은 내가 몰랐던 그녀의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다른 사고와 이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던 그녀. 말하자면 그녀가 후대에 남긴 정신적 유산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는데, 독특한 점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속자"와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는 한 "학생"의 대화 형식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우선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미국의 저술가이자 출판 편집자였던 재클린.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영부인으로만 수식되는 여성은 아니었다. 정치, 예술, 문학을 넘나들며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재창조한 인물.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재클린은 기자로 활동하며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쌓았고, 그 과정에서 존 F. 케네디와 만났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상속자 정신"이라는 문구가 두드러지는데, 별로 좋은 가문 출신이 아니었던 재클린이 자신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했던 것처럼 타고난 계층이나 배경에 얽매이지 않는 정신을 말한다고 한다.

이 책은 박탈감에 시달리는 젊은 학생이 상속자와의 대담을 통해서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담는다. 상속자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수저 계급론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학생은 수저 계급론, 즉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집안 배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는 것. 하지만 상속자는 삶을 창조하는 에너지를 외부에서 찾을 게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의 창조는 결국 '새로운 나'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어디까지라고 선을 긋는다면 결국은 그의 삶도 거기에서 그치고 만다는 것. 재클린 여사의 주장대로라면,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내 인생을 다시 쓰는 권한' 즉 '인생의 자율권 승계'야말로 진정한 상속자 정신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주장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문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스스로 개척하는 법.

123쪽 "당신은 큰 꿈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에는 아일랜드 혈통이라서 무시를 당했던 재클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845년에 감자 충해가 퍼지는 재앙이 닥치는 바람에 감자를 주식으로 했던 아일랜드 사람들 중 백만 명 이상이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한다. 생존자들은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고, 배 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지만 결국 강인한 사람들은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후대가 더 잘 사는 삶을 꿈꾸게 된다. 그녀의 조상처럼 재클린도 아일랜드 혈통이라 받는 억압과 차별을 뛰어넘어서 앞으로의 나는 변할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게 된다. 운은 결국 열심히 준비하고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에게 오는 것... 불평등을 뛰어넘는 건 '축적된 노력'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아주 큰 공감이 갔다.

이 책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실 나에게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단지 미모가 뛰어났던 영부인? 혹은 여러 번 결혼을 한 기구한 팔자를 가진 여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가졌던 불굴의 정신력과 삶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녀가 남긴 정신적 유산인 "상속자 정신"이라는 문구가 가진 깊은 의미가 나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타고난 운명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항상 새로운 꿈을 꾸었단 그녀!! 비록 그녀가 살았던 시대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상황이 다르긴 하나 상속자 정신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명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지적인 대화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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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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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잘 이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라도 시끄러웠지만 친구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쓰러지셔서 수술을 받는 일들이 있었다. 내 경우에도 시부모님 두 분이 차례로 아프셔서 병원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병간호를 해드렸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친구들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나에게도 닥칠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는 38년간 간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한 오은경 저자의 글인데, 가정 전문 간호사로서 환자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떠남에도 준비와 존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게 좋은 죽음일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좋은 죽음은 역시 준비된 죽음이다"라는 해답을 던진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그녀가 간호사 일을 하면서 겪게 된 환자들의 마지막과 그 경험을 통해서 느꼈던 감정, 깨달음 등을 다룬다. 18쪽 "긴 밤, 죽음은 인사도 없이 찾아온다"라는 에피소드는 그녀가 임상 경험이 전무했던 시절 겪게 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궁경부암 환자였고 암 덩어리가 척추와 다리를 눌러서 움직일 수 없었던 환자는 그녀에게 진통제를 부탁했고, 저자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놓아주면서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그 환자는 수술을 받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저자는 나이트 근무 때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등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저자에게 큰 충격이었으나 본격적으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51쪽 "부디 평안하소서"에서는 그녀가 가정간호사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겪게 된 경험을 다룬다. 50대 초반의 간암 말기 환자가 수술을 받았으나 이미 암세포는 뼈에 전이가 되고 만다. 간 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두었기에 환자의 남편은 아내가 좀 더 살길 기대했지만 죽음은 어느덧 그녀에게 성큼 다가오고 말았다. 그러나 집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목사님을 모셔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죽음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이 전혀 외롭지 않아 보였다. 60쪽 "침묵 뒤에 남은 침묵"은 위암 말기를 앓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저자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반년이 지나서 갑자기 몰려온 슬픔에 압도당하는 저자와 가끔 아버지 꿈을 꾼다는 그녀의 고백에 나도 같이 울컥하게 되었다. 그녀가 비로소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인정하는 순간인 것 같아서 더욱더 인상 깊은 장면이었던 것 같다.

​93쪽 "그 행려가 나의 곁에 오래 머물렀음을"에서는 저자가 시립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경험이 소개된다. 시립병원 응급실에서는 주로 술에 취해 쓰러지거나 골절된 행려자와 노숙자를 치료하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내팽개치듯 살아가는 그들에게 화가 났다는 저자, 그러나 행려병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사연을 들으면서 저자는 '행려환자' 이전에 '사람'으로 그들을 대하게 된다. 저자뿐만 아니라 행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여기서 일하고 나서야 비로소 간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행려 병동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서 삶을 배웠다는 저자. 오만함을 버리고 비로소 겸허해지면서 외로운 그들 곁에서 위로가 되어주고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저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간호사들은 직업의 특성상 거의 매일 아픈 사람을 보고 그들을 돌보게 된다.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저자는 곧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사례들을 많이 담았다. 젊을 때는 사회에서 명성을 날리던 사람이지만 아프고 병든 이후에는 가족들도 찾지 않는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 이미 주검에 가깝게 되었으나 마지막 가는 길에 아들이 올 수 있도록 연명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죽은 뒤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 주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이 책에는 간호사로 일하며 저자가 겪은 다양한 환자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누군가의 죽음은 본인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슬픔과 고통을 남긴다. 그러나 평소에 어떻게 준비를 해왔냐에 따라서 "웰 다잉"을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의 마지막을 함께 배웅하면서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눈 한 간호사의 이야기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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