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의 대여 서점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2
다카세 노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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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빌려주고

다니는 게 아니에요.

책을 지키는 거예요.

장사치들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에도 거리를 씩씩하게 걸어가는 센과 그녀가 짊어진 책 궤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책 <센의 대여 서점> 세상에서 책이 제일 귀한 줄 아는 여자 센. 가라는 시집은 안 가고 책 궤를 둘러맨 채 여기저기 다니며 다양한 모험을 즐긴다. 여자의 몸이지만 독립적이고 씩씩한 센은 결혼하자고 쫓아다니는 소꿉친구 노보루의 궁둥이를 시원하게 걷어찬다. 부모님 없이 외롭게 살고 있지만 책과 함께 하기에 매일 굳건히 버티는 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책 <센의 대여 서점>은 주인공 센이 책 대여를 하며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담은 다섯 편의 연작 소설집이다. 각 이야기들은 책과 삽화 그리고 미인도 등 출판과 책을 둘러싼 세계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놀이가 그리 많지 않았을 에도 시대, 책은 지금의 대중문화만큼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히트 작가가 있었고 삽화를 그리는 화가와 판목을 새기는 조각가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사연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1장<때때로 흠뻑 빠져 읽나니> 조각가였던 센 아버지의 비극적 죽음과 강도를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한 센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2장<판목 도둑> 유명 작가의 판목 도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명탐정 센이 나선다. 3장 <유령 소동>과 4장 <소나무 인연>에서는 각각 상상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자에 대한 경고와 존재하지 않는 책을 찾는 사연이 이어지고 마지막 5장 <방화범>에서는 유곽에서 도망친 한 여인을 둘러싼 사건이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책을 지키려는 센의 강력한 의지로 연결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에도 시대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린 사건들 그리고 개성 있는 인물들 덕분일 것이다.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나 정권 비판을 엄히 단속하던 시대적 배경은 이야기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센이 평생 짊어질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과 오랜 세월 도망을 다녀야 했던 화가의 사연 역시 그 시대의 억압이 낳은 산물이랄까? 센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노보루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는 책 장수 구마야소 역시 약방의 감초처럼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바로 센의 “책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그 마음”이 아닐까? 술집 창고에서 하루 종일 책을 베끼고 판목 도둑을 직접 쫓으며 존재할지조차 모르는 책을 찾아 헤매는 샌의 모습은 명탐정의 모습이다. 엄격한 단속이 있는 시대에서도 책의 가치를 믿는 한 여인의 고집스러운 행보에 녹아있는 그 마음이 감동을 준다.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에 숨은 수수께끼와 사건을 밝혀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센의 활약 덕분에 이야기는 서스펜스와 스릴로 가득하다. 책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센과 사랑에 빠질지 모른다. 이 시대의 모든 애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센의 대여 서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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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속 기후환경 빼먹기
루카 지음 / 글씨앗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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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속

흥미로운 #기후환경

이야기

완전 재미있었던 재난 영화 <투모로우>를 봤던 때가 기억난다. 얼음처럼 차가운 거대한 홍수가 도시를 덮치고 파괴하는 장면은 심장을 조이는 공포였다. 아직은 그런 재난을 영화로 간접 체험만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 책 <재난 영화 속 기후 환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속 재난과 기후 환경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준다. 영화라는 예술 영역과 과학적인 설명이 만나 2배로 재미있는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재난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압도적이고 스펙터클한 파괴 장면에 압도되고 영웅의 희생과 가족에 대한 사랑에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간과하는 것 같다. 영화가 경고하는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등은 그냥 우리의 뇌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이 책 <재난 영화 속 기후 환경 빼먹기>는 영화라는 가상의 무대에 서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을 짚어주는 현자와도 같다.

일단 영화 <2012>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에서는 강력한 지진과 화산 폭발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책의 두 화자인 삼촌과 조카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진지한 토론을 펼친다. 주로 조카가 질문을 하고 전문가인 삼촌이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는 설정이다. 나는 태양의 플레어 속 중성미자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중성미자가 지구의 핵을 가열하게 되면서 화산이 폭발하게 되고 지진도 발생한다는 사실! 과학에 관심 많은 아이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 <애프터 어스>와 <옥자>가 등장하기에 잠깐 설명을 해보자면, <애프터 어스>는 재난 후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상황을 담고 있다. 도시가 단순히 콘크리트가 아니라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도시 안에서도 풍부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이다. 영화 <옥자>에서는 유전자 조작의 딜레마를 이야기하는데 GMO, 즉 유전자 조작 생물이라는 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그 한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식량 부족의 시대에 펼쳐질 유전자 조작 생물과 합성 생물학 등이 어떤 역할을 할 지 볼 수 있다.

책 <재난 영화 속 기후 환경 빼먹기>는 영화 비평서이지만 동시에 과학 책이다. 익숙한 장르였던 영화가 현실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환경 문제, 기후 문제에 인간의 책임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 같다. 이 영화를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 이 책을 읽어보면 그동안 몰랐던 환경, 기후, 과학 지식을 얻게 되고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주제가 많을 것이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 <재난 영화 속 기후 환경 빼먹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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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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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의

외모를 복원하고자 애쓴 선구적인

외과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분투기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성형 수술사


책 <얼굴 만들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얼굴에 큰 부상을 입은 병사들과, 그들을 치료하고자 노력했던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쟁은 무기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지만 의학 기술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 결과 병사들은 신체적인 부상뿐 아니라 심각한 안면 부상을 입게 된다. 목숨은 건졌으나 얼굴이 크게 손상된 병사들은 사회에 돌아가도 제대로 된 삶을 살기가 힘들었다.


그러한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길리스가 어떻게 전문가들을 끌어모으고 얼굴 재건 수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발전시켰는지를 이 책은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당시 성형술은 지금처럼 체계적인 학문이 아니었고 제대로 기술을 발휘할 만한 의사들이 드물었다. 그러나 길리스를 비롯한 동료들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치며 점점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간다. 결국 그가 만든 기술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해지면서 오늘날 성형외과의 기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읽으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을 말하자면 길리스의 수술이 단지 상처를 봉합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정체성 재확립”이라고 선언해도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얼굴이란 우리의 정체성과 직결되기에 안면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한 수치심과 낙인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전쟁은 인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으나 길리스를 비롯한 의사들의 복구 노력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이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 하게 읽힌다. 생생한 전쟁 장면이 묘사되어 있고 안면 부상을 입었던 병사들의 회복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심약한 분들이 읽으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하게 자극적이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의 잔인함과 혹독함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기록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모리스와 존 등의 이름을 가진 개인의 삶의 회복사로 다가오는 책이다.


길리스나 여타 의사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배경 설명이 다소 길게 느껴지고 수술 기법이 더 자세하게 나오지 못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불행하게 살 수도 있었을 많은 사람들의 삶을 살려준 선구자이자 한마디로 “빛” 인 해럴드 길리스라는 인물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의미 있는 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은 최초의 성형술을 다룬 의학서라기보다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사람을 살리고 삶을 살리려 노력한 한 영웅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학서이지만 동시에 길리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전기와도 같은 책 <얼굴 만들기>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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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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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영원히 유혹하는 감정들의 신경학적 기원

악의 마음은 우리의 유전자, 창자, 뇌 속에

켜켜이 박혀 있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 이렇게 7가지 감정을 “죄”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다루어왔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여 이런 죄를 저지른다고 보고 의지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저자인 신경과학자 가이 레슈차이너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과연 이 7가지 죄악은 사람들이 저질러온 도덕적 문제일까? 혹은 뇌와 몸의 작용 혹은 호르몬 변화로 발생한 결과물일까?

이 책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은 7대 죄악을 종교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뇌출혈을 겪은 후 충동적으로 분노하게 되는 톰, 프레더-윌리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으로 인해서 식욕을 주체할 수 없는 여성 알렉스, 포탄 파편이 머리를 부수고 이마엽을 파괴하는 바람에 색욕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어떤 군인 등등의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뇌가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으로 얼마나 쉽게 사람이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책은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기에 기존에 우리가 품었던 7대 죄악에 대한 관점을 모조리 바꿔버리는 것 같다. 사례에 나오는 조노나 톰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 화를 주체 못 하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상에서, 약물과 뇌질환으로 불행해진 사람이라는 이해가 새롭게 생긴다. 뇌 영역 외에도 유전, 유전, 기후 등등 저자가 7대 죄악과 관련해서 짚어보는 영역은 다양한데, 기후가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 (추운 지역 출신의 유전자가 더 열량을 잘 태움)은 놀라웠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례 속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의지 부족인지, 아니면 뇌의 구조와 신경 회로의 문제인지 우리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뇌가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고 봤을 때, 결국 우리는 뇌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일까?라고 저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자유의지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 가이 레슈자이너는 신경과학적인 문제가 생겨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도덕적 결함을 정당화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가 말하는 것은 인간을 좀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죄를 저지른 자들을 단순히 비난의 언어로 단죄하려 하기보다는 좀 더 복잡한 생물학적, 진화적, 신경과학적 그리고 심리적 조건 속에서 바라보자는 것인 듯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많은 독자들은 감정의 문제를 좀 더 신경과학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변화를 겪게 될 것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아주 지적인 책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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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이름이 될 때
김영주 지음, 김혜인 그림 / 무지개토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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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아 떠난 시간 여행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찾았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간접적으로 과거를 경험한다. 그러나 이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역사는 승자의 기록만을 담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는 반쪽짜리 역사만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 <내가 너의 이름이 될 때>는 실종된 엄마를 찾아 나선 은서의 시간 여행을 따라가며 우리나라에도 여성 중심의 모계 사회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아주 흥미진진하고 생동감 넘치는 은서의 모험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고학자이자 교수인 엄마 조하연 씨는 어린 은서를 홀로 둔 채 자주 집을 비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엄마가 사라진 지 이미 한 달째, 아무런 소식도 없다. 초조한 마음을 안은 채 경주로 현장학습을 가게 된 은서는 그곳에서 엄마의 실종에 대한 단서를 얻고자 한다. 그러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박혁거세의 부인 알영의 연못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닭 주둥이와 벼슬을 가진 용이 그려진 목걸이를 줍게 된다. 그리고 곧 낯선 남자의 경고를 듣는다.

“그건 네가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이야.”

목걸이가 엄마의 실종과 분명히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 은서는 집으로 돌아온 후 엄마가 집필하던 자료들을 뒤진다. 그러다 엄마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우연히 발견하고, 엄마가 시간 여행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어 엄마의 일기장에서 시간 여행의 보다 구체적인 상황과 방법을 알아낸 은서는 다음 날 학교 등교를 포기한 채 다시 경주로 달려가게 되는데.... 과연 앞으로 은서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거와 현재 사이의 문이 열릴 때, 오직 진실만이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엄마를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은서는 그 과정에서 우리 역사 속 또 다른 단면을 발견하게 된다. 기원전 300년 사량이라는 곳에는 계룡 어머니의 지혜를 물려받은 여사제들, ‘계룡의 딸’들이 공동체를 이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철기 시대가 시작되면서 농경 문화가 자리 잡고 전쟁이 발발하고 남성 중심 사회로 변화하기 전, 청동기 시대에는 생명을 잉태하고 예언하며 평화롭게 사회를 이끌던 여성들이 존재했음을 은서는 알게 된다.

과연 은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엄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 소설 《내가 너의 이름이 될 때》는 여러모로 의의가 있다. 우리의 역사서에서 여성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찾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 작품은 여성들의 조용한 카리스마가 힘을 발휘했던 시대가 분명 존재했음을 상상력으로 복원해낸다. 또한 시간 여행을 통해 은서 개인이 한층 성장해 간다는 점도 인상 깊다. 남자 친구 민혁이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자신은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은서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한 소녀의 성장 서사가 어우러지는 작품 <내가 너의 이름이 될 때> 특히 역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과 그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해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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