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미국 주류 사회에 뿌리내린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은 생각보다 꽤 깊고 넓을 수가 있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특히 백인과 흑인의 관계는, 과거 노예와 주인이었던 조상들의 관계가 그들의 무의식에 남아서인지,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라는 역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책 속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이 글의 여주인공 스타는 백인 학교인 윌리엄슨 고등학교에서 몇 안되는 흑인 소녀이다.  그녀는 마약과 폭력이 넘쳐나는 흑인 공동체에 휩쓸리지 않도록 부모님이 특별히 보내주신 백인 위주의 학교에 다니면서 흑인으로써의 정체성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타는 그녀와 파티에서 함께 돌아오던  동네 친구 칼릴이 백인 경찰에 의해서 사살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멍청한 한 백인 경찰이 칼릴이 가지고 있던 검은 머리빗을 권총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  참... 흑인에 대한 분별력없는 두려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그 이후로 스타는 아무런 죄가 없는 친구가 죽어야만 했던 상황에 슬퍼하고 분노한다. 

슬픔에 젖어있는 스타에게 드러나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은, 무감각하게 그리고 다소 폭력적인 모습으로,  헤일리라는 백인 친구의 입을 통해서 묘사된다.  ( 백인 주류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인가? )

"
어차피 죽을 아이였잖아 "

마약을 팔았거나, 갱단에 속했다는 소문이 돈다는 이유만으로,  바퀴벌레 한 마리 죽은 것 마냥 가볍게 여기는 그녀의 모습에 스타는 결국 헤일리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고, 동시에 자신이 칼릴의 죽음과 관련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세상의 눈이 두려웠지만 그녀는 결국 결심한다.  그날 있었던 진실을 말하기로.

각종 인터뷰와 법정에서 증인을 선 스타와 스타를 도운 변호사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백인 경찰은 살인혐의에 대해서 무죄선고를 받고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시위를 벌이는데........

THUG Life.  THUG를 번역하면 폭력배이니까, 마약을 취급하거나 폭력을 쓰는 사람들. 혹은 책에 따르면,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입고 주변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가리키는 말이다.  웬지 흑인 공동체가 생각나는 단어.  그런데 이것을 풀어서 설명하면, The Hate U Give, 즉, 이 책의 제목인 당신이 남긴 증오가 된다.

" 당신이 어린 아이들에게 준 분노가 모두를 망친다 ." 

스타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미국 사회가 흑인 공동체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 사실,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마약을 팔아야 하고 그것은 곧바로 흑인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 사회가 증오를 주는 한 모두가 계속 그걸 받아치려고 하지 않을까요?"

" 스타, 말을 가려서 하렴.  하지만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는 바뀌기 전까지는 그런 행동을 멈추지 않을거야.  그게 핵심이지. 그러니 바뀌어야 해."

한 사회에서 자유를 억압받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특정 집단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상황을 16세 흑인 소녀의 섬세한 감성을 통해서 잘 담아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 죽음 " 을 맞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스타,  그녀는 흑인 문화에 대해 무지하거나 편견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백인 주류 사회가 소수 인종에게 가질 수 있는 "혐오" 와 "차별"에 서서히 눈뜨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엄연히 잘못된 일이고 바꿔나가야 할 악습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운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는 하나, " 증오를 일으키는 사회를 바꾸자 " 라는 것이며 이것은  생전에  사람들에게 그런 메세지를 전달하려 했던 비운의 천재래퍼 투팍의 묘비명을 통해 잘 드러난다.

"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생각에 불을 붙일 수는 있다고 장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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