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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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라는 시인은 지적인 마스크에 훌륭한 문학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그 문학 작품 못지 않은 기이한 행적으로 더 유명하다.

시인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게 다방을 운영했다는 개인사도 그렇고, 결혼을 여러번 하여 아내를 여러 명 둔 사연도 그러하다.

예전에 읽었던 " 오감도 " 라는 시에서는 " 아해 " 가 무려 13명이나 등장하는데 그냥 등장만 하고 사라진다.

이렇게 기이한 시를 쓴 이상에게서 김재희 작가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이 에세이 [ 이상과 나 사이 ] 에서 김재희 작가는 그녀가 이상을 만나게 된 계기와 그에게 반하게 된 계기 그리고 이상과 자신의 비슷한 점

등을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다. 그뿐 아니라 당연히도 이상과 구보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추리 소설의 주인공들로 뽑은 이유를

여기서 밝히고 있다.

이상은 넓은 스트라이트 넥타이에 서스펜더를 차고 팔짱을 끼고 있다. (중략)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은 무척 댄디해보였고 눈에는 총명함과 비밀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 뒤로 살짝 이상에게 기대선 구보의 일자로 자른 뱅머리, 대모갑 테 안경, 하얀 셔츠가 무척 지적으로 보인다. (중략)

1930년대 경성에 셜록 홈즈와 왓슨의 사무실이 있다면 바로 이런 풍경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이상과 나 사이 - 김재희 에세이

역사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던 김재희 작가는 역사 인물을 찾다가 이상이 창문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무릎을 탁 친 뒤, 이상과 구보를 콤비 탐정으로 정하고 그들의 작품을 읽어나간다. 그 와중에 이상이 미스터리한 시구, 명철한 지성과 직관적 날카로움 등을 보여서 그를 셜록으로 지정하고 객관적 관찰자적 시점에 충실한

구보작가를 왓슨으로 지정한다.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였을 텐데 그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해서 우리는 [ 경성 탐정 이상 ] 이라는

좋은 시리즈 작품을 5권이나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이상과 관련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김재희 작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있다.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부분이 작가든 연예인이든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들이 마치 카르마처럼 겪을 수 밖에 없는 악플 공격에 대한 글이었다.

평행이론처럼, 이상과 김재희 작가 각각 악플 공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아무튼 그 괴이한 시들을 장장 15편이나 실었으니

그 15일 동안 온갖 협박 편지가 신문사로 날아들었다.

" 신문사에 폭탄을 설치하겠다 ."

"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시를 쓰는 시인을 죽이겠다 ."

" 당장에 시를 멈춰라 ."

이상은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 오감도 ] 시 연작을 발표한다. 이상의 " 오감도 " 는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라고 시작하는 시인데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되어있고 아해가 무섭다는 소리만 주구장창하고 있으니.. 시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보기엔 정말 괴이하기 짝이 없는 시였을 것이다.

김재희 작가의 말대로 그 당시엔 지금처럼 SNS 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15일 실렸다고 하는데

이상 본인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대중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싶었다.

그런데 김재희 작가도 역사 추리소설 데뷔작인 [ 훈민정음 암살사건 ] 을 발간하고 난뒤 리뷰의 형태로 상당히 많은 악플을 받았다고 한다. 그땐 문장이 완벽하지 못했다고는 치더라도

그 후로도 [ 이웃이 같은 사람들 ] 이라는 책과 [ 경성 탐정 이상 ] 으로도 악플을 받아서 위축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하니 작가의 운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걸 역으로 이용하여 어떤 독자와는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었다니...

역시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외에도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권태로움이나 그 권태로움을 이기게 만드는 번뜩이는 영감에 대한 이야기 중학교 2학년 때 김재희 작가가 습작처럼 적었다는 작품 ' 눈물 ' 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일본만큼 추리소설의 시장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작가들의 인세 수입이 얼마나 적은가? 에 대한 논의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국제도서박람회에서 만났던 작가들이 책을 쓰는 일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김재희 작가의 이상이라는 사람의 삶과 작품에 대한 사랑을 살짝 엿보게 되어서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굳이 글쓰기에 대한 이론서가 아닐지라도

작가들의 이런 에세이가 초보작가들에게는 하나의 글쓰기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습작 아이디어에서부터 플롯 세우기까지 조곤조곤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김재희 작가. 깨알같은 본인의 사생활까지 덤으로 읽게 되니 너무나 좋았던 책...

경성 탐정 이상 1권을 필두로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하나 읽어볼까 한다. 이상이라는 한 시대를 가로지른 작가에게 반해버린 또 다른 작가의 에세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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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님 2021년 새해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해피뉴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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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 福마뉘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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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엄마 2021-01-03 22:45   좋아요 1 | URL
scott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
제 블로그에 자주 찾아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