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 오감도 ] 시 연작을 발표한다. 이상의 " 오감도 " 는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라고 시작하는 시인데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되어있고 아해가 무섭다는 소리만 주구장창하고 있으니.. 시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보기엔 정말 괴이하기 짝이 없는 시였을 것이다.
김재희 작가의 말대로 그 당시엔 지금처럼 SNS 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15일 실렸다고 하는데
이상 본인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대중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싶었다.
그런데 김재희 작가도 역사 추리소설 데뷔작인 [ 훈민정음 암살사건 ] 을 발간하고 난뒤 리뷰의 형태로 상당히 많은 악플을 받았다고 한다. 그땐 문장이 완벽하지 못했다고는 치더라도
그 후로도 [ 이웃이 같은 사람들 ] 이라는 책과 [ 경성 탐정 이상 ] 으로도 악플을 받아서 위축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하니 작가의 운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걸 역으로 이용하여 어떤 독자와는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었다니...
역시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외에도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권태로움이나 그 권태로움을 이기게 만드는 번뜩이는 영감에 대한 이야기 중학교 2학년 때 김재희 작가가 습작처럼 적었다는 작품 ' 눈물 ' 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일본만큼 추리소설의 시장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작가들의 인세 수입이 얼마나 적은가? 에 대한 논의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국제도서박람회에서 만났던 작가들이 책을 쓰는 일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김재희 작가의 이상이라는 사람의 삶과 작품에 대한 사랑을 살짝 엿보게 되어서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굳이 글쓰기에 대한 이론서가 아닐지라도
작가들의 이런 에세이가 초보작가들에게는 하나의 글쓰기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습작 아이디어에서부터 플롯 세우기까지 조곤조곤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김재희 작가. 깨알같은 본인의 사생활까지 덤으로 읽게 되니 너무나 좋았던 책...
경성 탐정 이상 1권을 필두로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하나 읽어볼까 한다. 이상이라는 한 시대를 가로지른 작가에게 반해버린 또 다른 작가의 에세이!!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