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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평점 :
화려한 도시 속, 공허함에 지친
사람들 사이로 갑자기 나타난
인어를 찾는다는 수상한 왕자
아름답지만 슬픈 운명의 사랑 이야기인 동화 "인어 공주"
짝사랑하던 왕자를 사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했으나
결국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그녀.. 그런데 놓쳐버린 인어공주를
찾아헤매는 왕자가 현실에 나타나다?! 현실에 스며든 판타지
세상이 불러온 기가 막힌 마법과 기적을 보여주는 소설
<인어가 도망쳤다>
이 책은 마치 거대한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각 단편들은 그림 속에 존재하는 여러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돌아가면서 조명한다. 주요 인물은 "인어공주를 찾는 왕자"이지만
사실은 그를 둘러싼,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은 너무도 차갑고 딱딱하다. 삶은 힘들고 사랑도 실패할 것 같다.
그래서 자신감은 더욱더 떨어지는 상황.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불어온 판타지의 바람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며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게 되는데....
<사랑은 어리석어> 아직 기반이 잡히지 않은 젊은 청년 도모하루
연상의 연인에 비해 초라한 모습에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거리는 풍요로워> 평생 끼고 살았던 딸 나오가 사회에
발을 내딛고 멀리 떠나게 되자 밀려드는 공허함을 느끼는 아쓰코
<거짓말은 멀리> 30년 이상 함께 살아온 아내 스미코의
이혼 요구에 씁쓸한 기분을 느끼는 노보루...
<꿈은 조용히>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아내 다에 그러나
혼자만의 시간이 더 좋은 소설가 구사카베.. 하지만 그는 작가로서
아내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심을 품는다.
<당신은 확실히>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방어하는 리요...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그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지는데..
이 책은 첫 번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맞물리는 구조이다.
공간적으로 보면 동그란 이야기 혹은 뫼비우스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구조 덕분에 처음에 품었던 의문들이
뒷부분에서 한꺼번에 풀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해피엔딩이라
더욱더 기분 좋은 독서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감히 주인공이 될까?"라는
마음을 품곤 한다. 약간의 패배감과 자조감에 젖어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들도 그러했으나
인어를 찾아헤매는 왕자가 나타난 순간, 그들은 놓치고 있던
무엇인가를 내면에서 찾게 된다. 마치 선물과도 같은,
기적 같은 "내면의 깨달음" 혹은 "삶을 살아갈 용기" 을 얻게 되는 사람들..
말하자면 인어공주를 찾아헤매던 왕자처럼
놓쳐버린, 그러나 마음속에 숨어있던 인어를 찾아낸다!
이 책은 삶과 사랑에 긍정적으로 다가간다. 실패가 있어도
아픔이 있어도 삶을 긍정할 수 있고 기적 같은 사랑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너무나 따뜻하고 감성적인 책!
특히 발췌하고 싶은, 좋은 메시지를 담은 글이
많았던 책 <인어가 도망쳤다>를 추천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드라마를 품고 있었다. 틀림없이 나처럼, 뭔가에
좌절하고 기뻐하고 바라고 손에 넣는다. 세계가 유일무이한 생명의 숨결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 - 84쪽
"싫었던 것도, 좋았던 것도 다 진짜잖니? 그렇다면 함께 살든 헤어지든,
어느 쪽을 택했어도 잘못된 선택은 아닐 거야." -123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