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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되는 게임 ㅣ 푸르른 숲 59
루크 팔머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26년 9월
평점 :
우린 그저 게임이라고 믿었다.
남자가 되려 했던 소년들은 결국 무엇이 되었을까?
<남자가 되는 게임>을 읽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는 소년에서
남성이 되기 위한 여러 통과의례였다.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한다던가
전사들과 함께 사자 사냥에 나서는 소년들의 이미지.
진짜 남자가 되려면 소년들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용기를 증명해야 한다.
이 소설 속 아이들의 모습도 본능적으로 알아서 통과의례를 거쳐가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들보다 강해야하고, 무모한 도전에 앞장서야 하고
수상한 일에 휘말려도 괜찮고, 무엇보다 약한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으려는 모습...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한 부담감을 일찍부터 짊어지는구나 싶었다.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란 매튜, 마크, 루크 그리고 조니는 우연히 서로에게
이끌려서 친구가 된다.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예민한 십대 청소년 시기의
이 아이들에게는 각자만의 고민이 있다.
같은 성에게 끌리는 매튜는 마크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기 힘들고
엄마와 사는 가난한 집안의 마크는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약물 거래에 휘말린다.
루크는 늘 더 좋은 성적과 성취를 요구하는 아버지 때문에 한계까지 떠밀리고
조니는 부유하지만 무관심한 부모 때문에 거의 방치된 채 살아간다.
함께 있을 때는 떠들고 놀면서 시끌벅적하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끝끝내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들이 하는 '남자가 되는 게임'의 규칙이란 이런 것인가? 괴로워도 티를 내면 안되고
늘 친구들보다 한발 앞서야 하며, 더 대담하게 돈을 벌 수 있어여 한다.
힘들고 겁이 나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서도 안된다...
책을 읽는 내내, 다친 부분을 핥아서 혼자 다스리는 작은 맹수들이 떠올랐다고 하면...
좀 너무 간 건가? 사실 루크나 조니 그리고 마크를 보면서 화가 좀 많이 났다.
아이의 뼈를 부러뜨리면서까지 꼭 어른들 시합에 루크를 참여시킨 루크의 아버지나,
아이들은 내버려둔 채 부부끼리만 호화 여행을 다니는 조니의 부모...
그리고 점점 더 불법적인 일에 발을 들이는 듯한 마크... 저러다가 진짜로 큰일 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나 같으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서라도
집에서 못 나가게 할 텐데 싶은 마음이 들었달까?
사실 이 나이에 ‘돈’이 주는 의미가 크긴 하다. 돈이 생기니 마크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달라졌을 것이고, 자신도 뭔가 우월한 입장에 선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른들이 아직 판단력이 부족하고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아이를 이용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성장통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저 그 말로만 넘기기에는 아이들이 겪는
일들이 조금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범죄에 가담하는 마크는 물론이고, 좋아하는 소녀에게
큰 상처를 준 루크의 경우도 마찬가지. 하지만 거친 행동과 대화 사이로 섬세한 심리가 드러난다. 사라의 발찌를 꼭 쥐고 있는 루크의 모습처럼.
책을 읽다 보니, 아이들이 겉으로 강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저 내버려둘 일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루크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켈리 선생님처럼, 이 시기 소년들의 부모나 형, 선생님이나 코치의 말과 행동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었던 비밀 기지가 쓰레기 매립지로 변하는 설정이 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별 걱정 없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놀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은
사라지고, 어른이 된다는 현실이 이들에게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소년들은 자라고 환경은 변한다.
아이들이 두렵고 겁이 난다는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른들이 그런 말을 무심히 흘려듣지 않고 귀를 기울이며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환경. 나는 책 속의 소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약한 마음을 드러내도 괜찮고, 너희들은 충분히 좋은 어른들로 자라날 수 있다고.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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