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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 IFS가 전하는 행복한 커플의 심리학
리처드 슈워츠 지음, 권혜경 옮김 / 싸이칼러지 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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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로맨스는 결코 당신을 구원할 수 없다"

이 책 <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는 단순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니고 여러 사례를 들면서 커플의 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아주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 커플의 친밀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여럿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은 주로 우리가 양육 시절에 받을 수밖에 없었던 내면의 상처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너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네 안에 아픈 부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책이다.

이 책은 IFS (International Family Systems) 즉, 내면 가족체계라고 하는 심리치료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바로는,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의 상처, 버려졌던 기억, 억눌린 감정들로 구성된 "부분들"을 품고 살아간다. 고통을 안고 있는 부분인 "추방자"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매니저" 가 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에게 너무 의지하거나 갑자기 벽을 치고 도망치듯 멀어지는 행동들이 다 내 안의 "추방자"와 "매니저"가 벌이는 감정의 교환일 수 있고, 이 책은 그런 복잡한 내면의 대화를 이해하고 그 흐름을 온전히 인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관계 초반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마법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갑자기 폭발하고 사랑이 식어가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아주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준다. 특히 상대방에게 끌리는 감정이 "사랑"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상처를 반복하려는 내면 아이의 반응일 수 있다는 지적은,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180도로 바꿔준다. 따라서 이 책은 단지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뿐 아니라 관계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상담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은 사랑과 관계, 즉 커플 개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듯싶다가도 자본주의, 가부장제, 이성애 중심 문화가 우리의 관계 기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통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상적인 관계라고 여겨온 많은 커플의 관계가 사실은 억압적 구조 속에서 길러진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고, 그 환상에서 벗어날 때 관계는 비로소 해방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 무엇보다도 이 책은 상대가 나를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 안의 다양한 자아를 내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관계 속의 나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돌보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당신이 기다려 운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 안의 모든 자아는 소중하다" "당신의 상처를 구할 사람은 당신 자신뿐이다" "건강한 관계를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맞이할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등등.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만 자꾸만 상처가 더 커져가고 관계가 무너져가고 있다고 느낄 때,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울 때,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힘든 연애와 결혼 생활에 대한 해답이 필요한 사람들, 내면의 불안, 과민함, 회피 성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심리 상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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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새의 일일 - 이 망할 게으름이 나를 구원할 거야
큐새 지음 / 비에이블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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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망하지 않는 선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미루는 게 미덕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선천적 회피형 인간, 큐새의 유쾌하고 명랑한 일상 기록!

내가 워낙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가님의 성향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보게 된 만화책 <큐새의 일일> 부제가 "이 망할 게으름이 나를 구원할 거야 "이다. 나 역시 미루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기에 이 "게으름"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이 실린 만화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림체도 약간의 여백 (?) 이 있는 듯하고,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황당한 사건이나 부끄러웠던 실수담 등이 유쾌하게 묘사된 만화들이라 너무 좋았다. 작가님과의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일종의 "신경 안정제"를 선물받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는 <독일 지하철에서>였다. 독일로 유학을 간 주인공 큐새. 같은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연말 파티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가 그녀의 손에 폭죽을 들려줬고, 룰루랄라 받아든 큐새. 그러나 갑자기 누군가 그녀가 들고 있던 폭죽에 불을 붙였고... 지하철 안에서 미친 듯이 폭주하는 폭죽과 그것을 노려보는 다른 사람들.. 큐새는 당황한 채 짧은 독일어로 "Ich (나는) bin (이다) nicht (아니다)"를 외친 뒤, 너무 억울해서 Scheisse (똥)이라는 욕까지 문장 끝에 덧붙인다. 즉, 그녀는 "나는 똥이 아닙니다"를 큰소리로 외친 셈.

이외에도 <팬티가 이상한 만화>에서는 나름 보수적인 작가님이 T 팬티를 입은 것처럼 만천하에 알려졌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맨발 쇼핑>은 역시 이 정도로 엉뚱해야 창작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에피소드였다. <파멸의 개미와 베짱이>와 <부라자 교훈>은 작가의 어머니가 작가의 자녀인 수림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만화인데, 모전여전이랄까? 어머니의 유머감각이 그대로 작가 큐새에게 내려왔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었다. 어머니의 crazy 한 상상력을 작가님이 물려받은 느낌.

작가님의 자녀 수림과의 일화를 그린 만화들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쌍쌍바>에서 수림은 꿈에서 어린 큐새를 만나 아주 신나게 놀다가 쌍쌍바까지 나눠먹게 된다. 꿈의 끝부분에서 어린 큐새는 수림에게 사이다 크림이라는 과자를 나눠먹자는 이야기를 했고, 현실에서 큐새는 과자를 나눠먹으며

마음속으로 이런 고백을 한다. "너가 내 반쪽을 채워줬듯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자식 다 키운 만화>에서는 "설렁탕"으로 아재 개그를 연발하는 수림이가 너무 귀여웠고, <울고 싶어진 밤과 어떤 위로>에서 부모만이 알 수 있는 자녀로부터 받는 진정한 위로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만화책 <큐새의 일일>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을 만한, 여러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아주 재미나게 만화로 풀어내었다. 어린 큐새가 고드름을 신나게 먹고 나서 배가 아팠던 이유는? 지하철에서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했던 큐새가 당황했던 이유는 뭘까? 평범한 일상 이야기이긴 한데 끝부분에서는 다소 내용을 비트는 듯한 "반전" 이 등장하기도 한다. 약간 추리소설 (?) 기법이라서 이런 부분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로 작가님 본인의 경험담을 담았는데, 특히 자녀인 수림과의 에피소드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뭔가 뭉클하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과 깨알 같은 개그감으로 충만한 만화책 <큐새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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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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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재난은 끝났지만, 진실은 시작되지 않았다

재난사고로부터 여덟 명의 삶을 지켜낸 희생자인가,

다수의 폭력에 스러진 계획 살인의 피해자인가.

누군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뒤이어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들

염유창 작가의 작품 [마이너스 인간]은 놀라운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사건의 중심으로 몰고 간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 출구가 완전히 막힌 지하 주차장에 갇힌 사람들

생존을 향한 필사적인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되었으나

그 와중에 본인을 희생하여 남들을 구한 영웅이 있었으니...

대필 전문 작가인 시윤은 심리 상담 전문가로부터

재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책을 대필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

1년 전, 산사태로 침수되었던 포레그린뷰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총 9명의 주민이 갇혔었고

그들은 결국 비상 엘리베이터를 통해 탈출했지만

전경석이라는 이름의 주민은 탈출에 실패하고 사망했던 것.

이 사건을 책으로 기록하기 위해서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던 시윤은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 앞에 서 있는 듯한 위화감을 갖게 되는 시윤.

누군가의 대답은 흐릿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기억은

수상할 만큼 또렷했다. 이제는 대필 작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사관의 자세로, 시윤은 맞지 않는 퍼즐의 조각

즉, 감춰진 진실을 품은 마지막 조각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독자는 시윤과 함께 이런 저런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전경석의 죽음은 정말 사고였는가?

-아니라면—그는 왜, 어떻게 사망하게 된 걸까?

8명 중 그 누구도 완전히 무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짓말...

이런 상황에서 진짜 살인이 벌어졌었다면? 이나 누가 살인범인가? 와 같은

질문에 대한 결과를 얻고자 동분서주 움직이는 시윤

그리고 그 와중에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

여느 수사관 못지않은 날카로운 관찰력의 소유자 시윤 덕분에

이 과정이 정말 꿀잼이었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라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와 같은

양심에 경종을 울리는 질문이 연이어 머릿속에서 폭발하게 만드는 책 [마이너스 인간]

엄청난 서스펜스에 복잡하게 꼬여있는 트릭 해결이

흥미진진 그 자체인 책이지만,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생존을 둘러싼 윤리와 본능의 충돌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과연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떤 일까지 벌일 수 있을까?

마치 인간 본성에 대한 사회 실험처럼 다가온 충격적인 소설 [마이너스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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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챗GPT - 생성형 AI의 원리와 시장 이해, 프롬프트 작성까지, 챗GPT를 일상과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모든 기초 지식!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박상길 지음, 정진호 그림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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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챗 GPT는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가장 위대한 기술이 될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매일 쏟아지다시피하는 AI 이야기, SNS를 통해 홍보되는 AI는 용도에 따른 종류도 엄청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쪽 분야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지식이 전혀 없다시피한 나는 뭔가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챗 GPT의 등장 이후, 이것을 소재로 한 유튜브 방송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중심 소재로 떠오르고, 일할 때도 챗 GPT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던 상황. 겨우 우리 고양이를 사람 모습으로 변환하는 데에 챗 GPT를 사용해 본 나,, 뭔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챗 gpt]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열심히 읽어보면서, 이쪽으로 전공하지 않은 독자가 느낄 장벽을 조금 느끼기는 했다. LLM, 트랜스포머, 어텐션 그리고 RAG 등등 과 같은 워낙 전문적인 AI 용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독자들의 이해 수준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에는 틀림이 없다. 우선 이 책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해 보자면, 첫 번째로 "적절한 그림과 비유"이다. 앞서 이야기한 "LLM" '어텐션' 등과 같은 AI 용어가 가진 복잡한 개념들을 이 책은 귀여운 그림으로 풀어낸다. 이론으로는 금방 이해가 어려웠던 것들도 그림으로 보니까 좀 더 쉬웠다.

만약에 AI 개발자들을 위한 전문 기술 서적이었다면 정말 난DL도가 높았겠지만, 이 책은 제목대로 일반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한마디로 기술 자체를 현란하게 설명하고 있기보다는 이 기술이라는 것이 우리 같은 일반인들을 위해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고 볼 수 있다. 챗 GPT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즉, 직장, 교육, 그리고 인간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실제 사례를 들어가면서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챗 GPT라는 기술에 대한 설명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RAG (검색 증강 생성), GPU 환경 - 등도 자세히 나열하고 있고, 이것이 불러올 세계적 변화 - 반도체 전쟁, 글로벌 기업들 경쟁 구도, 그리고 인공 지능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 등도 흥미롭게 다룬다.

사실 챗 GPT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말하는 할루시네이션 문제,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악의적 활용에 대한 우려, 막대한 에너지 소모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까지... 인공 지능과 관련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챗 GPT를 문제 덩어리가 아닌, 나의 삶을 좀 더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이해 가능한 기술로 볼 수 있게 된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작성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윤리적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는지" 등등등 챗 GPT라는 복잡한 세계가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간단 정리가 된다.

그렇다면,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우선 챗 GPT가 궁금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몰랐던 분의 경우 이 책을 통해서 챗 GPT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등을 배울 수 있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앞으로 펼쳐질 이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막막했던 모든 사람들도 읽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AI는 너무 어렵고 나와는 맞지 않는다라고 평소에 생각했던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기술은 무조건 난해하고 딱딱하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생각이 아마도 바뀔 것이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진정한 이해로 바꿔줄 만한 좋은 책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챗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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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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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의 협찬을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해금 산조의 고요함과 록의 격렬함 사이,

어디에도 머물거나 갇히지 않고 미지를 향해 가는

낯설고 자유롭고 독특한 음악 여정, 그리고 삶

에세이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해금 연주자이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 김보미 저자의 첫 에세이이다. 왠지 고요하고 단아할 것 같은 악기 해금.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해금의 소리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격렬하게 사람들을 사로잡는 듯했다. 전통과 록, 정적과 폭발 등등 섞이기 힘들 것 같은 요소들이 섞이면서 자신만의 창조적인 음악을 만들어온 한 뮤지션의 이야기인 [음악을 한다는 것은] "국악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고리타분할 것 같았던 우리 음악은 이 책을 통해서 낯설지만 대단히 아름답고 대단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부끄럽게도 한국인이면서도 그동안 나는 우리 음악을 등한시해왔다. 그래서 해금 소리가 어떤지, 산조가 뭔지, 글을 통해서는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던 나는 독서를 하던 와중에 김보미 연주자의 해금 연주 [소멸의 시간]을 유튜브로 감상했다. 강렬한 흑백의 화면 속에서 오직 연주에만 열중하는 김보미 연주자. 그런데 나는 음악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도저히 과거에서 흘러들어온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이었다! 하드록과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소리였고, 나는 비로소 그녀의 밴드 "잠비나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지은이가 해금이라는 악기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등장한다.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연주자는 기성 교육 안에서 다소 슬럼프를 가지게 되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음악 언어로 "해금 산조"를 만들어가게 된다. 2부에서는 잠비나이 밴드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저자가 록과 전통 음악을 넘나들며 벌이는 음악 활동을 보여준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을 넘어서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영혼을 쏟아붓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음악을 전공하거나, 특히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읽을 때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아마도 김보미 저자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을 전혀 모르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상하게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녀가 "해금"으로 색칠해나가는 화려한 그림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나만의 색깔, 나만의 개성이 담긴 해금 산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녀가 한 피나는 노력들이 매우 감동적이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천재라기보다는 정말로 성실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사람들을 꼽자면, 우선 나처럼 이전에는 "해금"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잘 몰랐던 사람, 그리고 록과 국악의 결합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퓨전 음악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에너지 저하 혹은 슬럼프로 인해서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음악인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연주이다.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었던,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창작 본능을 일깨우는 작은 도발이기도 하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책 [음악을 한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악기로, 아주 낯선 음악을 만들다. 익숙한 것을 부수고, 낯선 것을 끌어안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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