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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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서, 작가에 대한 소개를 잠시 하자면, 저자인 사와무라 이치는 어릴 때부터 괴담과 호러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일했던 저자는 2015년 데뷔작 [ 보기왕 ] 이라는 작품을 내게 되고, 이것이 일본 호러 소설 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대형 신인으로 탄생한다.  영화로도 제작된다니,  오호라~ 만약 개봉되면 봐야지.

호러나 공포물을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스릴과 위험 추구?  혹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  그게 뭐든 간에 어둡고도 괴이한 괴담와 호러물은  그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인기몰이를 한다.  그러나 괴담과 호러물의 탄생은 결국 .. 역시 일상, 삶의 불안정성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공포로부터 비롯되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괴물 [ 보기왕] 은 외국의 [ 부기맨 ]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본으로 온 미국이나 유럽의 선교사들 뒤에 붙어온 음흉한 존재.   부기맨은 그 지역에서 특히 어린애들을 납치해가는 정체불명의 괴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보기왕도 어린애를 잡아간다는 의미?

이 책 주인공 히데키는 어릴 적에 보기왕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경험을 한 이후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었다.  ( 본인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  그런데 어느날부터 뭔가 불길한 " 그것 " 이 자신의 삶으로 파고들려고 함을  감지한다.  여인의 모습으로 회사로 찾아오거나 전화로 자신을 찾는 " 그것 ".  그렇다.  자신과 가족을 파괴하려는 어마어마한 힘의 괴물, [ 보기왕 ] 이다.   [ 보기왕 ] 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사람들 - 민속학자, 스님, 영매사 등 - 은 [ 보기왕 ] 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그것.

[ 보기왕 ] 이라는 미스터리하고도 무서운 존재는 그것을 스쳐간 사람들에게 실제로 부상을 입힌다.   이상하다?  악귀는 실체가 없는게 아니었나?  사람들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건 줄 알았는데,,,,,  [ 보기왕 ] 에게 공격당하는 사람들은 마치 이빨이 날카로운 괴물에게 물린 것처럼 상처가 나거나 심지어는 팔이 뜯겨나가기도 한다.  그만큼  그것의 힘은 엄청나다.  이런 분야에서 영험있는 영매사 마코토도 나가떨어진다. 

웬지 영화 [ 에일리언 ] 에 나오는 에일리언같은 괴물이 연상되는 [ 보기왕 ].  머리까지 써서 자신이 공격할 사람을 속이기까지 하는 [ 보기왕 ] 에게 주인공 히데키가 무방비로 공격당해서 머리를 심하게 물리고,  부인 가나는 딸 치사를 데리고 도망가는데....

책을 읽는 내내, 왜 보기왕이 유독 이 히데키라는 남자와 그의 가족을 괴롭히는지 궁금해졌다.   알 수 없는 공격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리고 무방비한 상태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히데키가 사망을 한 부분에서는... 이게 뭐지?  싶었다....  그런데!    역시 위에서도 말했듯, 인간을 두렵게 만드는 악귀나 악령, 괴물 같은 존재는 결국 일상을 잠식하는 불안에서 태어나서  가족 사이에 발생한 균열을 비집고 들어오는 법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한으로 똘똘 뭉친 이 [ 보기왕 ] 의 공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책의 띠지에 나오는 문구가 이제서야 이해된다. 

" 대답하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 "

[ 보기왕 ]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면,,,, 결계를 쳐야 한다.  가족끼리의 사랑과 믿음이라는 결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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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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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네메시스의 뜻이 뭔지 찾아봤는데...  " 복수의 화신 " 이라고 한다.  범인은 누군가를 위해 복수를 대신해 준 정의의 용사인가?

이 소설은 한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를 당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수년전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복역중인 가루베라는 범인의 어머니였다.  이상한 것은 현장에 남겨져있는 피로 쓰여진 한 단어이다.  그것은 바로 " 네메시스 ".  그리고 또 하나는 그녀가 살해된 방식이다.  그녀는 가루베가 저질렀던 방식과 똑같이 살해된다.   누군가 그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를 대신해서 복수를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한편, 수사를 맡은 와타세 경부는 피해자 유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지만 그들을 통해서 얻는 거라곤, 사법체계의 허술함에 대한 개탄과 가해자에 대한 사무치는 원한 뿐이다.  아무 죄가 없었던, 미래가 창창했던 딸을 한순간에 잃었으나 돌아온 건, 가해자가 죄에 걸맞는 사형 대신, 징역형을 살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내 자식은 이 세상에 없는데 교도소 안에서 편하게 호의호식하고 있을 범인.  왜? 왜? 세상은 이렇게 공평하지 못한가?  왜 이리 사법체계는 허술하기만 하고 내 편이 되주지 못할까?

" 네메시스 " 가 살인현장에 남아있었다는 사실은 대중들을 동요시키고도 남을 일이라,  와타세를 비롯한 경찰들은 모두에게 입단속을 시키지만, 결국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와타세 경부팀은 살인을 저질렀던 가루베를 만나보는 등 수사망을 좁히려하나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른다.  그러던 순간,,,,, 또다른 사건이 터진다.  즉 다른 피의자 가족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책은 사형제도의 존치와 폐지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묻는 듯한 소설이다.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을 심각한 주제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자신있게 " 사형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 고 주장할 수 있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어졌다.   요즘 들어서 발생하는 여러 강력 사건을 보면서,  그런데 그 사건들을 저지른 범인들의 형량이 그다지 크지 않음에 놀라면서, 인간이 만든 사법제도라는 것이 너무나 허술해서, 범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 순전히 내 생각 )


어쨌든,  책의 뒤로 가면서 범인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잡힌다.   독자들도 " 네메시스의 사자 " 가 누군지 알만큼 작가가 친절하게 여러 단서들을 던져준다.  그 단서들을 야금야금 받아먹으며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갑작스러운 반전에 입을 딱 벌리게 된다.....  헐.. 이럴수가......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놀라움이 끝이 없다.


" 나카야마 시치리 "... 이 작가가 놀랍다.  이 작품이 대단하다.  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려운 사법 용어가 많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라 읽기 힘들 줄 알았는데 작가의 필력이 너무나 훌륭하여 책을 든 순간 빠져들게 된다.   대중적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져주는 " 네메시스의 사자 "...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하면서 별점 5개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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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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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한 책을 만났다.  기억의 상실과 조작에 대한 작가의 연구논문 같은 소설이다. 남의 기억을 조작해서 그들을 노예부리듯 할 수 있는 희대의 싸이코패쓰와 반대로 기억을 매일 잃어버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 타무라 니키치는 폭력사건에 휘말려 크게 다친 이후로 전향성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병에 걸린다. 한마디로 방금 전 일이 기억에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반드시 노트에 일상을 기록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하루하루가 낯설고 매일 만나는 사람도 곧 낯선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 남자 키라는 다른 이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는데 스스로를 신으로 생각하는 싸이코패쓰라 다른 이의 목숨을 파리 다루듯 한다.  머리는 또 어찌나 비상한지,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그 상황을 빠져나간다.

그런데 한 사건을 계기로 니키치와 키라가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가 비정상임을 알아본다.  키라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니키치. 키라가 아무리 가짜 기억을 심으려 해도 곧 휘발되어 버리니까. 타무라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키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고는 깨알같이 노트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의 사진까지 붙여놓고는노트에 이렇게 기록까지 해놓는다.

"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

이 책이 특이한 이유는, 두 주인공을 통해서 작가가 인간의 기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설명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이 100% 맞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혹시 누군가의 유도나 냄새와 같은 감각적인 자극에 의해 기억이 뒤틀린 건 아닌지.

실제로 키라에게 당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은 키라가 물방울처럼 떨어뜨린 작은 기억의 조각을 가지고도 그것을 이어붙여서 스토리를 만들어버린다.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하다.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왔다거나 성추행을 했다는 식으로 기억을 조작해버리는 사악한 키라. 읽으면서 욕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무력한 주인공 니키치. 매일 매일을 노트에 매달려야하고 카메라 작동법 같이 쉬운 것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그가 , 초능력을 가졌고 머리까지 비상한 악인과 맞서야한다. 기적이 일어나야할텐데..... 둘 사이의 대결로 인해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진다. 마치 2분 전에 이 세상에 태어난 듯한 아기같은 니키치가 과연 악인을 이길 수 있을까?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몰라 계속 책을 읽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반전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소설. 기억 파단자. 반드시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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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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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님의 존재, 감을 읽었다사실 이런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책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왜 자꾸 마음이 불편해질까그건  아마도 내가 외면하고픈, 골치아프게 느껴지는 사회 문제들을 작가님이 끄집어내셔서, 그로 인해 자꾸 불편해지는 나의 감정과 대면하게 끔  유도하셔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김중미님은 " 괭이부리말아이들 " 을 쓰신 분으로 유명하시다. 매우 오래전에 책을 읽어서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가난으로 인해서 상처받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그린 책이라고 되어있다.   아직까지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가난, 돈이 없으면 죄인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아왔을까?  우선,,뭐 나부터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과정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 경제성장 을 외치며 쉼없이 달려왔다.  우선 먹고 살고보자라는 일념아래근데 그 " 경제성장" 의 혜택을  도대체 누가 받고 있는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장애를 가졌거나, 가난하거나늙었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 부분은  반성하고 복지에 힘써야 한다.   정치인들을 싸잡아서 욕하는 걸로만 끝나면 안될 것 같다.   시민들 모두가 인식이 바뀌는게 옳다고 본다.

이 책 1부에는 김중미님이 강연을 한 내용 중, 작가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직접 만나봤던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장애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농민들, 길고양이 등등공동체의 배려를 제대로 받지 못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특히 시각장애인인 진영이 편에서는, 일류 대학이라는 모대학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꼈다과연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 맞는지?

공동체를 나무라고 봤을 때, 줄기만 튼튼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괜찮으면 된다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뿌리가 썩으면 그 나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공동체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제대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뿌리가 썩어가는 나무와 같다고 생각한다.   뿌리가 썩어가면서 줄기도 썩고 나중에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 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는 무너질 것이다.

2부에서는 강연 중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위주로 쓰여져 있다.  작가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와 있는데,  나와 많이 비슷하신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책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고, 그리고 결정적인 건남 앞에 나서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셨다는 것!!!!   나도 활자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작가님은 어린 시절에도 사회의 모순을 꿰뚫어보고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아이로 그려진다.  그런 날카로운 관찰력 덕분에 김중미님은  어른이 되어서도,  공동체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남들에 비해서 많이 느끼고 그것을 공론화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내용 중

저는 지금도 평화는 좀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라 생각해요. 신영복 선생님은 평화를 모든 사람의 입으로 쌀이 골고루 들어가는 것, 그러니까 모두가 공평하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라고 했어요.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자기 혼자 먹으려는 사람들과 맞설 수밖에 없어요. 같이 나눠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야 하고 굶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평화롭게 살려면 시끄럽고 소란스러워야 하죠


오랜만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을 읽은 것 같다.   김중미님이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농사를 짓는 것 같은데 그런 시골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  사회 문제를 지적할 때는 날카롭지만 공부방 아이들을 대하고, 약자들을 대변하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이모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모두에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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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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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쾌하고 귀여운 강도단이 있다니........  이 책은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은행의 돈과 탈세하는 갑부들의 돈을 훔치는 평균 75세의 어르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 강도단은 단지 돈을 취하려는 욕심에 강도 사건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은행을 털거나 갑부들의 돈을 손에 넣게 되면 그 돈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줍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공동체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 (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쥐꼬리 같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 ) 입니다.  그리고 메르타 할머니는 장기적으로는 요양원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환희의 마을 ( 혹은 빈티지 빌 - 모든 것이 갖추어진 꿈의 마을 ) 을 짓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도단은 범법을 저지르는 강도단 치고는 너무나 재미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말 울음 소리를 닮은 안나 그레타 할머니의 웃음소리, 방구쟁이 갈퀴 할아버지, 그리고 작은 체구지만 바나나 백으로 조폭의 사타구니를 강타하는 메르타 할머니까지...  읽다가 킥킥 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다들 개성이 강하고 능력도 출중합니다.  비록 보행기를 몰고 다니긴 하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메르타 할머니 ( 기획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 뚝딱뚝닥 뭔가를 잘 만들어내는 천재 할아버지 ( 그들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기계를 제작하십니다 ), 금융 정보에 빠삭한 안나 그레타 할머니 ( 번 돈을 잘 굴려서 눈덩이를 만들어내죠 ), 그리고 건강식과 운동을 챙기는 스티나 할머니 ( 레스토랑을 슬기롭게 이끌어내십니다 ),  마지막으로 방구쟁이 갈퀴 할아버지. ( 선원이었을 때의 경험이 톡톡히 쓰입니다 )

우리가 보통 노인분들을 생각할 땐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에 시달리며 병원에 누워있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으나, 이들은 다릅니다.   각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돈을 손에 넣기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 돈을 좀 더 벌기 위해서 레스토랑도 여는 등 ( 담대해야 합니다 ), 사업을 벌여나가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조폭들의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메르타 할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을 물리칩니다.   바나나백을 이용하여 그들을 파리 쫓듯 쫓아낸 에피소드는 박장대소를 유발하지요.  

요즘 들어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나날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가진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면서 부를 불리는 반면, 정작 공동체 내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진 그리고 나이 많으신 분들 ,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피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힘들어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힘드니까 나만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니까 당연할까요?  아닙니다.  당연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요.  공동체를 우선시 하느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느냐....  뭔가 결정을 내리기 힘들긴 하나 이런 면에서 메르타 할머니는 현대의 홍길동 같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은행을 털고 갑부의 요트를 훔치는 이유는 결국 소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약간 털어서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애쓰고 있는 성실한 대다수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겠다는 착한 마음이거든요.

이 책에는 강도사건만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좀 심심하겠지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 70~80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핑크빛 로맨스도 볼 만 합니다.  천재 할아버지는 메르타 할머니를 사랑하고 옆에 묶어두고 싶어 청혼을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메르타 할머니는 결혼을 망설입니다.  이들 사이의 알콩달콩 사랑의 줄다리기도 꽤 볼만 합니다.

이들은 은행을 털고 요트를 훔치는 과정에서도 머리가 비상한 메르타 할머니의 계획을 통해서 누구의 눈에도 걸리지 않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블룸베리 전 경관이 이들의 계획에 뛰어듭니다.  안나 그레타 할머니와의 로맨스를 통해서요.  그는 과거에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사설 탐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해커 수준인 그의 컴퓨터 능력으로 인해, 지금까지 모든 사건들이 들통이 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노인 강도단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요?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비록 가상이긴 하지만 탈세하는 금융 사기꾼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메르타 할머니의 기가 막힌 수법을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 이 책 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습니다.  다른 책을 통해 메르타 할머니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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