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흑의 힘 - 우리의 선한 의도는 결코 순진함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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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한 의도는 결코 순진함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

승자의 역사를 만든 '두꺼운 얼굴'과 '어두운 마음'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제목인 '후흑의 힘'만 봤을 때는 나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후흑"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두꺼운 낯, 검은 마음이라는 것을 그냥 문자 그대로 번역하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심만 채우고 그러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송하는 글인가?라고 갸우뚱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전혀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선한 의도로 살아가며 체면을 세우고 도덕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를 가진 좋은 책이었던 것.

저자 친닝 추는 원래 중국 본토에서 지주였던 부모님 아래 태어났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주의가 되는 과정에서 탈출하여 대만으로 오게 된다. 22살이 되었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그때 딱 2권의 책, '손자병법'과 '후흑학'을 들고 갔다고 한다. 거기서 아시아인의 비즈니스 사고방식과 서양식 사고를 혼합한 이론을 만들어낸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총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에는 이론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와 일화가 실려있다.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이야기뿐 아니라 본인이 비즈니스를 하는 가운데 벌어진 에피소드 등도 등장한다.

1장 <후흑의 본질>에서는 진짜 "후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후흑에서 말하는 두꺼운 낯은 말하자면 방패를 의미하고 남들의 비판과 악평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커먼 마음이란 창으로써 남들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싸울 수 있는 마음 자세를 의미한다. 목표에 집중하며 실패를 저지를 수 있는 용기를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진정한 후흑의 단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된다. 후흑의 1단계는 도덕성이 아예 없고 절대적 냉혹함을 갖춘 상태. 말하자면 범죄자 수준? 2단계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는 단계. 내면적으로 뭔가 깨우친 단계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 3단계가 바로 "전사의 투혼" 단계인데 1단계와 2단계를 합한 것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후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후흑의 단계로 올라설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셀프컨트롤" 즉 자기 스스로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채고 그동안 우리가 붙들고 있었던 모든 위선과 인정받으려는 마음을 끊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통 아시안들은 남 눈치를 많이 보고 남들의 지지와 인정을 얻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만 행동한다면 그냥 도덕적으로 "된 사람"이라는 자기만족에 그친다고 한다. 보통 이런 마음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런 내적 이미지와 외적 표준을 깨트리고 내면의 확신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남들의 기대와 믿음에 근거해서 이루어진 자아상을 완전히 없애버려라!라는 말이라고 들렸다.

보통 한국의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살아라" 나 혹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라"라는 말을 듣고 자란다. 그런데 이 책 "후흑의 힘"은 그 정반대의 충고를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설정된, 남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본인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실패하고 실수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강한 마음, 그리고 상황이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강한 정신력 등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부정적 성향이 있어도 이것조차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을 이용해 생활의 활력을 얻으라고 하는 저자 친닝 추. 말하자면 이 책은 사고방식의 전환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고 삶에 도움이 될만한 책 <후흑의 힘>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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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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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 읽었지만 엄청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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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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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하게 밀어붙이다가 아이처럼 허물어뜨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휘젓는, 발터 벤야민의 유일한 문학작품집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였던 발터 벤야민은 그 누구보다도 섬세한 감각으로 세상을 관찰했던 사상가였다. 유물론적 사유, 유대 신학의 사유 등 여러 사유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며 아방가르드적 실험 정신을 구현했던 그는 좌파 아웃사이더라 불리기도 했다. 이 책 <고독의 이야기들>은 이 사람이 남긴 글들 중에서도 유독 조용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글들을 모았다. 도시의 고독과 꿈속 신비 그리고 여행자의 외로움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언어 놀이를 담은 책 <고독의 이야기들>로 들어가 본다.

1부 <꿈과 몽상>은 저자가 꾼 실제 꿈일 수도 있고 상상의 나래를 따라간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일정한 플롯을 따르기보다는 일상과 비일상 그리고 이성과 환상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며 자유롭게 풀어놓은 글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주로 자신의 내면을 배회하며 이미지에 가까운 문장으로 독자들을 이끄는데, 하나의 풍경이 또 다른 풍경으로 스며드는 듯한 여운을 준다. 함께 수록된 파울 클레의 삽화가 있어서 꿈처럼 흩어지는 이미지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2부 <여행>에서 벤야민은 크고 작은 도시를 통과하기도 하고 지상과 바다를 오가며 사유해낸 글을 써낸다. 그가 쓰는 여행기는 특정 장소를 언급하며 나열한다기보다는 오고 가는 와중에 그가 느낀 상념을 써낸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의 거리에서, 배의 난간에서, 혹은 역의 대합실에서 언뜻 스쳐가는 순간들을 붙잡아서 사유의 언어로 바꾼다. 거기서 그는 외로워하는 여행자를 만나기도 하고 낯선 만남에서 한 경험들을 모아서 나중에

누군가에게 다시 들려주고자 하는 여행자도 만난다. 여기서도 현대 도시인의 삶의 성애적 긴장 상태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3부 < 놀이와 교육론 >은 주로 어린이들의 세계, 즉 놀이와 교육에 관한 글로 이루어진다. 그는 놀이 속에서 교육을 보고, 따라서 교육 체계 안에서 놀이를 보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 둘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있다 할 수 있다. 말장난이란 단순한 유희가 아니며 언어 그 자체의 물성과 리듬을 실험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단어들이 마치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단어들이 서로를 부르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감각이 태어난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벤야민에게 유희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인데, 놀이 공간이 펼쳐지는 순간 상상력은 확장된다고 보는 듯.

<고독의 이야기들>은 사유를 가지고 노는 듯한 한 철학자의 고독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내면과 언어를 가장 자유롭게 탐색한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말로 붙잡을 수 없는 생각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책 속 이야기들과 나란히 놓인 파울 클레의 그림들은 벤야민의 언어가 미처 닿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글과 그림은 서로 보완하고 채워주면서 완벽한 세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눈으로 보는 글이라는 섬세한 경험으로 이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뭔가 낯설게 다가올 때 이 책 <고독의 이야기들>은 조용히 대화를 건네오는 것 같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친구, 고독을 아는 친구라는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 뭔가 낯설고도 새로운 경험이었던 <고독의 이야기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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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자동차 여행
강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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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평화 전망대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3000km 해안 드라이브 완벽 가이드

나는 여름휴가를 맞이할 때면 고민 없이 남해 쪽으로 여행을 택한다. 신랑과 처음 휴가를 갔을 때 경험했던 바닷가의 아름다움과 맛있는 음식에 반해서 자꾸만 그쪽으로 발길이 향하게 된다. 독일 마을에서 아기자기한 기념품 둘러보기도 재미있고 특산품인 유자 카스텔라는 정말 꿀맛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남해 외에 다른 바닷가는 없을까? 이 책을 쓴 강구 씨는 하나은행 지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 여행에 몰입하게 되어 지금까지 제주 올레길, 해파랑길, 전남 신안 12사도 섬 티아고를 완주했다고 한다. 도보여행을 하며 우리나라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그 감동을 나누고자 차량으로 한반도 해안선 전 구간을 완주했다고 하는데, 그가 들려줄 해안선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이 책은 일종의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세계를 여행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해안선 여행지를 다루고 있을 뿐. 여는 글에서 저자는 45년을 함께 한 친구들과 여행을 같이 했다고 하는데, 일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얼마나 신이 났을지 상상만 해도 내가 더 즐겁다. 차로 해안선을 여행하며 거기서 맛있게 먹은 음식들의 정보도 담았다고 하니 여행자들을 위한 알짜배기만 골라 담은 셈이다. 시간은 있지만 어디로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 오랜 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자유롭게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하는 저자.

이 책은 크게 3 part로 나뉘는데, 각각 서해, 남해, 동해를 돌아보고 있다. 우선 첫 파트는 "서해 해안권"이다. 강화평화 전망대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진도로 향하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진도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각 파트는 요일별로 나뉘는데, 1일차 코스가 다녀야 할 장소에서부터 주행거리 그리고 3인 기준으로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가 먼저 제시된다. 여행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요일별 코스에 따라서 여행 준비를 딱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자면 우선 가는 길을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지도가 소개가 되고 주요 명소에 대한 짧은 소개와 사진이 실려있다. 말하자면 특정 지역을 갔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제시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주제가 "해안선을 따라서 한 자동차 여행"이라서 그런지 책에 나와 있는 관광명소들은 대개가 항구 혹은 해수욕장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항구와 해수욕장이 있었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나 같은 경우 학생 때는 동해 쪽으로 많이 여행을 갔고 어른이 되어서는 주로 남해 쪽으로 여행을 갔던 터라 서해 쪽에 있는 지역들에 관심이 많이 갔다. 특히 가고 싶은 곳은 바로 섬마을이다. 섬이라고 하면 제주도 혹은 일본의 오키나와 밖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섬은 육지와 조금 다른 풍경과 정취를 가지고 있다. 충남 서산에 있는 벌천포해수욕장에는 솔숲에서 하는 야영과 피크닉이 인기라고 하고 해안 도로를 따라가면 웅도라는 작은 섬이 나타나는데,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연결되는 독특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벌천포해수욕장이나 태안 최북단에 속한 만대항 그리고 태안군에 있는 태안 별빛 캠핑장 등등 주요 관광명소에는 좀 더 자세한 세부사항이 적혀있다. 시간이 많이 없을 땐 정보가 많은 쪽을 둘러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혹은 저자처럼 세세하게 모든 항구와 명소를 들러볼 수 없는 독자들은 서해면 서해, 남해면 남해, 혹은 동해면 동해, 이렇게 딱 지정을 하고 코스별로 ( 1코스, 2코스, 3코스 .... 8코스까지 있음 ) 여행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여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절이나 휴가를 받으면 부리나케 세계로 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다는 것은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 만큼은 국내 여행지, 특히 해안 쪽으로 돌아봄은 어떨지.... 여행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해안선 자동차 여행>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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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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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금 죽어도 좋아. 이 순간이 행복해.

다만 죽을 때까지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우리는 평생 젊음이 지속될 거라고 착각하며 산다. 그러나 노년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직도 노년의 질병과 죽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그런 문제는 고스란히 자식들이 떠안게 된다.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의 저자 유미 씨도 아픈 엄마를 돌보는 일을 혼자서 해야 했다. 낯설고 힘든 간병을 하는 동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시달려야 했던 저자. 그러나 가정이 있고 어린 아기까지 돌봐야 했던 그녀는 결국 아픈 엄마를 요양원에 맡기게 되는데.....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에서 저자의 엄마 오미실 씨는 유방암, 신우암, 폐암 등 각종 암 치료를 꿋꿋이 해낸다. 평소에도 대단히 활동적이고 사교적이었던 엄마는 병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자꾸 헛소리를 하고 휘청거리며 걷다가 넘어지는 엄마를 본 유미 씨는 그것이 전형적인 뇌줄중 증상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가까운 병원에서 알아본 결과, 엄마의 뇌에 뇌종양이 발생했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유미 씨. 결국 대학병원으로 가게 된 엄마는 뇌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위급한 순간은 넘겼다는 위안을 한 것도 잠시, 엄마에게서 섬망 증세를 발견하는 저자. 극단적인 기분 변화, 공격적으로 변한 성격,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것까지... 저자는 의사에게 엄마의 상태를 물어보지만 수술 후에는 그럴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믿고 퇴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 혼자 계시던 엄마가 두통에 시달리다가 그만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고 생각한 이모가 교회 권사님과 의논 끝에 권사님이 잘 아는 요양원으로 가게 된 엄마.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서는 꺼내달라고 하소연하는 엄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딸 유미 씨는 이런 상황을 "마치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이라고 표현하면서 완전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를 읽으면서 나는 울다가 웃다가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하고 활발했던 엄마가 갑자기 치매에 걸린 것처럼 난폭해지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마도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낄 것 같다. 그러다가도 간병 파산이라는 부담을 지게 한 엄마를 또 원망하겠지? 그러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법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다가도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혐오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 유미 씨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엄마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24시간 붙어서 간병을 하고 싶지만 아직 어린 아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사정. 그렇다고 간병인을 편안히 쓸 정도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도 할 수 없고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저자의 무력감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마치 돈 뽑는 기계 같았던 대학병원과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갈수록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던 요양원 원장님 모습까지.. 아픈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저자가 느낀 한국 사회의 비참한 현실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심각한 글은 아니다. 환자에게 반말하는 의사를 유미 씨의 남자친구로 착각하는 엄마, 요양원에서 남자친구를 만드는 엄마, 그리고 답답한 요양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는 엄마 등등 군데군데 가볍고 희극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어쨌든 유미 씨의 어머니, 오미실 씨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는 다시 건강해져서 예전의 삶을 누리며 행복해하고 있다는 오미실 씨. 결국 우리는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에세이임에도 굉장히 드라마틱 해서 소설처럼 읽였던 대단히 재미있는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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