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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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꿈도 의욕도 없던 중3 박창식,

1928년 오산학교에서 소년 김소월, 백석, 이중섭과

함께한 두 달간의 좌충우돌 성장기

[까칠한 재석이]라는 유명한 청소년 소설의 저자인 고정욱 작가의 타임 슬립 성장 소설인 [점퍼]를 읽었다. 타임 슬립물은 많지만 주인공이 과거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당했던 예술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발상이 정말 참신했다. 특히 이제는 작품으로만 우리에게 남아있는 김소월 시인, 백석 시인 그리고 이중섭 화가가 이 소설에서 생생하게 구현된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K-drama, K-pop, K-웹툰 등등 전례 없는 한류로 인해서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일제의 탄압 하에서도 예술의 꽃을 피워준 조상님들이 계셨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산중학교 출신의 박창식이다. 잘생겨서 여학생들에게 나름 인기가 있지만 창식이는 다소 무기력하고 삶에 의욕이 별로 없다. 아마도 창식이가 이런 것은 가정 환경이 큰 이유일 것이다. 아버지는 회사의 비리를 신고하려다가 내부고발자로 몰려서 왕따를 당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로 인하여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을 하게 되고 현재 아버지는 방황 중, 창식이는 할머니와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어두운 현실 때문에 창식이는 정의를 실천한답시고 나서다가 가족을 힘들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게 지긋지긋해진 창식이는 "박창식, 꺼져버려! 이 지구에서 사라지라고!"를 외치다가 정신을 잃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창식이가 눈을 뜬 장소는 바로 시인 김소월의 숙모님이 운영하는 하숙집이었다. 그렇다! 창식은 시간 여행을 통해서 조선이 일제의 지배를 받던 1928년, 평안북도 정주라는 지역으로 옮겨온 것이었다. 아마도 이 시대에도 박창식이라는 인물이 있었던 것인지, 창식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김소월이 사는 시대로 스며들게 된다. 알고 보니 김소월 시인과 백석 시인 그리고 이중섭 화가는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의 동창생이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창식은 이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함께 오산학교 시화전을 준비하게 된다. 나라가 주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예술 활동이 뭐가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던 창식은 이 시기에 중앙 여고보 출신의 말순을 만나게 되면서 예술이 가진 힘에 대한 그녀의 의견에 설득을 당하게 된다.

"게다가 예술 자체가 표현 수단이잖아. 강력하지. 식민지 국가의 경우에는 그런 예술 활동을 통해서 더 의미를 강조할 수 있어. 국민의 의식이 예술로 표현되면 독립을 향해 어쨌든 도움이 되는 거잖아."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겠지만 시기와 시간, 장소에 따라 해결법이 다를 거야. 그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야. 그러니까 예술과 문화도 그 가운데 하나지. 어떤 방법이 최고라면서 하나에만 모든 힘을 모으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해.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말순이는 아버지가 일본 순사에게 폭행을 당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알고 보니 말순의 아버지 이창봉은 항일 무장투쟁 세력인 의열단을 지원하는 사람이었고, 그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말순과 창식은 일본 순사에게 체포되어서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데........ 과연 창식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소설 [점퍼]는 갑작스럽게 일제 식민지 시절 오산학교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박창식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채 살아갈 의지도 없고 무기력하기만 하던 창식이가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비록 폭력을 쓰면서 강력하게 대항하지는 않았지만 문학, 예술 활동으로 단단하게 독립으로의 의지를 다진 일제 식민지 시절의 조선을 경험하고 누군가의 모함으로 일본 순사에게 고문을 받으면서 창식은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역사의식을 새롭게 갖추게 된다. 한층 더 성숙해진 창식은 자신의 재능이 앞으로 어떻게 쓰여야 할지 알게 되는데...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표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준 좋은 청소년 소설 [점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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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박 대리는 강남 아파트를 어떻게 샀을까?
산군 김리치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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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 청년 박 대리의

신혼 강남 아파트 장만 스토리!

내가 젊었을 땐 재테크고 부동산이고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고수일 뿐 아니라 이렇게 책을 쓸 생각도 하고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녀도 20대 ~ 30대에는 그냥 본가에서 살거나 독립을 하더라도 집 살 생각은 아직 하지 못할 나이인데, 세상이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그냥 부동산 관련 전문 서적은 좀 딱딱하고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이 책은 소설인데다가 평범한 가정 출신의 주인공이 등장하므로 공감도 되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박현우. 어릴 적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성공하면서 좀 부유하게 살았으나 하루아침에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자취를 감추게 되고 남은 가족들이 모두 빚을 떠안게 되면서 가장이 된 현우는 고생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호주로 워홀을 가서 1억이 넘는 돈을 벌어 가족의 빚을 모두 청산하는 등, 주인공 현우는 매우 성실한 젊은이로 묘사된다. ( 갑작스레 가장이 된 한국 젊은이들 대부분이 이렇지 않을까? ) 어느 정도 숨을 돌리게 된 현우는 작은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혼자서 살다가 우연히 헬스장에서 윤아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 사귀게 된다.

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현우는 생활력이 강한 주인공으로 묘사되는데, 여자 친구 윤아도 그에 못지않다. 주말에는 휴식을 취해도 되건만, 그녀는 주말에도 임장 ( 집 보러 다니는 일 )이라는 것을 하면서 부동산 공부에 몰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윤아와 결혼 생각을 하게 되는 현우는 신혼집을 알아볼 생각을 하게 되고 이때쯤 산군 김리치라는 부동산 전문가를 알게 된다. (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산군 김리치라는 작가인데 소설에 이렇게 등장! ) 어느 날 산군 김리치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접속한 현우는 부동산 계약 전 과정을 도와주는 무료 서비스에 당첨이 되게 되고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아파트와 빌라를 찾아다니기 시작하는데.....

이런 소설을 어떻게 쓸 생각을 했을까? 요즘은 정말 다양한 소재나 주제의 글이 쏟아져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재테크, 부동산 등이 주제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글 속에 묘사되는 상황이 너무나 현재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 현우는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회사도 작아서 회사에서 대출 관련 도움을 받지 못한다. 너무 소중한 여자 친구가 생겼기에 미래를 준비하고 싶지만 자신의 처지로는 서울, 특히 강남에서는 작은 구축 아파트도 장만하기 힘들 가능성도 있다. 이때 마치 귀인처럼 부동산 전문가인 산군 김리치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내 집 마련의 A부터 Z까지 엄청난 지식을 얻게 된다.

책 내용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주인공 현우와 윤아가 굉장히 착실한 젊은이로 묘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음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뭔가 둘 다 경제관념이 확실해 보여서 좋았다. 그런데 소설 자체가 굉장히 리얼한 탓에 주인공 현우 입에서 약간 필터를 거치지 않는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현우 속마음이 그대로 노출되니까, 좋소 ( 작은 기업을 묘사한 듯 ), 팀장 새끼, 국룰, 등등 소설에서 다소 과하다 싶은 표현이 있긴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한국 청년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재미있었던 것은, 집문서를 들고 프러포즈하는 남자를 강조하는 점! 정말 현실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주의할 점이나 계약을 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서까지 이 소설 [중소기업 박 대리는 강남 아파트를 어떻게 샀을까]는 굉장히 세세하고 정확하게 부동산 계약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자신의 첫 번째 집을 구매하려고 하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읽어봐야 할 소설 [중소기업 박 대리는 강남 아파트를 어떻게 샀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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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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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요. 몸속에 있는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해 줍니다.

그것도 10분 만에."

표지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한 남자가 있지만 그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온통 어두컴컴한 표지처럼 이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시종일관 다소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음주 운전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생기긴 했으나 우리는 여전히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사건에 비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이 소설은 비극적 사건 이후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음주 운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무리들에게 철퇴를 가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말을 하지 못하기에 수어를 써야 하는 주인공 정인. 그러나 그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알모사 10이라는, 다소 정체가 의심스러운 제품을 팔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영업을 뛴다. 강신 기업교육센터에 소속된 주인공 유정인은 산업 안전 보건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별 필요도 없는 강의를 하러 다닌다. 그리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5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기에 회사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인의 강의를 듣고 그가 홍보하는 제품의 소개를 들어야 한다. 그러나 2세트에 100만 원이나 하는 제품을 사려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정인은 한 달 내내 영업 꼴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인은 고심 끝에 정면 돌파를 하기로 결심하고, 정 나노테크놀이라는 회사가 회식을 하는 자리로 강의를 하러 간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이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대충 강의만 듣고 제품 구매는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사장인 정인환은 대놓고 정인에게 모욕을 주지만,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알모사10의 샘플을 두고 오는 정인. 한 달 후, 여전히 정인은 실적을 올리지 못한 상태였으나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전화를 받게 된다. 통화의 주인공은 바로 정 나노테크놀의 사장인 정인환이었고, 얼마 전 알모사10 샘플 덕분에 음주단속에 걸릴 위험을 피하게 된 그는 정인을 통해 많은 양의 알모사10을 주문하게 되는데.....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음주 운전 교통사고로 가족 전부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정인 외에도 형사인 한결과 일반인 민준의 이야기도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서 중요한 인물은 바로 정인이다. 그는 원래 대학원생이었으나 가족을 잃은 이후로 죽은 동생 정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정윤이가 다니던 교회인 새순결장막교회라는 곳에도 다니게 되고, 그가 하던 일인 숙취해소제 알모사10의 영업을 다니게 된다. 처음에는 수어를 사용하는데다가 영업에도 서툰 듯한 정인이 고전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단골 고객을 확보하게 되면서 승승장구하게 되는 정인.

전도 유망했던 대학원생이었던 정인이 갑자기 영업사원으로 변모하려 했던 정확한 이유가 뭘까? 단지 너무 일찍 그리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동생을 추모하기 위한 마음에서였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대해 정인이 느끼는 강한 불신감, 절망, 허무함 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세상... 그에게는 부조리의 극치가 아닐지.. 정인과 그의 직장동료들이 파는 제품이 너무 엉뚱해서 오히려 정인이 세상에서 느끼는 부조리함을 더욱더 부각시키는 듯했다. ( 똥을 안 싸도 되게 해주는 약, 알코올을 10분 만에 분해시켜주는 약 등등 ) 사막같은 건조한 얼굴과 싸늘한 눈빛을 가진 듯한 정인이 가진 계획이 과연 뭘까? 여전히 멈추지 않는 음주 운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을 음주 운전을 양심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한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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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허근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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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결혼을 한 후에는 현실에 짓눌려서 해외여행을 거의 못했지만, 싱글일 때는 일본, 홍콩, 대만 등등 아시아 국가들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었다. 일본은 후쿠오카와 오키나와 지역을 갔었는데, 특히 오키나와는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사람들이 아주 친절해서 다시 꼭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지역이다. 두드림미디어의 책 [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주요 관광지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져 있다. 오키나와, 홋카이도, 교토 등등 아마도 죽기 전에는 꼭 가봐야 하는 일본 관광지들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저자 허근희 씨는 국내 대형 여행사에서 일본 관광 전문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손님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하시니, 이 분의 가이드를 받으며 여행하신 분들은 아마 행복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전문 여행 서적이라기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전문가의 지식을 약간 담은 에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각 여행지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식당, 명물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저자 본인의 경험과 느낌에 대한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이 읽기 더 편하고 좋은 것 같다.

여기서 소개하는 지역들 중에서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은 홋카이도고 ( 라벤더 밭에서 향기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 ) 두 번째로 가고 싶은 곳이 오키나와이다. ( 다시 꼭 가보고 싶은 마음 ) 예전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이 여행 간 곳이 아마도 홋카이도였을 것이고 (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 거기 바다에서 떠다니는 유빙을 보면서 경치가 엄청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에서는 2장 홋카이도 : 보랏빛 라벤더 낭만의 도시 편에 이 지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소개된다. "아사히카와가 라벤더의 보랏빛 물결로 넘실대는 때는 바로 7~8월이다. 홋카이도는 여름과 겨울 두 번 이상은 와야 하는 곳이다. 보랏빛이 넘실대는 8월은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한다." (74쪽)

홋카이도 다음으로 가고 싶은 곳은 바로 오키나와. 예전에 했던 여행이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돌고래 쇼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내가 여행했던 몇 년 전 이 책에서 소개되는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열리는 돌고래 쇼를 보면서 진짜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쇼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가 갑자기 그치는 비바람 이야기와 박물관에서 봤던 류큐 왕국의 흔적에 대한 글이 책에 나와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여행 당시 오키나와에서 봉산탈춤에 등장하는 사자탈 춤 비스무리한 걸 봤을 때, 혹시 우리나라 역사와 어떤 관련성이 있나? 궁금했는데, 이 책에도 고려 삼별초의 실종과 류큐 왕국의 탄생을 연결 짓는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이 책 [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일본 여행 전문 통역사이자 가이드인 허근희씨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즐거웠던 일 그리고 애환들을 담아낸 에세이인데, 여행지에 대한 깨알 같은 정보들이 많아서 이 책 하나만 들고 일본 여행을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열심히 일을 하다가 아이를 유산했다는 대목에서는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단체관광에서는 가이드의 역할이 여행의 질을 결정짓는 필수적 요소이기에 더욱더 애를 쓰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꼭 가봐야 하는 필수 관광지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들이 담겨 있고 거기에 저자의 경험이 더해진다. 올해 혹은 가까운 시일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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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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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예술의 역할과 가치를 생각하며

전 세계의 예술가와 다양한 작품을 만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냥 끌리는 그림들은 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와 달리와 같은 화가들이 그린 초현실적인 그림을 보면 이 세상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황홀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학창 시절에 미술 시간에 배운 서양화에 대해서만 조금 알고 있을 뿐, 거의 내 머릿속은 예술에 관한한 백지에 가까운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읽게 된 [예술의 역사]는 완전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제목 그대로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예술의 전체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 [예술의 역사]. 과거 동굴의 벽화에 남겨진 사냥감의 그림에서부터 현대의 지하철역에 자유분방하게 남겨진 그라피티까지 다루고 있는 책이라 거의 백과사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샬럿 멀린스라는 분으로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 그리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분이다. BBC TV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아트 리뷰] 등 다양한 예술 전문 잡지의 편집자로도 일했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없으면 아마도 이런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 본다 이 책은 "인간은 왜 예술 행위를 하게 되었을까?", "10만 년 전에 그려진 동굴 벽화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예술은 왜 중요할까?" 와 같은 여러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동물 사냥에 성공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동굴 벽화에 그림을 그렸고 신을 더욱더 숭상하기 위해서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대의 인류는 예술과 분리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무려 40장이라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내가 관심이 갔던 장은 사후 세계와 종교에 관한 예술을 다룬 Chapter 5 : 사후 세계로의 여정과 Chapter 6 : 예술이 종교를 품다는 부분이었다. 죽음은 여전히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는 미스터리이고, 이것은 과학적으로 뒤떨어진 과거에는 더욱더 두드러졌을 것이다. 로마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출산 중에 사망했기에 무덤 조각으로 추모되었다거나 메소 아메리카나 남미에서 장례식에 쓸 겉싸개나 천에 수를 놓아서 죽은 이를 기렸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기독교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교회가 예술가들을 고용하여 거대한 벽과 천장을 성서의 장면으로 덮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유적지가 많은 주요 관광지의 교회나 사원에서 우리는 웅장한 종교화나 조각상들을 접하곤 한다.

인류의 초기 시절 예술가들이 주로 죽음이나 종교 등을 다루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상을 만들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예술가들은 사회에 진출하고 정치 분야 등에도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Chapter 32 :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에서는 특히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1900년대 초반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무려 1600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때 다다이즘이라는 예술 사조가 탄생했고, 다다 예술가들은 전쟁을 혐오하고 부조리를 찬양하는 예술작품을 많이 탄생시켰다. Chapter 37 : 우리는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에서는 예술에 반영된 페미니즘 이야기가 등장한다. 1967년에 페이스 링골드는 [미국인 연작 #20:죽다]를 그렸는데, 백인 남성이 총을 쏘고 흑인 남성은 칼을 휘두르는 가운데 여성들이 아기를 안고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장면이 연출된다. 피카소 작품 [게르니카]와 크기와 구도가 비슷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 [예술의 역사]는 한마디로 예술에 대한 백과사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나 전문가 과정에 들어선 독자들이 읽어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에 띄엄띄엄 배웠던 지식들이 이 책 [예술의 역사]를 통해서 구슬을 꿰듯, 혹은 퍼즐을 맞추듯,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사 시대에 동물 사냥을 기원하던 마음으로 우리 조상들이 동굴 벽화에 그림을 그렸고, 누군가의 사후 세계가 외롭지 않도록 이집트에서 조각품을 빚었듯이 예술작품은 삶이라는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대로 오면 올수록 사회 활동가들이 예술을 통해서 목소리를 높이는데 열중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종차별, 기후변화, 빈부격차 등등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예술로 녹아드는 장면도 소개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들려주었던 좋은 책 [예술의 역사]

" 예술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갈까? (.. 중략..) 그에게 '예술'이란 보는 이들의 궁극적인 작동으로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의 예술은 우리가 모두 다른 배경에서 함께 모이고,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누가 그러한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바로 당신이지 않을까? " (376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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