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실종자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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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올리비아 존슨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수사팀의 리더인 줄리아 데이 경감은 CCTV를 통해 막다른 골목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 올리비아의 모습에 의구심을 갖게 되고......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목소리가 왠지 낯익은 남자에게 공격과 협박을 당한 후 그녀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할 것인가?

한편 올리비아의 아빠 루이스는 딸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힌 채 줄리아에게 집착 수준으로 매달리게 되고, 엠마는 아들인 매튜가 풍기는 수상한 낌새에 사로잡혀서 갈등하게 된다. 이 소설은 올리비아라는 한 젊은 여성의 실종을 중심에 둔 채 줄리아, 루이스 그리고 엠마 이 세 사람의 내밀한 목소리를 차례대로 들려주며 이야기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건이 과거의 어떤 미해결 실종 사건과 긴밀한 관계가 있음이 드러나게 되는데.....

소설 <또 다른 실종자>는 글의 구성이 굉장히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사건 속의 사건이라고 하면 될까? 아니면 현재로 소환된 과거의 망령? 올리비아의 실종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면 갈수록 비밀스럽게 혹은 미해결 상태로 묻어놨던 “과거의 무덤”이 다시 그 끔찍한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여러 사건들의 연관성을 드러내면서 일종의 떡밥을 뿌려놓는다. 한마디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술이랄까!

이뿐만 아니라 이 소설은 여러 명의 화자들의 시점을 교차하며 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직업윤리와 모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줄리아, 딸의 실종이라는 절망과 곧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사이에서 허둥거리는 루이스 그리고 아들을 가엾어하는 마음과 아들에 대한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엠마.. 이 책은 이들이 마주한 딜레마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설 <또 다른 실종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보다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한 여러 인물들의 갈등과 초조함 그리고 불안 등을 드러내며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몰입감이 대단하다. 특히 부모와 자식 관계라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기에 더욱더 흥미롭다고 할까? 아무도 피해 가지 못할 도덕적 딜레마 속으로 독자들을 밀어 넣는다. 법을 수호할 것인가.. 가족을 지킬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의 전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의 구성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리고 중간 지점에 가면 시점이 현재 – 과거를 마구잡이 (?)로 넘나는다는 느낌도 살짝 있다. 하지만 그만큼 상당히 독자의 추리력과 도덕 정신 (?)을 자극하는 매우 흥미진진한 구성을 가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누가 치러야 할까?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에 무게를 둔 스릴러를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스릴러 <또 다른 실종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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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9
허진희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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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고 나니,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밀려온다. 참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동시에 세상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곤 했던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는데 나의 모습은 구니보다는 오히려 “보하”쪽에 겹쳐 보였다.

구니와 보하는 어릴 적 첫눈에 서로가 서로의 인연임을 알게 된다. 아마도 보하가 신었던 반짝거리는 빨간 에나멜 슈즈를 구니가 맨손으로 닦아주었던 그 순간부터...... 우리 모두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엄마 없이, 할머니와 함께 쓰러져가는 집에서 살던 들짐승 같은 어린 구니와 화려한 에나멜 구두를 신은 공주님 같은 보하.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인데 이들의 차이는 또 있었다. 없지만 있는 구니와 있어도 없는 보하...

구니에게는 신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구니의 인생을 바꿔주기 위해 노력한 할머니가 있었고 보하의 경우, 아이들이 샴페인을 마시고 어디서 잠들었는지 관심도 없는 부모님이 있었다.

이 책 <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은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이 몇 개의 장면만으로도 등장인물들이 느꼈을 미묘한 감정을 독자들이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이 느꼈을 깊은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지독한 고독이 묻어 나온다.

“나는 가끔 우리가 샴페인을 마시고 옷장 속에 숨어 있던 날을 생각해. 어쩌면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닌가 싶어.”

아무리 털고 떼어내도 지긋지긋하게 달라붙는 불행과 어둠. 그랬기에 보하는 백화점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그토록 기다렸던 걸까?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구니와 빛을 찾아다녀야 하는 보하... 가끔 우리는 도저히 신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우리 곁에서 “나만의 신”을 찾곤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일종의 신 혹은 구원이었던 구니와 보하.

그들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보하의 어둠이 너무나 컸던 걸까? 구니의 약한 빛은 가끔 보하의 어둠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빛과 어둠... 어둠과 빛... 우리네 인생은 샴페인의 기포가 있다가 꺼지는 것처럼 혹은 일루미네이션의 빛이 켜졌다가 꺼지고 다시 켜지는 것처럼 이렇게 조금씩 명멸하며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 숨죽인 채 가만히 있었던 나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떠올리게 했다. 마치 빛바랜 사진첩처럼, 우연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울컥하게 되는 느낌... 조용하지만 진한 슬픔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 <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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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 굴레 출판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 잇스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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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는 굴레, 멈추지 않는 욕망과 고립."

3일마다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 그는 빛을 찾으려 했다.

꿈을 자주 꾸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꿈속 세상은 논리적으로 펼쳐지진 않는다.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 등이 은유적으로 드러나고 이야기는 뒤죽박죽 맥락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난 후 꾼 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메시지가 의외로 날카로워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 책 <세 굴레 출판사가>가 누군가가 꾼 꿈처럼 다가왔다. 백화점에서 눈이 먼 채 큰소리로 손녀를 찾아헤매는 할머니를 속으로 비웃었다가 3일에 한번 눈이 머는 병에 걸려버린 주인공. 인간에게는 원죄가 있다고 했던가?

주인공에게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어둠의 시기가 일종의 형벌이다.

주인공 현미생은 공모전에 떨어진 후 작가에 대한 꿈을 포기한 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우연히 신생 출판사를 알게 되면서 묵혀 뒀던 원고 <식물인간>을 출간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글의 구성이나 문장 가지치기 그리고 인세 분배를 두고 출판사 측과 팽팽한 기싸움과 갈등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세 굴레 출판사>는 "굴레"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현실에서

느끼는 짐스러움, 형벌, 내면의 죄책감 등을 다루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있어서 구원은 상사이자 여자친구인 "설화" 혹은 "글쓰기"

3일에 한 번씩 눈이 머는 지독한 형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가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일종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세 굴레 출판사>는 일종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진다. 혹은 작가가 밤낮없이 꾸는 꿈이랄까?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주인공의 절망이나 인생에 대한 허무함이 느껴진다. 작가 혹은 주인공 현미생의 심리적 고통만이 뚜렷하게 드러난달까? 전체적으로는 나에게 조금 난해하게 다가왔던 책 <세 굴레 출판사>

"꿈, 꿈, 꿈, 꿈의 연속이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금 꿈을 꾸었으며,

꿈에서 깨어났다고 인지를 했을 때에도 나는 꿈속에 있는 나약한 생명체에 불과했다. 그곳은 나의 집이 아니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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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모든 것 - 이상하고 오싹한 이야기에 숨겨진 진짜 호러를 만나다
김봉석 지음 / 상상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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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를 좋아하세요”

무섭지만 매력적인 호러에 관하여

읽거나 보고 나면 내가 살아있음을 좀더 감사하게 된다(?) 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다양한 “호러” 장르를 만끽해온 나.. 생각해보면 눈물, 콧물 다 흘리고 고통을 느끼면서도 매운 음식을 먹게 되는 심리와 비슷한 건가? 싶다.

이 책 “호러의 모든 것”은 작가이자 대중문화평론가인 김봉석 저자의 작품이다. 이름이 좀 낯익어서 생각해보니 예전에 그의 책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을 읽었던 기억이 나고, 그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속편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를 구매했던 기억이 났다.

장르와 작가 그리고 시대와 공간을 가로지르며 펼쳐놓는 김봉석 저자의 “호러”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해박하다. 마치 “호러”라는 테마 아래 펼쳐진 거대한 지도를 따라서 그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선정하여 잘 분석하고 해석해주는 “호러” 장르 도슨트를 만난 이 기분!

이 책은 “호러”라는 장르를 아주 넓고 깊게 파헤친다. 예를 들어서 “바디 호러” 라는 하위 테마를 다루며 우선 최근 개봉되었던 영화 “서브스턴스”를 잘게 잘게 분석한다. 그리곤 곧바로 영화 “에일리언”과 소설 “프랑켄슈타인” 등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책... 한마디로 “호러” 장르만을 위한 백과사전이랄까?

요즘은 호러를 잘 안보게 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젊었던 시절 열광했던 작품과 작가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스티븐 킹 작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그린 마일과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완전... 최고의 작품들! (물론 내 기준) 또한 “우부메의 여름” 시리즈에서 무시무시한 장광설을 늘어놓던 고서적 주인 츄젠지까지.... 진짜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은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꼭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책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 안에 들어있는 지식은 상당히 풍부하기 때문에 아마 줄 세운다면.. 우리나라 한바퀴 정도는 돌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과장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언젠가는 김봉석 저자가 하는 북콘서트에 한번 가보고 싶다. 굉장히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청중을 사로잡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숨겨두고 아껴가면서 내내 반복해서 읽고 싶은 정말 재미있는 호러 안내서 <호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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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최영희 지음, 조성흠 그림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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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한번 맺은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편이다. 때로는 이러한 “인연”이 나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운명적인 인연”을 받아들이는 한 소녀의 이야기 <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 >

주인공 리안은 어릴 적 한약을 잘못 먹은 이후 귀신을 보는 능력이 생겼다. 얼마 전 아버지는 네일숍을 운영하는 정수지 씨와 재혼을 했지만 리안은 여전히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한다. 게다가 그녀는 아빠와 짜고 리안이를 문가에 있는 구석진 방으로 보내버렸다!! 갈수록 거리감만 생기는 리안과 새엄마..

그러던 어느 날 리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용천 빌라를 쳐다 보고 있는 한 백발의 할머니를 발견한다. 곧 그녀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리안. 그녀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리안은 그녀가 정수지 씨와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미션 수행을 위해 지옥행을 택하게 되는데...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해서 지옥으로 간 <바리공주 신화>와 웹툰을 각색한 영화 <신과 함께>가 동시에 떠오르는 책 <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 >

험난한 지옥행을 택한 용감한 리안. 그 여정은 가시밭길이 따로 없다. 다양한 요괴를 만나고 아찔한 위기를 겪는 리안!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염라대왕을 만나게 되는데.... 리안은 과연 자신의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혈연으로 맺어져야만 비로소 가족이 되는 걸까? 이 책은 “인연”이라는 주제 외에도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오다가다 만난 인연이라도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함께 울고 웃는다면... 그것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리안이가 지옥으로 간 이유도 정수지 씨를 엄마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인연” 혹은 “저승행도 마다하지 않는 운명”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책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 > 정수지 씨와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되고 직접 그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실” 역할을 떠맡으며 리안은 비로소 진심으로 새엄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불과 재가 넘실거리고 다양하고 기괴한 요괴가 날뛰는 지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특히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주인공 리안이의 스펙터클한 모험뿐 아니라 깊이 있는 메시지 - 인연, 가족,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까지 있는 좋은 소설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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