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망상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피에르 지음, 엄성수 옮김, 김경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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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그야말로

자멸해가는 중이다!

거짓에 취약한 뇌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지적 겸손’과 공동체적 감각을 회복하는 심리학적 해법

우리는 현재 음모론과 극단적인 진영 논리가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쉽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기에, 어쩌면 우리는 순진하게도 이제는 편견이 사라지고 더욱 합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왔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기가 없던 시대보다도, 즉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때보다도 더 극단적인 분열로 치닫는 느낌이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진실보다 거짓에 이끌리는지 그리고 왜 점점 더 우리는 분열해 가는지를 다루면서 이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책 <집단 망상>은 왜 현대인이 사실보다는 “믿고 싶은 이야기”에 더 쉽게 끌리는지를 과학적, 사회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우선 1, 2장은 망상이나 음모론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한다. 이 두 장에서는 망상, 인지왜곡, 불신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특히 “더닝 크루거 효과” 즉 메타인지 부족 현상 혹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불릴 수 있는 이 현상을 설명하며 무지하면 무지할수록 왜 자기 기만에 빠지기 쉬운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이러한 분열의 원인을 뇌와 인지 편향 등에서 찾고 있다. 그는 3~5장에서 주로 인지 편향, 동기화된 추론, 진실 착각 효과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우리는 인터넷 공간과 알고리즘으로 형성된 “디지털 집단”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필터 버블”이나 “에코 체임버스”와 같은 현상을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진실에 갇혀서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6~8 장에서는 음모론이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쉽게 현혹될 수 있는 대중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이론부터 정치인의 아동 성 착취까지 실로 다양한 음모이론이 등장한다. 음모론을 퍼뜨리는 자들은 자신만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거나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등 목적이 있고 사람들이 음모론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평범한 진실보다는 더 흥미롭고 극적인 사건에 끌리기 때문이라고 하니, 어쩌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인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은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첫 번째 이유이기 때문에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사실보다는 “내 편의 이야기”가 더 빨리 확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고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과학적 사고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감정과 선동이 지배하는 의사 결정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검증 가능한 사실과 과학이 다시 사회적 합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결론적으로 저자는 중요한 3가지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바로 지적 겸손, 인지적 유연성, 분석적 사고. 이와 같은 강력한 방어 수단과 함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말하는 저자. <집단 망상>은 우리 모두가 사회적 현상에 대해 신경 쓰고 진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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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 시야를 열어주는 휴머니즘의 대답들
앤드루 콥슨 지음, 허성심 옮김 / 현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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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진리, 사랑과 공감, 자유와 정의...

당신은 무엇에 의지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역사학자, 작가, 과학자, 철학자

그리고 언론인이 세상과 삶에 답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믿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모아놓은 책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이 책은 단순한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 아니라 팟 캐스트에 참여한 31명의 지성들이 자기 신념에 따른 깊이 있는 사유를 대담 형식으로 풀어놓은 글이다. 대담집 형식이기에 철학적인 내용이라도 이해하기가 많이 어렵지 않다. 인터뷰에 참여한 석학과 지성인들이 어떤 이유로 특정 가치 - 이성, 과학, 진리, 사랑, 존중, 공감, 자유, 평등, 정의 -를 삶의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삼게 되었는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책은 마치 "과학"이라는 학문이 세운 절차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규정하고 따르는 철학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재검토하고 바꾸는 철학이라는 점. 저자들은 자신이 믿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려 하기보다는 " 내가 이렇게 믿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이제 당신도 그것을 스스로 한번 고민해 보라 "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주도권을 돌려주는 느낌이다. 마치 훌륭한 교사들이 학생에게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사고의 방향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공감했던 글들을 살펴보자면, “우리는 누구나 변화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뇌가 가진 놀라운 점이죠”라고 말한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의 글이었다. 우리는 평소에 곧잘 “나는 운이 없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게 운을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자신을 평소에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도 좋고 회복 탄력성도 높다는 것.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창조해나간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매우 공감 가는 글이었다.

이 분 외에도 연기자인 에디 마산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정의하려 들지 마세요. 절대로 스스로를 규정하려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특정한 사고의 틀이야말로 각종 혐오를 불러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 시크교도와 나눈 대화를 여기에 인용하는데, 나는 이 시크교도의 말을 듣고 진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태어난 세상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 이민자야” 우리 모두가 이민자라는 겸허함을 갖춘다면 더 이상의 갈등은 없으리...

이 책은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시민, 더 나아가서는 더 좋은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지도하는 안내서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철학이라고 하면 먼저 어렵다는 생각에 부담감마저 드는 게 사실인데, 이 책은 좀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라서 큰 부담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이 책을 통해서 "인본주의 사상"이라는 게 뭔지 조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석학들의 "사고방식"을 좀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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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헤드 대드
성하성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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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살인마의 의식을 탑재하고 부활한

한 가장의 처절한 복수극

죽음으로부터, 그것도 도저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죽음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남자.. 그러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치 빈 껍데기 같은 초라한 인생을 포기하려고 하던 순간, 그는 불타오르는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지옥에서 막 돌아온 야차 같은 현의 활약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책 <데드 헤드 대드>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내 최고의 방산 기업인 ZIG 엑스원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일했던 주인공 이현. 어느 날 황 장군이라는 권력자를 접대하기 위해서 갔던 유흥시설 "아락실"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나체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무리가 한꺼번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을 멍하게 지켜보던 현은 그중 한 아이의 얼굴이 굉장히 낯익다고 느끼게 되는데....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설정과 폭발적인 액션을 동시에 보여주는 SF 소설 <데드 헤드 대드> 주인공 현이 활약하고 있는 이 시기는 2059년. 죽은 자의 DNA 정보로 의체를 만들고, 기억을 담은 시냅스 칩을 뇌에 심어서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말하자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 인간들.

한 범죄조직이 다시 살아난 사람들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현. 딸의 죽은 친구를 위해서 범죄 조직 소탕에 도움이 되려 했으나 오히려 현과 그의 가족은 범죄 조직에 의해서 아주 잔인하고 끔찍하게 살해된다. 그러나 의체 제작 업체인 "오르비사"의 직원인 친구 주완의 도움으로 되살아나게 된 현... 그러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와 마치 살인 병기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2059년의 서울은 겉으로만 보면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 날아다니는 교통수단, 집 안에 탑재된 AI 그리고 의체로 갈아탈 수만 있다면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부유한 윗 서울과는 다르게 높은 범죄율 등으로 방치되어 있는, 디스토피아 같은 아랫 서울. 그리고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랄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바로 다시 살아난 주인공 이현! 그리고 그의 의식 속으로 숨어들어간 천재 살인마 두억시니. 괴물 같은 신체적 능력을 가진 이현과 천재적 살인마 두억시니는 "환상적인 콤비"가 되어서 범죄 조직의 소탕에 나선다. 굉장히 화려한 액션과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SF 장르적 설정 덕분에 상당히 몰입감이 있는 소설이다. 그뿐 아니라 한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라는 점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는 점....

그러나 도대체 천재 살인마인 두억시니가 이현의 의식으로 스며든 이유와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그도 이현처럼 단지 사적 복수를 위해서 이현의 몸을 빌린 걸까?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해답은 책 속에....

소설 <데드 헤드 대드>는 당장 내일 영상화를 해도 대박이 날 듯한, 화려한 영상미를 갖춘 소설이다. 또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몸을 바꾸고 기억을 업로드했다고 그가 원래 그 사람이 맞을까? 다시 살아난 인간이 가짜라고 하지만, 원래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먹고 느낀다면 그도 진짜라고 봐줘야 하지 않을까?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SF 소설 <데드 헤드 대드>를 이 장르에 진심인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이현으로 다시 살아난 게 아니라는 생각. 진짜 나는 그때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그저 예전의 내 기억을 양식 삼아 따라 하는 가짜..."

"가짜인지 진짜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 너에게는 이뤄야 할 목표도, 싸워야 할 적도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살아 있다는 증거는."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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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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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라는 나의 정체

저 먼 우주의 고향 별,

학폭 사건과 외계 생명의 위협…


학창 시절, 사고방식이 다르다거나 상상력이 유난히 풍부한 아이를 보면 

'혹시 외계인 아닐까?’ 하고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책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 의 주인공, 이란성 쌍둥이 초율과 선율 

남매는 정말로 그런 상상 속 존재였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청소년이지만 사실 미라클 스타라는 별에서 온 외계 생명체, 

그리고 그 정체를 숨긴 채 수백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존재들인 초율과 선율.


이 ‘다소 황당하지만 매력적인 설정’은 오히려 현실의 청소년 문제—친구와의 갈등, 이성 문제, 학교 폭력— 을 이야기하는 데 탁월한 장치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은 판타지와 일상의 고민이 잘 어우러진,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초율은 상상만 했을 뿐인데, 어느새 금붕어가 되어 수족관 안을 헤엄치고 있다. 그런 초율에게 반려 물고기 ‘파란 별’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초율과 선율, 그리고 자신도 모두 미라클 스타에서 온 외계 생명체이며, 이미 지구에서 수백 년을 살아왔다는 이야기.


한편 인기 많고 집안도 좋은 남학생 서강이 초율에게 유난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강이 왠지 싫었던 초율은 그를 본능적으로 밀어내지만 서강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서강이 초율과 선율의 집에 찾아오고, 그는 이상할 정도로 수족관 속 파란 별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 순간 파란 별이 느꼈던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은 곧 밝혀진다. 사실 서강 역시 외계 생명체이자, 다른 생명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범죄자였던 것...


과연 초율과 선율은 범죄자의 위협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될 것인가?


감수성이 예민하게 자라나는 청소년 시기, 아이들은 이성 문제나 학폭 문제에 쉽게 휘말리곤 한다. 또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초율과 선율이 겪는 갈등과 위기들은 '남의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그 위협이 외계인의 능력을 노리는 악한 존재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우리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상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율과 선율은 겉보기엔 평범한 아이들이다. 성적, 이성 문제, 학교폭력, 낮은 자존감 등 누구나 겪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특별한 힘과 정체성이 숨어 있다. 그 특별함을 빼앗고 이용하려는 세력의 위협 속에서도, 결국 이들을 지켜주는 건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가족의 힘이었던 것. 위기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가족애는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주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유심히 지켜보길 바란다. 알고보면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힘을 숨긴채 조용히 살아가는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도와줘도 지금보다 백배는 빛날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랄까? 무한한 상상력이 빚어낸 설정! 그래서 더욱더 재미있었던 SF장르의 청소년 성장 소설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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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해양강국을 위한 바다의 인문학
김석균 지음 / 예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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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해 인류를 성찰한

지적 항해의 결정판

나에게 있어서 바다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사는 곳이자 휴가를 맞아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바다의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바다를 차지하는 자가 세계를 거머쥔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고, 여러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사건 등을 통해 그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과거에 바다의 패권을 차지했던 유럽 국가들의 휘황찬란했던 역사를 이야기한다. 교실 안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강렬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가 몰랐던 다양한 사례가 나와서 좋았는데, 우선 자원이 별로 없었던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십자권 원정으로 동방 무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후 엄청난 경제적 부를 이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방 무역을 통한 향신료 거래 덕분이었고, 엘리자베스 1세 당시 영국은 사략선 제도를 만들어서 해적질을 국가가 공인해 주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여러 사례들 중에서는 역시 "블랙 레전드"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 원주민들에 자행한 잔혹 행위인데 이때의 수탈이 계속 이어져 지금의 남미 상황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어쨌든 이 책은 이렇게 과거 유럽 국가들이 바다에서 이룬 성취들을 열거하며 어떻게 역사의 주역이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론은 바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문명은 부를 손에 쥐고 세계 질서를 이끌었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다를 활용하여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

이 책은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무역 의존도가 89%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 교통로는 곧 국가의 생명줄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저자. 이 대목에서 내가 줄곧 궁금하게 여겼던 "북극항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이 "북극항로"는 과연 무엇일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북극항로이다. 이 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미주나 유럽에 도달하는 항해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에 무역 비용이 절감되고 이것은 바로 무역 경쟁력 향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 외에도 이 책은 안보나 분쟁과 같은 측면에서도 바다를 다루고 있다. 특히 혹시나 3차 세계 대전이 발생한다면 그곳은 바로 동아시아의 해양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소름이 돋는 한편, 고개도 끄덕여졌다. 안 그래도 요즘 일본과 중국이 서로 으르렁대는 가운데,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나라의 바다가 어쩌면 전략적 요충지이자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에서는 살짝 방향을 틀어서, 경제나 안보 등을 넘어서는 더 큰 메시지를 제시하는 저자. 바다랑 모름지기 큰 물과 작은 물, 맑은 물과 탁한 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막아내는 힘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힘이 강력한 바다. 요즘처럼 분열과 갈등이 팽배한 시대에 "해불양수" 즉 '바다가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바다를 이룰 수 있었다'는 포용성과 관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바다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궁금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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