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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평점 :
자주 보게 되는 것보다 자꾸 보게 되는 사람.
창화가 그동안 이 동네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을 사장님이 한 번에 정리해 주는 것 같았다.
위로가 되는 말, 그리고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과 장소
그리고 위로가 되는 책...
이 책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는 각박한 회색빛의
대도시에서 일과 인간관계에 치인 채 가슴이 뻥 뚫린 우리 모두에게
힐링의 시간을 안겨주는 책이다.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마음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는 너무나 따뜻한 책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억울한 일로 떠밀리듯 회사를 사직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향하는 창화와
오랜 연인과의 이별로 인해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고향인 삼랑진으로 내려가는 길의 미정.
어쩌다 보니 KTX 대신 무궁화호를 타게 되었고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그들은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대화가 잘 통한다.
부산으로 와서도 그 대화를 쉽게 잊지 못했던 창화는
결국 미정의 고향인 삼랑진을 찾게 된다. 그러다 기차에서 스치듯 만났던
한 노인분이 운영하는 사진관을 들르게 된 창화.
그분과 정말 잘 통한다는 생각에 다시 사진관을 찾아오게 되지만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이미 10년 전에 문을 닫은 곳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마치 100미터 달리기하듯 살아간다.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남과 경쟁하고 비교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다른 누군가가 제시하는 틀에 맞춰 살아가면서
언젠가부터 내가 뭘 위해 살아가는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잊고 살고 또 그런 와중에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우리들..
그런 면에서 삼랑진과 삼랑진역 그리고 창화의 작은 카페 “삼랑진역 오막살이”는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모두를 위하는 곳.
그리고 남들 속도에 맞출 필요 없이 나만의 스타일로 느리게 살아갈 수 있는 곳.
선을 넘는 누군가의 생각과 말에 상처받지 않고,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과 말로 뻥 뚫렸던 가슴의 구멍이 메워지는 그곳, 이곳은 꼭 찾아가 보고 싶은 바로 그런 장소이다.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점이다.
시간과 돈에 쫓기지 않고 사람을 위하는 것이 뭔지 아는 사람들의 깊이가
마치 갓 우려낸 커피향처럼 향기롭다. 또한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너와 나의 차이를 알고 선을 지키는 사람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처럼 다가왔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누군가가 “자꾸 보게 되는
사람” 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나만의 기준과 속도로
마치 파도를 타듯 유연히 인생을 살아나가길 또 바라본다.
삶이라는 존재가 던진 매운맛에 치여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분들 혹은 내가 원하는 삶이 뭔지 고민해 보고 싶은
그런 분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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