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프스베데, 로댕론 릴케전집 1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장미영 옮김 / 책세상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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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태초의 날처럼 풍경은 신선하게 누워있다. 마치 한층 더 위대하고 더 강인하며 더 고독한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거기 있다. 그의 시간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147p



역자가 해설에서 말하는 ‘상상력에 생기를 주는 데 필요한 마음의 여유, 시간의 여유‘(335p) 가 필요한 책. 천천히 느리게 읽어야할 책이다. 전시에 가서 마음에 와닿은 그림 앞에 계속 머물고 싶은 것처럼 그렇다. 보르프스베데를 읽고는 자연의 위대함을, 로댕론을 읽고는 예술비평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다.

그 이름은 더 이상 침묵하게 하지 않으며
여러분 자신도 제게서 그 이름을 듣기를 원하시지요.
이제 그 이름을 감히 불러보겠습니다.
로댕.
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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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2017-03-09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Theodora 님의 피드 보고 구입해서 읽게 됐어요. 아직 보르프스베데의 다섯 화가들에 대해 읽고 있지만 좋은책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간중간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되돌아 갈 때가 많아요. Theodora님 말처럼 천천히 느리게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로댕론을 읽고 싶어서 구입했는데 아직 로댕론은 읽기도 전에 밑줄이 많아요. ^^;

:Dora 2017-03-09 22:10   좋아요 0 | URL
댓글 고맙습니다. 블로깅하는 보람이 있네요. 같은 책으로 연결되는 우리는 북플동지! :)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 - 책방 풀무질 일꾼 은종복이 바라본 세상 이야기
은종복 지음 / 이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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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나온 책. 몇 년 전 우연히 성대 앞을 지나다가 발견한 풀무질 책방의 역사를 그때는 잘 몰랐다. 책방지기 두 분의 은샘은 무지 따뜻하신 분이다. 풀무질 팬분들의 예찬 글들이 그걸 증명한다. 어쩜 그 글들이 더 좋았다. 풀무질 책방은 현재 협동조합으로 운영 중인데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책방을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이 책도 그러했다ㅡ 책 속 저자의 한탄이 아직도 이어지는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다. 평화와 정의, 자유와 사랑의 실천, 공정, 평등의 주제를 늘 가슴에 담고 슬기로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좋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의견을 나누고, 실행하라고 한다.

간만에 풀무질 나들이를 하리라 다짐한다.

자본주의 사회, 사람이 사람을 못 살도록 하는 세상, 살아 있는 것들을 다 죽이는 문화가 이어지는 한 인문사회과학 책방은 살아남아야 한다. 비록 자본의 힘에 억눌려 신음하지만 진보 정신을 지켜 가야 한다. 19p

키보드보다 만년필이 편하고 트렌드보다는 빈티지에 끌리고 스타벅스보다 골목길에 숨어있는 작은 커피 집을 찾는 내가 대형 서점보다 동네 책방을 더 좋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344p

지금 학교는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바보를 만들고 있다. 밴포스타 이야기를 읽으면서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모든 학교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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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3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네이버 메인 기사에 뜬 건데, 광주의 모 헌책방이 문 닫는 바람에 헌책과 고서들이 폐품이 되어 버려졌어요. 책방을 위한 협동조합 운영으로도 폐업을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Dora 2017-03-04 07:46   좋아요 0 | URL
안타깝습니다. 협동조합이 기반을 탄탄히 하려면 지원이 더 필요한데 아직 ... 동네 책방들이 살아나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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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상냥한이라는 형용사의 조합이 뜬금 없듯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덤덤하게 풀어낸 이야기들. 상냥한 폭력은 불감증을 자아낸다. 애도는 남은 자의 몫, 상상은 독자의 몫인가? 미사여구없는 단순한 언어들이 더. 슬프다.

누구나 죽는다. 언젠가 장의 부고도 받게 될 것이다. 장이 양의 부고를 받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었다. 최후의 문장이 누구의 것이든 애도는 남아있는 자의 의무였다.
그녀에겐 여전히 긴 오후가 남아 있었다.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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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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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는 비거 스플래쉬다. 틸다 스윈튼이 남친과 떠난 이탈리아 어느 작은섬 - 화창했던 하늘, 바람소리, 조용한 바다와 돌섬들, 고풍스런 도시. 만날 인연은 꼭 만난다고 하였나! 찜한 지 한 2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이제사 제대로 읽었다. 마침 내용 중에 미로와 미궁을 설명하면서 미노스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너와 나는 아드리아네의 실처럼 엮여 있었던 거야. (나 아드리아네고 책은 테세우스? -.-) 우리를 만나게해 준 문장 아래.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029p

 

 

공간과 건축에 관한 심리학적 치유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청후촉각 즉, 오감각과 면역이 치유에 어찌 작용하는지 사례와 전문용어들이 꽤 담겨있다. 결론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고립되지 말고, 자주 안아주고, 자연과 접하고, 햇빛을 보기 또 격렬한 운동보다 매일 30분씩 걷기. 부부싸움하지 말고 차라리 피하기, 시끄러운 소음보다 음악이 좋고, 언제 어디서든 잠시 여유를 가지고 기억과 감각의 세포들을 인식하자. 그러면 자신만의 치유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만의 방이 있는가? 어디에서 가장 편안하고 치유받는 느낌을 받는가? 나만의 치유공간은 어디인가?

 

 

면역/바이러스 학자인 조너스 솔크가 이탈리아 중부 도시 아시시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만든 솔크연구소.

 

 

 

 

 

알츠하이머치매에 관한 친근한 설명이 있어 좋았다. 기억이 나를 만든다(217~224p)고. 그런데 치매에 걸려 나를 잃어 버린다. 인생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신이란 친구를 만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나를 잃어버리다니... 독서하고, 글 쓰고, 잘 먹고,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교류하며 사는 게 예방법이라니 더 할 말이 없긴하다. 누구도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내기를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오감이 예민하다고 느끼지만 특히 내 후각이 그렇다. 도서관에서 오래 앉아있을래도 담배 냄새가 나면 못 견디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이한테서 나는 담배냄새를 더 못 참겠다. 남자의 향취를 좋아한다면 그 남자를 진짜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뭔가 상관이 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 일들이 떠오르지만 생략.

 

 

특정 냄새가 특정 기분과 연결되는 일이 여러번 반복해서 일어나면 그런 조건형성이 이루어지고, 감정이 강력하다면 순식간에 조건형성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좋은 기분이든 나쁜 기분이든 한 가지 기억을 통해 한가지 지각과 짝지어지면, 그 두 가지를 떼어 놓기란 무척 어려워진다. 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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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3-02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담배 피우는 분들은 자신의 담배 냄새가 남들한테 직간접으로 피해를 준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흡연은 일종의 습관(화된 행동)이죠. 습관은 때와 장소, 주변 환경을 가리지 않는/못하는 행동 양태랄 수 있고요. 흡연이 습관화된 건 또 중독인 것이고요. 중독이란 자기자신의 의지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행동·행위 양상이고요. 그렇다면 흡연자들은 니코틴 중독 환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결론은 일단 생리적, 행동·행위적 측면에서 의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흡연자는 더 나아가 정신의학적으로도 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신경생리학적 중독 증세는 정신적으로 통제가 잘 안 되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정신 작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위에서 말했듯이 자신의 흡연이 남들한테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혹은 알고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결국은 자기묵인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명백히 나쁜 것인데 나쁘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그걸 알고도 자기묵인에 빠져 나쁜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니까 정신적 병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추론적 진단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죠. 엄밀하고 객관적인 진단을 들이댈 경우 우리는 모두 환자가 아닌 경우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환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모든 측면에서 순수하고 건강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Dora 2017-03-02 13:09   좋아요 0 | URL
담배향기와 좋은 기억이 합쳐졌었더라면...별 상관이 없겠다 싶네요^^ 누구나 잠재적 환자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독서치료(치유), 문학치료, 글쓰기치료 자료를 계속 찾아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셀프힐링을 하고 있던 걸 이 기사를 보고 확인하였다. 나의 일기 역시 다윗의 기도문같이 느껴진다. 시편을 매일 밤 읽어서 그런가?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5308295 

강 교수는 독서·저널 치료를 하다보면 내담자의 글이 점차 기도문으로 바뀐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각을 쓰는데 결국은 종교와 상관없이 신에게 기원하는 글을 쓰더라고요. 시편에서 다윗이 시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독서지도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었다. 독서란 무릇 즐거워야 하는 취미여야 하는 것인데 일처럼 숙제처럼 되어버리면 인생의 큰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놈의 입시가 아이들을 망치는 것이다. 독서의 목적이 대입을 위한 논술시험뿐만이 아닌데 마치 그게 다 인것처럼 알게 되면 곤란하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서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담이라는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모양새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다로 풀어가는 치유는 옳지 않나? 만일 글을 읽지 못한다고 해서 나눔을 못하는 건 아니기에, 책이라는 것은 어쩌면 소재를 찾기 위한 껀수이거나 더 나아가서는 작가가 알려주는 생각의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배울점은 있다. 함께 나눌 때 나쁜 감정은 줄어들고 좋은 감정들은 퍼져갈 것이다. 고통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되며 서로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상담의 효과처럼... 아~ 오늘도 깨달음을 얻다. 늘 함께하시는 성모님, 고맙습니다. 사순절 첫 날= 뿌듯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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