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광고회사 사이버플랜의 잘 나가는 젊은 팀장 사쿠마 šœ스케가 어린 시절 터득한 인생의 요령은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우등생을 연기한 건 아니야. 어렸을 때는 개구쟁이 가면을 쓰고, 조금 지나서는 반항기의 가면을 썼어. 그 뒤에는 사춘기의 가면, 장래를 고민하는 청년의 가면. 어쨌든 어른들이 익숙해지기 쉬워야 한다는 게 포인트야 ...그러면서 다음에는 어떤 가면을 쓰면 상대가 기뻐할까 생각하는 거지. 인간관계란 원래 번거로운 거야. 그렇지만 이 방법을 쓰면 아무것도 아니지. ......맨얼굴을 드러내면 언제 어느 때 얻어맞을지 몰라. 이 세상은 게임이야. 상황에 따라 얼마나 적절한 가면을 쓰느냐 하는 게임."

이 원칙에 따라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거치며 요령 좋게 살아 온 인생.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 받고, 깔끔한 집과 스포츠카를 소유하고, 매력적인 여자들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산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그에게 위기가 닥쳤으니,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광고프로젝트의 팀장 자리에서 갑작스레 해임된 것이다.

무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잔혹하게 그를 잘라낸 광고주는 닛세이 자동차의 가쓰라기 가쓰토시 부회장이다. 재벌 2세로 40대 후반에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 부회장에 취임. 매처럼 날카로운 눈에 좀처럼 웃지 않는 위압적인 느낌. 이 냉혹한 권력자를 상대로 사쿠마는 일생일대의 두뇌 게임을 시작한다.

잘 만든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인물 설정도 사건도 쿨~하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일상이 버겁게 느껴질 때, 그 끈적끈적한 시간을 가볍고 유쾌하게 후루룩 넘겨 줄 소설로 추천한다. 사건 전개와 반전에 박진감이 있고, 세부 내용에 오밀조밀한 잔재미가 넘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재미 있는 추리 소설>의 전범이다.

단지, "인생은 게임이다. 게임에서는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하는 찜찜함만은 어쩔 수 없이 남는다. 그러나 뭐랄까, 나같은 <싸움에 진 개>에게도 가끔은 쿨한 척 하고 싶은 때가 있는 법. 더 이상 깊이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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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2 0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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