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노베르트 로징 글.사진,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24-27
이누이트 족이 이글루비쿠스라고 부르는 굴 안에서 어미 곰은 지난겨울에 축적한 지방을 소비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겨울잠 속에서 출산을 기다립니다. 새끼들은 11월과 12월 사이에 태어납니다. 어미 곰은 보통 한 마리나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전형적인 북극곰 가족을 이룹니다. 가끔은 세 마리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극곰은 막 태어날 당시에는 다람쥐보다 더 작으며 몸무게는 1킬로그램 정도입니다. (중략) 6주 정도가 지나면 눈을 완전히 뜨고 10주가 되면 무게가 11킬로그램에 이르고 몸의 균형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마침내 굴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지요.

그때가 되면 낮이 점점 길어지고 따뜻해져 어미 곰은 밖으로 기어 나와 기지개를 켭니다. 어미 곰의 털은 굴속에서 수개월을 지난 터라 흙이 많이 묻어 있고 얼음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혼자 몇 번 밖에 나갔다 온 후에 어미 곰은 별로 따라나서고 싶지 않은 새끼들을 유인하여, 곰의 일생 중에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계절을 보낼 바깥세상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처음에는 새끼 곰들이 어미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지만 곧 눈 위에서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새끼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서 점점 강하게 자라며 신체 조정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끼들의 굴 근처에서만 놉니다. 위험에 처하거나 갑자기 날씨가 나빠질 경우에는 재빨리 굴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겨울 환경에 순응하는 것은 북극에서 사는 모든 생명체들의 숙명입니다. 새끼들 역시 겨울 환경에 빨리 적응하면 할수록 생존할 가능성도 더 높아집니다.

한번은 깊이 파인 토굴에서 5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새로 판 눈으로 된 굴을 발견했습니다. 그 토굴의 입구에는 곰 가족의 입김 때문에 발생하는 서리가 보였습니다. 모리스는 3개월이 지난 후에 어미 곰이 기존의 오래된 굴에 싫증이 나서 깨끗하고 밝은 주거 공간을 찾았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어미 곰은 주변 경관이 잘 보이는 남향의 긴 적설 언덕을 발견하고 그 한가운데에 새로운 글을 파기 시작했을 겁니다. 어미의 긴 발톱 자국이 굴 주변에 여기저기 찍혀 있고 쌍둥이 새끼 곰의 작은 발자국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1-2주 후에 어미와 새끼 곰은 허드슨 만으로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누이트 족은 그 여정을 ‘아틱톡(ah-tik-tok, 바다로 가는 여행자들)’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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