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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가하라전투 1 - 히데요시의 죽음
시바 료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대학을 졸업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이 중앙도서관과의 이별이었다. 단행본 열람실의 서가 사이에 서서 오래 된 책 냄새를 폐 깊숙히 들이 마시면 이별의 아쉬움에 가슴이 떨렸다. 그 도서관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소설이 시바 료타로의 "언덕 위의 구름"이다. 그래서 내게 "시바 료타로"의 이름은 특별하다.
동네 시립도서관에서 "세키가하라 전투"를 빌려 잔뜩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론은 "역시 시바!"라는 것이다.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라는 믿음이 간다. 등장 인물 하나 하나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살아 있다. 특히나 일본 근대사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300년 후 유신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마즈, 모리 등 도자마 다이묘들의 행적이 너무 재미있었다. "료마가 간다"의 배경이 되는 도사의 조소카베와 야마우치 가문의 흥망에 얽힌 이야기는 좀처럼 잊기 힘들 것 같다.
번역도 근사하다. 시바 료타로의 재기발랄한 입담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 특히 인명, 관직명, 지명, 군사 용어 등의 고유명사를 정확히 음역한 뒤 한자를 붙이고, 각주까지 붙인 정성이 독자를 기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