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끔찍한 이야기에 대한 내성은 나이가 들면서 길러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이런 식의 불행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살면서  고생을 좀 해 보니, 주인공이 처해 있는 입장에 자신을 대입시키는 것도 그리 괴로운 일이 아니다.  뭐, 피해갈 수 없는 거라면 그렇게라도 살아야지. 그럼 이제, 길리어드의 거리에 나를 가져다 두어 볼까?

여자를 걸어다니는 자궁으로 이용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나 기괴한 섹스나 출산 장면에 대한 공포는 별 거 아니다. 그런 거야 잠깐만 참으면 끝인 걸 뭐. 인간 관계의 삭막함 쪽은 보다 무섭다.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고 우정을 쌓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 나라의 성서에는 '말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되어 있고, 곳곳에 비밀경찰의 끄나풀들이 있다. 그러나, 하녀들끼리 아내들끼리 또는 남자들끼리 감시의 눈을 피해 수다 떠는 일들도 있는 듯 하니 이것 역시 나름대로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있어서 제일 끔찍한 규칙은 여자가 책을 읽으면 팔을 자른다는 것이다. 여자에게는 문자의 사용이 금지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아주 적은 뉴스와 남자가 읽어 주는 왜곡되고 편집된 성서가 전부. 기도조차도 기계가 만들어 내고 기계가 읽어 준다. 만약 내가 불온분자로 체포되어 콜로니로 추방당한다면, 죄상은 아마 저런 것과 관계되어 있을 듯 하다. 한 쪽 팔은 없겠지, 아마.

아주아주 멋진 책이다. 흥미진진하게 푹 빠져서 읽었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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