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목별로 정리한 직업 백과사전
무라카미 류 지음, 하마노 유카 그림, 김남미 옮김 / 에듀멘토르 / 2013년 2월
품절


옛날부터 시를 쓰는 것으로 생활하는 것은 거의 무리였지만 요즘은 특히 더 어렵다. 기본적으로 시는 상징적인 것이다. 단어의 단순한 조합으로 보편적인 것을 상징한다. 한 국가가 근대화되는 과정에는 전쟁, 내란, 공황 등 반드시 격동기가 있고 민족과 사회에 공통된 슬픔과 기쁨, 어떤 특정한 감정이 생겨난다. 뛰어난 시인은 몇 줄의 시구로 그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표현한다. 격동기에서 완숙기로 접어들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슬픔과 기쁨을 잃게 된다. 요즘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국민 모두가 흥얼거리는 노래가 없지만, 그것은 작곡가와 작사가와 가수들이 태만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공통된 슬픔과 기쁨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즉 노래와 마찬가지로 시를 요구하는 때는 사회의 격동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35-136쪽

소설가로 데뷔하고 나서 텔레비전에 출연할 때마다 언제나 위화감과 경계심을 느꼈다. (중략) 나는 나 자신의 성격과 본래의 내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거실에 전해지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19380년대의 끝 무렵부터 3년 반 정도 토크 프로그램의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중략)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는 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아무리 연기를 한다고 해도 출연자의 본래 모습이 나오게 마련이다. 즉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알몸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할말이 없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텔레비전의 원칙에 위배된다. 텔레비전에서 침묵은 시청자의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것이므로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시청자를 어디까지나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텔레비전이기 때문이다. (중략) 텔레비전은 강력한 미디어이다. 그것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며, 무시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대단한 정보 전달력을 의식하면서 위화감과 경계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텔레비전을 대하는 기본 자세이다.-182-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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