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볼라 밀리언셀러 클럽 107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절판


"나는 나하에 오기 전까진 세계를 떠돌아 다녔어. 10년 가까이 제대로 된 직장도 주소도 없었지. 어느 나라에도 주민등록을 한 적이 없고, 세금도 내지 않았어. 힘든 일보다 즐거운 일이 많았지. 하지만 난 깨달았어. 결국 주민들은 그런 녀석들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쪽도 계속 떠돌아다니게 돼. 그러는 사이에 아아, 이건 여행이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야. 여행이라는 건 돌아갈 곳이 있는 녀석들이 하는 일이잖아. 하지만 나는 어느 새 돌아갈 곳이 없는 진짜 방랑자가 되어 있었어.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내 담배는 옛날에 다 탔다. 나는 손가락에 든 꽁초를 쳐다보면서 가마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화가 나지 않게 돼.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질 사람인데 어떠냐 하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 않는 거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나지 않게 돼. 왜?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렇잖아."
"부럽네요."
나는 무심결에 말했다. 가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계속)-222-223쪽

(앞에서 계속)
"응, 나도 편하다고 생각했어. 아, 이제 겨우 사는 게 편해졌다 하고. 하지만, 작년부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어째서요?"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거든."
가마다는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웃었으나 나는 웃지 않았다.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222-223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zuaki 2013-01-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섬뜩했다.
응, 나도 아무한테도 화가 안 나. 나 자신한테도 화가 안 나고.;;;;
그리고, 난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서 수렁으로 들어간 가마다처럼은 안 될래.
평생 방랑하면서 편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