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미 절반이나 정복당하고 모스크바의 주민들이 멀리 떨어진 여러 縣으로 피난하고 조국의 방어를 위해서 민졍이 잇따라 궐기했을 때 모든 러시아인은 노소의 구별 없이 한결같이 자기를 희생하는 것과 조국의 위급을 구하는 것과 조국의 비운을 한탄하고 눈물 흘렸을 것이라고, 당시에 살아 있지 않았던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를 전하는 이야기와 記事들도 전부 예외 없이 러시아 국민의 자기 희생과 조국애와 절망과 비애와 영웅적인 행위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이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사건 속에서 다만 당시의 일반적인 역사적 관심만을 보고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관심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현재의 모든 개인적인 관심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관심보다 훨씬 중대한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그 때문에 일반적인 관심은 조금도 느껴지지 못할 정도이다. (아니,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계속)-154-156쪽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태의 전반적인 推移 따위엔 주ㅢ를 쏟지 않고, 다만 눈앞의 개인적인 관심에 의해서만 움직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사람들이 당시에 있어서의 가장 유익한 動力이었던 것이다. 사태의 전반적인 추이를 알려고 시도하거나자기 희생 정신과 영웅적 행위에 의해서 시국에 참여하려 했던 사람들은 당시의 사회에 있어서 가장 무익훈 분자였었다. 그들은 온갖 것을 뒤집어 보고 있었다. 그들이 나라를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한 짓은 모조리 무익한 망동이라는 결과로 끝났다. 이를테면 피예르나 마모노프가 기부한 연대는 결국 러시아의 마을들을 약탈하고 돌아다닌 데 지나지 않았으며, 또 모처럼 귀부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한 번도 부상자에게 닿지 않았던 린트 천 같은 것이 그것이었다. 영리한 체하거나 悲憤慷慨를 좋아하고 러시아의 현상을 말하기를 일삼던 사람들까지도 부지불식간에 말에 겉치레와 허위를 동반하고 혹은 누구의 죄도 아닌 것에 대한 책임이 지워진 사람들에 대한 무익한 증오와 미묘한 감정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154-156쪽
모든 역사적인 사건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분명한 교훈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것이다.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다만 무자각한 활동뿐이며, 역사적인 사건에 있어서 무엇인가의 역할을 하는 사람도 절대로 사건의 의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설사 그 의의를 알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무익함에 놀랐을 뿐인 것이다. 당시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의의도 사건 가까이 참가했던 사람들은 더 그 의의를 몰랐었던 것이다. 페쩨르부르그를 비롯하여 모스크바에서 떨어진 모든 지방에서는 상류의 부인들이나 의용병의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러시아와 그 수도의 비운에 눈물을 흘리고 자기 희생이라는 것을 운운하고 있었으나, 모스크바 뒤쪽으로 퇴각한 군대 중에서는 거의 한 사람도 모스크바에 대해서 말하거나 생각하는 자도 없고 맹렬히 타오르는 모습을 보아도 누구 한 사람 프랑스 군에게 복수를 해야겠다고 맹세하는 자도 없었다. 도리어 모두가 다음의 넉 달치의 봉급이라든가, 다음 숙영지와 주보의 처녀 마트료쉬카의 일이나, 그와 같은 류의 하찮은 일을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계속)-154-156쪽
니콜라이 로스토프도 자기 희생이라는 따위의 목적은 하나도 없고 다만 군대에 복무종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우연히 조국 방어에 직접 오랫동안 관계했을 따름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절망하지도 않았을 뿐 더러 비관적인 결론도 내리지 않고 당시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던 사건을 태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러시아의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면, 그는 그것에 대하여 그러한 것은 자기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고 그걸 위해서 쿠투조프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들은 바에 의하면 각 연대는 병력의 보충을 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전쟁은 더 길계 계속될 것 같다. 지금 같은 상태로 밀고 나아가면 한 이 년 뒤에는 자기도 일 개 연대를 맡는 것쯤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고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사태를 이처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사단의 馬匹 보충을 위해서 보로네쥐로 출장을 명령받았을 때 최근의 전투에 참가할 기회를 잃은 것을 슬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크게 기뻐했다. 그리하여 그 자신도 그 기쁨을 숨기려 하지 않았고 동료들도 그 기쁨의 원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154-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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