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20년대 캄차카 앞바다에서 게를 잡고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선의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과도한 작업량, 비위생적 환경, 잔혹한 대우에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변변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어쩌다 상륙해도 노름과 술로 얼마 되지 않는 급료를 탕진할 뿐이며, 풍문에 들려오는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빨갱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들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도쿄의 회사, 그리고 공장선 안에서 회사의 이익을 대표하는 작업 감독은  노동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라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한편, 게를 잡아 가공하는 어부(漁夫), 뱃일을 하는 선부(船夫). 기관실에서 석탄 보일러를 떼는 화부(火夫), 그리고 잔심부름하는 소년들인 잡부(雜夫)들을 서로 갈라놓고 경쟁시킴으로써 이들을 통제한다. 그러나 이 네 그룹의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계급성을 자각하고 연대하기 시작했을 때, 공장선 안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짧지만 강렬한, 역사적 가치도 문학적 가치도 높은 이 책의 문제는 번역이다. 어부, 선부, 화부, 잡부를 '어업 노동자', '선원', '보일러공', '잡일꾼'으로 해서는 그들의 계급적 동질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마침내 연대를 이루어낸 순간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감동도 반감되어 버린다. 나아가 '어업 노동자'는 이미 의식화된 그룹이고, '잡일꾼'은 유독 의식이 낮은 그룹이라는 식의 오해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이 '어업 노동자'라는 역어의 부적절성은 그들 중 한 사람이 스스로를 가리켜 "우리들 어부들은~"하고 말해야 하는 순간 여지없이 드러난다. '적화 운동'을 '노동 운동'으로 순화(?)시킨 것 역시 당시의 노동 운동이 가진 사상성을  왜곡해 버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반드시 다시 검토하여 개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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