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 - 말하기의 규칙과 체계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7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안재원 편역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품절


[27장]
아들: 연설가의 힘에 대해서 이제 다 설명하셨으므로, 연설 구성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버지: 연설은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중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은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왜냐하면 감정이 서론과 결론에서 자극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분은 사실 기술이고, 세 번째 부분은 논증인데, 이는 연설에 신뢰감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강조는 원래 고유한 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종종 연설의 시작에도, 하지만 연설의 마무리에서는 언제나 사용해야 하는 표현 방법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뭔가 입증되었거나 반박되었을 때, 이 경우 [강조]가 요구되는 원래 자리는 아니지만 강조해야 한다. 강조는 감정이 실린 격렬한 논증이기 때문이다. 논증이 증명을 목적으로 삼는 반면, 강조는 감동을 목적으로 삼는다.-134쪽

[57장]
어떤 일들에서 그것이 상실되었거나 잃어버릴 위험이 있을 때, 강조는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행복했다가 불행해진 사람보다 더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경우는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어떤 행복한 처지에서 불행으로 추락했다면, 어떤 사건이든 이는 그 자체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떤 사람의 총애를 잃고서 쫓겨난 경우, 어떤 [귀중한] 것을 상실 중에 있거나 이미 상실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불행 속에 처할 것인지가 간략하게 표현된다면 사람의 심중을 뒤흔들게 된다. 여기에서 [간략하게 표현해야 함은] 특히 남의 불행 때문에 생겨난 눈물은 금방 메마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역자주-이 토포스는 지나친 감정 표현을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고, 수사학자 Apollonius의 말이라고 전해진다.) 강조할 때에는 어떤 것도 상세하게 설명하려 들어선 안 된다. 너무 상세하면 자잘하게 보이고, 강조에서 요구되는 것은 웅장한 무엇이기 때문이다.-204쪽

[79장]
사실, 수사학이란 다음 아닌 [표현과 내용에 있어서] 풍부하고 [청중의 범위에 있어서] 넓게 말하는 지혜이다. 이 지혜는 실은 원천에 있어서 변증론과 같은 곳에서 흘러나왔지만, [사용하는 표현과 주제의 범위가] 더 풍부하고 [대상 청중의 범위가] 더 넓으며 마음을 움직이고 일반 대중의 감각과 취향에 더 가까이 가 있는 덕목일 뿐이다.-258쪽

[140장]
아버지: 선과 악에 대해서, 공평함과 부당함에 대해서, 이익과 손해에 대해서, 명예와 수치에 대해서, 이렇게 가장 중요한 주제에 대한 학문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연설가는 논의 주제와 주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단 말인가? 이런 이유에서 너는, 내 아들 키케로야,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규칙들과 지침들은 마치 저 아카데미아 원천으로 가는 길의 안내 표지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이 원천에 나의 안내를 통해서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도착한다면, 그때 너는 이 규칙들 자체를 더 잘 알아보게 될 것이고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다른 것들이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들: 저도 실은 그렇게 되기를 진실로 열망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께서 약속대로 설명해주신,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가르침은 저에게 뭔가를 더 바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백하고 충분한 것입니다.
<수사학 끝>-396쪽

140장의 역자 주석

철학의 강조는 키케로 수사학의 핵심 요체인 이상적 연설가(orator perfectus)론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이상적 연설가는 하나의 형상(forma)인데, 이 형상을 다루는 학문은 철학이지 수사학이 아니다. (중략) 이 형상은 플라톤의 이데아이며, 키케로는 이를 forma라고 번역한 것이다. 철학의 강조는 이상적 연설가를 구성하는 방법에서도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본문에서 볼 수 있듯이, 키케로는 철학의 논리학, 자연학, 윤리학을 강조한다. 키케로가 이렇게 철학을 강조하는 까닭은 두 가지이다. 그중 하나는 키케로의 연설과 관련된 확신이다. 즉 사람들이 철학 없이는 진실하고 제대로 된 연설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서 보편적이고 풍부하고 상세하게 말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학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철학과 수사학의 분리가 가져오는 결과 때문이다. 키케로는 <연설가> 제12장에서 이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렇게 전문 지식인에게는 대중적인 설득력이, 달변의 연설가들에게는 세련된 교양이 부족하다."(아래에 계속)-397쪽

(위에서 계속)키케로는 이 사태의 원인을 사람들이 철학과 수사학의 분리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들을 상호 연계 없이 각각 독립적으로 취급한 데 있다고 본다. 이 분리는 결과적으로, 진실하고 완벽한 연설로 가는 길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키케로의 입장을 대변하는 크라수스는 <연설가에 대하여>에서 철학과 수사학의 분리를 강렬하게 비판한다: "마치 혀와 심장의 분리와 같은 저 이상하고 백해무익한, 그래서 비난받아 마땅한 분열이 생겨났다. 한 무리는 우리에게 지혜만을, 다른 무리는 말하기만을 가르치도록"(제3권 제56장). 아버지 키케로가 긴 대화의 숲을 거쳐 아들 키케로를 철학의 샘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3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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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9-09-1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C46년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Partitione oratoriae"의 역서. 역자는 서울대 고전학 과정에서 "헤시오도스스의 "신통기"에 나타난 호메로스의 수용과 변용"으로 석사, 괴팅겐 대학에서 "알렉산더 누메니우의 단어-의미 문채론"으로 박사를 받은 고전 수사학 전문가이다. 현재 고전수사학에 대한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전문가답게 상세하고 멋진 주석을 붙여주었다. 게다가 무려... 라틴어 원문이 있다!! 가지고 싶어. 누군가 선물해 주지 않으려나... ㅠㅠ
변호사로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제적인 논의를 이끌어 오던 저자가 마지막을 철학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로 끝맺는 것이 인상적이다. 역시 글쓰기는 철학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