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는 컴퓨터와 노느라 본업은 내팽겨쳐두었던 8월.  너무나 읽은 게 없어서 민망하지만, 일단 여기에 기록해 두고 앞으로 반성하도록 하자. 

 

공부와 관련된 책이라고는 이것 한 권밖에 안 읽은 것 같다.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문학전공자의 필독서이지만, 그냥 재미로 읽기에도 훌륭한 책인듯 함. 희랍 서사시와 비극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 이 책도 공부랑 관련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으려나? 이연숙의 <국어라는 사상>.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국가와 언어, 그리고 교육이 만나는 지점이 나의 관심사이다. 어떻게 접근해야할지는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지만.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제3서>와 <팡카그뤼엘 제4서>. 전에 읽은 <팡타그뤼엘>을 제1서, <가르강튀아>를 제2서라고 한다고 함. 이걸로 라블레는 다 읽었다. 옛날옛날 고등학교 때 밀란 쿤데라의 수필집에서 문학의 유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4서의 양 던지는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쿤데라가 반체제 지식인으로 숙청당해 육체노동을 하던 시절, 주위의 노동자들에게 라블레를 읽어주고 다같이 웃곤 했다는 이야기. 동료 중 특별히 숫기 없는 젊은이에게 파뉴르크(파뉘르쥬의 체코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는 이야기. 고교시절 가슴을 두근거리며 읽었던 그 멋진 책, 제목이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었던가? 그립다. 다시 보고 싶어. 

 

 

 

 

 

 

동생네서 읽은 소설. 김영하의 <검은 꽃>. 김영하 작품이 최근 폴란드에서 번역 출간되어서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글을 워낙 재미있게 쓰니까. <검은 꽃>은 20세기 초 멕시코의 애네켄 농장에 팔려갔던 조선 이민자들 이야기인데, 천주교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 때문에 불편했다. 그 사회에서 기득권과 결탁해 있는 게 천주교였으니까 하층민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쪽에 있었다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성장환경상 역시 불편해. 박수 무당이 죽기 전에 농장주와 그 부하들 앞에서 한국어로 예언을 하는 장면에 '유카탄 반도의 캇산드라'라는 표현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동생네 집에서 읽은 다른 한 권은 다카하시 가츠히코의 추리소설<샤라쿠 살인사건>. 우키요에 연구자들 사이의 암투를 그렸는데 재미있었다. 학문의 세계를 기웃거리는 사람으로서 이런 얘기에는 역시 마음이 끌린다. 담백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이 썩 좋아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우키요에 시리즈가 더 있다고)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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