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에우리피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5월
구판절판


<메데이아> 230-237행, 메데이아
생명과 분별력을 가진 만물 중에 우리 여자들이 가장 비참한 존재예요.
첫째, 우리는 거금을 주고 남편을 사서 우리 자신의 상전으로 모셔야 해요. 이 가운데 두 번째 불행이 첫 번째 불행보다 더 비참해요. 다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얻는 남자가 놓으냐 나쁘냐 하는 거예요. 헤어진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불명예스럽고 남편을 거절하기도 불가능하니까요.-38쪽

<메데이아> 1078행, 메데이아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 격분이 내 이성보다 더 강력하니, 격분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을 안겨주는 법.-71쪽

<메데이아> 1097-1115행, 메데이아
자식을 한 번도 낳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식을 낳아본 사람조다 더 행복하다는 거예요. 자식 없는 사람은 자식이 사람들에게 기쁨이 될지 슬픔이 될지 알 바 아니니, 수많은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살아가지요. 하지만 집 안에 자식의 달콤한 무리가 있는 사람은 평생 동안 근심에 시달리는 것을 나는 보아요. 첫째, 어떻게 해야 자식들을 잘 양육할 수 있을까, 다음은 어떻게 해야 자식들에게 생계 수단을 물려줄 수 있을까 하고. 게다가 이렇게 애써도 자식들이 나쁜 사람이 될지 착한 사람이 될지 알지 못해요.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모든 인간들에게 닥치는 가혹한 고통을 말하겠어요. 그들이 재산을 넉넉하게 모으고, 자식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유능한 인물이 된다 하더라도, 신께서 그러기를 원하시면 죽음이 자식들을 저승으로 채어 가버리지요. 하거늘 신들께서 인간들에게 다른 고통들에다 자식들로 인한 이 가장 쓰라린 고통을 덧붙이는 것이 인간들에게 대체 무슨 덕이 되겠어요?-72-73쪽

<메데이아> 1224-1230, 사자
필멸의 존재들이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을 오늘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 거리낌 없이 말하겠소. 스스로 현인이요 사색가라고 자부하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重罰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이오.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오. 富가 흘러들어가는 사람도 남들보다 행운아라고는 할 수 있으나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오.-77쪽

<헤카베> 306-308행. 오뒷세우스
대부분의 국가들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사실 고귀하고 용감한 사람이 더 못한 자들보다 더 많은 보답을 받지 못하는 데 있기 때문이오.-221쪽

<안드로마케> 693-702행. 펠레우스
아아, 얼마나 잘못된 관습이 헬라스를 지배하고 있는가! 군대가 적군을 이겨 전승기념비를 세우게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수고한 자들의 업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장군이 명성을 차지하도록 하니 말이오. 장군은 수천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창을 휘두르고 한 사람 이상으로 한 일도 없건만 더 큰 명성을 차지하지요. 높은 관직에 있는 자들은 백성들보다 더 잘난 체 거드름을 피우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자들이오. 자신감과 함께 의지만 갖고 있다면 백성들이야말로 그들보다 천 배는 더 지혜로울 것이오.-292-293쪽

<탄원하는 여인들> 238-245행, 테세우스
시민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오. 그중 부자들은 아무 쓸모 없고, 재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지요. 그리고 생필품이 부족한 빈민들이 이는데, 그들은 위험한 존재들이오. 그들은 시기심이 너무 많아 가진 자들에게 가시 독친 독설을 퍼부어대고 사악한 선동가들의 혀에 쉬이 농락당하기 때문이오. 세 부류 가운데 도시를 지키고 어떤 것이든 도시가 정한 규범을 수호하는 것은 중산층뿐이오.-378쪽

<탄원하는 여인들> 399-441행, 전령과 테세우스
전령:
누가 이 나라의 독재자(인용자주-tyranos,참주)요? 대체 누구에게 크레온의 전언을 전해야 하지요? 일곱 성문 앞에서 에테오클레스가 아우 폴뤼네이케스의 손에 죽은 뒤로 지금은 크레온이 테바이를 통치하고 있으니까요.
테세우스:
이방인이여, 자네는 첫머리부터 틀린 말을 하는군. 여기서 독재자를 찾다니 말일세. 도시는 어느 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우니 말일세. 매년 번갈아가며 백성들이 관직이 취임한다네. 우리는 부자라고 해서 특권을 주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도 똑같은 권리를 누린다네.
전령:
그렇게 나오신다면 내가 오히려 더 유리해질 텐데요. 왜냐하면 나를 보낸 도시에서는 군중이 아니라 단 한 사람에 의해 통치권이 행사되며, 허튼 소리로 우롱하며 순전히 제 이익을 위해 도시를 때로는 이리로 때로는 저리로 끌고 다니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런 자는 당장은 달콤하고 인기가 있겠지만 나중에는 해코지를 하게 되는데, 그 때는 다시 남들을 모함하여 제 허물을 감추고 訴追를 피해 가지요. (아래에 계속)-385-386쪽

(위에서 계속) 그리고 제대로 연설도 할 줄 모르는 주제에 백성들이 어떻게 도시를 바르게 다스릴 수 있겠어요? 지식이란 단기간이 아니라 오랜 경험(시간-인용자주)에서 얻어지는 것이지요. 설사 가나나한 농부가 멍청한 바보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에 쫓기다 보면 정치에 주의를 기울일 수가 없지요.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못난 자가 존경을 독차지하고 웅변으로 백성들을 좌지우지한다면 그것은 상류층(더 나은 사람들-인용자주)에게는 疫病과 같은 일이지요.
테세우스:
전령이 재치도 있고, 게다가 달변이로구먼. 자네가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으니 내 답변도 들어보게나. 논쟁은 자네가 시작했네그려. 도시에 독재자보다 더 해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네. 무엇보다도 그런 도시에서는 공공의 법이 없고, 한 사람이 법을 독차지하여 자신을 위해 통치를 하기 때문일세. 그리고 그것은 이미 평등이 아닐세. 하지만 일단 법이 성문화되면 힘없는 자나 부자나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다네. 그러면 부유한 시민이 나쁜 짓을 할 경우 힘없는 자가 비판을 할 수 있으며, 약자도 옳으면 강자를 이길 수 있다네. 자유란 이런 것일세. (아래에 계속)-385-386쪽

(위에서 계속)"누가 도시에 유익한 안건을 갖고 있어 公論에 부치기를 원하십니까?"(민회에서 사용하는 공식 어구-인용자주) 원하는 자는 이름을 날리고, 원치 않는 자는 침묵하면 된다네. 도시에 이보다 더한 평등이 어디 있겠는가?-385-386쪽

<탄원하는 여인들> 478-493행, 테바이의 전령
인간들에게 희망만큼 고약한 것은 없어요. 희망은 수많은 도시들을 미치게 하여 전쟁으로 내몰았으니까요.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백성들이 투표로 정할 경우, 아무도 자신이 죽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모두들 불운은 다른 사람들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투표할 때 각자가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떠올린다면, 헬라스가 전쟁의 광기로 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우리 모두 전쟁과 평화라는 두 가지 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악인지, 평화가 전쟁보다 얼마나 더 유익한지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평화는 무사 여신들에게 더없이 소중하지만 복수의 악령에게는 적대적이지요. 평화는 또 착한 아이들을 좋아하고부를 사랑하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사악하게도 전쟁을 선택해 약자를 핍박하고 인간이 인간을, 도시가 도시를 노예로 삼고 있어요.-388-389쪽

<탄원하는 여인들> 909-917, 아드라스토스
테세우스여, 그대는 이제 내 말을 들었으니, 이들이 성탑들 앞에서 과감히 죽으려 한 것에 놀라지 마시오. 좋은 교육은 명예심을 낳고 용기에 익숙한 사람은 누구나 겁쟁이가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니까요. 용기도 배울 수 있는 것이오. 마치 어린아이가 그때까지 알지 못하던 것들을 말하고 듣는 법을 배우듯 말이오. 그리고 일단 배운 것은 늙을 때까지 간직되오. 그러니 그대들은 자식들을 잘 교육하시오.-4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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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9-09-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deia, Hippolytos, Alkestis, Hekabe, Andromache, Herakleidai, Hiketides, Herakles, Troiades, Elektra의 열 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