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멋진 징조들 ㅣ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요일 퇴근길에 들른 대형서점 구석에서, 수트 정장 차림으로 쭈그리고 앉아 다섯 시간만에 독파했다. 수시로 낄낄거리며 뒤로 넘어가기까지 했으니 옆에서 봤으면 미친 사람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을 것이다. 정말 오랫만에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하게 웃었다.
먼저 칭찬하고 싶은 것은 작가의 예사롭지 않은 유머감각이고, 그 다음으로 칭찬하고 싶은 것은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문화적 코드를 조금이라도 통하게 해 보려고 많이 노력한 번역이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는 것이 팍팍 느껴졌다.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지만, 역주들이 없었다면 이만큼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픽션의 성패는 캐릭터가 결정한다고 믿는 편인데, 천사와 악마, 마녀와 마녀사냥꾼, 적그리스도와 '놈들', 그리고 '개'까지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잔뜩 나와서 즐거웠다. 거기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전개, 마음으로부터 공감할만한 메시지, 어떤 장면(지옥의 전사들과의 마지막 결전 장면 같은 것)은 퍽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6월의 해리포터 5학년 이후 넉달만에 만난 최고의 오락소설이다. 이번 주말에도 서점에 읽으러 갈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