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째 주검 캐드펠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성녀의 유골'을 읽고 나서, 한 때 케드펠 시리즈의 애독자를 자처했던 친구들에게 생각보다 재미없더라고 투덜거리자 이건 확실히 재미있다고 추천해 준 책이 '99번째 주검'이었다. 둘이서 입을 모아 칭찬하길래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확실히 재미있었다. 단숨에 읽어 버리고 흐뭇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었다.

전작에 비해 풍성하게 잘 짜여진 느낌을 주는 것은 인물들의 성격이 보다 복합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남장소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식상하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꽤 기쁘게 지켜보았다. 경건하고 우아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앞뒤 가리지 않는 열정이라든지 교활하고 믿을 수 없는 인상 뒤의 사내다운 호방함이라든지...... 역사적으로는 중요 인물이지만 여기에서는 조연으로 물러앉은 스티븐 왕의 캐릭터에도 퍽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작가가 많이 공부하고 작은 곳까지 성의를 보인 증거인 것 같아 흐뭇했다.

메인인 살인사건의 진행은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앉은뱅이 거지와 어부 소년이 등장하며 사건 진행이 마구 앞으로 내달리는 왕의 연회 밤의 이야기는 확실하게 시선을 사로잡았고, 망토의 복선 같은 것도 상당히 훌륭했다. 캐드펠과 휴의 두뇌 싸움 쪽은 작가가 들인 노력에 비해서는 큰 효과가 없었지만, 이것은 궁금해서 미리 뒷장을 넘겨 본 내 책임인 것 같으므로 넘어가자. 사건의 결말이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의 장점이다.

너무 진지해지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하고 있고, 독자 쪽도 너무 심각해질 걱정 없이 적당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연애담 쪽은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쾌하고 발랄하며 늙은 수도사의 눈으로 객관화되어 부담스럽지 않다. 부드럽게 술술 장면이 넘어가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같은 소설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이 책을 선택한 것에 만족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