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세 수도원 배경의 장편 추리소설이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먼저 번역되어 나온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역자 역시 해설에서 저 작품을 언급하고 있다. 에코와 같은 현학이 없는 것이 캐드펠 시리즈의 미덕이라는 논지인데.... 글쎄, 과연 어떨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 '장미의 이름'에서와 같은 긴박감이나 벅찬 감동이나 저자의 해박함에 기대어 중세 문화의 폭풍 속에 잠기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분명 이 소설은 자기만의 강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여류 작가의 부드러운 필치와 영국 시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소박한 유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것이다. 극적인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겠지만 이 글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밝고 건전하고 반박의 여지 없이 귀염성이 있다. 더 좋은 것은 노인네들 역시 젊은이들 못지 않게 귀염성이 있다는 것이고.

종교와 미신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지한 시대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관심을 보여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자존심 싸움만은 썩 재미있었다. 생각해 보면 한국도 인구에서나 국토에서나 그다지 남에게 꿀릴 만한 규모는 아닌데, 중앙집권 국가가 너무 일찍 성립해 그 위세를 유지한 때문인지 이렇다 할 지방색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 유감이다. 잉글랜드 수도사 나리들을 감쪽같이 속여 넘기는 웨일즈 정신이란 이런 환경에 사는 우리에겐 확실히 'exotic'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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