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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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스: 헬라스 땅을 떠나 함께 싸움터로 간 백성들의 집집마다 꿋꿋한 마음으로 슬픔을 참고 견디는 모습 역력했다네. 실로 가슴 아린 일 많았으니, 그들이 떠나보낸 이들이 누군지 알건만 집집마다 돌아오는 것은 사람 대신 단지와 유골뿐이었다네. 시신을 황금과 교환하는 아레스. 창검의 싸움터에서 저울질하는 그이 일리온으로부터 사람 대신 유골 든 단지만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내니, 불에 타고 남은 재, 들기에는 가벼우나 애통의 눈물 참기에는 너무 무겁구나. 그리하여 가족들은 그들 각자를 찬양하며 말했다네. "이 사람은 전투에 능했고, 저 사람은 사람 잡는 싸움터에서 영광스럽게 전사했지. 남의 아내를 위해서." 이런 불평을 속삭이는 백성들 소송의 주역인 아트레우스의 아들 형제에게 원한에 찬 증오심을 품게 되었다네.
<아가멤논> 429-451-46쪽

코로스: 여인의 명령은 하도 그럴싸해서 잰걸음으로 퍼져나가지만, 여인이 낸 소문은 금세 시들어 자취를 감추는 법이지.
<아가멤논> 485-487-48쪽

코로스장: 내 그대의 말에 압도되었소. 하지만 유감은 없소이다. 노인들도 배울 수 있을 만큼은 항상 젊으니까.
<아가멤논> 582-583-51쪽

캇산드라: 저기 어린아이들이 꿈속의 환영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집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이지 않으세요? 친족들에게 살해된 어린아이들이네요. 손에는식탁에 올랐던 자신들의 살점을 잔뜩 들었어요. 그리고 그들 아버지가 먹어치운 끔찍한 내장덩어리를 든 모습도 또렷이 보이네요. 그래서 누군가 복수할 음모를 꾸미고 있어요. 어떤 비겁한 사자가 집 안에 도사리고 앉아 침상에서 뒹굴며 돌아오는 주인에게, 내 주인에게 -내가 그분의 멍에를 져야 하니 그분은 내 주인인 셈이지요- 음모를 꾸미고 있단 말예요. 하지만 함대의 사령관이요 트로이아의 정복자인 그분은, 더러운 암캐의 혓바닥이 음흉한 아테처럼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럴싸한 말을 길게 늘어놓자 악의 축복을 받으며 그녀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아가멤논> 1217-1230-78쪽

클뤼타이메스트라: 해묵은 불화를 끝내줄 이 결전을 나는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고 이제 드디어 성취했을 따름이오. 그를 내리친 자리에 나는 서 있소. 일을 끝내고 말이오. 그가 자신의 운명을 피하거나 막지 못하도록 나는 이렇게 해치웠고 부인하고 싶지 않소. 나는 끝없는 그물을 고기잡이 그물처럼 그의 주위에 던졌소. 재앙으로 가득찬 이 옷 말이오. 그러고는 그를 두 번 쳤소. 그러자 두 번 신음 소리를 내고는 그는 그 자리에 사지를 뻗었소. 그가 쓰러지자 세 번째 타격을 가했소. 세 번째 타격은 사자(死者)의 구원자인 지하의 제우스에게는 반가운 제물이었지요. 이렇게 쓰러지며 그는 자신의 목숨을 토해냈소. 그리고 그는 단검처럼 날카롭게 피를 내뿜으며 피이슬의 검은 소나기로 나를 쳤소. 그래서 나는 이삭이 팰 무렵 제우스의 풍성한 비의 축복을 받아 기뻐하는 곡식 못지않게 기뻤소. 일이 이러하니 여기 있는 아르고스의 원로들이여, 기뻐할 테면 기뻐하시오. 나는 이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오.
<아가멤논> 1377-1394-84쪽

클뤼타이메스트라: 여기 제 아내를 모욕하고 일리온 앞에서 크뤼세이스들을 농락하던 사람이 누워 있소. 그리고 창으로 얻은 그의 포로며 점쟁이며 그의 충실한 첩이었던 여인도 누워 있소. 이 연인은 그의 잠자리 친구였으며 함선 위에서는 나란히 앉아 있었소. 이들은 응분의 보답을 받은 셈이오. 그는 내가 말한 그대로 죽었고, 그의 애인이었던 그녀는 백조처럼 자신의 마지막 만가를 부르고 나서 여기 누웠소. 그리하여 그녀는 나의 성대한 잔치에 맛을 더하는 양념이 된 셈이오.
<아가멤논> 1438-1447-87쪽

코로스: 아아, 이 집안에 뿌리내린 저주여. 재앙이 내리치는 피투성이 채찍의 곡조 없는 노랫소리여. 슬프도다, 참을 수 없는 불행이여. 슬프도다, 가실 줄 모르는 고통이여.
고통을 멎게 할 약은 집 안에 있어요. 바깥의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집안 사람들만이 피의 불화를 내쫓을 수 있으니까요. 지하의 신들께 이 노래를 바치나이다. 지하에 계신 축복받은 이들이여, 두 남매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들이 승리하도록 도움을 보내주소서.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466-478-460쪽

다레이오스: 나는 지하의 어둠 속으로 내려갈 것이오. 노인들이여, 잘 있으시오. 비록 재앙을 당했어도 그날그날 즐겁게, 그대들은 마음 편히 지내시오. 부(富)는 죽은 자들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
<페르시아인들> 839-842-232쪽

에테오클레스: 우리에게는 그 자의 허풍 역시도 이익이 될 뿐이다. 한 인간이 교만한 허욕으로 가득 차게 되면 다름 아닌 그 자신의 혀가 고발인이 되기 때문이다.
<테바이를 공격하는 일곱 장수> 437-439-264쪽

다나오스: 모르는 무리를 꿰뚫어보자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주해온 사람은 누구에게나 나쁜 말을 듣게 되고, 모함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탄원하는 여인들> 993-995-338쪽

프로메테우스: 서로 미워할 경우 적의 손에 고통당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1041-1042-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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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9-03-0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로 아이스퀼로스도 끝냈다. ^^
BC472년의 "페르시아인들"부터 458년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까지. 전해지는 것은 모두 8편. 소포클레스에 비하면 신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눈에 띈다. 경건함과 조화와 화해를 지향하는 것도 개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고통이 강조되는 소포클레스와는 다르다.
8작품의 원제는 "Persai", "Hepta epi Thebas", "Hiketides", "Prometheus desmotes", "Agamemnon", "Choephoroi", "Eumenides"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