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기린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9월
품절


아마가사키(尼崎)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그런 동네랍니다. 오사카(大阪)와 효고(兵庫) 현 중간에 있는 이 동네는 도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열려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민의 대부분은 양키이거나 전에 양키였던 사람들입니다. 아마가사키 시민의 대댜수가 아마가사키에서 태어나 역시 아마가사키에서 태어나고 자란 양키 출신 부모에 의해 당연하다는 듯이 양키로 키워집니다.
시내에는 제법 많은 상가들이 있지만 대부분 빠찡코 가게와 수상한 짝퉁 의류를 취급하는 가게들뿐입니다. 음식점은 어디든 가격이 싼 편이어서 라면 한 그릇을 100엔이면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널려 있습니다. 고깃집 (어찌 된 일인지 이상하게 많아요)을 포함해 모든 음식점들이 가격파괴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무척 활기찬 동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아래에 계속)-25-26쪽

(위에서 계속)
아마가사키 사람들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무조건 다른 곳보다 싸게 파는 방법 이외에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사는 사람도 싼 거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품질이나 부가가치 등은 아마가사키 사람들에게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지난번에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 다른 도시의 고깃집들은 파리만 날린다는 뉴스가 나오는데도 아마가사키의 싸구려 고깃집에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겁니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고기를 파는 걸 보면 혹시? 어쩌면!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아마가사키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마가사키 사람들은 TV뉴스는 아예 보지 않습니다. 신문도 스포츠 신문밖에 있지 않아요.)
상점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래위 모두 추리닝 차림입니다. 이건 아마가사키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아마가사키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아마가사키에서 자라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마가사키에서 그렇게 살다 그렇게 가는 것입니다.
(아래에 계속)-26-27쪽

(위에서 계속)
아마가사키는 효고 현에 속해 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화번호 국번을 효고의 078이 아니라 오사카의 06을 씁니다. 아마가사키 사람들은 오사카의 시외국번을 쓸 수 있어 편리하다며 뭣도 모르고 좋아하지만 저는 좀 복잡한 기분이랍니다.
오래 전부터 효고 현은 고베를 중심으로 부자들이 사는 상류층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굳혀왔습니다. 그래서 추리닝 천국 아마가사키를 효고 현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저는 추측하고 있어요. 기회를 틈타 아마가사키를 잡동사니 처리반인 오사카에 떠넘겨 버리고, 부자동네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싶다는 것이 효고 현의 본심이 아닐까요? 아마도 효고현에 있어서 아마가사키는 없었던 걸로 하고 싶은,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없는 걸로 하고 싶은 지역인 거죠. 그래서 효고 현은 아마가사키의 시외국번 06을 계속 묵인하고 있는 겁니다. 오사카가 "있잖아, 아마가사키 말인데 오사카로 편입시킬까 하는데 주지 않을래?" 라고 한다면, 효고 현은 선심 쓰듯 아마가사키를 오사카에 선뜻 줘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래에 계속)-27-28쪽

(위에서 계속)
저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이런 아마가사키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입니다. 아마가사키에서는 쇼핑을 해도 살 만한 게 없어서 오사카로 나가야 했는데, 상점에서 상품을 예약하기 위해 집주소를 쓸 때마다 얼마나 창피스럽던지...... 아마가사키 시라고 쓰는 것만으로도 다들 저를 불쌍히 쳐다보는 것처럼 생각되거든요. 예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래 봤자 너는 추리닝 나라에서 온 애야" 라며 편견이 담긴 비웃음을 받는 기분이 되고 마는 겁니다. -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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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8-06-11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고 현 아마가사키 얘기가 재밌어서 옮겨왔다. 여기가 마츠모토 씨와 하마다 씨와 야스다 군의 고향이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