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은 죄수들을 곤봉과 배급 식량으로 밀어붙이면서, 당국, 교도관, 호송병이 없어도 작업반원들을 꽉 잡아야 한다. 샬라모프가 실례로 보여 주듯이, 꼴리마 지방의 금 채굴 현장에서는 한 기간 내에 작업반의 구성원들이 죽어서 몇 번이나 새 사람들로 바뀌었으나, 반장만은 죽지 않고 최후까지 바뀌지 않았다. - P198
하지만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 있을까? 때로는 그 작업반이 군도의 주민 사회의 자연스러운 세포, 즉 사회에서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무시한다면, 우리의 관찰이 너무나 소홀했다 할 것이다. (중략) 다만 그것은 일반 작업, 즉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일반 작업반은 아니었다. 그것은 특수 작업반이었다. 전기 기술자들이나, 선반공들, 목수들, 페인트공들의 작업반이었다. 이런 작업반은 인원이 적으면(10명에서 20명) 적을수록 서로 돕고 의지하는 기미가 현저했다. - P199
이러한 작업반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반장이 필요했다. 그것은 적당히 엄격하고, 수용소 군도의 모든 도덕(부도덕) 규칙을 잘 알고, 통찰력이 있고, 작업자에게 공정하며, 당국에 대해 의연하고 확고한 태도를 가지고 발언하는 인물 - 어떤 자는 목쉰 소리로 지껄이며, 어떤 자는 냉정하게 조리를 세우는 인물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 작업반을 위하여 여분의 1백 그램의 빵, 솜바지, 구두 한 켤레를 놓치지 않는 인물이다. 게다가 유력한 사람들과 친분을 가지고, 그에게서 수용소 내의 소식이나 예정된 변동 상황을 미리 알고, 그것에 대응하여 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인물이다. 더욱 작업 내용에 정통하고, 각 작업 현장의 유리하고 불리한 점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만일 이웃에 작업반이 있다면, 그쪽에 불리한 현장이 돌아가게 하는 인물) -아래에 계속 - P199
-위에서 계속 속임수에 대해 예리한 눈을 가지고, 그 5일 노동 속에서 노르마의 속임수가 가장 쉬운 곳이 어딘가를 간파하는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현장 감독이 작업 수행 보고서를 <삭제>하려고 잉크가 묻은 펜을 들었을 때, 굽히지 않고 속임수를 지켜 나가는 인물이다. 또 노르마 산정자에게 <뇌물>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다. 자기 작업반 안에서 누가 밀고자인지 (만일 그가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아서 해를 끼치지 않을 자라면, 그대로 둔다. 그러지 않으면 더욱 까다로운 녀석이 오게 된다) 알고 있는 인물이다. 자기 작업반의 일이라면 한눈에 누구를 격려하고 누구를 나무라야 하는지, 오늘은 누구에게 가벼운 작업을 시켜야 하는지, 언제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반장을 가진 작업반은 단단히 결속되어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쉽지는 않지만, 죽는 사람도 없다. (중략)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게 효율적이고 또 머리가 좋은 반장들은 대부분이 <꿀라끄>의 자식들이었다. - P199
어떤 여자는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특권수들의 첩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여자는 <일반 작업장>에 끌려 나가 사랑 때문에 죽어갔던 것이다. 게다가 전혀 젊지도 않은 여자까지 이런 일에 말려들어 교도관들을 당황하게 했다. 바깥세상에서는 도저히 이런 여자를 상상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 여성들은 정욕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돌보아 주고, 누군가를 따스하레 위로해 주고, 자기 몫을 떼어서라도 그에게 먹여 주고, 그의 옷가지를 빨아 주고, 누더기가 된 것을 기워 주고 싶다는 여성 본래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 P314
고참 수용소 죄수 D.S.L.이 감사하며, 동시에 죄의식을 가지고 말하고 있듯이 - 만일 내가 오늘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날 밤 나 대신에 다른 누군가가 명단에 의해 총살된 덕분이라 하겠다. 내가 오늘 살아 있다는 것은 배의 선창에서 나 대신에 누군가가 질식사한 덕분이다. 내가 오늘 살아 있다는 것은, 그것은 내가 죽은 사람들보다 빵을 2백 그램 더 받은 덕분이다. - P350
지식인은 그 직업이나 일의 내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교육과 훌륭한 가정이 반드시 지식인을 기른다고 할 수도 없다. 지식인이란 그 생활의 정신적인 면의 관심과 의지가 튼튼하고 변함이 없고, 외적 사정에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그와 대항하는 인간을 말한다. 지식인이란 모방할 수 없는 사상의 주인인 것이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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