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59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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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어떻게 해서라도 용변을 줄이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을 적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식사도 적게 주면, 설사 때문에 불평을 말하는 자도 없을 것이고, 공기도 더럽히지 않을 수 있다. (중략) 누구도,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호송대의 행동은 아주 합리적이었다! (중략) <제58조> 위반자를 잡범이나 경범죄자와 같은 한 찻간에 넣는 것도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때로는 그랬다.) 그것은 단지 죄수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서 차량이 부족하고 시간도 없어서 정리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략) 예수가 두 사람의 도둑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된 것 역시, 빌라도가 그를 능욕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지 않았는가? 다만 그날이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골고다의 언덕은 하나밖에 없고, 시간도 짧았다. 그래서 <그는 악당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 P288

가지지 말라!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중략) 빵과 설탕은 한 번에 이틀분을 주어도 이내 전부 먹어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이제 아무도 훔칠 수가 없다. 당신은 하늘의 새처럼 자유롭게 된다! 항상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것만 가지는 것이 좋다. 여러 언어를 알며 여러 나라를 알고 여러 사람을 알라. 당신의 기억이야말로 당신의 여행 가방이 될 것이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 P312

"일반 작업이란 각 수용소의 주요한 기본적인 작업을 말하는 걸세. 전 죄수의 80퍼센트가량이 일반 작업에 참가하고 있는데 결국은 모두 죽어 버리고 말지. 하나도 살아남을 수 없어! 다시 새로운 죄수를 끌어다가 인원을 보충하는 거야. 거기 끼어들면 항상 굶주려야 하고 항상 젖은 옷을 입어야 하고, 터진 신발을 신어야 하고, 식량 배급량에 속아야 하고, 가장 나쁜 막사에서 자야 하지. 병이 들어도 치료 한 번 받아 볼 수 없어.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것은 일반 작업에 나가지 않는 죄수들뿐이야.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일반 작업에만은 끼지 말도록 하게! 첫날부터 말이야!"
- P379

나는 반 년 전에 우리들의 수용소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수용소 관리 본부의 인사 카드에 여러 가지 사항을 기록했던 일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인사 카드의 중요한 칸은 <특기란>이었다. 그리하여 죄수들은 자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용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특기를 카드에 써넣었다. <이발사>, <재단사>, <창고계>, <제빵사> 등등. 그러나 나는 눈을 찌푸리고 핵물리학자라고 써넣었다. 나는 핵물리학자는 아니었으나 그저 전쟁 전에 대학에서 그 방면의 강의를 다소 들은 적이 있어서 원소의 기호며 매개 변수 따위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핵물리학자라고 써넣었던 것이다. 1946년이 되자 원자 폭탄이 아주 필요하게 되었다.
- P415

그리고 나도 그런 천국과 같은 수용소(죄수들은 속어로 <샤라시까>라고 한다)에 형기를 반쯤 보내고 나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살아남은 것도 그 덕택이며 일반 수용소에서라면 도저히 형기를 다 치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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