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5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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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짓을 하기에 앞서 인간은 먼저 그것을 선이라고 믿어야 하고 자기 행위의 합법성을 찾아야 한다.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중략) 셰익스피어의 악당들의 상상력과 정신력으로는 불과 열 사람 정도의 사람도 제대로 죽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이데올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 - 그것은 사악한 일에 그럴듯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인에게 필요한 장기간에 걸친 강인함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이론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악행을 은폐하게끔 도와주고, 비난과 저주를 듣는 대신 칭찬과 존경을 듣도록 도와준다.
- P266

우리는 일부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억압할 권리를 가진다는 그 <관념 자체>를 공개적으로 탄핵할 의무가 있다.
- P272

파스첸꼬는 우리 감방에서 자유의 몸이 될 가망성이 전혀 없는 유일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활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의 어깨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진리를 위해 <일어나서> 싸우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진리를 위해서는 형무소에 들어가 <앉아> 있어야지!
그러고는 나한테 자기가 좋아하는 옛 유형 시대의 노래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어두운 감방 속, 축축한 갱도에서 말없이 죽어 간다 해도 우리의 외침은 살아남은 세대 속에 메아리쳐 살아나리라!
나는 이 말을 믿는다! 그리고 이 글이 그의 믿음을 실현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P305

물론 우리는 고개를 번쩍 쳐든다. 그러면 우리는 반사된 햇살이 아닌 진짜 태양을 본다. 아, 저 태양! 영원히 살아 있는 태양! 봄 구름 사이로 나타나는 황금빛 햇무리!
봄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약속하지만 우리 수감자에겐 열 배나 더 큰 행복을 안겨 준다. 오, 4월의 하늘이여! 감옥살이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총살형만은 면하게 될 모양이니까. 그 대신 나는 여기서 더욱더 슬기로운 인간이 되련다. 여기서 더 많은 것을 깨달으련다. 하늘이여, 나는 또 나 자신의 과오를 시정하련다. -물론 <그들>에 대한 과오가 아니다! 하늘이여! 너에 대한 과오를 말이다.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나는 반드시 그것을 시정해 보이겠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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