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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평점 :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소유와 관련된 법학적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 다양한 사례들을 예로 들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었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인 것은 확실하다. 지적 소유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할 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과 많이 달라서, 특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법조인과 비법조인 모두 법적 소유권이 중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보통은 그렇지 않다. 창잒자는 적어도 네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법적 보호 없이도 자기 노동으로 먹고 산다. - P156
이른바 ‘선도자 이익 first mover advantage’은 창의적 노동에 대한 강력한 보상으로, 공식적 소유권이 갖는 여러 부작용이 없다. 예를 들어, 운동 코치는 매 시즌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략) ‘망신 주기’도 혁신적 노동을 보상할 수 있다. (중략) 코미디언들은 아이디어를 훔치기 전에 자신의 자신의 명성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고민한다. 요즘 패션업계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창작자에게 완벽하지는 않아도 강력한 세 번째 보상 기제 역할을 해 준다. (중략) 마지막으로 지식을 공짜로 나눠주고 파이를 키우는 방법이 있다. 이는 상업적으로도 타당한 전략이다. (중략) 선도자 이익, 망신 주기, 소셜 미디어, 파이 키우기 이렇게 네 가지 전략을 통해 소유권이 없는 세상에서도 업계는 전반적으로 번성하고 있다. - P156
소유권을 전혀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창의적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방법을 찾아냈다. 베끼고 공유하고 절도를 눈감아주는 것은 성장의 핵심이다. (중략) 우리는 지식노동의 법적 소유권을 없애도 되는 분야가 또 어디인지 살펴야 한다. - P161
남중국해는 어종이 풍부할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가 다량 매장되어 있다. 무엇보다 남중국해는 연간 5조 달러 규모의 물자가 통과하는 세계적으로 활발한 교역 항로다. 미국은 중국에 인공 섬 건설을 중단하라고 경고하면서 남중국해에 수차례 군함을 보냈다. 총성은 울리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설전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제독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제공권을 장악하려 할 경우 (수직적 귀속성),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 렉스 틸스턴은 인공 섬에 대한 해상 봉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전쟁 행위로 간주할 만한 조치다. 뒤이어 미 국무장관으로 재임한 마이크 폼페이오는 "전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해양 제곡을 건설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중략) 인공 섬, 그리고 귀속 원칙에 대한 광범위한 주장이 전 세계의 세력 균형을 바꾸고 있다. - P213
소유하는 삶에서 체험하는 삶으로 바뀌면 예기치 못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우선 공유경제는 불교의 소박함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과시적 소비를 더 부추긴다. (중략) 명품 드레스나 핸드백을 체험하며 살다 보면 만족감보다는 사치에 길들여질 뿐, 결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또 다른 훨씬 더 비싼 서비스를 체험하려고 하게 된다. 공유경제는 부를 쌓지 않는다. 대개는 부를 소비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주택 구입은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재산 축적 수단이었다. (중략) 주택담보대출을 다 갚고 나면 퇴직자들은 안전한 주거 공간을 얻고, 더 작은 집으로 옮겨 현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공유경제에 길들여져 빌려 쓰느라 다달이 돈을 내고 소비 체험을 하느라 매일 돈을 쓰는 사람은 아무것도 쌓을 수 없다. - P386
우리는 앞에서 소유권을 얻으려고 경합하는 여섯 가지 논리를 알아보았다. 바로 선착순, 점유, 노동, 귀속, 자기 소유권, 상속이다. 여기에 몇 가지 설계 도구도 살펴보았다. 바로 사전적 관점과 사후적 관점, 명백한 기준과 표준적 잣대, 배제와 통제, 기본 원칙 설정, 자유주의적 공유다. 사소하든 거대하든 모든 사안은 이 동일한 도구 세트로 통제할 수 있다. 미래를 전망해보자면 소유권이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서 난해한 딜레마를 풀어야 할 때 우리의 과제는 한정된 소유권 논리와 설계 도구를 짜 맞추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소유권 획득 과정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온실가스 배출이든 클릭스트림 데이터든,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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