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과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 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무지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케빈은 우리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철학을 밝혔다. 그 때 나는 확실히 충격을 받았다.
"저는 언제든 뭐든 원하는 대로 해요. 침대에 계속 있고 싶으면 침대에 계속 있고요.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으면 하고요. 코카인 좀 들이키고 싶으면 딜러한테 문자를 해서 그걸 들이키죠. 섹스를 하고 싶으면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찾아내서 만난 다음 섹스를 해요."
"그게 너한테 어땠어, 케빈?" 내가 물었다.
"별로였어요." 그는 바로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 P53

소피라는 내 환자는 한국에서 온 스탠퍼드대학교 학부생이었다. 우울감과 불안감 때문에 도움을 받으러 나를 찾아왔었다. 그녀는 자신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팟캐스트와 플레이리스트 등 기기에 의존한 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받으러 걸어가면서 아무것도 듣지 말고 생각이 수면 위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해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제가 왜요?" 입이 떡 벌어진 채 그녀가 물었다.
"음." 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게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거든요. 자신의 경험을 통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펼치는 거죠. 전자 기기만 붙잡고 지내는 게 소피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거예요. (중략)"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건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중략)
"지루함이란 지루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끔찍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 P57

상자 속 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초콜릿은 뇌의 기본 도파민 생산량을 55퍼센트 늘리고, 섹스는 100퍼센트, 니코틴은 150퍼센트, 코카인은 225퍼센트 늘린다. 암페타민은 주의력결핍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애더럴 같은 법적으로 허용된 약품뿐 아니라 스피드, 아이스, 샤부 같은 길거리 약물에도 들어 있는 성분인데, 도파민 분비량을 1,000퍼센트까지 늘린다. - P68

과학은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 가며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진다. 우리는 순간적이고 영원한 기억을 뇌리에 새기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의 교훈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러한 기억이 우리의 해마hippocampus에 남아서 평생 가는 것이다. - P87

젊은 사람들은 심각한 중독자라 해도 의존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로부터 영향을 덜 받는다. 어느 고등학교 선생이 내게 얘기한 것처럼 "정말 뛰어난 학생이라도 매일 대마를 피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만성적 의존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는 늘어난다.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년이다.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의존의 결과로 나타나는 단점이 장점보다 강해져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프고 지치는 데 아프고 지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10대 환자들은 아프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 P96

Data 데이터, Objectives 목적, Problems 문제, Abstinence 절제, Mindfulness 마음챙김, Insight 통찰, Next steps 다음 단계, Experiment 실험 - P111

신경과학자 새뮤얼 매클루어Samuel McClure와 그의 동료들은 즉시 보상과 지연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관여하는지를 연구했다. 관찰 결과, 참가자들이 즉시 보상을 선택했을 때는 뇌에서 감정 처리와 보상 처리를 하는 부위가 활성화 되었고, 보상을 미뤘을 때는 계획과 추상적 사고와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 이 연구가 암시하는 바는, 현대에는 감정적 보상 경로가 삶에 지배적인 동력이 되면서 우리 모두가 전두엽 피질 위축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 P131

운동은 세포에 유독한 영향을 미쳐서 체온 상승, 유해 산화제 생성, 산소 및 포도당 부족을 일으킨다. 하지만 운동이 건강을 좋게 만든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운동 부족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반박 불가하다. - P183

아이들은 두 살 때부터 거짓말을 시작한다. 영리할수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고, 거짓말도 더 잘한다. 거짓말은 3-14세 사이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거짓말이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인이 되면 계획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어릴 때보다 더 정교하고 반사회적인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 - P209

자신이 주로 피해자이며 나쁜 결과는 남탓이라고 하는 환자들은 보통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계속 그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기 바빠서 자신의 회복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정확히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면 호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피해자 서사’는 보통 우리가 자신을 특정한 상황에 대한 피해자로 보고 자신의 고통에 대한 보상이나 사례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광범위한 사회적 경향을 말한다. 정말로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그 서사가 피해자 의식을 넘어서지 못하면 치료가 진행되기 어렵다. - P226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일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의대생들과 레지던트들에게 환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이야기는 환자의 인간성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인간성까지 되찾아 준다. - P251

행동경제학자 로런스 야너코니Laurence Iannaccone는 신앙에 기반한 단체의 집단선과 관련하여 이렇게 썼다. "내가 주일 예배에서 얻는 즐거움은 내가 투입한 에너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에 따라서도 좌우된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그들이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맞이하는지 그들이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봉독하고 찬양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집단선은 집단 활동과 모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집단 규칙 및 규범의 준수를 통해 강화된다. - P262

집단선은 그 동동체에 충분히 끼지 않으면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 구어체로 표현하면 군식구나 떠돌이와 비슷한 무임 승차자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무임 승차자들이 집단의 규칙 및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할 때, 그리고/혹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집단선에 위협이 된다. (중략) 일반적으로 종교 단체나 사회적 집단이 여러모로 관대하고 규칙과 제한이 적을수록 더 많은 추종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더 엄격한 교회들’이 무임 승차를 걸러내고 더 탄탄한 집단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단체들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릴 뿐 아니라 성공적으로 안착할 확률도 더 높다. - P263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소셜미디어상의 비하, 그리고 이와 관련된 취소 문화cancel culture는 수치심의 새로운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수치심의 가장 파괴적인 측면을 반영한 디지털 변형인 셈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아무도 우리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손가락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부당한 구분짓기를 너무 많이 일으켜 우리의 자기 비하 경향을 부추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반 친구, 이웃, 직장 동료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세상 전체와 비교한다. 그래서 우리가 더 해야 했다고, 더 얻어야 했다고, 그저 다르게 살아야 했다고 너무 쉽게 확신하게 됐다. - P272

(1) 끊임없는 쾌락 추구와 고통 회피는 고통을 낳는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4)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5)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6)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7)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우 있게 만든다. (9)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10)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 P2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