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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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에 출간된 책이고, 내가 읽은 번역판은 1999년에 나온 것이라, 옛 시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문체는 예스러워도 내용은 2020년의 현재에도 전혀 문제없이 잘 들어맞는다.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극성스러운 이 원숭이 집단이 나무에서 내려와 무리지어 사냥하는 법을 배우고, 일 년 내내 지속되는 발정기로 결속력을 강화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다른 동물들을 길들이며 폭발적인 속도로 개체수를 늘려온 과정이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 원숭이들이 이야기를 꾸며내고 과학과 문명을 건설해가는 속편 격의 책이 하라리의 <사피엔스>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오늘날처럼 무서운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통제할 수 없는 공격행위가 극적으로 늘어나리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은 실험으로 분명히 입증되었다. 인구가 지나치게 과밀한 상태는 사회적 긴장과 정신적 압박을 추래함으로써, 우리를 굶어죽게 하기 전에 우리의 공동체 조직부터 먼저 무너뜨릴 것이다. 과밀상태는 지적 통제력이 강화되는 것을 직접 방해하고, 감정이 폭발할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
- P191

요컨대, 세계 평화를 보장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피임이나 낙태를 널리 보급하는 방법이다. 낙태는 너무 과격한 수단이어서 감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일단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형성하면 그것은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이룬 셈이므로, 그것을 파괴하는 행위는 사실상 우리가 억제하려고 애쓰는 행위와 똑같은 유형을 가진 공격행위이다. 따라서 피임이 더 바람직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피임에 반대하는 종교적 또는 도덕적 파벌은 자신들이 전쟁을 조장하는 위험한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P192

종교는 결코 다루기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는 동물학자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행동과학적인 의미에서, 종교 활동은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지배적인 존재를 달래기 위해 오랫동안 복종의 몸짓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중략) 이런 존재에 대한 복종적인 반응으로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애원하는 몸짓으로 두 손을 깍지끼거나, 무릎을 꿇거나, 땅에 입을 맞추거나, 완전히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경우도 있고, 울부짖거나 노래하는 발성행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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