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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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도 별로고, 뒤표지에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쓰고 싶은데.....” 하는 소개 문구에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무슨 당연한 얘기야? 쓰고 싶으면 쓰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좋았다. 도움이 될 것 같은 말들이 많았다. 퇴고할 때는 첫 단락을 없애보고 마지막 몇 문장을 지워보라는 얘기는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에서 나온 귀한 충고였다.

  


  읽는 사람은 없는데 쓰고 싶은 사람만 많은 현실에 대한 저자의 불안 섞인 의문에 공감했다. TMI 수필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는 친구 사귀는 걸 귀찮아 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진짜 친구를 사귀려면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감정도 소모되니까, 친구인 척 하는 책을 읽으면서 만족하는 거겠지. 그런데, 그런 식으로 편하게만 살다가 안 그래도 낮은 관계 능력이 더 떨어지면 어쩌지?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쓰기’,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기’는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이유, 불편한 이유, 싫어하는 이유다.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에서는 특히 이 세 가지가 중요한데, 남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길게 쓸수록 좋다. 그 표면적인 ‘이유’가 거짓말일 때가 많아서다.
- P27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반드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면, 그 리뷰는 반드시 읽힌다고 해도 좋다. 폭넓은 소비층이 아니어도 소수의 확실한 팬덤이 있다면, 열성적인 검색을 통해 당신의 글은 독자를 확보하게 된다. 어쩌면 당신 자신이 그런 소수의 충실한 팬덤에 속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2차 창작, 팬아트는 특정 작품을 완전히 숙지한 사람들이 즐기는 고도의 리뷰 행위이기도 하다. 당신의 글에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질 독자를 얻기에 좋은 소재 선정일 수 있다.
- P72

조지 손더스는 시러큐스 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졸업 연설에서,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에 대해 말했다. 가장 후회되는 순간. 가난? 남에게 보일 만하지 못한 일을 해야 했던 것? 망신당한 일? 노년에 이른 작가가 후회하는 일은, 친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 P132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 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 P133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우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배웠다고만 했기 이해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달라.) 너무 어려워서 ‘말하자면 이런 건가요?’ 하고 자꾸 이상한 비유를 가져다 대는 학생에게 물리학과 교수가 말했다. "세상에는 한 번 정도 어렵게 어렵게 고민해서 이해해야 하는 것도 있다. 모든 걸 다쉽게 설명할 순 없다. 복잡해서 복잡한데 어떻게 쉽게 풀어주느냐." 필자가 이해를 못해서 어렵게 보이게 쓰는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쓰느라 어려워진 글도 있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지를 다 쳐내고 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철학이 대표적인 경우고, 역사 또한 그렇다. 철학자가 쓴 책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해설서(심지어 비전공자의)만 읽고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논할 수는 없다!
- P170

데즈카 오사무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에서 만화를 그릴 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다음의 세 가지를 주의하라고 썼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꽤 명쾌하지 않은가. 이 정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글을 굳이 읽어야 할지 의문이다.
- P196

퇴고하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중략) (5)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인용은 정확한가 (6)도입부가 길지 않은가. 한 단락을 지워본다. (7)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몇 문장을 지워본다. (9)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후략)
- P197

소설의 인기는 전 같지 않고, 자기계발서도 전만큼 읽히지 않는다. 인기 에세이의 주인공 중에는 ‘보노보노’ ‘곰돌이 푸’가 있다. 귀염성 없는 인간과 싸워도 승산이 없는데 보노보노와 싸워 이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 P212

이런 책들의 내용을 TMI에 비유한 것은, 우울증에 대한 책이라고 우울증 얘기만 있는 게 아니고, 떡볶이 얘기도 등장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게 특정된 사연은 특정된 독자를 불러 모은다. 공감, 혹은 창작자가 읽는 나를 ‘알아(봐)준다’는 느낌이 중요해졌다. 책을 한 권 읽으면 같은 고민을 가진 한 사람의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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