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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시장 2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2권은 1권에 비해 좀 지루했다. 작가가 좋아하는 도빈과 아멜리아의 연애사는 도무지 재미가 없다. 흥미진진하기로는 레베카의 모험담이 훨씬 낫지만, 레베카에게 당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재미있다고 말하기가 좀 망설여진다. 스타인 후작이 며느리들을 구박하는 장면이 재미있어서 옮겨 놓는다. 사정 모르는 남들은 엄청 좋은 집안에 시집갔다고 부러워했겠지.
크롤리 중령처럼 살아가는 재주 좋은 사람들 때문에 실로 얼마나 많은 가족이 파산을 당하고 시련을 겪는지 알 수 없다. 신분 높은 귀족들이 얼마나 자주 소상인들을 등쳐먹고 얼마 되지도 않는 하인들 임금을 떼어먹고, 몇 실링 때문에 사기를 치곤 하는 것인지. - P71
"아버님, 그렇다면 저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어요." 곤트 부인이 대답했다. "저는 친정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그리고 거기 죽 있는 것이 좋겠다. 거기 가면 바르아크르 댁의 빚쟁이들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테니. 그 덕에 나도 네 친척들에게 돈 빌려주는 일에서 좀 해방되고, 음침한 네 얼굴이며 잘난 척하는 꼴도 안 봐도 되겠구나. 이 집에서 누가 누구한테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너는 돈도 없고, 머리도 영리하지 않아. 아이를 낳으러 이 집에 왔으면서 아이 하나도 낳지 못했지. 곤트도 너한테 아주 진절머리를 내고, 네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마 조지의 아내 하나뿐일 게다. 네가 죽으면 곤트는 바로 다시 결혼을 할 걸." - P273
"네 시어머니 되는 양반도 잘 알고 계시지만, 사람들이 공연히 헐뜯는 크롤리 부인은 순박하고 마음씨 좋고 아주 순진한, 심지어 우리 집사람보다 더 순진한 부인네야. 남편 되는 이는 형편없는 작자지만 그래도 뭐 바르아크르 백작보다 못한 위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 도박을 하고 진 빚을 갚지도 않고 네 앞으로 되어 있던 얼마 안 되는 유산마저 모조리 갖다 쓴 다음 너를 알거지로 내 손에 넘겼으니. 물론 크롤리 부인은 혈통이 좋지 않다. 그렇다 해도 패니의 잘난 선조, 초대 드 라 존스보다 더 나쁜 것도 아니지." "제가 이 집에 가져온 돈은, 아버님...." 조지의 아내가 소리쳤다. "넌 그 돈으로 상속권을 산 셈이야." 후작이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곤트가 죽고 나면 네 남편이 장자가 될 테고, 네 아들들이 그 돈을 다 물려받게 될 게다. 그리고 또 더 있을지도 모르지. 그 전에는 제발 밖에서는 얼마든지 고상을 떨고 잘난 척을 해도 좋지만 내 앞에서만은 그렇게 거들먹거리지 말아다오." - P274
선장과 의사, 한두 명의 승객들이 배에서 내려 그들과 함께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조는 호기롭게 일행을 위한 저녁을 주문한 다음, 내일 소령과 함께 런던으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호텔 주인은 세들리 씨가 흑맥주 첫 잔을 시원하게 비우는 모습이 호방하다고 찬사를 던졌다. 시간 여유가 있어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된다면 나는 외국에 나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와 처음 마시는 한 파인트의 흑맥주 맛을 묘사하기 위해 한 장 전체를 기꺼이 할애하고 싶을 정도다. 아, 그 맛이란! 오직 그 한 잔의 맥주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영국을 일 년 정도 떠나 있어볼 만하다 할 수 있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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