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시장 1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젊은 아가씨들의 결혼이 단순히 로맨틱한 사건이 아니라, 삶을 지탱할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절박한 투쟁임을 일깨워 준 책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었다. 교활하고 인정머리 없는 거짓말쟁이인데도 왠지 미워할 수가 없는, 레베카 샤프 양의 분투를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식자공 농담이 여기에도 나와 있어서 놀랐다. 영국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농담이었나?

사실 레베카 양은 전혀 온화하거나 다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젊은 염세가는 세상이 언제나 자신에게 불공평하다고 말하곤 했는데, 사실 세상으로부터 언제나 불공평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세상이란 거울과도 같아서 모든 사람에게 그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 보여주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해 인상을 쓰면 세상 역시 찡그린 얼굴을 보여줄 것이며, 세상을 향해 미소 짓고 밝게 웃는다면 세상 역시 명랑하고 친절한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각자 나름의 선택을 내릴 일이다.
- P32

한때 큰 은혜를 입었던 사람과 이후 사이가 틀어지면, 대개의 경우 은혜를 입은 사람은 이 기회에 자신의 열등한 지위를 개선하기 위하여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보다 상대방에게 훨씬 더 고약하게 굴기 마련이다. 또 자신의 매정함과 배은망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상대가 나쁜 짓들을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 입증하는 데 골몰한다.
- P311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그를 미워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욕을 마구 해대고 스스로도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처럼 믿어야만 한다. 그래야 내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12

레베카와 그녀를 반하게 만든 남성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장군이 나지막하게 내뱉은 저주의 말들이 어찌나 섬뜩한 것이었던지 설사 내가 그 말들을 이 원고에 기록한다 해도 이 책의 출판사 브래드버리 앤 에반스의 식자공이 감히 그 말들을 인쇄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 P5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