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강상진.김재홍.이창우 옮김 / 이제이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

덕분에 이해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고 웃음이 나오는 부분들도 있다.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고 친절한 해설까지 달아 준 역자들에게도 감사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핵심이 되는 두 용어의 번역인데,

'agathon'을 '善', 'arete'를 '德'으로 번역하는 전통적인 선택이

한자의 원래 용법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데 반해서,

전자를 '좋음', 후자를 '탁월성'이라고 한 역자들의 선택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긴 설명이 붙어 있긴 하지만, 

독자로서는 아무래도 껄끄럽게 느껴진다.

젊은이는 정치학에 적합한 수강자가 아니다. 젊은이에게는 인생의 여러 행위들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 정치학의 논의는 이런 것들로부터 나오고 이런 것들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이는 자신의 감정에 따르기 쉬워서 강의를 들어 봐야 헛되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학의 목적은 앎이 아니라 행위이니까.
- P16

모든 종류의 앎과 선택이 어떤 좋음(인용자: agathon, 善)을 욕구하고 있으므로, 정치학이 추구한다고 지적했던 좋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행위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모든 좋음들 중 최상의 것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자.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대중들과 교양 있는 사람들 모두 그것을 ‘행복(eudaimonia)’이라고 말하고, ‘잘 사는 것(eu zen)’과 ‘잘 행위하는 것(eu prattein)‘을 행복하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대중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이 동일한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 P17

행복은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것일 게다. 탁월성(인용자: arete, 德)을 획득하는 데 아주 불구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종류의 배움과 노력을 통해 행복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6

고귀함(kalon)은 이러한 불운들 가운데에서도 빛을 발한다. 누군가 크고도 많은 불운들을 -고통에 무감각해서가 아니라 고결하고 담대한 성품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견뎌 낸다면 말이다.
- P41

우리는 탁월성 중 한 부분을 지적 탁월성으로, 다른 한 부분을 성격적 탁월성으로 부른다. 지혜(sophia)나 이해력, 실천적 지혜는 지적 탁월성으로, ‘자유인다움’이나 절제는 성격적 탁월성으로 부르는 것이다.

- P49

정의로운 일들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며, 절제 있는 일들을 행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고, 용감한 일들을 행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52

어린 시절부터 죽 이렇게 습관을 들였는지, 혹은 저렇게 습관을 들였는지는 결코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큰 차이, 아니 모든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 P53

성격적 탁월성은 즐거움과 고통에 관련한다. 우리가 나쁜 일들을 행하는 것은 즐거움 때문이며, 고귀한 일들을 멀리하는 것은 고통 때문이니까. 그러한 까닭에 플라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죽 마땅히 기뻐해야 할 것에 기뻐하고, 마땅히 괴로워해야 할 것에 고통을 느끼도록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교육이다.
- P56

탁월성은 합리적 선택과 결부된 품성상태로, 우리와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중용에 의존한다. 이 중용은 이성에 의해,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이 규정할 그런 방식으로 규정된 것이다. 중용은 두 악덕, 즉 지나침에 따른 악덕과 모자람에 따른 악덕 사이의 중용이다.
- P66

낭비하는 사람(asotos)은 자기 자신으로 말미암아 망하는 사람이며, 우리의 삶이 재산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을 파괴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망하는 것으로도 보이니까.
- P121

(인용자:낭비하는 사람이) 돌봄을 받게 된다면, 중간적인 것과 마땅한 것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인색은 고칠 수도 없으며(나이를 먹는 일을 비롯한 온갖 무능력은 사람을 인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낭비보다 더 본성적으로 인간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다.
- P128

모든 부정의한 행위들은 항상 어떤 못됨(mochtheria)으로 환원된다. 가령 누군가가 간통을 했다면 무절제로 환원되며, 전장에서 전우를 팽개쳤다면 비겁으로, 누군가를 폭행했다면 격노(orge)로 환원된다.
- P165

교환되는 모든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비교될 수 있어야만 한다. 바로 이것을 위하여 돈이 도입되었으며, 돈은 일종의 중간자가 된 것이다. 돈은 모든 것을 측정해서, 넘치는 부분이나 모자라는 부분까지 측정하고, 가령 몇 켤레의 신발이 집 한 채와 같은지, 혹은 식량과 같은지까지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 짓는 사람이 신발 만드는 사람에 대응하는 것처럼, 신발의 수는 집 한 채 혹은 얼마만큼의 식량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교환이나 공동체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 P177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가깝게 대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만약 그래도 친구라면 폴리스 동료 시민으로서의 친구일 뿐이다. (중략) 그러나 탁월성과 자신을 근거로 성립하는 친애는 많은 사람들을 향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을 소수라도 발견한다면 그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 P344

어떤 것이든 하나에 대단히 열중해 기쁨을 느낀다면, 우리는 다른 것은 거의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일에서 조금밖에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가령 극장에서까지 주전부리를 하는 사람들은 배우들이 형편없을 때 특히 주전부리가 심해지는 것이다.
- P363

또 우리는 행복에는 즐거움이 섞여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탁월성에 따른 활동들 중 ‘지혜(sophia)‘에 따르는 활동이, 동의되는 것처럼 가장 즐거운 것이다. 여하튼 ’지혜에 대한 사랑‘, 즉 ’철학(pphilosophia)‘은 그 순수성이나 견실성에서 놀랄 만한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앎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앎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그러한 관조에서 더 즐겁게 삶을 영위할 것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더욱이 우리가 논의하는 자족(自足)도 다른 무엇보다 관조적 활동과 관련한다.
- P370

또 이 관조적 활동만이 그 자체 때문에 사랑받는 것 같다. 관조적 활동으로부터는 관조한다는 사실 이외에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반면, 실천적 활동으로부터는 행위 자체 외의 무엇인가를 다소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 P371

행위를 위해서는 많은 [외적인] 것들을 필요로 하며, 행위들이 위대하고 고귀한 것일수록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반면 관조한느 사람에게는 적어도 자신의 활동을 위해서라면 그런 것들 중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조(theoria)를 위해서는 그런 것들이 장애물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374

살아 있는 존재에게서 행위함을 떼어 내고 더 나아가 제작함까지 떼어 낸다면, 관조 이외에 무엇이 남겠는가? 따라서 지복의 관점에서 빼어난 것으로서 신의 활동은 관조적 활동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저인 활동들 중에서도 이것과 가장 닮은 활동이 행복의 특성을 가장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 P375

어린 시절부터 탁월성을 향한 올바른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그러한 [올바른] 법률에 의해 길러지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절제 있고 강인하게 사는 것은 다중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즐거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 까닭에 그들의 교육과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법에 의해 규정되어야만 한다.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고통스럽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어린 시절에 올바른 교육과 보살핌을 받는 것만으로는 아마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같은 일을 계속해서 해야 하고 습관을 들여야만 하기에, 이점에 관해서도 우리는 법률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일반적으로 삶 전체에 관한 법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다중들은 말에 따르기보다 강제(ananke)에 따르고, 고귀한 것에 설복되기보다 벌에 설복되기 때문이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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