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환상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정태철 옮김 / 사계절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196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

낡았다 싶은 곳도 있지만 그 점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만들어낸 이야기가 현실을 지배한다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부어스틴 이후의 역사학자들도 많이 고민한 듯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이 점을 인류의 특징으로까지 보고 있더라.

이 책에서 묘사된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 시대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메시지는 지금에 와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짜의 범람에 대한 우려와

불편한 현실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찾아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내가 이 책에서 소개한 ‘pseudo-event’라는 단어는 ‘ㅈwell-knownness’라는 단어와 함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고, 이 어휘들은 서부 유럽에서 자국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celebritiy’ 란 단어를 "널리 이름이 알려짐으로써 유명한 사람"으로 이 책에서 내린 정의는 여기저기서 친근하게 단골로 인용되고 있다. - P14

우리는 어떤 것이라도 원하며 모든 것을 원한다. 우리는 위에서 열거된 것처럼 상반된 것들을 원하고 불가능한 것을 원한다. (중략) 우리는 이런 거대한 기대를 지니고, 키우고, 확대하면서 우리를 속이는 환상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속인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 P22

가짜 사건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ㄷ가.
(1) 가짜 사건은 자연발생적이 아니며 누군가가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일어난다. (중략)
(2) 가짜 사건은 주로 언론에 보도되거나 반복 시행되어야 할 다급한 목적을 위해 실행된다. (중략)
(3) 가짜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 진짜 현실은 대개 모호하다. (중략)
(4) 통상적으로 가짜 사건은 자기만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 P33

언론 자유는 이제 인위적으로 만든 뉴스라는 상품을 팔기 위해 기자들이 갖는 특권을 점잖게 표현한 말에 불과하다. - P55

유명인이 창조될 때, 그곳에는 누군가의 이익이 항상 걸려 있다. 그 누군가는 기사를 원하는 기자일 수도 있고, 대가를 원하는 언론관계 매니저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유명인이 되려는 당사자일 수도 있다. 고인이 된 영웅은 남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 관심을 쏟을 수도 없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니저를 고용할 수도 없다. 반면에, 유명인은 주문한 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들을 즐겁게 하고, 편안하게 하고, 황홀하게 하고, 그리고 우리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한다. 유명인들은 만들어지자마자 다른 유명인으로 대체되고 또다시 만들어지기를 빠르게 반복한다. - P113

오늘날 관광객들이 보는 것은 살아 있는 문화가 아니라 인공적인 것들, 즉 관광객을 위해서 방부제로 처리되어 한데 모아 놓은 박제품이거나 관광객을 위해서 일부러 공연되는 이벤트들이다.
- P151

1922년 2월에 De Witt Wallace가 "The Reader’s Digest"를 창간하자, 다이제스트 세계에 새 변화가 일어났다. (중략) 그들은 작가도 필요없고 편집자도 필요없었기 때문에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뉴욕 공공 도서관에 가서 여러 잡지로부터 독자들이 흥미 있어 할 기사들을 골라서 용약하는 일이 전부였다. 원본 잡지 편집자들은 자기들 잡지 요약본이 팔리면 자기들 잡지를 공짜로 광고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몇몇 극소수 예외를 제외한 대부분 원본 잡지사 편집자들은 월리스가 잡지 요약본을 인쇄하는 것을 기꺼이 무료로 허락하였다. 나중에도 거의 바뀌지 않은 패턴이 된 첫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표지를 제외하고 6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31개의 기사가 요약되어 있었다. 초기 간행본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이 전설적인 글이 실렸다. (아래에 계속) - P190

(위에서 계속)
"하루에 한 기사씩 유명 잡지의 기사를 읽으세요. 각각의 기사들은 영원한 가치와 흥미를 지니고 있으며 아주 얇고 단단하게 제본된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 P192

여론(Public Opinion)은 이전 시대와는 달리 인공적이고, 믿을 만하고, 생생하고 구체적이고, 간단하고, 모호하다. 만약에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간단히 신문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 여론의 변화는 하루에 한 번 내지는 두 번씩 기록되었다. 여론은 언론에서만 쓰는 독특한 표현방식과 사진 등의 보조자료로 생생하게 포장되었다. 여론은 뉴스를 만들려고 애쓰는 기자들에 의해서 억지로 세상에 등장했다. 여론과 여론을 기사화하는 기자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 - P318

우리는 이미지의 감옥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로부터, 신으로부터, 우리가 싫어하거나 우리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세계로부터 메시지가 오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낯설은 외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나 공산주의자들이 꿈꾸지 못한 참신한 생각과 우리 이미지 거울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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