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사키 류조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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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노키즈 이와오의 젊은 시절 별명은 센이치(千一)였다.

천 마디 말을 하면 그 중에 하나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다 거짓말이라는 의미.

사람을 죽이고 도피하면서도 그는 숨을 쉬듯이 거짓말을 계속하며 사기로 도피 자금을 마련해 간다. 

체포된 후 취조 과정에서 그는 도피 중에도 여자는 계속 있었다는 것을 자랑하는데,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잘난 척하는 것이 이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느낌이다.

그 감각으로는 중학교 중퇴에 전과가 있는 가난뱅이라는 자신의 본모습에 만족할 수 없으니까,

부잣집 아들이라느니, 교수라느니, 변호사라느니 하는 거짓말을 계속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나가는 사람은 잘 없지만, 

비슷하게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사실 적지 않다.

이번 생은 망했지만, 나는 사실은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야....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주인공이 대대로 내려온 가톨릭 집안의 자식이고, 어렸을 때 신부가 될 생각을 했다는 것도 씁쓸한데,

종교라는 것의 본질도 결국은 허세와 거짓말이 아닌가 해서이다.

사형을 앞둔 주인공을 찾아가는 신부가 시신을 인수하러 온 친척에게

사실은 자기가 주인공의 중학교 1년 후배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래서 좀 소름이 돋았다.

종교도 국가도 본질은 거짓말이라면,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나왔듯이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면)

그런 점에서 이 글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작가가 주인공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으니,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된다.

주인공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역할, 

거기에 대해 판단하고 갚아주는 것은 신의 역할.

그러니까 '나'는 신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범죄가 세상에 대한 주인공의 복수라고 보는 것은 재미는 있지만 너무 나간 해석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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