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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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경제적 평등이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 사실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경제적으로 가장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 지니계수 순위는 해마다 달라지며, 1위는 보통 스웨덴(현재 1위이며, 몇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니면 명예 북유럽 국가인 일본이 차지한다. 덴마크는 다양한 연구자와 연구 기관, 또 오프라 윈프리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지만, 지니계수 순위에서는 북유럽 국가들 중 제일 낮은 5, 6위쯤을 차지한다.

123-124
다음이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며, 북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회 규범이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10. 당신이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133
얀테의 법칙과 함께 덴마크의 순응주의를 만드는 주된 요인이 두 가지 더 있다. 휘게hygge와 폴켈리folkelig다. 둘 다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들이다. 휘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하고 편안한 덴마크 고유의 아늑함과 유쾌함을 뜻하며, 전제 군주에 버금가는 끊임없는 압력을 행사하며 순응을 요구하는 엄격한 사회적 의식들과 함께 실제로 고도로 성문화되어 있다. 폴켈리는 일종의 광범위한 문화 대중주의로, 덴마크 주류 문화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폴켈리는 미다스의 손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손에 닿는 것을 모두 쓸모없게 만들어버린다.

187
"이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립되어 지냈고 이제야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척 궁금해합니다. 이와 관련된 농담도 있어요." 샤츠가 쿡쿡 웃었다. "핀란드인은 이걸 코끼리 농담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인, 프랑스인, 핀란드인 남자 셋이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봤습니다. 독일인이 말합니다. ‘내가 저 코끼리를 죽여서 상아를 팔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 프랑스인이 말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동물, 놀라운 생명체야.’ 그리고 핀란드인이 말합니다. ‘오 세상에, 저 코끼리는 핀란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199-200
핀란드인 친구가 관련된 일화를 하나 들었는데,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일반적 관습을 향한 핀란드인의 태도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친구가 친구의 처남과 함께 눈보라 속에 시골길을 운전해 가는데 두 사람이 탄 차가 고장이 났다. 30분을 기다렸더니 마침내 다른 차가 지나갔다. 차가 멈추고 운전자가 밖으로 나와 두 사람을 도왔다. 남자는 보닛 안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차를 고쳤다. 내내 말 한 마디 없이. 알겠다는 듯 한두 번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친구가 맹세컨대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는 남자는 차를 몰고 사라졌다. 친구가 말했다. "오, 우리 운이 좋았네. 저 사람 대체 누구지?" 그말에 친구의 처남이 대답했다. "아, 유하라고, 학교 동창이에요."

201
핀란드인은 대화 쪽으로는 제일 답답한 파트너이며, 핀란드인 못지않게 과묵한 스웨덴인이 그 다음이다. 이어서 노르웨이인, 아이슬란드인 순이다. 덴마크인은 그 부분에서는 거의 인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무역상으로 일한 전통이 있고, 유럽 본토에서 가깝기 때문에 잡담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휘게는 직장에서 필수다. 그 결과 다른 스칸디나비아 사람은 덴마크인을 약간 의아하게 바라본다.

216-218
시수sisu는 끈기와 강인함, 남성다움의 정신을 뜻하며, 조용하고 결연하며 신뢰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극복하기 힘든 역경 앞에서 흔들림 없는 결의를 보이는 능력, 일종의 준비된 극기심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가 고장 날 때 시수의 정신은 승객들에게 버스에서 내려 불평 없이 버스를 밀게 한다. 시수는 핀란드 남성들이 열망하는 모든 것이며 핀란드의 흙 아래 숨은 화강암 기반이다. (중략) 무뚝뚝하고 강인하고 ‘한결같이 결연한’ 술꾼이라는 핀란드인의 자아상은 전부 남성 중심적이다. 심하게 남성 우월적인 이탈리아인조차 자아상에 여성적 요소를 허용하지만, 핀란드인은 그렇지 않다. 이런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이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직업인으로 핀란드 사회에서 보여준 두드러지는 역할과 유럽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생긴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하다. (중략) 하지만 현대 핀란드 남자들은 음주의 건강상 위험과 반사회적 결과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감무쌍하게도 계속 술을 마신다. 마치 나자다움을 보여주는 일종이 의식이거나 남자로 사는 슬픔을 술로 달래기라도 하듯이.

422
스웨덴인이 서로 ‘유능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을 때는 ‘라곰lagom‘한 인상을 주려고 애쓸 것이다. ’라곰‘은 스웨덴의 또 다른 중요한 좌우명이다. ’적당한‘, ’합당한‘, ’타당한‘, ’상식적으로 해동하는‘, ’합리적인‘이라는 의미다. 확실히 루터교 교리를 떠올리게 하며, ’라곰‘의 어원은 훨씬 더 오래전인 바이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해지는 말로는 모닥불 주변에서 뾰족한 잔에 벌꿀술을 나눠 마실 때 이 조심성 많고 배려심 깊은 바이킹들은 너무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주의하면서 잔을 옆 사람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런 뒤 나가서 수도승의 목을 잡아 찢었다.) 라게트 옴laget om은 대강 번역하자면 ’돌리다pass around‘의 뜻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라곰’으로 변했다고 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집단의 자발적인 절제를 의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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