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호 이야기 날개돋친고전 2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지음, 강대진 옮김 / 작은이야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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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양털을 찾아 떠나는 이아손의 모험은 희랍 신화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기원전 3세기의 알렉산드리아 출신 작가 아폴로니우스 로디우스가 쓴 이 서사시는 이아손의 항해를 따라가는 모험담이다. 역자는 여기에  <소년에서 영웅으로>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책 말미의 해설을 읽고 나면 과연 이니시에이션적 요소가 많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소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다. 여주인공 메데이아는 헤카테라는 무시무시한 여신을 모시는 마녀인데, 강력한 마법으로 사건을 좌지우지하며 아르고호의 '영웅'들을 찍 소리 못하게 한다. 어둡고 환상적이며 잔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잔혹한 책읽기>를 통해서 고전 문화 전반에 대한 역자의 지식 수준을 충분히 알았기에 신뢰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른 번역본과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우선 현대어 중역이 아니라 원전을 그대로 옮겼다는 것,  원문의 사소한 표현까지도 최대한 살려 놓았다는 것(운율을 맞추기 위한 꾸밈말이나 신들의 별명, 그리고 고유 명사 등), 마지막으로 원문에 있는 행수표시를 생략하지 않고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 시대 책에는 성서의 무슨복음 몇 장 몇 절처럼 절마다 번호가 있다. 살려두는 쪽이 나중에 찾아보기에 유용하리라고 생각한다.)

원전번역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현대 소설과 다른 화법이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의 책을 한두 권만 읽고 나면 희랍어식 문장 구조에 금방 익숙해진다. 담백하고 소박한 단어들을 따라 고대 작가의 화법을 여유 있게 즐기노라면, 대학 시절의 강독 수업이 떠올라 아련한 그리움조차 느껴진다.  양장본이지만 가벼운 종이를 사용해서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것과 희랍인 자신들이 그린 도자기 그림부터 근대의 유화작품들까지 아름다운 도판 자료들을 충분히 수록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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